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문체부’ 첫 업무보고는 ‘기승전 청와대’?

입력 2022.07.21 (17:30) 수정 2022.07.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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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오늘(2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 계획을 보고했습니다. 새 정부 첫 업무보고인 만큼, 향후 5년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할 문화·체육 정책의 큰 줄기가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가 모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보고의 초점은 '청와대를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처럼 만들겠다'는 청와대 개방 2단계 진행 계획에 맞춰졌습니다. 청와대에 '이건희 컬렉션' 같은 유명 미술 작품을 유치해 본관과 관저, 야외 정원 등을 이른바 '프리미엄 근·현대 미술 전시공간'으로 꾸미겠다는 내용입니다.

▶ 바로 가기 : 문체부 "청와대, 고품격 미술 전시공간으로 만들 것"
▶ 바로 가기 : 윤 대통령 "청와대, 국민의 복합 예술 공간 될 수 있게 기획"

문체부가 공개한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전체의 4분의 1 이상이 청와대 개방 계획에 할애됐습니다. 자연스럽게 문화와 예술, 관광 분야 언급은 순서가 밀리거나 내용이 줄었습니다. 특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운동하는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언급을 빼면, 11쪽 분량의 자료에서 체육 관련 내용은 아예 찾아보기 힘듭니다.

보고 하루 전,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나 진행한 사전 브리핑에서도 청와대 개방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습니다. 질의 응답 말미, 윤석열 정부만의 차별화된 정책 과제를 말해 달라는 한 기자의 요청에 박 장관은 "청와대 개방이 차별화된 정책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문체부의 이번 업무 보고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박보균 장관으로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박보균 장관으로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물론 문체부의 업무 보고에는 각종 문화 예술 지원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 등 영화인들이 직접 윤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했던 영화발전기금의 경우, 내년부터 2025년까지 3천억 원의 재원을 확충하기로 했습니다. 400억 원 규모의 드라마 펀드를 조성하고, 정부 예산 1조 4천억 원과 나머지 민간 투자 금액을 합쳐 5년간 4조 8천억 원을 모태펀드 등의 형태로 콘텐츠 업계에 공급하는 방안 등도 추진됩니다.

보고 자료에 없다고 해서 문체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잘 되는 영화나 K-팝 말고, 위기에 놓인 출판 산업이나 전통 문화 관련 정책은 없느냐는 질문에 사전 브리핑에 배석한 한 국장은 "핵심적인 내용만 포함되다 보니 지금은 없지만, 출판 분야는 8월 초에 따로 구체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국민과 함께하는 세계 일류 문화 매력 국가'를 만들겠다는 문체부의 첫 정책 과제 설명 대부분이 청와대 개방에 집중됐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시장과 조각공원으로 청와대를 꾸미겠다는 계획은 물론 중요하지만, 국가 부처의 운영 방향이 담긴 '정책'이 되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코로나 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관광과 예술·체육 분야 종사자들이 정부의 정책 발표 한 마디 한 마디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달 초, 거창한 비전 선포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전략을 보고하는 방식으로 부처별 업무 보고를 바꾸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새 정부 출범일에 맞춰 곧장 개방된 청와대를 두고 2달여 만에 첫 활용 방안을 내놓은 문체부가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내실 있는 답을 가져오길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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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문체부’ 첫 업무보고는 ‘기승전 청와대’?
    • 입력 2022-07-21 17:30:28
    • 수정2022-07-21 17:59:22
    취재K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오늘(2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 계획을 보고했습니다. 새 정부 첫 업무보고인 만큼, 향후 5년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할 문화·체육 정책의 큰 줄기가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가 모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보고의 초점은 '청와대를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처럼 만들겠다'는 청와대 개방 2단계 진행 계획에 맞춰졌습니다. 청와대에 '이건희 컬렉션' 같은 유명 미술 작품을 유치해 본관과 관저, 야외 정원 등을 이른바 '프리미엄 근·현대 미술 전시공간'으로 꾸미겠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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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가기 : 윤 대통령 "청와대, 국민의 복합 예술 공간 될 수 있게 기획"

문체부가 공개한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전체의 4분의 1 이상이 청와대 개방 계획에 할애됐습니다. 자연스럽게 문화와 예술, 관광 분야 언급은 순서가 밀리거나 내용이 줄었습니다. 특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운동하는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언급을 빼면, 11쪽 분량의 자료에서 체육 관련 내용은 아예 찾아보기 힘듭니다.

보고 하루 전,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나 진행한 사전 브리핑에서도 청와대 개방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습니다. 질의 응답 말미, 윤석열 정부만의 차별화된 정책 과제를 말해 달라는 한 기자의 요청에 박 장관은 "청와대 개방이 차별화된 정책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문체부의 이번 업무 보고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박보균 장관으로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물론 문체부의 업무 보고에는 각종 문화 예술 지원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 등 영화인들이 직접 윤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했던 영화발전기금의 경우, 내년부터 2025년까지 3천억 원의 재원을 확충하기로 했습니다. 400억 원 규모의 드라마 펀드를 조성하고, 정부 예산 1조 4천억 원과 나머지 민간 투자 금액을 합쳐 5년간 4조 8천억 원을 모태펀드 등의 형태로 콘텐츠 업계에 공급하는 방안 등도 추진됩니다.

보고 자료에 없다고 해서 문체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잘 되는 영화나 K-팝 말고, 위기에 놓인 출판 산업이나 전통 문화 관련 정책은 없느냐는 질문에 사전 브리핑에 배석한 한 국장은 "핵심적인 내용만 포함되다 보니 지금은 없지만, 출판 분야는 8월 초에 따로 구체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국민과 함께하는 세계 일류 문화 매력 국가'를 만들겠다는 문체부의 첫 정책 과제 설명 대부분이 청와대 개방에 집중됐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시장과 조각공원으로 청와대를 꾸미겠다는 계획은 물론 중요하지만, 국가 부처의 운영 방향이 담긴 '정책'이 되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코로나 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관광과 예술·체육 분야 종사자들이 정부의 정책 발표 한 마디 한 마디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달 초, 거창한 비전 선포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전략을 보고하는 방식으로 부처별 업무 보고를 바꾸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새 정부 출범일에 맞춰 곧장 개방된 청와대를 두고 2달여 만에 첫 활용 방안을 내놓은 문체부가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내실 있는 답을 가져오길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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