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부산도 기록적 집중호우 가능…대비는?

입력 2022.08.18 (10:13) 수정 2022.08.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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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내린 폭우로 인도와 차도 모두 잠긴 서울의 모습.지난 8일 내린 폭우로 인도와 차도 모두 잠긴 서울의 모습.

지난 8일, 폭우가 쏟아진 서울의 모습입니다. 도로가 잠기고, 도시철도 역사에도 빗물이 들어찼습니다. 특히 동작구에 내린 폭우는 381.5mm로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저녁 8시부터 한 시간 동안에만 141.5mm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피해가 컸습니다.

전문가들은 그간 이어진 '기후변화'로 예상치 못한 많은 비가 내렸다고 분석했습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이 상황을 놓고 "기후변화가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부산도 집중호우 증가세

그렇다면 부산은 어떨까요. 기상청 통계를 보면 최근 50년간 부산에서도 시간당 30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날과 하루 강수량이 80mm를 넘는 '호우 일수'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에 내린 이례적인 집중호우로 피해가 컸는데요. 당시 시간당 80mm가 넘는 많은 비가 부산에 쏟아졌습니다. 부산 동구의 한 지하차도가 빗물에 잠겨 차 안에 있던 세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부산에도 서울 동작구에 내린 것처럼 시간당 14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하고, 이 수증기가 집중호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특히 산과 바다가 인접한 부산은 집중호우에 밀물 시간 등이 겹치면 피해가 다른 지역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 기후변화 이대로 진행되면 '극한 강수량' 급증

APEC 기후센터에서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면 강수량이 어떻게 변화할지 분석해 봤습니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하루 사이 백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이른바 '극한 강수량'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현재 부·울·경 지역의 하루 극한 강수량은 278~296.9mm입니다. 이 극한 강수량이 2040년까지는 최대 115mm, 2200년까지는 179mm까지 더 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1900년대 초반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 한 해 평균 비가 내린 날은 21일가량 줄었는데, 연 강수량은 오히려 130mm가 늘었습니다. 한 번에 몰아치는 비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이미 닥친 만큼 재난 대응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부산과학기술대 정진교 교수는 "하수관 설치 규격 등 기후변화를 감안해 일반 구조물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무엇보다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비 소식을 앞두고 부산의 한 지자체가 하수 시설을 정비하는 모습.비 소식을 앞두고 부산의 한 지자체가 하수 시설을 정비하는 모습.

■ 이미 현실이 된 기후변화, 비 피해 대비는?

부산시는 2년 전, 참사를 계기로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해 저지대에 배수펌프장을 새로 짓거나 기존에 있던 펌프장 용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침수 피해가 잦은 지역에는 빗물을 저장하는 우수저류지를 짓겠다는 계획도 마련했습니다. 도심 침수를 분석하는 통합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재해정보지도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침수 피해 예방에 들어가는 예산만 10년 동안 1조 3천억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집중호우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지금 부산의 재난 대응 시설이 앞서 서울과 중부지방에 내린 것과 같은 그야말로 '기록적인 폭우'에 대비할 수 있냐는 겁니다. 부산은 시간당 105mm가량의 비가 내릴 때를 기준으로 예방 사업 전체 얼개를 짜고 있습니다. 서울에 내렸던 기록적인 폭우와 비교했을 때 설비 용량이 벌써 30mm 넘게 부족합니다.

특히 부산지역의 하수관로는 60% 이상이 노후 설비입니다. 2016년 이전에 설치된 하수관로는 시간당 70mm 정도의 비를 버틸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맞춰 새로 만드는 시설의 용량을 늘릴 뿐만 아니라 기존 시설에 대한 보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부산시 전체 하수관로는 9천km가 넘어 공사 범위가 상당한데요. 부산시는 긴급하게 보완이 필요한 지역 10곳을 골라 우선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 하드웨어만큼 중요한 수해 방지 소프트웨어

하지만 재해 예방 시설을 만드는 데는 긴 시간이 들고, 시설을 무한정 키울 수도 없습니다. 한계에 부딪힌 시설이 채우지 못하는 빈틈은 사람이 메워야 합니다. 하드웨어에 기울이는 노력만큼 수해 방지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힘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은 딱 한 가지입니다. 국민의 생명 보호입니다.

