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배수터널’ 11년 만에 재추진…침수 해결될까?

입력 2022.08.11 (12:59) 수정 2022.08.1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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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크나큰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하자, 서울시가 대형 빗물 터널 건설을 11년 만에 다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왜 이렇게 침수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건지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중부지방에 엄청난 빗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기상관측 기록을 새로 쓴 천재지변으로 도심은 물에 잠겨버렸습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강수량, 시간당 최고 116mm였습니다.

150년 빈도에 해당하는 기록적인 폭우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는데요.

동작구에는 시간당 최고 141.5mm의 비가 내려 5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강우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서울 강남 일대는 거대한 강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30여 년 전에도 물난리가 났었고, 10여 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큰 비가 내릴 때마다 반복되는 도심 침수, 이유는 뭘까요?

전문가들은 포장도로를 우선 원인으로 꼽습니다.

포장도로가 너무 많아서 땅이 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부분을 '불투수 면적'이라고 하는데요.

대도시일수록 이 면적이 크겠죠.

서울의 경우 절반 이상이 아스팔트 포장으로 덮여있어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장석환/대진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 "도시가 모두 아스팔트로 포장이 돼 있으면, 평상시에 비가 오는 것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게 아니고 전부 땅 위로 해서 하수구로 몰려온 그 모든 것을 다 받아내야 되는 거거든요."]

하지만 폭우로 한꺼번에 하수도로 몰려든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배수 처리 용량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환경부 기준을 보면 지선관로는 10년, 간선관로와 빗물펌프장은 각각 30년 단위로 하수관을 설계하게 돼 있는데요.

기후 변화로 잦아지는 폭우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올해 강우처리 설계 기준을 늘려 30년, 50년 빈도의 대홍수에 대비하도록 했지만 임의 규정에 그쳤습니다.

[장석환/대진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 "재난관리시스템에서 과감한 관로 정비를 좀 해야됨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들이 소홀한 부분도 일부 있다고 봐야 되겠죠."]

현재 서울에는 대규모 빗물 저장 시설이 단 한 곳 있습니다.

2년전 서울 양천구에 지어졌는데요.

지하 40미터에 매설된 직경 10미터의 커다란 관으로 쏟아진 빗물을 모았다가 순차적으로 한강으로 흘려보냅니다.

최대 32만 톤 규모로 시간당 100mm의 비가 와도 처리가 가능한데요.

이번 폭우로 12만 톤에 가까운 빗물이 모였지만 양천구엔 피해가 크지 않았습니다.

반면, 강남은 배수 시설이 1.5만 톤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앞으로 10년간 1조 5천억 원을 투자해 시간당 최대 110mm 폭우를 감당할 방재용 지하 터널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2027년까지 강남역 일대와 광화문, 도림천 주변에, 2030년에는 나머지 상습 침수구역 3곳 등 총 6곳에 빗물 저류시설을 짓는단 계획입니다.

[정창삼/인덕대학교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 : "쉽게 말하면 물의 고속도로를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반포천이 아니고 한강본류로 바로 빠져나갈 수 있게 고속도로를 만드는 거죠."]

대규모 공사가 될 수 있는 만큼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과제를 풀어야 하는데요.

[정창삼/인덕대학교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 : "대심도 터널을 강남역에 뚫으려고 하면요, 지하철이 너무 많고요. 광케이블, 가스관,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시공하기가 만만치가 않아요."]

정부와 여당도 내년도 예산안에 대형빗물저류시설 설치 예산을 반영하도록 적극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예산을 배정하되 나중에 삭감되는 반짝 대책이 되지 않도록 하고, 공사가 제때 마무리되도록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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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1 12:59:06
    • 수정2022-08-11 13: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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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크나큰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하자, 서울시가 대형 빗물 터널 건설을 11년 만에 다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왜 이렇게 침수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건지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중부지방에 엄청난 빗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기상관측 기록을 새로 쓴 천재지변으로 도심은 물에 잠겨버렸습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강수량, 시간당 최고 116mm였습니다.

150년 빈도에 해당하는 기록적인 폭우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는데요.

동작구에는 시간당 최고 141.5mm의 비가 내려 5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강우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서울 강남 일대는 거대한 강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30여 년 전에도 물난리가 났었고, 10여 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큰 비가 내릴 때마다 반복되는 도심 침수, 이유는 뭘까요?

전문가들은 포장도로를 우선 원인으로 꼽습니다.

포장도로가 너무 많아서 땅이 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부분을 '불투수 면적'이라고 하는데요.

대도시일수록 이 면적이 크겠죠.

서울의 경우 절반 이상이 아스팔트 포장으로 덮여있어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장석환/대진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 "도시가 모두 아스팔트로 포장이 돼 있으면, 평상시에 비가 오는 것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게 아니고 전부 땅 위로 해서 하수구로 몰려온 그 모든 것을 다 받아내야 되는 거거든요."]

하지만 폭우로 한꺼번에 하수도로 몰려든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배수 처리 용량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환경부 기준을 보면 지선관로는 10년, 간선관로와 빗물펌프장은 각각 30년 단위로 하수관을 설계하게 돼 있는데요.

기후 변화로 잦아지는 폭우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올해 강우처리 설계 기준을 늘려 30년, 50년 빈도의 대홍수에 대비하도록 했지만 임의 규정에 그쳤습니다.

[장석환/대진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 "재난관리시스템에서 과감한 관로 정비를 좀 해야됨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들이 소홀한 부분도 일부 있다고 봐야 되겠죠."]

현재 서울에는 대규모 빗물 저장 시설이 단 한 곳 있습니다.

2년전 서울 양천구에 지어졌는데요.

지하 40미터에 매설된 직경 10미터의 커다란 관으로 쏟아진 빗물을 모았다가 순차적으로 한강으로 흘려보냅니다.

최대 32만 톤 규모로 시간당 100mm의 비가 와도 처리가 가능한데요.

이번 폭우로 12만 톤에 가까운 빗물이 모였지만 양천구엔 피해가 크지 않았습니다.

반면, 강남은 배수 시설이 1.5만 톤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앞으로 10년간 1조 5천억 원을 투자해 시간당 최대 110mm 폭우를 감당할 방재용 지하 터널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2027년까지 강남역 일대와 광화문, 도림천 주변에, 2030년에는 나머지 상습 침수구역 3곳 등 총 6곳에 빗물 저류시설을 짓는단 계획입니다.

[정창삼/인덕대학교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 : "쉽게 말하면 물의 고속도로를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반포천이 아니고 한강본류로 바로 빠져나갈 수 있게 고속도로를 만드는 거죠."]

대규모 공사가 될 수 있는 만큼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과제를 풀어야 하는데요.

[정창삼/인덕대학교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 : "대심도 터널을 강남역에 뚫으려고 하면요, 지하철이 너무 많고요. 광케이블, 가스관,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시공하기가 만만치가 않아요."]

정부와 여당도 내년도 예산안에 대형빗물저류시설 설치 예산을 반영하도록 적극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예산을 배정하되 나중에 삭감되는 반짝 대책이 되지 않도록 하고, 공사가 제때 마무리되도록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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