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저도 보육원 퇴소 뒤 노숙생활을…” 김성민 대표 “보호종료 이후 ‘사회적 가족’ 연결되길”

입력 2022.08.19 (16:45) 수정 2022.08.20 (09: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김성민/ 브라더스키퍼(Brother's Keeper) 대표〉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에서 보호종료청년과 소외 받은 청소년들에게 멘토 역할
-보육원 퇴소, 기다려졌지만 두려웠던 경험...퇴소 후 노숙하다 무작정 식당일부터 시작
-피해의식과 자격지심 커 실패하면 끊임없이 추락...부모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
-조언과 격려가 실패 줄이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게 해...보호 종료 자립준비청년과 가정이 '사회적 가족'으로 연결되는 제도 있었으면
-'성인을 언제까지 지원하냐'는 질문에 '나는 부모가 언제까지 필요한지 답할 수 있는가?' 묻고 싶어
-홀로서기, 사회적응 제도 뒷받침된다면 영원히 지원을 바라는 건 아냐
-보호아동과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정책 변화 이끌어 내는 건 더 많은 관심

■ 방송시간 : 8월 19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이경호 KBS 기자


https://youtu.be/jtJM5-RrnHo

◎범기영 매주 금요일 코너죠? 사만사, 오늘 주인공은 보육원에서 자라서 성인이 된 다음에 홀로서기 해야 되는 자립 준비 청년, 이렇게 부르더군요. 이분들을 돕는 분입니다. 이경호 해설위원이 만나고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경호 안녕하세요?

◎범기영 자신도 자립 준비 청년이었고 이제는 돕는 거죠?

▼이경호 지금 브라더스키퍼라는 아주 작은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직원들 대부분도 자립 준비 청년, 그러니까 옛날에 부모가 없이 보육 시설에서 자라다가 나온 직원들이고요. 거기의 대표를 맡고 있는 분입니다.

◎범기영 이 사회적 기업은 뭐 하는 회사입니까?

▼이경호 앞으로도 계속 이제 보육 시설을 나오게 되면 성인이 돼야 되는데 그 성인이 되는 과정 속에서 힘들게 적응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들, 그런 역할들을 하고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범기영 식물 관련한 무슨 그런 사업도 한다고..

▼이경호 그거는 수익 사업으로 별도로 실내에다가 식물 같은 거 조경하는 업도 운영하고 있고요.

◎범기영 실내에 식물로 조경하는, 거기에서 번 돈으로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개념이군요.

▼이경호 그렇습니다.

◎범기영 자립 준비 청년들, 홀로서기에서 겪는 어려움이 어떤 것들입니까, 예를 들면?

▼이경호 만으로 18세가 되면 보육 시설을 나와야 되는데요. 보통 부모님 밑에서 자라도 너 18세 되면 네가 홀로 독립해라, 라고 하면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인데, 특히 부모가 없고 가족이 없는 청소년들이 곧바로 성인 됐다고 너 나가서 독립해라, 라고 하면 당연히 어렵겠죠. 그런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지 그런 것들을 좀 들어봤는데요. 먼저 김성민 씨 자체가 18년 전에 그렇게 성인이 되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그때 당시의 경험담을 한번 들어봤습니다. 제가 찾아간 날은 보호 종료를 앞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보면 실패를 줄일 수 있을지 강의가 있던 날이었는데요. 진지하게 임하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강의 끝나고 김성민 씨를 만났습니다.

<녹취> 이경호 / KBS 해설위원
과거에 보육원에서 보호 종료가 끝나고 나서 나왔을 때의 경험담을 짧게 얘기해 주시면 어떤 상황이셨어요? 그때 나오셨을 때?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일단은 제가 보육원에서 생활할 때에는 퇴소하는 날을 너무너무 기다렸죠. 왜냐하면 이런 폭력과 굶주림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컸으니까요. 그런데 퇴소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퇴소하는 날이 너무 두렵고 무서운 거예요. 왜냐하면 먼저 퇴소한 선배들의 소식을 저희는 매일 들었었거든요. 어떤 형은 교도소에 들어갔대, 어떤 누나는 성매매를 하고 있대. 그리고 그분들의 자녀들이 다시 저희 집(아동양육시설)으로 들어오는 걸 목격하면서 너무 무서운 거예요. 아, 나도 저렇게 살 수밖에 없구나, 라는 두려움이 훨씬 커졌던 거죠.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게 됐고 서울에 도착하면서 이제 지낼 곳이나 생활할 곳이 없으니까 6개월 정도 노숙 생활을 했던 게 제 사회 생활의 첫 시작이었어요.