기후변화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이닥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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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변화에 부산도 기록적 집중호우 가능…대비는?
    • 입력 2022-08-18 10:13:44
    • 수정2022-08-18 10:14:07
    취재K
지난 8일 내린 폭우로 인도와 차도 모두 잠긴 서울의 모습.
지난 8일, 폭우가 쏟아진 서울의 모습입니다. 도로가 잠기고, 도시철도 역사에도 빗물이 들어찼습니다. 특히 동작구에 내린 폭우는 381.5mm로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저녁 8시부터 한 시간 동안에만 141.5mm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피해가 컸습니다.

전문가들은 그간 이어진 '기후변화'로 예상치 못한 많은 비가 내렸다고 분석했습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이 상황을 놓고 "기후변화가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부산도 집중호우 증가세

그렇다면 부산은 어떨까요. 기상청 통계를 보면 최근 50년간 부산에서도 시간당 30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날과 하루 강수량이 80mm를 넘는 '호우 일수'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에 내린 이례적인 집중호우로 피해가 컸는데요. 당시 시간당 80mm가 넘는 많은 비가 부산에 쏟아졌습니다. 부산 동구의 한 지하차도가 빗물에 잠겨 차 안에 있던 세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부산에도 서울 동작구에 내린 것처럼 시간당 14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하고, 이 수증기가 집중호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특히 산과 바다가 인접한 부산은 집중호우에 밀물 시간 등이 겹치면 피해가 다른 지역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 기후변화 이대로 진행되면 '극한 강수량' 급증

APEC 기후센터에서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면 강수량이 어떻게 변화할지 분석해 봤습니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하루 사이 백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이른바 '극한 강수량'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현재 부·울·경 지역의 하루 극한 강수량은 278~296.9mm입니다. 이 극한 강수량이 2040년까지는 최대 115mm, 2200년까지는 179mm까지 더 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1900년대 초반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에 한 해 평균 비가 내린 날은 21일가량 줄었는데, 연 강수량은 오히려 130mm가 늘었습니다. 한 번에 몰아치는 비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이미 닥친 만큼 재난 대응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부산과학기술대 정진교 교수는 "하수관 설치 규격 등 기후변화를 감안해 일반 구조물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무엇보다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비 소식을 앞두고 부산의 한 지자체가 하수 시설을 정비하는 모습.
■ 이미 현실이 된 기후변화, 비 피해 대비는?

부산시는 2년 전, 참사를 계기로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해 저지대에 배수펌프장을 새로 짓거나 기존에 있던 펌프장 용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침수 피해가 잦은 지역에는 빗물을 저장하는 우수저류지를 짓겠다는 계획도 마련했습니다. 도심 침수를 분석하는 통합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재해정보지도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침수 피해 예방에 들어가는 예산만 10년 동안 1조 3천억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집중호우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지금 부산의 재난 대응 시설이 앞서 서울과 중부지방에 내린 것과 같은 그야말로 '기록적인 폭우'에 대비할 수 있냐는 겁니다. 부산은 시간당 105mm가량의 비가 내릴 때를 기준으로 예방 사업 전체 얼개를 짜고 있습니다. 서울에 내렸던 기록적인 폭우와 비교했을 때 설비 용량이 벌써 30mm 넘게 부족합니다.

특히 부산지역의 하수관로는 60% 이상이 노후 설비입니다. 2016년 이전에 설치된 하수관로는 시간당 70mm 정도의 비를 버틸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맞춰 새로 만드는 시설의 용량을 늘릴 뿐만 아니라 기존 시설에 대한 보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부산시 전체 하수관로는 9천km가 넘어 공사 범위가 상당한데요. 부산시는 긴급하게 보완이 필요한 지역 10곳을 골라 우선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 하드웨어만큼 중요한 수해 방지 소프트웨어

하지만 재해 예방 시설을 만드는 데는 긴 시간이 들고, 시설을 무한정 키울 수도 없습니다. 한계에 부딪힌 시설이 채우지 못하는 빈틈은 사람이 메워야 합니다. 하드웨어에 기울이는 노력만큼 수해 방지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힘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은 딱 한 가지입니다. 국민의 생명 보호입니다.

기후변화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이닥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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