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악구 반지하, 첫 신고 뒤 ‘통한의 151분’…무슨 일 있었나?

입력 2022.08.17 (18:00) 수정 2022.08.17 (18: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시작된 집중호우는 전국 곳곳에 상처를 남겼습니다. 특히, 반지하 주택의 피해가 컸습니다.

9일 새벽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면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40대 자매와 10대 자녀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자매 가운데 한 명은 발달장애인이었습니다.

당시 8일 밤 8시쯤부터 비가 퍼부으면서 이들의 집 안으로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이웃과 직장 동료 등에게 도움을 요청해 밤 9시쯤 경찰과 소방에 침수 신고가 다수 접수됐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구조의 손길은 이들에게 제때 닿지 못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새벽 0시 반쯤 집 내부에 진입했고, 일가족은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당시 폭우로 경찰과 소방 당국에 피해 신고가 몰리면서 구조대 출동이 늦어졌고 이들의 비극을 막지 못한 겁니다.

KBS 취재진은 이 지점에 주목했습니다. 첫 신고부터 사망까지, 3시간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8일 밤 8시 59분, 첫 신고가 119에 접수됐습니다. 당시 외출 중이던 70대 할머니의 지인이었습니다.

상황요원 : 네 119입니다.
신고자 : 접수됐는지 모르겠고요. 주소 먼저 불러드릴게요. 관악구 00 빌라 00호예요. 여기 지하인데.
상황요원 : 잠시만요 침착하세요. 00번지 00 빌라. 네 무슨 일이세요? 신고된 게 없어요.
신고자 : 신고된 게 없어요? 물이 차 가지고 문을 못 열고 있다고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 들었어요.
상황요원 : 지금 집에 물이 차서 갇혀있는 거예요?
신고자 : 네. (중략) 집에 장애인 딸하고, 어린 손녀 딸이요. 그 어린 손녀의 엄마 두 딸하고, 손녀 딸 초등학생 있어요.
상황요원 : 지금 대피를 못 하신 거죠? 집에 물이 차있어서?
신고자 : 네.
상황요원 : 지금 가볼 것이고요. 00빌라 00호요.
신고자 : 네.
상황요원 : 현장에 계신 분 전화번호 아세요?
신고자 : 통화 가능한 분은 지금 병원에 계신 어머니 번호만 알아요. 제가 어머니 지인이거든요. 그 어머니가 저한테 연락했어요. 119가 너무 통화가 안 된다고.
상황요원: 네 알겠어요. 저희가 00 빌라로 가볼게요. (후략)
(출처 :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

신고를 접수한 방재센터는 밤 9시 2분, 양천소방서 양천 구조대와 구로소방서 고일 구급대에 출동을 지시합니다. 관할인 관악소방서 출동대가 모두 다른 현장에 출동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양천 구조대는 신대방역과 관악 신사시장 근처에서 다른 고립 신고를 받고, 여기서 밤 10시 54분까지 7명을 구조합니다.

밤 9시 38분, 구조대와 비교하면 구조 장비를 제대로 갖출 수 없는 구급대만 사고 현장 인근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허벅지 높이 만큼 불어난 물에 차량을 인근에 세우지 못했고, 밤 10시 20분 다른 신고 대기를 위해 구로소방서로 돌아갑니다.

밤 10시 46분. 아직도 구조대가 오지 않았다며, 첫 신고를 했던 사람이 119에 두 번째 신고를 합니다.

상황요원 : 119입니다.
신고자 : 00번지 아직도 안 와서요.
상황요원 : 잠시만요. 신림이에요?
신고자 : 네 거기 아직 사람 있어 가지고요. (중략) 사람 갇혀있는데 물 다 차 가지고요. 아직도 안 왔어요.
상황요원 : 2명 갇혀 있는 거 맞아요?
신고자: 네.
상황요원 : 네 빨리 가라고 할게요.
(출처 :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

밤 11시 2분. 방재센터는 이번엔 특수구조대에 출동 조치를 합니다. 그런데 특수구조대는 서울 강남구 뱅뱅사거리 일대에서 구조 활동 중인 상황. 거기서 0시까지 해당 구조 활동을 합니다. 신림동 피해 현장엔 가지 못한 겁니다.

