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반도체 패권’ 내줄라…다급한 美·추격하는 中
입력 2022.07.18 (10:52)
수정 2022.07.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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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5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찾은 곳, 바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었죠.
반도체 산업 육성에 미국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였는데요.
이미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장악했다고 평가받는 미국이 이렇게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황 기자, 미국이 '반도체 패권 지키기'에 뛰어들었다고 봐야 하는 거죠?
[기자]
네, 정부와 의회, 재계를 가리지 않고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 우리 돈 약 65조 원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이른바 '반도체지원법'을 발의했는데요.
여야 공방으로 의회에서 법안 처리가 늦어지자, 일단 반도체 지원금 부분만 따로 떼서 입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나 레이몬도/미 상무부 장관 : "8월 의회 휴회 전에 가능한 강력하고 포괄적인 법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특히 반도체 투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반도체 회사들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투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반도체 동맹 맺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반도체 선진국인 미국과 우리나라, 타이완, 일본을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이른바 '칩 4 동맹'으로 묶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습니다.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는 심지어 "한국과 타이완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도록 미국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앵커]
미국은 이미 반도체 1위 국가인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반도체는 흔히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죠.
인공지능이나 전기차 같은 미래 유망 산업뿐 아니라 군대 등 국가 안보, 은행과 같은 기초적인 경제 시스템까지 컴퓨터 기반의 모든 분야에서 '반도체'가 빠지지 않습니다.
아직까진 미국이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그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추셉니다.
[탐 콜필드/'글로벌파운드리(반도체 제조업체)' CEO : "미국이 세계 칩의 37%를 제조한 것은 90년대였습니다. 최근엔 12%로 떨어졌습니다. 문제는 제조업이 미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전통 강자 미국을 밀어내고 있는 나라는 G2의 또 다른 한 축, 중국인데요.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왔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 대비 33%나 늘었습니다.
공급 뿐 아니라 반도체 수요 면에서도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인데요,
2000년대 초반 18%였던 반도체 소비 시장 점유율이 2019년 60%로 뛰어, 현재 중국은 전세계에서 반도체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입니다.
같은 기간 미국은 19%에서 11%로 크게 줄었습니다.
[앵커]
중국이 반도체 신흥강자로 바짝 추격해오면서 미국이 다급해진거군요.
그럼 앞으로는 반도체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을까요?
[기자]
쉽게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말하자면 '세계화의 집약체'인데요.
다양한 첨단 기술과 복잡한 공정 과정을 거쳐 만들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모두 수 많은 협력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한 반도체 회사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만 무려 1만 6천개에 이르는데, 이중 절반은 미국 밖에 있습니다.
앞서 중국이 전세계 반도체 소비의 60%를 차지한다고 말씀드렸죠,
즉 중국은 미국에도 주요한 고객이라는 겁니다.
한 국제 문제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시장이 미국 전체 반도체 판매의 36%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자기 파괴적인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 입장에선 중국을 아예 배제할 수도 그렇다고 협력할 수도 없는 셈이네요.
두 나라의 반도체 패권 다툼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기자]
앞으로 두 나라의 주요 전장은 '타이완' 될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완에는 세계 1위 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라는 회사가 있는데요.
전 세계 반도체 수탁 생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업체입니다.
애플과 인텔 등 미국 주요 기업들도 이 업체가 만들어 준 반도체를 씁니다.
미국은 앞서 말씀드린 '칩4'에 타이완을 끌어들이고, 지난달엔 타이완과 별도로 경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TSMC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타이완의 밀착을 중국이 순순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거라는데 있습니다.
중국의 한 경제학자가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면 중국이 TSMC를 점령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 등 타이완을 둘러싼 두 나라의 갈등은 점점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지난 5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찾은 곳, 바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었죠.
반도체 산업 육성에 미국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였는데요.
이미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장악했다고 평가받는 미국이 이렇게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황 기자, 미국이 '반도체 패권 지키기'에 뛰어들었다고 봐야 하는 거죠?
[기자]
네, 정부와 의회, 재계를 가리지 않고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 우리 돈 약 65조 원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이른바 '반도체지원법'을 발의했는데요.
여야 공방으로 의회에서 법안 처리가 늦어지자, 일단 반도체 지원금 부분만 따로 떼서 입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나 레이몬도/미 상무부 장관 : "8월 의회 휴회 전에 가능한 강력하고 포괄적인 법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특히 반도체 투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반도체 회사들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투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반도체 동맹 맺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반도체 선진국인 미국과 우리나라, 타이완, 일본을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이른바 '칩 4 동맹'으로 묶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습니다.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는 심지어 "한국과 타이완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도록 미국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앵커]
미국은 이미 반도체 1위 국가인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반도체는 흔히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죠.
