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한 명에 ‘상담 에너지’ 100% 쓰게 해주세요”

입력 2022.08.27 (08:00) 수정 2022.08.27 (11: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나도 피해자구나. 나도 이 사건 안에서 어떤 영향을 받은 사람이구나'라고 하는 걸 느꼈던 거죠."

[연관 기사] 장병 상담하다 ‘스트레스 장애’…치료는 자비로? (KBS뉴스9, 2022-08-25)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41942

KBS는 25일 군 부대에서 장병들을 상담하는 '병영생활전문 상담관'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상담관들은 보도에서 전한 것 외에도 여러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 훈령에 '상담실, 숙소, 차량' 지원하게 돼 있지만…

최 00 / 병영생활상담관
"게스트하우스에 월세 개념으로 있거나, 모텔이나 이런 데 월세로 사시는 분들도 있고, 아니면 그래도 시골집에 월세로 사시거나 아예 장거리라도 그냥 출퇴근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운영에 관한 훈령'에는 '상담관 업무 수행을 위해 상담실과 숙소, 차량'을 지원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부대 여건을 고려하여'라는 조건이 붙은 탓인지 숙소를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배정을 받아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부대 개편이나 관사 리모델링 등 상담관 입장에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이유로 나가라는 통보를 받기도 한다는 겁니다.

이 00 / 병영생활상담관
"원래는 5분이면 출근할 수 있는 숙소를 주셨는데, 부대 개편되고 군인들이 늘어나면서 갑자기 '다음 주까지 방을 빼라' 뭐 이렇게 얘기를 하길래, '훈령에도 숙소를 제공하게끔 나와 있다'고 설명하니 차로 30분쯤 걸리는 거리에서 지내던 상담관 1명과 같이 지내라고 했습니다."

최 00 / 병영생활상담관
"곧 리모델링 예산이 잡히는 대로 (공사를) 할 거니까, 그럼 '나가야 한다' 그런 식이에요. 언제인지 예측하거나 이런 건 좀 어려운 상황이고.."

부대 내 상담실에 대한 불편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훈령에 '마련해야 한다'고만 돼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그때그때 상담실을 옮겨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 △△ / 병영생활상담관
"휴게실로 쓴다고 해서 한번 옮겼는데, 중대장이 써야 한다고 해서 또 밀려서 통신 기기들이 쌓여있는 창고에서 상담했습니다."

"인사처, 군수처 등 간부들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사실 내담자들이 찾아오긴 불편할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도 다른 방법이 없다고 그쪽으로 주시더라고요."

A씨 / 병영생활상담관
"비어있는 상담실을 간부발령 대기하는 분이 개인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새로 온 상담관은 휴게실에서 대기하고 업무하는 실정입니다."

■ '홍천' 지원했는데 '양평'으로 가라?

2022년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채용 계획 일부 (출처:국방부 홈페이지)2022년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채용 계획 일부 (출처:국방부 홈페이지)

올해 상담관 채용 계획 중 일부입니다. 지역명만 나와 있을 뿐 어느 부대가 채용 계획을 밝혔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같은 행정구역이어도 어느 부대로 배정받는지에 따라 근무지가 확연히 달라져 상담관 입장에서는 본인이 기대했던 생활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가령 강원도 홍천 지역의 경우 어느 사단(또는 여단)에 배치되는지에 따라 홍천에서 근무할 수도 있지만 경기도 양평에서 근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근무지 정보는 채용 이후에나 알 수 있습니다. 한 상담관은 "합격해서 첫 교육을 3일 동안 하는데 첫 번째 날에 (정확한) 근무지를 알 수 있었다"며 "복불복"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정말 예상치 못한 곳으로 배치되면, 부대를 옮기기보다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퇴사하고 원하는 생활권으로 다시 지원하거나 민간 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많다는 게 상담관들의 설명입니다.

■ 무기직 전환돼도 '부당해고' 사례 있어 '불안'

상담관은 분기별·교육평가 등 매년 7차례 평가를 통해 무기계약직 전환 심사를 받습니다. 그런데 전환 이후에도 '부당 해고'된 사례가 있어, 상담관들은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실제 6년 동안 근무하고 해고됐다가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판정서를 보면, 해당 상담관은 '근무성적평가가 낮다'며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지만, 평가 내용을 공유받진 못했습니다. 심지어 정보공개 청구를 했는데도 못 받았습니다.

병영생활상담관이 취재진을 만나 근로 실태를 이야기하고 있다.병영생활상담관이 취재진을 만나 근로 실태를 이야기하고 있다.

상담원 노조는 이런 내용들을 담은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 토론회 등을 거쳐 개선점을 모색하겠다고 계획입니다. 한 상담관은 더 나은 여건에서 상담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 00 / 병영생활상담관
"저는 그냥 상담 잘하고 싶어요. 그리고 성장해 나가고 싶고…
(장병) 한 명을 만나더라도 진심으로 만나고 싶은데, 에너지 쏟아야 할 데가 너무 많아요.
에너지 50%를 다른 데 쓰게 되면, 나머지 50%로 상담하는 것 너무 속상해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병사 한 명에 ‘상담 에너지’ 100% 쓰게 해주세요”
    • 입력 2022-08-27 08:00:31
    • 수정2022-08-27 11:09:28
    취재K

"'나도 피해자구나. 나도 이 사건 안에서 어떤 영향을 받은 사람이구나'라고 하는 걸 느꼈던 거죠."

