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지하 참사 ‘통한의 151분’…첫 신고 뒤 무슨 일 있었나?

입력 2022.08.17 (21:20) 수정 2022.08.18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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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상관측 이래 서울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 8일.

신림동에 살던 일가족 3명은 끝내 물에 잠긴 반지하방을 나오지 못했습니다.

집에 물이 차고 있다, 사람이 갇혀있는데 구조대가 아직도 안 왔다, 지하에 장애인이 있으니 구해달라...

이웃들의 신고가 이렇게 세 차례나 이어졌지만 장비를 갖춘 구조대가 처음 현장에 도착한 건 첫 신고 뒤 2시간 반이나 지나서였고, 구조를 기다리던 일가족은 방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지은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8일, 폭우로 반지하 집에 갇혔던 40대 자매와 10대 딸.

119 연결이 되지 않자, 외출 중이던 할머니에게 전화로 침수 사실을 알렸고, 할머니의 부탁을 받은 지인이 대신 신고했습니다.

그렇게 처음 구조 요청이 접수된 게, 저녁 8시 59분이었습니다.

다급했던 신고자는 집 주소부터 말한 뒤 "물이 차서 문을 못 연다", "집 안에 지인의 두 딸과 초등학생 손녀가 있다"는 내용 등을 전했습니다.

소방당국은 곧바로 관할 구조대에 출동을 명령했지만,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던 그 시각, 전원이 출동 중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다른 지역 구급대가 지원에 나서 신고 4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는데,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고 30여 분 만에 돌아갔습니다.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방범창 등) 제거를 하려면 어느 정도 파괴장비나 그런 부분이 있어야 되는데, 구급대는 그런 장비가 전혀 없습니다."]

밤 10시 46분, 두번째 신고가 접수됩니다.

사람이 갇혔고 물은 다 찼는데, 구조대가 아직도 안 왔다는 신고자, 상황실 요원은 빨리 보내겠다고 답합니다.

10여 분 뒤, 이번엔 '특수구조대'에 출동 명령이 내려졌지만, 그들 역시 다른 곳에서 구조 중이었습니다.

밤 11시 14분, 인근 주민이 3번째 신고를 하고, 그제야, 장비를 갖춘 구조대가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최초 신고 뒤 151분, 2시간 반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일가족을 집 밖으로 꺼냈을 땐,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시간당 최대 100㎜ 넘는 비가 쏟아진 지난 8일 오후 4시부터 자정 사이 서울 소방에 접수된 신고는 만 건이 넘었습니다.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비상 상황에서 유기적으로 가동하는 지휘 체계가 아쉬웠습니다.

[이영주/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지원 요청 전달이 제대로 됐는지를 다시 확인하거나 상대적으로 이런 재난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인력들을 지원을 받는다든지 좀 더 효율적으로..."]

응급 구조라는 것이 누구 하나 다급하지 않은 경우는 없지만, 그 중에서도 최우선,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구조대를 먼저 보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김지혜 채상우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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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반지하 참사 ‘통한의 151분’…첫 신고 뒤 무슨 일 있었나?
    • 입력 2022-08-17 21:20:49
    • 수정2022-08-18 06:39:05
    뉴스 9
[앵커]

기상관측 이래 서울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 8일.

신림동에 살던 일가족 3명은 끝내 물에 잠긴 반지하방을 나오지 못했습니다.

집에 물이 차고 있다, 사람이 갇혀있는데 구조대가 아직도 안 왔다, 지하에 장애인이 있으니 구해달라...

이웃들의 신고가 이렇게 세 차례나 이어졌지만 장비를 갖춘 구조대가 처음 현장에 도착한 건 첫 신고 뒤 2시간 반이나 지나서였고, 구조를 기다리던 일가족은 방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지은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8일, 폭우로 반지하 집에 갇혔던 40대 자매와 10대 딸.

119 연결이 되지 않자, 외출 중이던 할머니에게 전화로 침수 사실을 알렸고, 할머니의 부탁을 받은 지인이 대신 신고했습니다.

그렇게 처음 구조 요청이 접수된 게, 저녁 8시 59분이었습니다.

다급했던 신고자는 집 주소부터 말한 뒤 "물이 차서 문을 못 연다", "집 안에 지인의 두 딸과 초등학생 손녀가 있다"는 내용 등을 전했습니다.

소방당국은 곧바로 관할 구조대에 출동을 명령했지만,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던 그 시각, 전원이 출동 중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다른 지역 구급대가 지원에 나서 신고 4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는데,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고 30여 분 만에 돌아갔습니다.

[소방 관계자/음성변조 : "(방범창 등) 제거를 하려면 어느 정도 파괴장비나 그런 부분이 있어야 되는데, 구급대는 그런 장비가 전혀 없습니다."]

밤 10시 46분, 두번째 신고가 접수됩니다.

사람이 갇혔고 물은 다 찼는데, 구조대가 아직도 안 왔다는 신고자, 상황실 요원은 빨리 보내겠다고 답합니다.

10여 분 뒤, 이번엔 '특수구조대'에 출동 명령이 내려졌지만, 그들 역시 다른 곳에서 구조 중이었습니다.

밤 11시 14분, 인근 주민이 3번째 신고를 하고, 그제야, 장비를 갖춘 구조대가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최초 신고 뒤 151분, 2시간 반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일가족을 집 밖으로 꺼냈을 땐,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시간당 최대 100㎜ 넘는 비가 쏟아진 지난 8일 오후 4시부터 자정 사이 서울 소방에 접수된 신고는 만 건이 넘었습니다.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비상 상황에서 유기적으로 가동하는 지휘 체계가 아쉬웠습니다.

[이영주/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지원 요청 전달이 제대로 됐는지를 다시 확인하거나 상대적으로 이런 재난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인력들을 지원을 받는다든지 좀 더 효율적으로..."]

응급 구조라는 것이 누구 하나 다급하지 않은 경우는 없지만, 그 중에서도 최우선,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구조대를 먼저 보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김지혜 채상우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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