인공지능이나 전기차 같은 미래 유망 산업뿐 아니라 군대 등 국가 안보, 은행과 같은 기초적인 경제 시스템까지 컴퓨터 기반의 모든 분야에서 '반도체'가 빠지지 않습니다.
아직까진 미국이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그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추셉니다.
[탐 콜필드/'글로벌파운드리(반도체 제조업체)' CEO : "미국이 세계 칩의 37%를 제조한 것은 90년대였습니다. 최근엔 12%로 떨어졌습니다. 문제는 제조업이 미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전통 강자 미국을 밀어내고 있는 나라는 G2의 또 다른 한 축, 중국인데요.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왔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 대비 33%나 늘었습니다.
공급 뿐 아니라 반도체 수요 면에서도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인데요,
2000년대 초반 18%였던 반도체 소비 시장 점유율이 2019년 60%로 뛰어, 현재 중국은 전세계에서 반도체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입니다.
같은 기간 미국은 19%에서 11%로 크게 줄었습니다.
[앵커]
중국이 반도체 신흥강자로 바짝 추격해오면서 미국이 다급해진거군요.
그럼 앞으로는 반도체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을까요?
[기자]
쉽게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말하자면 '세계화의 집약체'인데요.
다양한 첨단 기술과 복잡한 공정 과정을 거쳐 만들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모두 수 많은 협력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한 반도체 회사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만 무려 1만 6천개에 이르는데, 이중 절반은 미국 밖에 있습니다.
앞서 중국이 전세계 반도체 소비의 60%를 차지한다고 말씀드렸죠,
즉 중국은 미국에도 주요한 고객이라는 겁니다.
한 국제 문제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시장이 미국 전체 반도체 판매의 36%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자기 파괴적인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 입장에선 중국을 아예 배제할 수도 그렇다고 협력할 수도 없는 셈이네요.
두 나라의 반도체 패권 다툼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기자]
앞으로 두 나라의 주요 전장은 '타이완' 될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완에는 세계 1위 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라는 회사가 있는데요.
전 세계 반도체 수탁 생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업체입니다.
애플과 인텔 등 미국 주요 기업들도 이 업체가 만들어 준 반도체를 씁니다.
미국은 앞서 말씀드린 '칩4'에 타이완을 끌어들이고, 지난달엔 타이완과 별도로 경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TSMC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타이완의 밀착을 중국이 순순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거라는데 있습니다.
중국의 한 경제학자가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면 중국이 TSMC를 점령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 등 타이완을 둘러싼 두 나라의 갈등은 점점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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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7-18 10:52:37
- 수정2022-07-18 11: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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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찾은 곳, 바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었죠.
반도체 산업 육성에 미국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였는데요.
이미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장악했다고 평가받는 미국이 이렇게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황 기자, 미국이 '반도체 패권 지키기'에 뛰어들었다고 봐야 하는 거죠?
[기자]
네, 정부와 의회, 재계를 가리지 않고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 우리 돈 약 65조 원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이른바 '반도체지원법'을 발의했는데요.
여야 공방으로 의회에서 법안 처리가 늦어지자, 일단 반도체 지원금 부분만 따로 떼서 입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나 레이몬도/미 상무부 장관 : "8월 의회 휴회 전에 가능한 강력하고 포괄적인 법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특히 반도체 투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반도체 회사들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투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반도체 동맹 맺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반도체 선진국인 미국과 우리나라, 타이완, 일본을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이른바 '칩 4 동맹'으로 묶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습니다.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는 심지어 "한국과 타이완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도록 미국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앵커]
미국은 이미 반도체 1위 국가인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반도체는 흔히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죠.
인공지능이나 전기차 같은 미래 유망 산업뿐 아니라 군대 등 국가 안보, 은행과 같은 기초적인 경제 시스템까지 컴퓨터 기반의 모든 분야에서 '반도체'가 빠지지 않습니다.
아직까진 미국이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그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추셉니다.
[탐 콜필드/'글로벌파운드리(반도체 제조업체)' CEO : "미국이 세계 칩의 37%를 제조한 것은 90년대였습니다. 최근엔 12%로 떨어졌습니다. 문제는 제조업이 미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전통 강자 미국을 밀어내고 있는 나라는 G2의 또 다른 한 축, 중국인데요.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왔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 대비 33%나 늘었습니다.
공급 뿐 아니라 반도체 수요 면에서도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인데요,
2000년대 초반 18%였던 반도체 소비 시장 점유율이 2019년 60%로 뛰어, 현재 중국은 전세계에서 반도체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입니다.
같은 기간 미국은 19%에서 11%로 크게 줄었습니다.
[앵커]
중국이 반도체 신흥강자로 바짝 추격해오면서 미국이 다급해진거군요.
그럼 앞으로는 반도체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을까요?
[기자]
쉽게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말하자면 '세계화의 집약체'인데요.
