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 할아버지에게 올리는 ‘무죄 판결문’

입력 2022.08.27 (21:56) 수정 2022.08.29 (13: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추석을 앞두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 벌초하는 분들 많은실텐데요.

이들 가운데 올해가 특별한 가족들이 있습니다.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4·3희생자들의 유족인데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무죄 판결문을 들고 산소를 찾은 한 유족을 안서연 기자가 동행했습니다.

[리포트]

환갑을 앞둔 손자가 할아버지 산소에 절을 올립니다.

[현민종/4·3 희생자 유족 : "할아버님, 이제부터 편하게 잠드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비석 앞에 소중히 들고 온 종이를 놓습니다.

할아버지의 무죄 판결문입니다.

4·3의 광풍이 몰아치던 1949년, 경찰에 끌려간 할아버지는 이듬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국가기록원에서 찾은 수형인 명부를 통해서야 당시 할아버지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사실을 알게 된 현 씨.

지난해 5월 할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했고, 올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장찬수/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지난 3월 29일 : "피고인들은 각 무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72년 만에 마음 편히 올려보는 술 한 잔.

떨리는 목소리로 할아버지는 죄가 없음을 고합니다.

[현민종/4·3 희생자 유족 : "그동안 덧씌워진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어 다행입니다."]

하지만 한평생 가슴앓이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칠 남매 중 막내아들이던 현 씨의 아버지는 평생 할아버지와 당시 행방불명된 형제 넷을 그리워하다 일찍 눈을 감았기 때문입니다.

[현민종/4·3희생자 유족 : "아버지만 생각하면 가슴 속에 눈물부터 나고 그래요. 할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드린 부분도 있고 해서 아버지께서 조금이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다시는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현 씨, 남은 평생 4·3의 해결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는 다짐을 할아버지께 고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무덤 속 할아버지에게 올리는 ‘무죄 판결문’
    • 입력 2022-08-27 21:56:11
    • 수정2022-08-29 13:11:59
    뉴스9(제주)
[앵커]

추석을 앞두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 벌초하는 분들 많은실텐데요.

이들 가운데 올해가 특별한 가족들이 있습니다.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4·3희생자들의 유족인데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무죄 판결문을 들고 산소를 찾은 한 유족을 안서연 기자가 동행했습니다.

[리포트]

환갑을 앞둔 손자가 할아버지 산소에 절을 올립니다.

[현민종/4·3 희생자 유족 : "할아버님, 이제부터 편하게 잠드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비석 앞에 소중히 들고 온 종이를 놓습니다.

할아버지의 무죄 판결문입니다.

4·3의 광풍이 몰아치던 1949년, 경찰에 끌려간 할아버지는 이듬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국가기록원에서 찾은 수형인 명부를 통해서야 당시 할아버지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사실을 알게 된 현 씨.

지난해 5월 할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했고, 올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장찬수/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지난 3월 29일 : "피고인들은 각 무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72년 만에 마음 편히 올려보는 술 한 잔.

떨리는 목소리로 할아버지는 죄가 없음을 고합니다.

[현민종/4·3 희생자 유족 : "그동안 덧씌워진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어 다행입니다."]

하지만 한평생 가슴앓이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칠 남매 중 막내아들이던 현 씨의 아버지는 평생 할아버지와 당시 행방불명된 형제 넷을 그리워하다 일찍 눈을 감았기 때문입니다.

[현민종/4·3희생자 유족 : "아버지만 생각하면 가슴 속에 눈물부터 나고 그래요. 할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드린 부분도 있고 해서 아버지께서 조금이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다시는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현 씨, 남은 평생 4·3의 해결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는 다짐을 할아버지께 고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제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