<녹취> 이경호 / KBS 해설위원
노숙 생활까지 경험하신 다음에 어떤 경험을 하셨던 건가요?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그러면서 어떤 선배들이 식당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걸 기억하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그런데 식당은 먹여주고 재워줄 수 있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더라고요. 그래서 나름 깨끗하게 씻고 깨끗한 옷을 주워 입고 막 이제 오픈하려고 하는 식당에 무작정 찾아가서 일을 시켜 달라고 했던 게, 그게 저의 첫 직장이었던 것 같아요.

◎범기영 김 대표의 경험 자체가 참혹하네요. 노숙, 성매매, 교도소, 별게 다 나오네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제도가 좀 나아진 거죠?

▼이경호 김 대표의 경험은 18년 전 얘기니까요. 지금은 물론 당연히 그때 상황은 아니고요. 지금은 또 많이 제도가 정착이 돼가지고 초기 정착비도 주고요. 집도 마련해 주고 또 일정 기간 생활 지원비도 주긴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 100명 정도가 사회에 나와서 성인이 되는 과정을 겪다 보면 그중에서 제대로 정착하는 청소년들, 성인이 된 거죠? 그런 경우는 다섯 사례 정도? 5명 정도.

◎범기영 5% 정도.

▼이경호 5%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한번 물어봤습니다.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아이들과 이제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개별적인 차이는 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피해의식과 자격지심이 정말 크구나. 그런데 이 자격지심이나 피해의식은 내가 부모님이 없이 자랐고 또 시설에서 자랐고 그리고 내가 이런 환경들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나쁘게 볼 거야. 내가 잘못하지 않았지만 내가 잘못한 것처럼 느끼게 하기도 하고 또 내가 실수한 건데 부모가 없어서 저래, 라는 손가락질로. 보통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실수를 하면 실수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한 번 실수하거나 실패하면 끊임없이 추락을 하더라고요. 여기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스스로 발휘하지 못하더라고요. 이걸 이제 회복탄력성이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이 회복탄력성이라는 건 누군가가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고 응원해줘야 되는 사람이 있어야지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런 존재가 없잖아요.

◎범기영 가족이라는 존재가 결핍되면서 회복탄력성이 없는 상태로 사회로 나오게 되는 거군요.

▼이경호 그렇습니다. 결국 가족이 부재하다는 게 청소년기뿐만 아니라 성인이 돼서까지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는 건데요. 그렇다고 사회에 나와서 없는 가족 다시 만들어줄 수 있는 건 아니고요. 방법이 없느냐, 이렇게 물어봤는데 방법이 있다. 사회적인 방법, 해결책들이 있는데 그 해결책이 뭔지 한번 들어봤습니다.

◎범기영 네, 궁금하네요.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부족한 게 뭐지?' 라고 했을 때에는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게 있습니다. 뭐냐면 바로 부모의 부재인 거예요.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가족이 필요하다면 가족을 연결해 주면 되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야기 하는 건 '사회적 가족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퇴소하면서부터 연결이 되어서 한 가정이 이 아이들의 '사회적 가족'이 되어주는 거죠. 누군가가 옆에서 조언해 주고 격려해 주고 지지해 주는 힘이 있다면 아이들이 실패 혹은 실수를 더 줄여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것들이 허락되면 아이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경호 / KBS 해설위원
본인 경험담에서도 그게 가장 필요하셨던 건가요?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저는 사실 제가 지난 시간들을 돌아봤을 때요. 저는 가족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실제로 부모님이 계시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제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니까 누구보다 부모님이 많았더라고요. 왜냐하면 시시때때로 많은 분들이 저에게 어머니의 역할, 아버지의 역할을 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분들의 격려나 조언들, 또 그분들의 칭찬을 통해서 제가 어쩌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그런 한 분 한 분의 역할들 때문에 저라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라고 생각하거든요.

◎범기영 그렇게 받았던 것을 이제 그런 후견인 역할로 돌려주고 있는 거군요.

