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물건은 있는데 가격은 없다?…중남미 물가 상승 ‘아우성’

입력 2022.07.20 (10:52) 수정 2022.07.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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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치솟는 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중남미 파나마에서 수 주째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 등 중남미 여러 국가에서도 치솟는 물가 때문에 시위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는데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중남미 국가들이 특히 더 큰 타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파나마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 비교적 물가가 안정적인 곳인데도, 시위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고요?

[기자]

네, 파나마는 미국 달러를 법정 통화로 쓰는 국가인데요.

그래서 다른 중남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안정적이지만, 전 세계적인 원유 가격 상승에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현재 파나마의 연료비는 지난 1월보다 47%나 올랐는데요.

고유가가 생필품 가격까지 밀어 올리면서, 정부를 상대로 한 시위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파나마 시민/의대생 :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어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의료용품도, 약도 살 수 없습니다. 월급도 깎이고 일도 없습니다. 의사에게 줄 돈도 없어서 의대생으로서 제 미래가 매우 걱정됩니다."]

시위대의 요구가 거세지자 파나마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휘발유 가격을 24% 정도 깎아서 갤런당 3.95달러로 낮추고, 주요 생필품 10가지도 가격 상한제를 두기로 했는데요.

시위대는 휘발유 가격을 3달러 아래로 더 낮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파나마는 중남미 중에서도 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했는데, 그럼 다른 국가들은 물가 상승이 더 심각하다는 건가요?

[기자]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자고 나면 물가가 오르는 상황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4%나 올랐는데요.

물가 오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 연말엔 100% 가 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가스·전기 등 에너지와 의료비 등 필수재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경제난이 심각한 아르헨티나는 이미 2018년부터 IMF 구제 금융을 받고 있는데요.

IMF와 협상을 이끌어왔던 마르틴 구스만 경제 장관이 이달 초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진 상황입니다.

내일이면 또 가격이 오르니까, 일부 상점들은 가게 문을 닫고 상품들을 쟁여두기 시작했고요.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르헨티나 농부 : "먹고 살려고 일을 하는데, 남는 게 거의 없습니다. 예전엔 이익을 봤지만, 지금은 전혀 돈을 벌지 못합니다."]

중남미의 또 다른 국가 에콰도르에서도 지난달 18일 동안 계속해서 벌어진 격렬한 물가 상승 시위 와중에 최소 6명이 숨졌습니다.

페루에서도 최근 연료값 상승에 항의하며 화물노조가 집단 파업하는 등 중남미 곳곳이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앵커]

대부분 폭등하는 유가를 견디지 못하고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것 같네요?

[기자]

네, 중남미 국가들 대부분은 가계 경제에서 연료와 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지난 2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급등한 유가에 중남미 국가들이 더 크게 타격을 받은 이유입니다.

또, 연료비가 비싸지면 공장을 돌리는 비용도 오르고, 그러면 다른 상품들값도 뛸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이 기준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달러 가치가 높아졌죠.

국제 시장에서 원유를 사오려면 달러로 거래해야 하는데, 달러가 비싸지니 이들 국가의 구매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안정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건데요.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적대적 관계에 있던 사우디 등 중동 산유 국가들을 순방하고 석유 증산을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확답은 받지 못했습니다.

[모하메드 빈 살만/사우디 왕세자 : "우리는 하루 1,300만 배럴로 생산능력을 늘린다고 발표한 데 대해선 제 역할을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그 이상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은 없습니다."]

자존심을 굽혀가며 치솟는 유가를 잡아보려 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빈손 귀국을 했다는 혹평만 받고 있습니다.

[앵커]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석유 증산도 어렵다면 중남미 국가들 상황은 앞으로 더 나빠지는 걸까요?

[기자]

국제통화기금, IMF는 이미 4월에 중남미의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고물가와 전쟁, 미국의 긴축정책 등이 겹치면 중남미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거라며, 저소득층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경고한 건데요.

그러면서 대안으로 곡물 재배와 수출량을 늘리는 것을 제시했습니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자리를 중남미 국가들이 메운다면 일석이조라는 것이죠.

