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악마 ‘엘’이 찍은 성착취물…‘일베’에서만 4만 번 조회

입력 2022.08.29 (21:05) 수정 2023.02.0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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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오늘(29일) 9시 뉴스는 KBS가 심층취재한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3년 전 n번방을 비롯한 디지털 성착취 범죄가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줬죠.

단체 채팅방을 통해 성범죄를 저지른 주범들은 징역 42년, 또 34년... 법의 처벌을 받았고, 이른바 'n번방 방지법'같은 비상처방도 있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n번방 이용자만 수만 명에 이를 거라고 추정했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이 끝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런데 경계와 관심의 눈초리가 느슨해진 사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제2, 제3의 성범죄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KBS는 오늘부터 독버섯처럼 번지는 또 다른 n번방들을 고발합니다.

n번방을 처음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의 일원과 함께 취재한 결과 수법은 더 악랄해지고, 피해자들은 더 어려졌습니다.

지금부터 등장하는 성착취범죄자 '엘'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취재진이 임의로 붙인 이름이라는 점 말씀드립니다.

먼저, 황다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KBS에 제보가 왔습니다.

'범죄자 엘을 잡아달라'

제보자는 증거라면서 영상을 보냈습니다.

350개가 넘는 사진과 영상들.

'범죄' 그 자체였습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미성년 아이들이 강제로 찍은 듯한 '성 착취물'이었는데, 이 중에는 성폭행으로 추정되는 영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독 눈에 띄는 한 가지, 아이들 몸에 새겨진 '엘 주인님'이라는 글씨였습니다.

엘 주인님.

'엘'이라는 인물이 영상을 찍도록 강요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KBS는 n번방을 취재한 추적단 불꽃의 일원이자 대안 미디어 '얼룩소' 소속인 원은지 에디터와 함께 문제의 영상들을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우선 '피해자'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은지/'얼룩소' 에디터 :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이 존재하는 그런 피해자만 6명 정도 되고요. 전부 다 이제, 아동 청소년으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 명, A 씨와 만났습니다.

신원 보호를 위해 비대면으로 진행한 인터뷰.

끔찍한 범죄에 희생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악랄한 '협박'이 있었음을 증언했습니다.

A 씨는 가해자 '엘'이 네가 죽어도 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성착취물 유포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엘'은 일부 피해자들에게 영상의 특징을 담은 별칭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주된 활동 무대는 텔레그램.

여기까지는, n번방, 박사방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유통 '수법'이 달랐습니다.

고정된 대화방이 있었던 n번방, 박사방과 달리, '엘'이 활동했던 이른바 '엘방'은 이곳 저곳에서 수도 없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습니다.

한 텔레그램 대화방.

특정 별칭의 영상을 달라는 메시지가 줄을 잇더니, 누군가 "'엘방'에 들어가면 그 영상이 있다"고 홍보합니다.

[공정식/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 : "보통 이제 성착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와 관련된 해시태그를 찾거나 또는 그런 스티커(표시)가 있는 데를 찾아 들어가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사람들끼리 모일 수 밖에 없죠."]

n번방과 박사방이 폐쇄적으로 운영됐다면, '엘'은 보다 과감하게 성착취물을 유포해가며 인지도를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대화방을 운영했고, 피해 영상들은, 텔레그램을 넘어 인터넷 사이트로도 널리 유통됐습니다.

그렇다면, '엘'이라고 알려진 이 인물은 대체 누굴까요?

철저하게 익명의 탈을 쓰고 활동하는 특성 상 정보는 제한적이었지만, 그가 남긴 흔적들을 추적해 봤습니다.

이어서 황현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텔레 판'을 뒤집어놓은 장본인" "여노예 11명, 남노예 3명" "레전드"

성 착취물을 찾는 가담자가 '엘'을 소개한 말입니다.

취재팀은 '엘'의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봤다는 인물과 접촉했습니다.

"'갓갓' 문형욱과 '박사' 조주빈 이상으로 악랄하다" "제보한 영상들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이런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엘'이 본격적으로 활동한 건 2020년, 즉, 조주빈 문형욱이 구속될 즈음입니다.

마치 그들의 공백을 노렸다는 듯, 급속히 활동에 나섰습니다.

'엘'이 등장한 대화방은 취재팀이 확인한 것만 30개가 넘습니다.

방들 사이에는 일종의 '서열'이 존재했습니다.

검색이나 링크를 통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방이 가장 아랫단.

더 윗단계 방은, 채팅·음란물 '공유' 횟수를 채워야 초대받습니다.

맨 꼭대기에는, 자기들 말로 '믿을만한 사람끼리만 모인다'는 이른바 VIP방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어떤 방이냐에 따라, 공유하는 영상의 수위가 달라집니다.