▼이경호 그렇죠. 지금은 김성민 씨가 누군가의 또 후배들의 형이 되고 또 오빠가 되는 거겠죠. 하지만 이런 지원책들이 필요하지 않냐고 관계 기관에 얘기를 하면 그때마다 너희들의 성인 아니냐, 성인이 됐으면 그만큼 도와줬으면 됐지 도대체 언제까지 도움을 필요로 하느냐, 이렇게 보는 시선들이 있어가지고 그 부분은 참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합니다. 얘기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제가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나 지원 제도들을 많이 이렇게 제안하면서 정부의 많은 기관들을 만나게 돼요. 그분들이 이제 항상 하시는 얘기가 있어요, 저에게. 우리가 국가에서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잘 길러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 우리가 언제까지 책임져야 되냐? 라는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때 제가 이제 그 담당자분들께 이렇게 질문을 드린 적이 있어요. 나는 부모가 언제까지 필요해, 라고 혹시 말씀하실 수 있으세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말씀하시죠.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지원이 언제까지 필요해? 이건 누구도 그 시기를 정할 술 없을 것 같아요. 부모가 언제까지 필요해, 라고 누구도 말할 수 없듯이요. 아이들이 자립하고 아이들이 사회에서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서 잘 자랄 때까지 저는 국가가 아이들의 부모의 역할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아이들이 영원히 지원을 바라는 건 아니거든요. 분명히 이런 제도들을 통해서 아이들을 뒷받침해준다면 저는 아이들이 정말 멋진 사회 구성원으로 잘 자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범기영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네요, 정말. 그런데 부모가 있는데도 양육 시설로 보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요?

▼이경호 예전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대부분 이제 양육 시설, 보호 시설로 들어갔는데 지금은..

◎범기영 고아원이라고 했죠, 그래서.

▼이경호 그렇죠. 지금은 그런 경우는 오히려 열이라고 하면 2명 정도고요. 나머지 대부분은 사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부모가 양육을 포기하거나 또는 이혼을 했기 때문에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해서 보육 시설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참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그 얘기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김성민 최근에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방임, 방치와 관련된 기사들을 많이 보잖아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지금 이런 가정의 붕괴를 통해서 아이들이 격리되는 곳이 바로 아동양육시설입니다. 지금 10명 중에 8명이 그런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그러면 이제 원가정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기대해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 원가정 회복률이 제로 퍼센트입니다. 부모님의 빚을 대신 갚아줘야 되기도 하고, 오히려 역으로 부모님을 부양해야 되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거죠. 이제 만 18세가 된 아이들이 책임져야 되는 거예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기도 너무 버겁고 힘겨운데 부모님의 그런 좋지 않은 상황들을 아이들이 책임져야 되고 역으로 부양해야 된다거나 부모님의 병원비를 대야 된다거나 부모님 빚을 갚아야 된다거나, 이런 상황들이 이전보다 더 어렵게..

◎범기영 두 가지가 다 필요하겠네요. 제도적인 지원도 있어야겠고 이웃들의 관심도 있어야겠습니다.

▼이경호 그렇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이런 인터뷰 듣고 사례를 듣다 보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을까? 내가 후원자가 돼볼까? 아니면 기부를 좀 해볼까? 이런 생각들을 하실 것 같은데요. 과연 그런 것이 필요한지, 다른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한번 그게 궁금해서 김성민 대표에게 물어봤습니다.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더 많은 분들이 자립 준비 청년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보호 아동들을 더 많이 바라봐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이런 관심들, 또 이런 사람들의 분위기가 정책의 변화들, 제도의 변화들을 이끌어내는 걸 저는 너무 많이 경험했거든요. 많은 분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범기영 관심을 호소하는군요. 이경호 위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경호 감사합니다.

