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해자 10명 중 4명 10대…KBS 전수 추적

입력 2022.08.29 (21:27) 수정 2022.08.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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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09년생 14살 정유주입니다."]

["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라고 합니다."]

[" 저는 어렸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납니다."]

["하지만 병원에 자주 다녔던 것은 기억이 납니다."]

["많이 아픈 날은 이모나 할머니가 저를 데리고 응급실에 갔던 기억도 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움직임이 많은 활동을 할 때마다 쉽게 숨이 차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친구들이 저를 놀리는 상황도 많았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왜 놀림거리가 되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저는 아직도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약을 챙겨 먹어야 하고 가끔 호흡기 치료를 해야만 합니다."]

[김경영/정유주 학생 어머니 : "다 쓰지 못하고 중간에 이제 너무 마음이 힘들었는지 울더라고요. 이걸 보면서 왜 이렇게 힘든 기억으로 아픈 기억으로 기록된 아이의 유년 시절이 여야만 하는가..."]

[앵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정유주 양이 KBS에 보내온 '채 마무리하지 못한 편지'였습니다.

이틀 뒤면 가습기 살균제 참사 11년이 됩니다.

이미 해결된 것 아니냐는 물음이 피해자들에겐 가장 큰 상처입니다.

유주 양 경우처럼 참사는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피해가 인정된 4천3백쉰 명 말고도 아직 판정을 기다리는 사람, 3천4백 명이 넘습니다.

KBS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두를 추적, 분석했습니다.

피해자 4명 가운데 한 명은 이미 숨졌고, 어린이와 청소년 피해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먼저, 김수연 기자의 단독 보도 보시고,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4,350명.

정부가 공식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수입니다.

KBS는 피해자 전수 분석을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은 사회적 참사의 실태를 추적했습니다.

사망자는 11년간 계속 늘어 1,066명에 이릅니다.

피해자 4명 중 1명꼴입니다.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나이.

60세 이상 고령층에 이어 10대 이하, 즉, 영유아와 청소년이 205명으로 많았습니다.

5명 중 1명꼴입니다.

이 가운데 영유아 사망자가 92%로, 나이가 어릴수록 피해에 취약했던 거로 분석됩니다.

생존 피해자들 가운데서도, 10대 피해자가 1,221명. 전체의 40% 가까이로 가장 많습니다.

피해 정도를 봐도 중증 이상 피해자의 청소년 비율이 두드러지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도 안심' 가습기 살균제 광고 문구입니다.

산모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많이 사용됐다는 게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입니다.

생존자 중 피해 인정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9개월, 특별법으로 최근 기간이 단축되긴 했지만, 20% 수준인 560명은 1년에서 많게는 5년이 걸렸습니다.

여기에 아직 피해 인정을 못 받은 대기자도 3천 명이 넘습니다.

[류문호/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변호인 : "증거에 대한 부분들도 희석될 부분들이 많고, 과거의 정신적 고통이라든지 피해에 대해서 배상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 (현재) 법적인 부분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빗속에 열린 가습기 살균제 어린이 사망자 추모 나무 심기 행사.

아직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대기자 중 어린이와 청소년이 670여 명, 이 중 138명은 이미 세상을 떠난 채 피해 판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김수연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그동안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부분적, 파편적으로 알려졌던 거 같은데, 이렇게 전수조사를 해서 피해자들의 전모를 밝힌 건 처음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은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 수 정도만 공식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사망자와 생존자의 연령별 분석이나 피해 등급 현황을 밝혀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분석결과, 피해자의 약 40%가 10대 이하 청소년과 영유아인데, 11년이 지났으니까 사실상 태어나면서부터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앵커]

지금은 특별법도 만들어졌고,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되고 있는데, 아직 문제가 많다고요?

[기자]

네, 현재 정부 지원은 치료비나 약값을 쓰고 청구하면 지원해주는 등의 방식입니다.

그런데, 피해가 집중된 연령층을 보면, 성장 과정에서 신체적, 심리적으로 복합적인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KBS가 이번 취재 과정에서 피해자 면접 조사를 실시했는데, 대부분이 병원 진료 등으로 학습권 침해를 받고 있었습니다.

따돌림을 겪거나 또, 학교를 아예 졸업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고요.

10대 후반 남학생의 경우, 곧 다가올 군대 문제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연령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여기에 현재 법령상 피해 지원기간이 10년으로 제한(갱신 가능)돼 있다는 점도 10대 피해자들에게는 큰 문제입니다.

[앵커]

정부 지원도 지원이지만, 결국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기업들의 배·보상, 또는 지원이 중요한데, 진전된 게 없는 거죠?

[기자]

네, 올 초 옥시와 애경이 조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하고 사실상 모든 논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미 430여 명 정도 보상했으니 책임을 다했다는 겁니다.

취재진은 이 기업들의 주장이 합리적인지 내일 검증할 예정입니다.

