월세 끼고 산 집에 웬 ‘전세 세입자’…수도권·대전 피해 신고 속출

입력 2022.07.04 (21:32) 수정 2022.07.0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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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월세 받으려고 오피스텔에 투자하는 분들 있습니다.

월세를 끼고 샀다고 생각했는데, 그 집에 전세 세입자가 살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피해가 수도권과 대전 일대에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김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전에 사는 이 40대 남성은 지난해 말, 수도권의 오피스텔을 샀습니다.

1억 원만 투자하면 70만 원 넘는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공인중개사 말을 믿었습니다.

세입자도 이미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피스텔 계약 피해자 A/음성변조 : "저희 같은 매수자 입장에선 굉장히 좋은 투자기회일거라 생각한거죠. 매달 월세가 들어왔기 때문에…."]

서류만 보고 계약했지만,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세에 별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반년도 안돼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오피스텔 계약 피해자 A/음성변조 : "월세 계약인줄 알고 있었는데 전세 세입자라는 명목으로 내용증명이 온 거예요. '당신 누구냐' 싸움이 난 거죠. 저희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경기도 하남의 오피스텔에 사는 30대 여성은 2년 새 집 주인을 세 명이나 겪었습니다.

[오피스텔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지금 집주인이 세 번째인데 두 번째에서 세 번째로 바뀔 때 일주일 만에 바뀌었다고 연락이 와서 그게 좀 이상했고…."]

더 이상한 건 그 뒤였습니다.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뒤늦게 연락이 된 집 주인은 계속 월세를 받아왔다고 했습니다.

[오피스텔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제 집도 아니고, 제 전세금이 다 들어가 있는 상황인데,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당황스럽고."]

문제의 거래들 사이엔 한 '부동산 법인'이 있었습니다.

전세를 낀 오피스텔이 매매 과정에 월세로 둔갑해 팔렸던 겁니다.

[수도권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주인이 변동돼서 우편물을 안내문을 발송하는 과정에서 쉽게 말하면 '전세사기'를 친 거를 알게 된 거죠."]

수도권과 대전 일대에서 피해 신고가 속출하는 상황, 집을 판 부동산 법인을 찾아가 봤습니다.

["안 계세요?"]

각종 '내용증명'과 '등기'가 도착했다는 기록만 붙어있습니다.

[건물 관계자/음성변조 : "관리비도 계속 밀려있어요. 아예 연락 두절 중인 것 같은데요."]

연결해준 공인중개사들 역시 잠적했습니다.

취재진은 이들 중개사가 거래한 내역 일부를 확보했습니다.

2021년 11월, 법인이 오피스텔을 사들인 뒤, 불과 사흘 만에 다른 투자자에게 팔아 넘기는 식, 상당수가 이른바 '단타 매매'였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최소 40건이 넘습니다.

피해자 20여 명은 이미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법인은 "관련 거래를 증빙할 자료를 보내달라",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하겠다"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실제로는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피해자들은 호소합니다.

[부동산 법인 측-피해자 통화/음성변조 : "이 사람(관계자)이 벌인 깡통 전세, 월세 사기 상황이고요. 지금 전화를 400명…. 400명이 아니야 500명으로 늘어났어…."]

[오피스텔 계약 피해자 B/음성변조 : "(공인중개사가) 보상을 해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갔는데, 그 내용 싹 빠지고 '자기도 피해자다' 인정에 호소를…."]

피해 사례가 급증하자 일부 지자체는 관내 공인중개사들에게 주의하라는 공문까지 발송했습니다.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 조원준/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노경일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김민혁 기자와 좀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김 기자, 부동산을 사면서 세를 든 사람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확인을 안한다... 선뜻 이해가 안 가는데요?

[기자]

네, 저희가 취재하면서 직접 접촉한 피해자만 5명이었습니다.

이분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가 '정말 감쪽같이 속았다'는 겁니다.

지금 화면에 나오는 게, 당시 그분들이 쓴, 계약서의 일부인데요.

월세 세입자를 보면,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 LH 같은 공기업도 있거든요.

이런 회사 직원들의 숙소로 쓰인다고 하고, 또 실제 월세도 회사 이름으로 입금이 돼 쉽게 의심을 못한겁니다.

또, 등기부등본을 봐도 전세권을 설정한 경우가 아니면 세입자가 누군지, 월세인지 안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부동산 사기가 유독 오피스텔에서 자주 일어나곤 하는데, 그 이유가 뭐죠?

[기자]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시세 비교'가 어렵습니다.

특히, 신축의 경우 시세가 형성돼 있지 않기도 한데요.

그래서 매매가가 제각각일 때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보다 더 싸기 때문에, 사회초년생들 위주로 오피스텔에 대한 전세 수요는 꾸준하거든요.

이 두 가지 특성이 맞물리면서 전세가 매매보다 비싼, 이른바 '깡통 전세'가 꽤 흔합니다.

이런 집들을 내 돈 몇 푼 들이지 않고 매수한 다음에,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투자자들에게 되파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비슷한 피해가 늘고 있는데,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먼저, 매수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건 세입자를 직접 만나보는 겁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 피해자 대부분은 대전에 살고 있고, 매수한 집은 수도권에 있었거든요.

거리도 있다 보니, 피해자들이 장거리를 이동해서 세입자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선, 보도한 사례처럼 집주인이 너무 자주 바뀐다... 그렇다면 우선 의심을 해봐야 하고요.

바뀐 집주인을 직접 만나는 게 좋습니다.