◎범기영 저출생 심각하다, 경제에 큰 짐이 될 거다, 온갖 주장들 나오죠? 그전에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자립 준비 청년들을 반듯한 사회 구성원으로 길러내지도 못하는 우리 사회 괜찮은지, 거기에서부터 살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사사건건, 이번 주는 여기까지고요. 주말 시원하게 보내십시오. 다음 주에도 4시엔 사사건건.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저도 보육원 퇴소 뒤 노숙생활을…” 김성민 대표 “보호종료 이후 ‘사회적 가족’ 연결되길”
    • 입력 2022-08-19 16:45:38
    • 수정2022-08-20 09:09:42
    사사건건
〈김성민/ 브라더스키퍼(Brother's Keeper) 대표〉<br /><br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에서 보호종료청년과 소외 받은 청소년들에게 멘토 역할<br />-보육원 퇴소, 기다려졌지만 두려웠던 경험...퇴소 후 노숙하다 무작정 식당일부터 시작<br />-피해의식과 자격지심 커 실패하면 끊임없이 추락...부모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br />-조언과 격려가 실패 줄이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게 해...보호 종료 자립준비청년과 가정이 '사회적 가족'으로 연결되는 제도 있었으면<br />-'성인을 언제까지 지원하냐'는 질문에 '나는 부모가 언제까지 필요한지 답할 수 있는가?' 묻고 싶어<br />-홀로서기, 사회적응 제도 뒷받침된다면 영원히 지원을 바라는 건 아냐<br />-보호아동과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정책 변화 이끌어 내는 건 더 많은 관심
■ 방송시간 : 8월 19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이경호 KBS 기자


https://youtu.be/jtJM5-RrnHo

◎범기영 매주 금요일 코너죠? 사만사, 오늘 주인공은 보육원에서 자라서 성인이 된 다음에 홀로서기 해야 되는 자립 준비 청년, 이렇게 부르더군요. 이분들을 돕는 분입니다. 이경호 해설위원이 만나고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경호 안녕하세요?

◎범기영 자신도 자립 준비 청년이었고 이제는 돕는 거죠?

▼이경호 지금 브라더스키퍼라는 아주 작은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직원들 대부분도 자립 준비 청년, 그러니까 옛날에 부모가 없이 보육 시설에서 자라다가 나온 직원들이고요. 거기의 대표를 맡고 있는 분입니다.

◎범기영 이 사회적 기업은 뭐 하는 회사입니까?

▼이경호 앞으로도 계속 이제 보육 시설을 나오게 되면 성인이 돼야 되는데 그 성인이 되는 과정 속에서 힘들게 적응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들, 그런 역할들을 하고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범기영 식물 관련한 무슨 그런 사업도 한다고..

▼이경호 그거는 수익 사업으로 별도로 실내에다가 식물 같은 거 조경하는 업도 운영하고 있고요.

◎범기영 실내에 식물로 조경하는, 거기에서 번 돈으로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개념이군요.

▼이경호 그렇습니다.

◎범기영 자립 준비 청년들, 홀로서기에서 겪는 어려움이 어떤 것들입니까, 예를 들면?

▼이경호 만으로 18세가 되면 보육 시설을 나와야 되는데요. 보통 부모님 밑에서 자라도 너 18세 되면 네가 홀로 독립해라, 라고 하면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인데, 특히 부모가 없고 가족이 없는 청소년들이 곧바로 성인 됐다고 너 나가서 독립해라, 라고 하면 당연히 어렵겠죠. 그런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지 그런 것들을 좀 들어봤는데요. 먼저 김성민 씨 자체가 18년 전에 그렇게 성인이 되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그때 당시의 경험담을 한번 들어봤습니다. 제가 찾아간 날은 보호 종료를 앞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보면 실패를 줄일 수 있을지 강의가 있던 날이었는데요. 진지하게 임하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강의 끝나고 김성민 씨를 만났습니다.

<녹취> 이경호 / KBS 해설위원
과거에 보육원에서 보호 종료가 끝나고 나서 나왔을 때의 경험담을 짧게 얘기해 주시면 어떤 상황이셨어요? 그때 나오셨을 때?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일단은 제가 보육원에서 생활할 때에는 퇴소하는 날을 너무너무 기다렸죠. 왜냐하면 이런 폭력과 굶주림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컸으니까요. 그런데 퇴소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퇴소하는 날이 너무 두렵고 무서운 거예요. 왜냐하면 먼저 퇴소한 선배들의 소식을 저희는 매일 들었었거든요. 어떤 형은 교도소에 들어갔대, 어떤 누나는 성매매를 하고 있대. 그리고 그분들의 자녀들이 다시 저희 집(아동양육시설)으로 들어오는 걸 목격하면서 너무 무서운 거예요. 아, 나도 저렇게 살 수밖에 없구나, 라는 두려움이 훨씬 커졌던 거죠.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게 됐고 서울에 도착하면서 이제 지낼 곳이나 생활할 곳이 없으니까 6개월 정도 노숙 생활을 했던 게 제 사회 생활의 첫 시작이었어요.