[연관 기사] 장병 상담하다 ‘스트레스 장애’…치료는 자비로? (KBS뉴스9, 2022-08-25)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41942

KBS는 25일 군 부대에서 장병들을 상담하는 '병영생활전문 상담관'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상담관들은 보도에서 전한 것 외에도 여러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 훈령에 '상담실, 숙소, 차량' 지원하게 돼 있지만…

최 00 / 병영생활상담관
"게스트하우스에 월세 개념으로 있거나, 모텔이나 이런 데 월세로 사시는 분들도 있고, 아니면 그래도 시골집에 월세로 사시거나 아예 장거리라도 그냥 출퇴근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운영에 관한 훈령'에는 '상담관 업무 수행을 위해 상담실과 숙소, 차량'을 지원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부대 여건을 고려하여'라는 조건이 붙은 탓인지 숙소를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배정을 받아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부대 개편이나 관사 리모델링 등 상담관 입장에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이유로 나가라는 통보를 받기도 한다는 겁니다.

이 00 / 병영생활상담관
"원래는 5분이면 출근할 수 있는 숙소를 주셨는데, 부대 개편되고 군인들이 늘어나면서 갑자기 '다음 주까지 방을 빼라' 뭐 이렇게 얘기를 하길래, '훈령에도 숙소를 제공하게끔 나와 있다'고 설명하니 차로 30분쯤 걸리는 거리에서 지내던 상담관 1명과 같이 지내라고 했습니다."

최 00 / 병영생활상담관
"곧 리모델링 예산이 잡히는 대로 (공사를) 할 거니까, 그럼 '나가야 한다' 그런 식이에요. 언제인지 예측하거나 이런 건 좀 어려운 상황이고.."

부대 내 상담실에 대한 불편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훈령에 '마련해야 한다'고만 돼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그때그때 상담실을 옮겨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 △△ / 병영생활상담관
"휴게실로 쓴다고 해서 한번 옮겼는데, 중대장이 써야 한다고 해서 또 밀려서 통신 기기들이 쌓여있는 창고에서 상담했습니다."

"인사처, 군수처 등 간부들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사실 내담자들이 찾아오긴 불편할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도 다른 방법이 없다고 그쪽으로 주시더라고요."

A씨 / 병영생활상담관
"비어있는 상담실을 간부발령 대기하는 분이 개인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새로 온 상담관은 휴게실에서 대기하고 업무하는 실정입니다."

■ '홍천' 지원했는데 '양평'으로 가라?

2022년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채용 계획 일부 (출처:국방부 홈페이지)
올해 상담관 채용 계획 중 일부입니다. 지역명만 나와 있을 뿐 어느 부대가 채용 계획을 밝혔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같은 행정구역이어도 어느 부대로 배정받는지에 따라 근무지가 확연히 달라져 상담관 입장에서는 본인이 기대했던 생활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가령 강원도 홍천 지역의 경우 어느 사단(또는 여단)에 배치되는지에 따라 홍천에서 근무할 수도 있지만 경기도 양평에서 근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근무지 정보는 채용 이후에나 알 수 있습니다. 한 상담관은 "합격해서 첫 교육을 3일 동안 하는데 첫 번째 날에 (정확한) 근무지를 알 수 있었다"며 "복불복"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정말 예상치 못한 곳으로 배치되면, 부대를 옮기기보다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퇴사하고 원하는 생활권으로 다시 지원하거나 민간 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많다는 게 상담관들의 설명입니다.

■ 무기직 전환돼도 '부당해고' 사례 있어 '불안'

상담관은 분기별·교육평가 등 매년 7차례 평가를 통해 무기계약직 전환 심사를 받습니다. 그런데 전환 이후에도 '부당 해고'된 사례가 있어, 상담관들은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실제 6년 동안 근무하고 해고됐다가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판정서를 보면, 해당 상담관은 '근무성적평가가 낮다'며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지만, 평가 내용을 공유받진 못했습니다. 심지어 정보공개 청구를 했는데도 못 받았습니다.

병영생활상담관이 취재진을 만나 근로 실태를 이야기하고 있다.
상담원 노조는 이런 내용들을 담은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 토론회 등을 거쳐 개선점을 모색하겠다고 계획입니다. 한 상담관은 더 나은 여건에서 상담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 00 / 병영생활상담관
"저는 그냥 상담 잘하고 싶어요. 그리고 성장해 나가고 싶고…
(장병) 한 명을 만나더라도 진심으로 만나고 싶은데, 에너지 쏟아야 할 데가 너무 많아요.
에너지 50%를 다른 데 쓰게 되면, 나머지 50%로 상담하는 것 너무 속상해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