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공포의 맨홀’ 속으로 사람이 순식간에…폭우 속 여전한 ‘맨홀 주의보’

입력 2022.08.18 (18:03) 수정 2022.08.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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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콕입니다.

[영화 '맨홀' : "야 뭐야! 사람, 사람! 빨리 열어!"]

무심코 지나치는 발 아래 맨홀이 비극의 시작입니다.

어둡고 음습한 지하 세계가 스릴러 영화의 무대가 됐습니다.

영어로 사람(man), 맨이 드나드는 구멍(hole) 홀! 이라 해서 '맨홀'입니다.

그 안에는 하수관과 가스관, 전선 등이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맨홀 안 유지 보수를 위해서는 극히 제한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맨홀은 학습과 경험이 성립될 수 없는 '미지의 공간'입니다.

이번 폭우로, 맨홀은 공포의 대상이 됐습니다.

달리던 버스가 굉음을 내며 덜컹 하더니, 승객 한 명이 버스 앞쪽으로 튕겨져 나옵니다.

퍼붓는 비에 도로의 덮여 있던 맨홀 뚜껑이 수압을 이기지 못해 튀어 올라 버스를 강타한 겁니다.

창문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버스 기사/음성변조 : "제가 버스 운전한 지 30년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 봤어요."]

맨홀 뚜껑은 아무나 쉽게 열 수 없게 두꺼운 쇳덩어리로 만들어집니다.

무게가 40kg에 달하다 보니 팔면 꽤 돈이 돼 도난 사고도 가끔 일어납니다.

["농공단지나 도로변에 설치된 맨홀 뚜껑 70여 개도 훔쳐 팔았습니다."]

하지만 집중 호우 상황에선 이런 맨홀 뚜껑이 오히려 흉기가 됩니다.

특히 이번 폭우 앞에선 무거운 쇳덩이도 힘을 쓰지 못하고 떨어져나갔습니다.

폭우로 수압이 오르면서 맨홀 뚜껑이 열리고 지하에서부터 물이 솟구치는 모습 여기저기서 목격하셨을 겁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에선 중년의 남매가 변을 당했습니다.

누나가 먼저 맨홀로 빨려 들어갔고 누나를 구하려던 남동생마저 맨홀에 빠져 숨졌습니다.

맨홀에 빠지면 구조가 어렵습니다.

지하 관로로 휩쓸려 내려가기 때문에 위치 파악 자체가 힘듭니다.

로봇을 이용한 수색 끝에 실종 이틀만에 남동생의 시신을 먼저 찾았고, 나흘간의 수색 끝에 누나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고 당시 맨홀에는 뚜껑을 잠그는 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서초구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빗물이 몰려 수압이 높아지면서 잠금 장치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침수 지역의 한 시민은 열린 맨홀을 쓰레기통으로 막아 놓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맨홀이 눈으로 보일 때 얘깁니다.

물이 깊고 탁해 뚜껑이 열렸는지 닫혀 있는지 알 수 없는 맨홀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 보도에만 11만 개가 넘는 맨홀이 있고, 이 가운데 하수도 맨홀은 4만 개가 넘습니다.

침수 상황에선 수만 개의 맨홀이 흉기 또는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협적 구멍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서울시는 당장 이번 달부터 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뚜껑이 열린 맨홀에 빠져도 아래로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안전망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맨홀 사고를 막으려면 보행자와 노동자의 주의도 필요합니다.

맨홀에 들어가 작업할 때는 반드시 안내판을 주변에 설치하고, 폭우 시 보행자는 최대한 침수된 곳을 피해 건물 외벽을 붙잡고 가는 게 안전합니다.

지금까지 ET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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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8 18:03:45
    • 수정2022-08-18 18:11:47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콕입니다.

[영화 '맨홀' : "야 뭐야! 사람, 사람! 빨리 열어!"]

무심코 지나치는 발 아래 맨홀이 비극의 시작입니다.

어둡고 음습한 지하 세계가 스릴러 영화의 무대가 됐습니다.

영어로 사람(man), 맨이 드나드는 구멍(hole) 홀! 이라 해서 '맨홀'입니다.

그 안에는 하수관과 가스관, 전선 등이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맨홀 안 유지 보수를 위해서는 극히 제한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맨홀은 학습과 경험이 성립될 수 없는 '미지의 공간'입니다.

이번 폭우로, 맨홀은 공포의 대상이 됐습니다.

달리던 버스가 굉음을 내며 덜컹 하더니, 승객 한 명이 버스 앞쪽으로 튕겨져 나옵니다.

퍼붓는 비에 도로의 덮여 있던 맨홀 뚜껑이 수압을 이기지 못해 튀어 올라 버스를 강타한 겁니다.

창문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버스 기사/음성변조 : "제가 버스 운전한 지 30년인데 이런 경우는 처음 봤어요."]

맨홀 뚜껑은 아무나 쉽게 열 수 없게 두꺼운 쇳덩어리로 만들어집니다.

무게가 40kg에 달하다 보니 팔면 꽤 돈이 돼 도난 사고도 가끔 일어납니다.

["농공단지나 도로변에 설치된 맨홀 뚜껑 70여 개도 훔쳐 팔았습니다."]

하지만 집중 호우 상황에선 이런 맨홀 뚜껑이 오히려 흉기가 됩니다.

특히 이번 폭우 앞에선 무거운 쇳덩이도 힘을 쓰지 못하고 떨어져나갔습니다.

폭우로 수압이 오르면서 맨홀 뚜껑이 열리고 지하에서부터 물이 솟구치는 모습 여기저기서 목격하셨을 겁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에선 중년의 남매가 변을 당했습니다.

누나가 먼저 맨홀로 빨려 들어갔고 누나를 구하려던 남동생마저 맨홀에 빠져 숨졌습니다.

맨홀에 빠지면 구조가 어렵습니다.

지하 관로로 휩쓸려 내려가기 때문에 위치 파악 자체가 힘듭니다.

로봇을 이용한 수색 끝에 실종 이틀만에 남동생의 시신을 먼저 찾았고, 나흘간의 수색 끝에 누나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고 당시 맨홀에는 뚜껑을 잠그는 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서초구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빗물이 몰려 수압이 높아지면서 잠금 장치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침수 지역의 한 시민은 열린 맨홀을 쓰레기통으로 막아 놓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맨홀이 눈으로 보일 때 얘깁니다.

물이 깊고 탁해 뚜껑이 열렸는지 닫혀 있는지 알 수 없는 맨홀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 보도에만 11만 개가 넘는 맨홀이 있고, 이 가운데 하수도 맨홀은 4만 개가 넘습니다.

침수 상황에선 수만 개의 맨홀이 흉기 또는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협적 구멍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서울시는 당장 이번 달부터 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뚜껑이 열린 맨홀에 빠져도 아래로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안전망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맨홀 사고를 막으려면 보행자와 노동자의 주의도 필요합니다.

맨홀에 들어가 작업할 때는 반드시 안내판을 주변에 설치하고, 폭우 시 보행자는 최대한 침수된 곳을 피해 건물 외벽을 붙잡고 가는 게 안전합니다.

지금까지 ET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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