<녹취> 이경호 / KBS 해설위원
노숙 생활까지 경험하신 다음에 어떤 경험을 하셨던 건가요?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그러면서 어떤 선배들이 식당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걸 기억하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그런데 식당은 먹여주고 재워줄 수 있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더라고요. 그래서 나름 깨끗하게 씻고 깨끗한 옷을 주워 입고 막 이제 오픈하려고 하는 식당에 무작정 찾아가서 일을 시켜 달라고 했던 게, 그게 저의 첫 직장이었던 것 같아요.

◎범기영 김 대표의 경험 자체가 참혹하네요. 노숙, 성매매, 교도소, 별게 다 나오네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제도가 좀 나아진 거죠?

▼이경호 김 대표의 경험은 18년 전 얘기니까요. 지금은 물론 당연히 그때 상황은 아니고요. 지금은 또 많이 제도가 정착이 돼가지고 초기 정착비도 주고요. 집도 마련해 주고 또 일정 기간 생활 지원비도 주긴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 100명 정도가 사회에 나와서 성인이 되는 과정을 겪다 보면 그중에서 제대로 정착하는 청소년들, 성인이 된 거죠? 그런 경우는 다섯 사례 정도? 5명 정도.

◎범기영 5% 정도.

▼이경호 5%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한번 물어봤습니다.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아이들과 이제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개별적인 차이는 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피해의식과 자격지심이 정말 크구나. 그런데 이 자격지심이나 피해의식은 내가 부모님이 없이 자랐고 또 시설에서 자랐고 그리고 내가 이런 환경들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나쁘게 볼 거야. 내가 잘못하지 않았지만 내가 잘못한 것처럼 느끼게 하기도 하고 또 내가 실수한 건데 부모가 없어서 저래, 라는 손가락질로. 보통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실수를 하면 실수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한 번 실수하거나 실패하면 끊임없이 추락을 하더라고요. 여기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스스로 발휘하지 못하더라고요. 이걸 이제 회복탄력성이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이 회복탄력성이라는 건 누군가가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고 응원해줘야 되는 사람이 있어야지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런 존재가 없잖아요.

◎범기영 가족이라는 존재가 결핍되면서 회복탄력성이 없는 상태로 사회로 나오게 되는 거군요.

▼이경호 그렇습니다. 결국 가족이 부재하다는 게 청소년기뿐만 아니라 성인이 돼서까지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는 건데요. 그렇다고 사회에 나와서 없는 가족 다시 만들어줄 수 있는 건 아니고요. 방법이 없느냐, 이렇게 물어봤는데 방법이 있다. 사회적인 방법, 해결책들이 있는데 그 해결책이 뭔지 한번 들어봤습니다.

◎범기영 네, 궁금하네요.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부족한 게 뭐지?' 라고 했을 때에는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게 있습니다. 뭐냐면 바로 부모의 부재인 거예요.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가족이 필요하다면 가족을 연결해 주면 되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야기 하는 건 '사회적 가족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퇴소하면서부터 연결이 되어서 한 가정이 이 아이들의 '사회적 가족'이 되어주는 거죠. 누군가가 옆에서 조언해 주고 격려해 주고 지지해 주는 힘이 있다면 아이들이 실패 혹은 실수를 더 줄여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것들이 허락되면 아이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경호 / KBS 해설위원
본인 경험담에서도 그게 가장 필요하셨던 건가요?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저는 사실 제가 지난 시간들을 돌아봤을 때요. 저는 가족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실제로 부모님이 계시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제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니까 누구보다 부모님이 많았더라고요. 왜냐하면 시시때때로 많은 분들이 저에게 어머니의 역할, 아버지의 역할을 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분들의 격려나 조언들, 또 그분들의 칭찬을 통해서 제가 어쩌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그런 한 분 한 분의 역할들 때문에 저라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라고 생각하거든요.

◎범기영 그렇게 받았던 것을 이제 그런 후견인 역할로 돌려주고 있는 거군요.