다양한 첨단 기술과 복잡한 공정 과정을 거쳐 만들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모두 수 많은 협력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한 반도체 회사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만 무려 1만 6천개에 이르는데, 이중 절반은 미국 밖에 있습니다.
앞서 중국이 전세계 반도체 소비의 60%를 차지한다고 말씀드렸죠,
즉 중국은 미국에도 주요한 고객이라는 겁니다.
한 국제 문제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시장이 미국 전체 반도체 판매의 36%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자기 파괴적인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 입장에선 중국을 아예 배제할 수도 그렇다고 협력할 수도 없는 셈이네요.
두 나라의 반도체 패권 다툼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기자]
앞으로 두 나라의 주요 전장은 '타이완' 될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완에는 세계 1위 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라는 회사가 있는데요.
전 세계 반도체 수탁 생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업체입니다.
애플과 인텔 등 미국 주요 기업들도 이 업체가 만들어 준 반도체를 씁니다.
미국은 앞서 말씀드린 '칩4'에 타이완을 끌어들이고, 지난달엔 타이완과 별도로 경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TSMC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타이완의 밀착을 중국이 순순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거라는데 있습니다.
중국의 한 경제학자가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면 중국이 TSMC를 점령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 등 타이완을 둘러싼 두 나라의 갈등은 점점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지난 5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찾은 곳, 바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었죠.
반도체 산업 육성에 미국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였는데요.
이미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장악했다고 평가받는 미국이 이렇게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황 기자, 미국이 '반도체 패권 지키기'에 뛰어들었다고 봐야 하는 거죠?
[기자]
네, 정부와 의회, 재계를 가리지 않고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 우리 돈 약 65조 원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이른바 '반도체지원법'을 발의했는데요.
여야 공방으로 의회에서 법안 처리가 늦어지자, 일단 반도체 지원금 부분만 따로 떼서 입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나 레이몬도/미 상무부 장관 : "8월 의회 휴회 전에 가능한 강력하고 포괄적인 법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특히 반도체 투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반도체 회사들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투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반도체 동맹 맺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반도체 선진국인 미국과 우리나라, 타이완, 일본을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이른바 '칩 4 동맹'으로 묶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습니다.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는 심지어 "한국과 타이완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도록 미국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앵커]
미국은 이미 반도체 1위 국가인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반도체는 흔히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죠.
인공지능이나 전기차 같은 미래 유망 산업뿐 아니라 군대 등 국가 안보, 은행과 같은 기초적인 경제 시스템까지 컴퓨터 기반의 모든 분야에서 '반도체'가 빠지지 않습니다.
아직까진 미국이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그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추셉니다.
[탐 콜필드/'글로벌파운드리(반도체 제조업체)' CEO : "미국이 세계 칩의 37%를 제조한 것은 90년대였습니다. 최근엔 12%로 떨어졌습니다. 문제는 제조업이 미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전통 강자 미국을 밀어내고 있는 나라는 G2의 또 다른 한 축, 중국인데요.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왔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 대비 33%나 늘었습니다.
공급 뿐 아니라 반도체 수요 면에서도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인데요,
2000년대 초반 18%였던 반도체 소비 시장 점유율이 2019년 60%로 뛰어, 현재 중국은 전세계에서 반도체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입니다.
같은 기간 미국은 19%에서 11%로 크게 줄었습니다.
[앵커]
중국이 반도체 신흥강자로 바짝 추격해오면서 미국이 다급해진거군요.
그럼 앞으로는 반도체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을까요?
[기자]
쉽게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말하자면 '세계화의 집약체'인데요.
다양한 첨단 기술과 복잡한 공정 과정을 거쳐 만들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모두 수 많은 협력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한 반도체 회사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만 무려 1만 6천개에 이르는데, 이중 절반은 미국 밖에 있습니다.
앞서 중국이 전세계 반도체 소비의 60%를 차지한다고 말씀드렸죠,
즉 중국은 미국에도 주요한 고객이라는 겁니다.
한 국제 문제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시장이 미국 전체 반도체 판매의 36%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자기 파괴적인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 입장에선 중국을 아예 배제할 수도 그렇다고 협력할 수도 없는 셈이네요.
두 나라의 반도체 패권 다툼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기자]
앞으로 두 나라의 주요 전장은 '타이완' 될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완에는 세계 1위 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라는 회사가 있는데요.
전 세계 반도체 수탁 생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업체입니다.
애플과 인텔 등 미국 주요 기업들도 이 업체가 만들어 준 반도체를 씁니다.
미국은 앞서 말씀드린 '칩4'에 타이완을 끌어들이고, 지난달엔 타이완과 별도로 경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TSMC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타이완의 밀착을 중국이 순순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거라는데 있습니다.
중국의 한 경제학자가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면 중국이 TSMC를 점령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 등 타이완을 둘러싼 두 나라의 갈등은 점점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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