그러자 10여 분 뒤인 11시 14분. 다른 목격자가 119에 다시 전화를 겁니다. 세 번째 구조 신고였습니다.

상황요원 : 네 119입니다.
신고자 : 여기 사람 좀 살려주세요. 여기 지하에 장애인이 있고….
상황요원 : 선생님 거기 사람이 갇혀서 못 나오고 있어요?
신고자: 네 장애인이랑 초등학생도 있어요.
상황요원 : 거기 물이 어느 높이까지 찼어요?
신고자 : 여기 지하인데 아예 집이 안 보여요.(중략)
상황요원 : 지하 0호에 갇혀서 못 나온다는 거죠?
신고자 : 네 장애인이랑 엄마랑 초등학생이랑 3명요 여자들 3명.
(출처 :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

3차 신고를 받고 밤 11시 16분이 돼서야 관할서인 관악 소방 지휘차를 포함해 용산 구조대, 금천 구조대, 서대문 구조대 등이 출동합니다.

첫 신고부터 151분 뒤인 밤 11시 30분, 관악소방서 지휘팀이 도착해 현장 통제선을 설치하고, 창문 개방을 시도합니다.

밤 11시 45분, 금천·용산·서대문 구조대원들이 현장에서 인명 수색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40여 분 뒤인 9일 0시 26분부터 숨진 피해자들을 발견합니다.

40대 자매와 10대 자녀. 이들을 '살려달라'는 구조 신고는 8일 밤 8시 59분부터 모두 세 번 119에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반지하 문이 열리고, 첫 피해자를 발견한 건 3시간이 넘은 다음 날 0시 26분이었습니다. 그 사이 관할 구조대와 특수 구조대는 다른 사람을 구하느라 현장에 갈 수 없었습니다.

100년 만의 폭우. 서울 곳곳에서 비 피해 신고가 빗발쳤던 만큼, 소방 당국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건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재난 상황 시, 장애인과 아동처럼 피해 현장을 탈출하기 어려운 구조 대상을 우선으로 하는 등, 매뉴얼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지은 기자(written@kbs.co.kr)·김성수 기자(ssoo@kbs.co.kr)
그래픽 : 권세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 관악구 반지하, 첫 신고 뒤 ‘통한의 151분’…무슨 일 있었나?
    • 입력 2022-08-17 18:00:13
    • 수정2022-08-17 18:11:15
    취재K

지난 8일 시작된 집중호우는 전국 곳곳에 상처를 남겼습니다. 특히, 반지하 주택의 피해가 컸습니다.

9일 새벽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면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40대 자매와 10대 자녀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자매 가운데 한 명은 발달장애인이었습니다.

당시 8일 밤 8시쯤부터 비가 퍼부으면서 이들의 집 안으로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이웃과 직장 동료 등에게 도움을 요청해 밤 9시쯤 경찰과 소방에 침수 신고가 다수 접수됐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구조의 손길은 이들에게 제때 닿지 못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새벽 0시 반쯤 집 내부에 진입했고, 일가족은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당시 폭우로 경찰과 소방 당국에 피해 신고가 몰리면서 구조대 출동이 늦어졌고 이들의 비극을 막지 못한 겁니다.

KBS 취재진은 이 지점에 주목했습니다. 첫 신고부터 사망까지, 3시간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8일 밤 8시 59분, 첫 신고가 119에 접수됐습니다. 당시 외출 중이던 70대 할머니의 지인이었습니다.

상황요원 : 네 119입니다.
신고자 : 접수됐는지 모르겠고요. 주소 먼저 불러드릴게요. 관악구 00 빌라 00호예요. 여기 지하인데.
상황요원 : 잠시만요 침착하세요. 00번지 00 빌라. 네 무슨 일이세요? 신고된 게 없어요.
신고자 : 신고된 게 없어요? 물이 차 가지고 문을 못 열고 있다고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 들었어요.
상황요원 : 지금 집에 물이 차서 갇혀있는 거예요?
신고자 : 네. (중략) 집에 장애인 딸하고, 어린 손녀 딸이요. 그 어린 손녀의 엄마 두 딸하고, 손녀 딸 초등학생 있어요.
상황요원 : 지금 대피를 못 하신 거죠? 집에 물이 차있어서?
신고자 : 네.
상황요원 : 지금 가볼 것이고요. 00빌라 00호요.
신고자 : 네.
상황요원 : 현장에 계신 분 전화번호 아세요?
신고자 : 통화 가능한 분은 지금 병원에 계신 어머니 번호만 알아요. 제가 어머니 지인이거든요. 그 어머니가 저한테 연락했어요. 119가 너무 통화가 안 된다고.
상황요원: 네 알겠어요. 저희가 00 빌라로 가볼게요. (후략)
(출처 :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