▼이경호 그렇죠. 지금은 김성민 씨가 누군가의 또 후배들의 형이 되고 또 오빠가 되는 거겠죠. 하지만 이런 지원책들이 필요하지 않냐고 관계 기관에 얘기를 하면 그때마다 너희들의 성인 아니냐, 성인이 됐으면 그만큼 도와줬으면 됐지 도대체 언제까지 도움을 필요로 하느냐, 이렇게 보는 시선들이 있어가지고 그 부분은 참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합니다. 얘기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제가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나 지원 제도들을 많이 이렇게 제안하면서 정부의 많은 기관들을 만나게 돼요. 그분들이 이제 항상 하시는 얘기가 있어요, 저에게. 우리가 국가에서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잘 길러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냐. 우리가 언제까지 책임져야 되냐? 라는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때 제가 이제 그 담당자분들께 이렇게 질문을 드린 적이 있어요. 나는 부모가 언제까지 필요해, 라고 혹시 말씀하실 수 있으세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말씀하시죠.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지원이 언제까지 필요해? 이건 누구도 그 시기를 정할 술 없을 것 같아요. 부모가 언제까지 필요해, 라고 누구도 말할 수 없듯이요. 아이들이 자립하고 아이들이 사회에서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서 잘 자랄 때까지 저는 국가가 아이들의 부모의 역할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아이들이 영원히 지원을 바라는 건 아니거든요. 분명히 이런 제도들을 통해서 아이들을 뒷받침해준다면 저는 아이들이 정말 멋진 사회 구성원으로 잘 자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범기영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네요, 정말. 그런데 부모가 있는데도 양육 시설로 보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요?

▼이경호 예전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대부분 이제 양육 시설, 보호 시설로 들어갔는데 지금은..

◎범기영 고아원이라고 했죠, 그래서.

▼이경호 그렇죠. 지금은 그런 경우는 오히려 열이라고 하면 2명 정도고요. 나머지 대부분은 사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부모가 양육을 포기하거나 또는 이혼을 했기 때문에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해서 보육 시설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참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그 얘기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김성민 최근에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방임, 방치와 관련된 기사들을 많이 보잖아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지금 이런 가정의 붕괴를 통해서 아이들이 격리되는 곳이 바로 아동양육시설입니다. 지금 10명 중에 8명이 그런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그러면 이제 원가정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기대해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 원가정 회복률이 제로 퍼센트입니다. 부모님의 빚을 대신 갚아줘야 되기도 하고, 오히려 역으로 부모님을 부양해야 되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거죠. 이제 만 18세가 된 아이들이 책임져야 되는 거예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기도 너무 버겁고 힘겨운데 부모님의 그런 좋지 않은 상황들을 아이들이 책임져야 되고 역으로 부양해야 된다거나 부모님의 병원비를 대야 된다거나 부모님 빚을 갚아야 된다거나, 이런 상황들이 이전보다 더 어렵게..

◎범기영 두 가지가 다 필요하겠네요. 제도적인 지원도 있어야겠고 이웃들의 관심도 있어야겠습니다.

▼이경호 그렇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이런 인터뷰 듣고 사례를 듣다 보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을까? 내가 후원자가 돼볼까? 아니면 기부를 좀 해볼까? 이런 생각들을 하실 것 같은데요. 과연 그런 것이 필요한지, 다른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한번 그게 궁금해서 김성민 대표에게 물어봤습니다.

<녹취> 김성민 / 브라더스키퍼 대표
더 많은 분들이 자립 준비 청년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보호 아동들을 더 많이 바라봐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이런 관심들, 또 이런 사람들의 분위기가 정책의 변화들, 제도의 변화들을 이끌어내는 걸 저는 너무 많이 경험했거든요. 많은 분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범기영 관심을 호소하는군요. 이경호 위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경호 감사합니다.

◎범기영 저출생 심각하다, 경제에 큰 짐이 될 거다, 온갖 주장들 나오죠? 그전에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자립 준비 청년들을 반듯한 사회 구성원으로 길러내지도 못하는 우리 사회 괜찮은지, 거기에서부터 살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사사건건, 이번 주는 여기까지고요. 주말 시원하게 보내십시오. 다음 주에도 4시엔 사사건건.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