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부담에 위태로운 청년들…“속마음 털어놓을 사람 없어”

입력 2022.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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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성인이 돼 보육원 등의 시설에서 나온 청년을 '자립준비청년'이라고 합니다. 최근 광주에서 자립준비청년 두 명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본인이 원하면 24살까지 보육원 등에 계속 머물며 자립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시설을 퇴소한 이들을 돕기 위해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설치하는 등 제도가 정비됐지만, 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다른 자립준비청년들은 괜찮은 걸까요? 한 조사에서 자립준비청년 절반 정도가 '자살을 생각해본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연관 기사] 자립준비청년 잇단 죽음…“돈보단 믿을 만한 어른이 필요해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42788


■ 자립준비청년 50% "죽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있어"

많은 자립준비청년의 정신 건강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조사'(2020)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 3,104명 중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0.0%였습니다. 2018년 '자살실태조사'에서 19~29세의 16.3%가 자살을 생각해본적 있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자립준비청년들은 극단적인 생각이 들어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물었는데, 보호종료아동의 37.4%가 특별히 대처하지 않았다고 응답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친구와의 상담이 19.7%, 혼자 술 마시기, 담배 피우기 등으로 해소 운동(14.9%), 취미, 문화·여가활동 등으로 극복(13.9%), 순이었습니다.


극단적인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자립준비청년 대부분이 의지할 곳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겁니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스무 살 무렵 자립을 경험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 "내 안에 있는 밝은 면을 끌어내 줄 어른이 필요해요"

26살 자립준비청년 안지안 씨는 6년 전 평생을 살던 보육원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시작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던 그녀가 사회에서 자립을 시작했을때 처음 마주한 감정은 두려움과 외로움이었습니다.

"처음 사회로 나올 때 ‘혼자서 내가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모든 것들을 제가 책임을 져야 할 텐데 그 책임 또한 잘 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또, 시설에서는 열 몇 명이 함께 생활을 하다가 혼자가 됐다는 외로움도 많이 와 닿았던 것 같아요."

먹고 살기 위해서 공장에 취업했던 그녀는 9개월 만에 꿈을 찾아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저는 공장을 다니고 있는데, 친구들은 부모님의 도움 아래 대학도 다니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는 걸 봤을 때 많이 회의감이 왔었어요. 그때 ‘나도 하고 싶은 거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공장을 갔던 이유가 먹고살기 위함이라는 딱 하나였거든요."

하지만 '고졸' 스펙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방황도 길어졌습니다.

"정부에서 도움을 주는 자립 준비는 딱 자립하는 그 시기에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어쨌든 취업은 시켜야겠고, 대학을 보내야겠고 그 하나의 목표로 자립을 시키거든요. 근데 사람이 살다보면 삶의 경로를 바꾸게 되잖아요. 그때 혼자서 그런 선택을 하기에는 지식도 지혜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이직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어요. 한 5개월 넘게 백수 생활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때 돈도 없어서 밥도 잘 못 먹었었고 교통비가 없어서 어디 가지도 못했던 적도 있었고. 친구들한테 빚도 많이 지면서 생활했었어요."

이렇게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안지안 씨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기댈 수 있는 어른'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립준비 청년들이 그런 어른들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부모님이 안 계신 건 맞지만 나 자신 자체만으로도 되게 소중하고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수많은 장점과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것을 발산할 수 있는 환경과 상황들이 만들어지지 않다보니까 부정적인 것들에 매여 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우울함이 자주 오기도 하고 또 외로움이 자주 오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내 안에 있는 긍정적인 것들을 옆에서 자꾸 끌어내줄 수 있는 어른들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시설에 있을 때) 봉사자분들이나 사회복지사 분들을 만나긴 하지만, 저희가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은 거의 없어요. 단체로 같이 만나고 또 핸드폰으로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이런 사이는 아니다 보니, 사회에 나왔을 때 딱 기댈 수 있는 어른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 “힘들 때 속마음을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

4년 전 자립을 시작한 24살 안주안 씨도 홀로 세상에 나와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경제 관념이 부족했던 그는 자립정착금 5백만 원과 매월 자립수당 35만 원 받고 있지만, 그 돈을 효율적으로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시설에서 나오면서 500만 원이라는 큰 돈을 어떻게 활용을 할지 모르니까 그게 또 문제가 되더라고요. 월세나 전세에 대해서 모르는 친구들도 되게 많고 그 개념에 대해서 모르는 친구들도 많아요. 그냥 막 계약부터 하고, 관리비라는 자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돈을 좀 허무하게 썼던 거 같아요."

"자립 전에 교육은 받지만, 막상 들었을 때 도움이 될만한 실질적인 교육이 없었던 것 같아요. 보증금이 얼마고 관리비가 얼마고 이런 내용을 교육을 받고 싶었는데, 그런 교육은 없었어요."