[원은지/얼룩소 에디터 : "대화를 몇 백 개 이상, 더 많이 보내거나 아니면 퀴즈를 냈는데 그거를 맞춘다거나, 이런 식으로 조금 인증 단계를 넣어서 정말 이 성착취물을 보는 가해자가 맞는지 아닌지 하는 단계를 삽입을 했어요."]

위로 갈수록 인증 문턱은 높아졌지만,

"엘이 만든 영상이 있다"고만 하면, 순식간에 수천 명이 모여들었습니다.

많게는, 5천 명이 '상주'하는 텔레그램 방까지 있었습니다.

그들은, 영상을 보며, 노골적인 '평가'를 주고 받기도 했습니다.

[공정식/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텔레그램은) 익명성이 상당히 강하고, 더불어서 초대자만 들어올 수 있는 폐쇄성도 있고, 그래서 텔레그램을 통해서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공갈하는 것들이 매우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고."]

대화방 안에서 공유된 영상은, 밖으로도 퍼져나가, 불법 음란 사이트에 게시됐습니다.

극우 커뮤니티 '일베'에도 일부가 유포됐는데, 거기서 기록한 조회 수만 최소 4만 번이 넘습니다.

'엘'은, 이렇게 유명세를 타자 이민수, 악마 등 다른 이름도 함께 썼습니다.

추적을 피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그가 지난해 활동한 대화방은 지금 대부분 폐쇄된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엘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엘'은 텔레그램에서, '최근 접속'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어딘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엘, 그리고 그와 함께 움직였던 일당에 대해선,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상 유포자와 소지자, 모두 수사 대상입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앵커]

이런 아동 성착취물은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처벌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취재진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여러 영상과 대화방에 접근했지만 대신 법률 자문을 거쳐 취재한 자료는 엄격히 제한된 인원만 접근하도록 했고, 확보된 자료 전체를 수사기관에 신고했습니다.

연속 보도, 내일(30일)은 범죄자들이 어떻게 교묘하게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는지,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 닉네임 '엘'은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취재팀이 정한 가칭입니다.

촬영기자:오광택 최재혁 이제우/영상편집:김선영 황보현평/그래픽:김지훈 채상우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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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악마 ‘엘’이 찍은 성착취물…‘일베’에서만 4만 번 조회
    • 입력 2022-08-29 21:05:47
    • 수정2023-02-08 16:02:07
    뉴스 9
[앵커]

안녕하십니까?

오늘(29일) 9시 뉴스는 KBS가 심층취재한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3년 전 n번방을 비롯한 디지털 성착취 범죄가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줬죠.

단체 채팅방을 통해 성범죄를 저지른 주범들은 징역 42년, 또 34년... 법의 처벌을 받았고, 이른바 'n번방 방지법'같은 비상처방도 있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n번방 이용자만 수만 명에 이를 거라고 추정했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이 끝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런데 경계와 관심의 눈초리가 느슨해진 사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제2, 제3의 성범죄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KBS는 오늘부터 독버섯처럼 번지는 또 다른 n번방들을 고발합니다.

n번방을 처음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의 일원과 함께 취재한 결과 수법은 더 악랄해지고, 피해자들은 더 어려졌습니다.

지금부터 등장하는 성착취범죄자 '엘'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취재진이 임의로 붙인 이름이라는 점 말씀드립니다.

먼저, 황다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KBS에 제보가 왔습니다.

'범죄자 엘을 잡아달라'

제보자는 증거라면서 영상을 보냈습니다.

350개가 넘는 사진과 영상들.

'범죄' 그 자체였습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미성년 아이들이 강제로 찍은 듯한 '성 착취물'이었는데, 이 중에는 성폭행으로 추정되는 영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독 눈에 띄는 한 가지, 아이들 몸에 새겨진 '엘 주인님'이라는 글씨였습니다.

엘 주인님.

'엘'이라는 인물이 영상을 찍도록 강요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KBS는 n번방을 취재한 추적단 불꽃의 일원이자 대안 미디어 '얼룩소' 소속인 원은지 에디터와 함께 문제의 영상들을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우선 '피해자'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은지/'얼룩소' 에디터 :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이 존재하는 그런 피해자만 6명 정도 되고요. 전부 다 이제, 아동 청소년으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 명, A 씨와 만났습니다.

신원 보호를 위해 비대면으로 진행한 인터뷰.

끔찍한 범죄에 희생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악랄한 '협박'이 있었음을 증언했습니다.

