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 협상 난항…우유 대란 오나?

입력 2022.07.25 (21:18) 수정 2022.07.2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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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우윳값을 결정할 원윳값 협상 시한이 이제 일주일 남았습니다.

그런데 협상은 첫 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대 쟁점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윳값 산정 개편안'입니다.

지금까지 마시는 '흰 우유'와 치즈 등을 만들 때 쓰이는 '가공용 우유'에 같은 값을 적용했는데, 앞으론 가공용 우유 가격을 낮추자는 겁니다.

낙농가는 거세게 반발하면서 납유 거부까지 검토하고 있고, 정부와 유가공업계는 납품가를 계속 올려줄 수만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양측의 입장과 엇갈리는 이유를 장혁진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젖소 100여 마리를 키우는 농장, 한 달 사룟값만 3천만 원, 지난해보다 천만 원이 더 들어갑니다.

여기에 축사 냉방비, 인건비 부담도 늘었습니다.

[최상열/농장 주인 : "폐업하는 농가가 거의 없었는데 지금 제 주변에도 한두 농가가 폐업을 하고 또 폐업을 생각을 하고 있는 농가가 있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되는 부분입니다."]

젖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원유 체세포 수가 높아져 납품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른 가축에 비해 개체당 사육면적이 넓은데, 생산비가 높아지는 요인입니다.

낙농 농가의 평균 부채는 2년 동안 40% 가까이 늘었고, 220곳이 넘게 문을 닫았습니다.

남은 젖소는 39만 7천여 마리, 11년 전 구제역 파동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게 낙농협회 조사 결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공용 우유에 800원을 받으면, 더는 낙농이 어렵다는 겁니다.

[이승호/낙농협회장 : "현실적으로 지금 생산비가 900원, 1,000원이 돼야 이제 다 (손익분기점)을 넘는데 누가 800원짜리를 짜겠어요. 손해를 보고 짜겠냐는 얘기예요."]

정부와 유가공업계는 흰 우유는 덜 먹고, 가공 유제품 소비는 늘어난 시장 상황을 현행 체계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유럽, 미국 등지의 원유 가격이 국산 원유 가격의 절반에 불과해 국산 원유로 가공 제품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창범/한국유가공협회장 : "유가공 제품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국내 우유 시장 자체도 잠식이 되고 있는 거죠."]

4년 뒤에는 EU나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유제품에 대한 관세마저 사라져 가격 경쟁력에서 더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박범수/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 : "정부는 제도 개편 과정에서 농가 소득의 감소가 없도록 국산 원유를 이용한 프리미엄 유제품 개발 R&D 지원, 또 가공에 적합한 새로운 품종의 젖소 도입 지원 등을 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수입 사료에 붙는 관세를 없애는 지원책도 내놓으며 낙농가를 설득하고 있지만, 낙농가는 이에 반발하며 원유 공급을 거부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장혁진입니다.

영상편집:위강해/CG: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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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유가격 협상 난항…우유 대란 오나?
    • 입력 2022-07-25 21:18:07
    • 수정2022-07-26 08:07:39
    뉴스 9
[앵커]

올해 우윳값을 결정할 원윳값 협상 시한이 이제 일주일 남았습니다.

그런데 협상은 첫 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대 쟁점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윳값 산정 개편안'입니다.

지금까지 마시는 '흰 우유'와 치즈 등을 만들 때 쓰이는 '가공용 우유'에 같은 값을 적용했는데, 앞으론 가공용 우유 가격을 낮추자는 겁니다.

낙농가는 거세게 반발하면서 납유 거부까지 검토하고 있고, 정부와 유가공업계는 납품가를 계속 올려줄 수만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양측의 입장과 엇갈리는 이유를 장혁진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젖소 100여 마리를 키우는 농장, 한 달 사룟값만 3천만 원, 지난해보다 천만 원이 더 들어갑니다.

여기에 축사 냉방비, 인건비 부담도 늘었습니다.

[최상열/농장 주인 : "폐업하는 농가가 거의 없었는데 지금 제 주변에도 한두 농가가 폐업을 하고 또 폐업을 생각을 하고 있는 농가가 있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되는 부분입니다."]

젖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원유 체세포 수가 높아져 납품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른 가축에 비해 개체당 사육면적이 넓은데, 생산비가 높아지는 요인입니다.

낙농 농가의 평균 부채는 2년 동안 40% 가까이 늘었고, 220곳이 넘게 문을 닫았습니다.

남은 젖소는 39만 7천여 마리, 11년 전 구제역 파동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게 낙농협회 조사 결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공용 우유에 800원을 받으면, 더는 낙농이 어렵다는 겁니다.

[이승호/낙농협회장 : "현실적으로 지금 생산비가 900원, 1,000원이 돼야 이제 다 (손익분기점)을 넘는데 누가 800원짜리를 짜겠어요. 손해를 보고 짜겠냐는 얘기예요."]

정부와 유가공업계는 흰 우유는 덜 먹고, 가공 유제품 소비는 늘어난 시장 상황을 현행 체계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유럽, 미국 등지의 원유 가격이 국산 원유 가격의 절반에 불과해 국산 원유로 가공 제품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창범/한국유가공협회장 : "유가공 제품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국내 우유 시장 자체도 잠식이 되고 있는 거죠."]

4년 뒤에는 EU나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유제품에 대한 관세마저 사라져 가격 경쟁력에서 더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박범수/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 : "정부는 제도 개편 과정에서 농가 소득의 감소가 없도록 국산 원유를 이용한 프리미엄 유제품 개발 R&D 지원, 또 가공에 적합한 새로운 품종의 젖소 도입 지원 등을 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수입 사료에 붙는 관세를 없애는 지원책도 내놓으며 낙농가를 설득하고 있지만, 낙농가는 이에 반발하며 원유 공급을 거부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장혁진입니다.

영상편집:위강해/CG: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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