또, KBS가 질의해서 받은 옥시 본사의 입장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유성주 김민준 허수곤/영상편집:장수경 김형균/그래픽:김지혜 최창준 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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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피해자 10명 중 4명 10대…KBS 전수 추적
    • 입력 2022-08-29 21:27:30
    • 수정2022-08-30 11:39:32
    뉴스 9
["저는 2009년생 14살 정유주입니다."]

["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라고 합니다."]

[" 저는 어렸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납니다."]

["하지만 병원에 자주 다녔던 것은 기억이 납니다."]

["많이 아픈 날은 이모나 할머니가 저를 데리고 응급실에 갔던 기억도 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움직임이 많은 활동을 할 때마다 쉽게 숨이 차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친구들이 저를 놀리는 상황도 많았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왜 놀림거리가 되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저는 아직도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약을 챙겨 먹어야 하고 가끔 호흡기 치료를 해야만 합니다."]

[김경영/정유주 학생 어머니 : "다 쓰지 못하고 중간에 이제 너무 마음이 힘들었는지 울더라고요. 이걸 보면서 왜 이렇게 힘든 기억으로 아픈 기억으로 기록된 아이의 유년 시절이 여야만 하는가..."]

[앵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정유주 양이 KBS에 보내온 '채 마무리하지 못한 편지'였습니다.

이틀 뒤면 가습기 살균제 참사 11년이 됩니다.

이미 해결된 것 아니냐는 물음이 피해자들에겐 가장 큰 상처입니다.

유주 양 경우처럼 참사는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피해가 인정된 4천3백쉰 명 말고도 아직 판정을 기다리는 사람, 3천4백 명이 넘습니다.

KBS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두를 추적, 분석했습니다.

피해자 4명 가운데 한 명은 이미 숨졌고, 어린이와 청소년 피해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먼저, 김수연 기자의 단독 보도 보시고,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4,350명.

정부가 공식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수입니다.

KBS는 피해자 전수 분석을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은 사회적 참사의 실태를 추적했습니다.

사망자는 11년간 계속 늘어 1,066명에 이릅니다.

피해자 4명 중 1명꼴입니다.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나이.

60세 이상 고령층에 이어 10대 이하, 즉, 영유아와 청소년이 205명으로 많았습니다.

5명 중 1명꼴입니다.

이 가운데 영유아 사망자가 92%로, 나이가 어릴수록 피해에 취약했던 거로 분석됩니다.

생존 피해자들 가운데서도, 10대 피해자가 1,221명. 전체의 40% 가까이로 가장 많습니다.

피해 정도를 봐도 중증 이상 피해자의 청소년 비율이 두드러지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도 안심' 가습기 살균제 광고 문구입니다.

산모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많이 사용됐다는 게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입니다.

생존자 중 피해 인정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9개월, 특별법으로 최근 기간이 단축되긴 했지만, 20% 수준인 560명은 1년에서 많게는 5년이 걸렸습니다.

여기에 아직 피해 인정을 못 받은 대기자도 3천 명이 넘습니다.

[류문호/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변호인 : "증거에 대한 부분들도 희석될 부분들이 많고, 과거의 정신적 고통이라든지 피해에 대해서 배상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 (현재) 법적인 부분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빗속에 열린 가습기 살균제 어린이 사망자 추모 나무 심기 행사.

아직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대기자 중 어린이와 청소년이 670여 명, 이 중 138명은 이미 세상을 떠난 채 피해 판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김수연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그동안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부분적, 파편적으로 알려졌던 거 같은데, 이렇게 전수조사를 해서 피해자들의 전모를 밝힌 건 처음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은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 수 정도만 공식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사망자와 생존자의 연령별 분석이나 피해 등급 현황을 밝혀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분석결과, 피해자의 약 40%가 10대 이하 청소년과 영유아인데, 11년이 지났으니까 사실상 태어나면서부터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앵커]

지금은 특별법도 만들어졌고,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되고 있는데, 아직 문제가 많다고요?

[기자]

네, 현재 정부 지원은 치료비나 약값을 쓰고 청구하면 지원해주는 등의 방식입니다.

그런데, 피해가 집중된 연령층을 보면, 성장 과정에서 신체적, 심리적으로 복합적인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KBS가 이번 취재 과정에서 피해자 면접 조사를 실시했는데, 대부분이 병원 진료 등으로 학습권 침해를 받고 있었습니다.

따돌림을 겪거나 또, 학교를 아예 졸업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고요.

10대 후반 남학생의 경우, 곧 다가올 군대 문제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연령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여기에 현재 법령상 피해 지원기간이 10년으로 제한(갱신 가능)돼 있다는 점도 10대 피해자들에게는 큰 문제입니다.

[앵커]

정부 지원도 지원이지만, 결국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기업들의 배·보상, 또는 지원이 중요한데, 진전된 게 없는 거죠?

[기자]

네, 올 초 옥시와 애경이 조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하고 사실상 모든 논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미 430여 명 정도 보상했으니 책임을 다했다는 겁니다.

취재진은 이 기업들의 주장이 합리적인지 내일 검증할 예정입니다.

또, KBS가 질의해서 받은 옥시 본사의 입장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유성주 김민준 허수곤/영상편집:장수경 김형균/그래픽:김지혜 최창준 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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