도움을 받기 위해 어른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했지만, 그런 그의 마음을 이용하려던 사람들을 만나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500만 원을 받고 시설에서 나왔다고 얘기를 했을때, 그 돈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만 하는 어른들도 많았어요. 저희는 사회 경험이 없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사기당하기 좋거든요. 그렇게 사기를 당해도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고 힘도 없으니까 얘기도 못하죠."

안 씨 역시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힘든 점을 다른 사람한테 얘기할 사람도 없고 그 마음을 얘기해 봤자 다른 사람들이 그거를 이용하려고 하니까 오히려 다가가기도 힘들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잘 못해요. 저는 누구한테 제 속마음을 얘기해 본 적이 없어요. 주변 사람들도 없고 하니까 그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 자립전담기관 확충돼도 1명이 100명 관리해야..."사회적 가족 필요"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자립준비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어른'이었습니다. 진로를 바꾸는 중요한 순간에, 그리고 인생의 힘든 순간을 맞이했을 때 조언과 지지를 구할 수 있는 어른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방법은 없을까요?

정부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시설 퇴소 이후에도 계속 연락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립전담기관'을 17개 시·도 별로 하나씩 설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계획대로 기관이 확충됐을 때에도 예정된 전체 전담인력은 120명에 불과합니다. 자립 이후 5년 동안 정부에서 관리하는 자립준비청년이 약 1만 2,000명인 것을 생각해보면, 전담인력 1명당 100명의 청년을 돌봐야 하는 겁니다. 당연히 세밀한 심리 지원은 어렵습니다.

자립준비청년을 고용해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 키퍼'의 김성민 대표는 '사회적 가족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역시 자립준비청년 출신입니다.

"'사회적 가족 제도'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퇴소를 하면 잘 준비된 가족와 연계해서 아이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봐주는 가족이 필요해요. 아이와 함께 고민해 주고 위로해 주고 또 사랑해 주고 그런 관계를 통해서 아이가 이 세상을 살아갈 만하구나 또 나를 믿어주고 나를 인정해 주는 어른이 있구나 생각할 수 있을 거에요.”

매년 평균 2,500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스무 살 무렵 홀로 세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스펙을 쌓아 30대가 가까워서야 사회에 진출하는 것을 생각하면 '스무 살 독립'은 이들에게 너무 버거운 짐일 수도 있습니다.

당장의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지원도 좋지만, 이들과 긴 호흡으로 소통할 수 있는 어른들을 연결해주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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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립 부담에 위태로운 청년들…“속마음 털어놓을 사람 없어”
    • 입력 2022-08-30 06:00:16
    취재K
성인이 돼 보육원 등의 시설에서 나온 청년을 '자립준비청년'이라고 합니다. 최근 광주에서 자립준비청년 두 명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본인이 원하면 24살까지 보육원 등에 계속 머물며 자립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시설을 퇴소한 이들을 돕기 위해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설치하는 등 제도가 정비됐지만, 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br />다른 자립준비청년들은 괜찮은 걸까요? 한 조사에서 자립준비청년 절반 정도가 '자살을 생각해본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지 직접 들어봤습니다.<br /><b><a href="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42788" target="_blank" title="(새창)">[연관 기사] 자립준비청년 잇단 죽음…“돈보단 믿을 만한 어른이 필요해요”</a></b><br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42788

■ 자립준비청년 50% "죽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있어"

많은 자립준비청년의 정신 건강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조사'(2020)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 3,104명 중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0.0%였습니다. 2018년 '자살실태조사'에서 19~29세의 16.3%가 자살을 생각해본적 있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자립준비청년들은 극단적인 생각이 들어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물었는데, 보호종료아동의 37.4%가 특별히 대처하지 않았다고 응답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친구와의 상담이 19.7%, 혼자 술 마시기, 담배 피우기 등으로 해소 운동(14.9%), 취미, 문화·여가활동 등으로 극복(13.9%), 순이었습니다.


극단적인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자립준비청년 대부분이 의지할 곳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겁니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스무 살 무렵 자립을 경험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 "내 안에 있는 밝은 면을 끌어내 줄 어른이 필요해요"

26살 자립준비청년 안지안 씨는 6년 전 평생을 살던 보육원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시작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던 그녀가 사회에서 자립을 시작했을때 처음 마주한 감정은 두려움과 외로움이었습니다.

"처음 사회로 나올 때 ‘혼자서 내가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모든 것들을 제가 책임을 져야 할 텐데 그 책임 또한 잘 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또, 시설에서는 열 몇 명이 함께 생활을 하다가 혼자가 됐다는 외로움도 많이 와 닿았던 것 같아요."

먹고 살기 위해서 공장에 취업했던 그녀는 9개월 만에 꿈을 찾아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저는 공장을 다니고 있는데, 친구들은 부모님의 도움 아래 대학도 다니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는 걸 봤을 때 많이 회의감이 왔었어요. 그때 ‘나도 하고 싶은 거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공장을 갔던 이유가 먹고살기 위함이라는 딱 하나였거든요."