신고를 접수한 방재센터는 밤 9시 2분, 양천소방서 양천 구조대와 구로소방서 고일 구급대에 출동을 지시합니다. 관할인 관악소방서 출동대가 모두 다른 현장에 출동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양천 구조대는 신대방역과 관악 신사시장 근처에서 다른 고립 신고를 받고, 여기서 밤 10시 54분까지 7명을 구조합니다.

밤 9시 38분, 구조대와 비교하면 구조 장비를 제대로 갖출 수 없는 구급대만 사고 현장 인근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허벅지 높이 만큼 불어난 물에 차량을 인근에 세우지 못했고, 밤 10시 20분 다른 신고 대기를 위해 구로소방서로 돌아갑니다.

밤 10시 46분. 아직도 구조대가 오지 않았다며, 첫 신고를 했던 사람이 119에 두 번째 신고를 합니다.

상황요원 : 119입니다.
신고자 : 00번지 아직도 안 와서요.
상황요원 : 잠시만요. 신림이에요?
신고자 : 네 거기 아직 사람 있어 가지고요. (중략) 사람 갇혀있는데 물 다 차 가지고요. 아직도 안 왔어요.
상황요원 : 2명 갇혀 있는 거 맞아요?
신고자: 네.
상황요원 : 네 빨리 가라고 할게요.
(출처 :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

밤 11시 2분. 방재센터는 이번엔 특수구조대에 출동 조치를 합니다. 그런데 특수구조대는 서울 강남구 뱅뱅사거리 일대에서 구조 활동 중인 상황. 거기서 0시까지 해당 구조 활동을 합니다. 신림동 피해 현장엔 가지 못한 겁니다.

그러자 10여 분 뒤인 11시 14분. 다른 목격자가 119에 다시 전화를 겁니다. 세 번째 구조 신고였습니다.

상황요원 : 네 119입니다.
신고자 : 여기 사람 좀 살려주세요. 여기 지하에 장애인이 있고….
상황요원 : 선생님 거기 사람이 갇혀서 못 나오고 있어요?
신고자: 네 장애인이랑 초등학생도 있어요.
상황요원 : 거기 물이 어느 높이까지 찼어요?
신고자 : 여기 지하인데 아예 집이 안 보여요.(중략)
상황요원 : 지하 0호에 갇혀서 못 나온다는 거죠?
신고자 : 네 장애인이랑 엄마랑 초등학생이랑 3명요 여자들 3명.
(출처 :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

3차 신고를 받고 밤 11시 16분이 돼서야 관할서인 관악 소방 지휘차를 포함해 용산 구조대, 금천 구조대, 서대문 구조대 등이 출동합니다.

첫 신고부터 151분 뒤인 밤 11시 30분, 관악소방서 지휘팀이 도착해 현장 통제선을 설치하고, 창문 개방을 시도합니다.

밤 11시 45분, 금천·용산·서대문 구조대원들이 현장에서 인명 수색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40여 분 뒤인 9일 0시 26분부터 숨진 피해자들을 발견합니다.

40대 자매와 10대 자녀. 이들을 '살려달라'는 구조 신고는 8일 밤 8시 59분부터 모두 세 번 119에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반지하 문이 열리고, 첫 피해자를 발견한 건 3시간이 넘은 다음 날 0시 26분이었습니다. 그 사이 관할 구조대와 특수 구조대는 다른 사람을 구하느라 현장에 갈 수 없었습니다.

100년 만의 폭우. 서울 곳곳에서 비 피해 신고가 빗발쳤던 만큼, 소방 당국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었던 건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재난 상황 시, 장애인과 아동처럼 피해 현장을 탈출하기 어려운 구조 대상을 우선으로 하는 등, 매뉴얼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지은 기자(written@kbs.co.kr)·김성수 기자(ssoo@kbs.co.kr)
그래픽 : 권세라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