실제로 중남미 중에서도 원자재와 식량이 풍부한 브라질의 경우 해외 투자 자본이 몰리면서, 지난 1분기 증시가 14%나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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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0 10:52:46
    • 수정2022-07-20 11: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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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중남미 파나마에서 수 주째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 등 중남미 여러 국가에서도 치솟는 물가 때문에 시위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는데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중남미 국가들이 특히 더 큰 타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파나마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 비교적 물가가 안정적인 곳인데도, 시위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고요?

[기자]

네, 파나마는 미국 달러를 법정 통화로 쓰는 국가인데요.

그래서 다른 중남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안정적이지만, 전 세계적인 원유 가격 상승에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현재 파나마의 연료비는 지난 1월보다 47%나 올랐는데요.

고유가가 생필품 가격까지 밀어 올리면서, 정부를 상대로 한 시위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파나마 시민/의대생 :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어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의료용품도, 약도 살 수 없습니다. 월급도 깎이고 일도 없습니다. 의사에게 줄 돈도 없어서 의대생으로서 제 미래가 매우 걱정됩니다."]

시위대의 요구가 거세지자 파나마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휘발유 가격을 24% 정도 깎아서 갤런당 3.95달러로 낮추고, 주요 생필품 10가지도 가격 상한제를 두기로 했는데요.

시위대는 휘발유 가격을 3달러 아래로 더 낮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파나마는 중남미 중에서도 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했는데, 그럼 다른 국가들은 물가 상승이 더 심각하다는 건가요?

[기자]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자고 나면 물가가 오르는 상황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4%나 올랐는데요.

물가 오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 연말엔 100% 가 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가스·전기 등 에너지와 의료비 등 필수재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경제난이 심각한 아르헨티나는 이미 2018년부터 IMF 구제 금융을 받고 있는데요.

IMF와 협상을 이끌어왔던 마르틴 구스만 경제 장관이 이달 초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진 상황입니다.

내일이면 또 가격이 오르니까, 일부 상점들은 가게 문을 닫고 상품들을 쟁여두기 시작했고요.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르헨티나 농부 : "먹고 살려고 일을 하는데, 남는 게 거의 없습니다. 예전엔 이익을 봤지만, 지금은 전혀 돈을 벌지 못합니다."]

중남미의 또 다른 국가 에콰도르에서도 지난달 18일 동안 계속해서 벌어진 격렬한 물가 상승 시위 와중에 최소 6명이 숨졌습니다.

페루에서도 최근 연료값 상승에 항의하며 화물노조가 집단 파업하는 등 중남미 곳곳이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앵커]

대부분 폭등하는 유가를 견디지 못하고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것 같네요?

[기자]

네, 중남미 국가들 대부분은 가계 경제에서 연료와 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지난 2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급등한 유가에 중남미 국가들이 더 크게 타격을 받은 이유입니다.

또, 연료비가 비싸지면 공장을 돌리는 비용도 오르고, 그러면 다른 상품들값도 뛸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이 기준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달러 가치가 높아졌죠.

국제 시장에서 원유를 사오려면 달러로 거래해야 하는데, 달러가 비싸지니 이들 국가의 구매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안정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건데요.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적대적 관계에 있던 사우디 등 중동 산유 국가들을 순방하고 석유 증산을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확답은 받지 못했습니다.

[모하메드 빈 살만/사우디 왕세자 : "우리는 하루 1,300만 배럴로 생산능력을 늘린다고 발표한 데 대해선 제 역할을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그 이상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은 없습니다."]

자존심을 굽혀가며 치솟는 유가를 잡아보려 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빈손 귀국을 했다는 혹평만 받고 있습니다.

[앵커]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석유 증산도 어렵다면 중남미 국가들 상황은 앞으로 더 나빠지는 걸까요?

[기자]

국제통화기금, IMF는 이미 4월에 중남미의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고물가와 전쟁, 미국의 긴축정책 등이 겹치면 중남미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거라며, 저소득층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경고한 건데요.

그러면서 대안으로 곡물 재배와 수출량을 늘리는 것을 제시했습니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자리를 중남미 국가들이 메운다면 일석이조라는 것이죠.

실제로 중남미 중에서도 원자재와 식량이 풍부한 브라질의 경우 해외 투자 자본이 몰리면서, 지난 1분기 증시가 14%나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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