하지만 '고졸' 스펙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방황도 길어졌습니다.

"정부에서 도움을 주는 자립 준비는 딱 자립하는 그 시기에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어쨌든 취업은 시켜야겠고, 대학을 보내야겠고 그 하나의 목표로 자립을 시키거든요. 근데 사람이 살다보면 삶의 경로를 바꾸게 되잖아요. 그때 혼자서 그런 선택을 하기에는 지식도 지혜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이직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어요. 한 5개월 넘게 백수 생활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때 돈도 없어서 밥도 잘 못 먹었었고 교통비가 없어서 어디 가지도 못했던 적도 있었고. 친구들한테 빚도 많이 지면서 생활했었어요."

이렇게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안지안 씨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기댈 수 있는 어른'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립준비 청년들이 그런 어른들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부모님이 안 계신 건 맞지만 나 자신 자체만으로도 되게 소중하고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수많은 장점과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것을 발산할 수 있는 환경과 상황들이 만들어지지 않다보니까 부정적인 것들에 매여 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우울함이 자주 오기도 하고 또 외로움이 자주 오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내 안에 있는 긍정적인 것들을 옆에서 자꾸 끌어내줄 수 있는 어른들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시설에 있을 때) 봉사자분들이나 사회복지사 분들을 만나긴 하지만, 저희가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은 거의 없어요. 단체로 같이 만나고 또 핸드폰으로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이런 사이는 아니다 보니, 사회에 나왔을 때 딱 기댈 수 있는 어른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 “힘들 때 속마음을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

4년 전 자립을 시작한 24살 안주안 씨도 홀로 세상에 나와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경제 관념이 부족했던 그는 자립정착금 5백만 원과 매월 자립수당 35만 원 받고 있지만, 그 돈을 효율적으로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시설에서 나오면서 500만 원이라는 큰 돈을 어떻게 활용을 할지 모르니까 그게 또 문제가 되더라고요. 월세나 전세에 대해서 모르는 친구들도 되게 많고 그 개념에 대해서 모르는 친구들도 많아요. 그냥 막 계약부터 하고, 관리비라는 자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돈을 좀 허무하게 썼던 거 같아요."

"자립 전에 교육은 받지만, 막상 들었을 때 도움이 될만한 실질적인 교육이 없었던 것 같아요. 보증금이 얼마고 관리비가 얼마고 이런 내용을 교육을 받고 싶었는데, 그런 교육은 없었어요."

도움을 받기 위해 어른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했지만, 그런 그의 마음을 이용하려던 사람들을 만나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500만 원을 받고 시설에서 나왔다고 얘기를 했을때, 그 돈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만 하는 어른들도 많았어요. 저희는 사회 경험이 없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사기당하기 좋거든요. 그렇게 사기를 당해도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고 힘도 없으니까 얘기도 못하죠."

안 씨 역시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힘든 점을 다른 사람한테 얘기할 사람도 없고 그 마음을 얘기해 봤자 다른 사람들이 그거를 이용하려고 하니까 오히려 다가가기도 힘들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잘 못해요. 저는 누구한테 제 속마음을 얘기해 본 적이 없어요. 주변 사람들도 없고 하니까 그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 자립전담기관 확충돼도 1명이 100명 관리해야..."사회적 가족 필요"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자립준비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어른'이었습니다. 진로를 바꾸는 중요한 순간에, 그리고 인생의 힘든 순간을 맞이했을 때 조언과 지지를 구할 수 있는 어른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방법은 없을까요?

정부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시설 퇴소 이후에도 계속 연락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립전담기관'을 17개 시·도 별로 하나씩 설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계획대로 기관이 확충됐을 때에도 예정된 전체 전담인력은 120명에 불과합니다. 자립 이후 5년 동안 정부에서 관리하는 자립준비청년이 약 1만 2,000명인 것을 생각해보면, 전담인력 1명당 100명의 청년을 돌봐야 하는 겁니다. 당연히 세밀한 심리 지원은 어렵습니다.

자립준비청년을 고용해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 키퍼'의 김성민 대표는 '사회적 가족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역시 자립준비청년 출신입니다.

"'사회적 가족 제도'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퇴소를 하면 잘 준비된 가족와 연계해서 아이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봐주는 가족이 필요해요. 아이와 함께 고민해 주고 위로해 주고 또 사랑해 주고 그런 관계를 통해서 아이가 이 세상을 살아갈 만하구나 또 나를 믿어주고 나를 인정해 주는 어른이 있구나 생각할 수 있을 거에요.”

매년 평균 2,500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스무 살 무렵 홀로 세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스펙을 쌓아 30대가 가까워서야 사회에 진출하는 것을 생각하면 '스무 살 독립'은 이들에게 너무 버거운 짐일 수도 있습니다.

당장의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지원도 좋지만, 이들과 긴 호흡으로 소통할 수 있는 어른들을 연결해주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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