또, 만약을 대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꼭 들어놔야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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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세 끼고 산 집에 웬 ‘전세 세입자’…수도권·대전 피해 신고 속출
    • 입력 2022-07-04 21:32:25
    • 수정2022-07-04 21:49:40
    뉴스 9
[앵커]

월세 받으려고 오피스텔에 투자하는 분들 있습니다.

월세를 끼고 샀다고 생각했는데, 그 집에 전세 세입자가 살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피해가 수도권과 대전 일대에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김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전에 사는 이 40대 남성은 지난해 말, 수도권의 오피스텔을 샀습니다.

1억 원만 투자하면 70만 원 넘는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공인중개사 말을 믿었습니다.

세입자도 이미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피스텔 계약 피해자 A/음성변조 : "저희 같은 매수자 입장에선 굉장히 좋은 투자기회일거라 생각한거죠. 매달 월세가 들어왔기 때문에…."]

서류만 보고 계약했지만,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세에 별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반년도 안돼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오피스텔 계약 피해자 A/음성변조 : "월세 계약인줄 알고 있었는데 전세 세입자라는 명목으로 내용증명이 온 거예요. '당신 누구냐' 싸움이 난 거죠. 저희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경기도 하남의 오피스텔에 사는 30대 여성은 2년 새 집 주인을 세 명이나 겪었습니다.

[오피스텔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지금 집주인이 세 번째인데 두 번째에서 세 번째로 바뀔 때 일주일 만에 바뀌었다고 연락이 와서 그게 좀 이상했고…."]

더 이상한 건 그 뒤였습니다.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뒤늦게 연락이 된 집 주인은 계속 월세를 받아왔다고 했습니다.

[오피스텔 전세 세입자/음성변조 : "제 집도 아니고, 제 전세금이 다 들어가 있는 상황인데,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당황스럽고."]

문제의 거래들 사이엔 한 '부동산 법인'이 있었습니다.

전세를 낀 오피스텔이 매매 과정에 월세로 둔갑해 팔렸던 겁니다.

[수도권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주인이 변동돼서 우편물을 안내문을 발송하는 과정에서 쉽게 말하면 '전세사기'를 친 거를 알게 된 거죠."]

수도권과 대전 일대에서 피해 신고가 속출하는 상황, 집을 판 부동산 법인을 찾아가 봤습니다.

["안 계세요?"]

각종 '내용증명'과 '등기'가 도착했다는 기록만 붙어있습니다.

[건물 관계자/음성변조 : "관리비도 계속 밀려있어요. 아예 연락 두절 중인 것 같은데요."]

연결해준 공인중개사들 역시 잠적했습니다.

취재진은 이들 중개사가 거래한 내역 일부를 확보했습니다.

2021년 11월, 법인이 오피스텔을 사들인 뒤, 불과 사흘 만에 다른 투자자에게 팔아 넘기는 식, 상당수가 이른바 '단타 매매'였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최소 40건이 넘습니다.

피해자 20여 명은 이미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법인은 "관련 거래를 증빙할 자료를 보내달라",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하겠다"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실제로는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피해자들은 호소합니다.

[부동산 법인 측-피해자 통화/음성변조 : "이 사람(관계자)이 벌인 깡통 전세, 월세 사기 상황이고요. 지금 전화를 400명…. 400명이 아니야 500명으로 늘어났어…."]

[오피스텔 계약 피해자 B/음성변조 : "(공인중개사가) 보상을 해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갔는데, 그 내용 싹 빠지고 '자기도 피해자다' 인정에 호소를…."]

피해 사례가 급증하자 일부 지자체는 관내 공인중개사들에게 주의하라는 공문까지 발송했습니다.

KBS 뉴스 김민혁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 조원준/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노경일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김민혁 기자와 좀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김 기자, 부동산을 사면서 세를 든 사람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확인을 안한다... 선뜻 이해가 안 가는데요?

[기자]

네, 저희가 취재하면서 직접 접촉한 피해자만 5명이었습니다.

이분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가 '정말 감쪽같이 속았다'는 겁니다.

지금 화면에 나오는 게, 당시 그분들이 쓴, 계약서의 일부인데요.

월세 세입자를 보면,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 LH 같은 공기업도 있거든요.

이런 회사 직원들의 숙소로 쓰인다고 하고, 또 실제 월세도 회사 이름으로 입금이 돼 쉽게 의심을 못한겁니다.

또, 등기부등본을 봐도 전세권을 설정한 경우가 아니면 세입자가 누군지, 월세인지 안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부동산 사기가 유독 오피스텔에서 자주 일어나곤 하는데, 그 이유가 뭐죠?

[기자]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시세 비교'가 어렵습니다.

특히, 신축의 경우 시세가 형성돼 있지 않기도 한데요.

그래서 매매가가 제각각일 때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보다 더 싸기 때문에, 사회초년생들 위주로 오피스텔에 대한 전세 수요는 꾸준하거든요.

이 두 가지 특성이 맞물리면서 전세가 매매보다 비싼, 이른바 '깡통 전세'가 꽤 흔합니다.

이런 집들을 내 돈 몇 푼 들이지 않고 매수한 다음에,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투자자들에게 되파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비슷한 피해가 늘고 있는데,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먼저, 매수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건 세입자를 직접 만나보는 겁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 피해자 대부분은 대전에 살고 있고, 매수한 집은 수도권에 있었거든요.

거리도 있다 보니, 피해자들이 장거리를 이동해서 세입자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선, 보도한 사례처럼 집주인이 너무 자주 바뀐다... 그렇다면 우선 의심을 해봐야 하고요.

바뀐 집주인을 직접 만나는 게 좋습니다.

또, 만약을 대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꼭 들어놔야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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