A 씨는 가해자 '엘'이 네가 죽어도 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성착취물 유포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엘'은 일부 피해자들에게 영상의 특징을 담은 별칭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주된 활동 무대는 텔레그램.

여기까지는, n번방, 박사방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유통 '수법'이 달랐습니다.

고정된 대화방이 있었던 n번방, 박사방과 달리, '엘'이 활동했던 이른바 '엘방'은 이곳 저곳에서 수도 없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습니다.

한 텔레그램 대화방.

특정 별칭의 영상을 달라는 메시지가 줄을 잇더니, 누군가 "'엘방'에 들어가면 그 영상이 있다"고 홍보합니다.

[공정식/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 : "보통 이제 성착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와 관련된 해시태그를 찾거나 또는 그런 스티커(표시)가 있는 데를 찾아 들어가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사람들끼리 모일 수 밖에 없죠."]

n번방과 박사방이 폐쇄적으로 운영됐다면, '엘'은 보다 과감하게 성착취물을 유포해가며 인지도를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대화방을 운영했고, 피해 영상들은, 텔레그램을 넘어 인터넷 사이트로도 널리 유통됐습니다.

그렇다면, '엘'이라고 알려진 이 인물은 대체 누굴까요?

철저하게 익명의 탈을 쓰고 활동하는 특성 상 정보는 제한적이었지만, 그가 남긴 흔적들을 추적해 봤습니다.

이어서 황현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텔레 판'을 뒤집어놓은 장본인" "여노예 11명, 남노예 3명" "레전드"

성 착취물을 찾는 가담자가 '엘'을 소개한 말입니다.

취재팀은 '엘'의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봤다는 인물과 접촉했습니다.

"'갓갓' 문형욱과 '박사' 조주빈 이상으로 악랄하다" "제보한 영상들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이런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엘'이 본격적으로 활동한 건 2020년, 즉, 조주빈 문형욱이 구속될 즈음입니다.

마치 그들의 공백을 노렸다는 듯, 급속히 활동에 나섰습니다.

'엘'이 등장한 대화방은 취재팀이 확인한 것만 30개가 넘습니다.

방들 사이에는 일종의 '서열'이 존재했습니다.

검색이나 링크를 통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방이 가장 아랫단.

더 윗단계 방은, 채팅·음란물 '공유' 횟수를 채워야 초대받습니다.

맨 꼭대기에는, 자기들 말로 '믿을만한 사람끼리만 모인다'는 이른바 VIP방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어떤 방이냐에 따라, 공유하는 영상의 수위가 달라집니다.

[원은지/얼룩소 에디터 : "대화를 몇 백 개 이상, 더 많이 보내거나 아니면 퀴즈를 냈는데 그거를 맞춘다거나, 이런 식으로 조금 인증 단계를 넣어서 정말 이 성착취물을 보는 가해자가 맞는지 아닌지 하는 단계를 삽입을 했어요."]

위로 갈수록 인증 문턱은 높아졌지만,

"엘이 만든 영상이 있다"고만 하면, 순식간에 수천 명이 모여들었습니다.

많게는, 5천 명이 '상주'하는 텔레그램 방까지 있었습니다.

그들은, 영상을 보며, 노골적인 '평가'를 주고 받기도 했습니다.

[공정식/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텔레그램은) 익명성이 상당히 강하고, 더불어서 초대자만 들어올 수 있는 폐쇄성도 있고, 그래서 텔레그램을 통해서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공갈하는 것들이 매우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고."]

대화방 안에서 공유된 영상은, 밖으로도 퍼져나가, 불법 음란 사이트에 게시됐습니다.

극우 커뮤니티 '일베'에도 일부가 유포됐는데, 거기서 기록한 조회 수만 최소 4만 번이 넘습니다.

'엘'은, 이렇게 유명세를 타자 이민수, 악마 등 다른 이름도 함께 썼습니다.

추적을 피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그가 지난해 활동한 대화방은 지금 대부분 폐쇄된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엘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엘'은 텔레그램에서, '최근 접속'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어딘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엘, 그리고 그와 함께 움직였던 일당에 대해선,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상 유포자와 소지자, 모두 수사 대상입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앵커]

이런 아동 성착취물은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처벌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취재진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여러 영상과 대화방에 접근했지만 대신 법률 자문을 거쳐 취재한 자료는 엄격히 제한된 인원만 접근하도록 했고, 확보된 자료 전체를 수사기관에 신고했습니다.

연속 보도, 내일(30일)은 범죄자들이 어떻게 교묘하게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는지,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 닉네임 '엘'은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취재팀이 정한 가칭입니다.

촬영기자:오광택 최재혁 이제우/영상편집:김선영 황보현평/그래픽:김지훈 채상우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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