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잇단 죽음…“돈보단 믿을 만한 어른이 필요해요”

입력 2022.08.26 (21:34) 수정 2022.08.26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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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사회복지사를 꿈꾸던 열여덟 살 청년이 남긴 쪽지글입니다.

보육원에서 나온 뒤 홀로서려 했지만. 삶의 무게와, 외로움을 이기지 못했던 걸까요..

방학기간, 텅 빈 대학 기숙사에서 홀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 청년처럼 성인이 돼 보육원 등의 시설에서 나온 사람들을 '자립준비청년'이라고 합니다.

한 해 평균 이천오백명쯤 되는데 지난 5년 동안 일자리를 구한 건 열명 중 네 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최근 자립준비청년 두 명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또다른 사회의 그늘을 드러냈는데요.

채 스물도 못 돼 세상과 홀로 맞서야 하는 청년들은 무엇보다 손 내밀어 주는 '어른'이 목마르다고 했습니다.

원동희 기자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삶을 포기한 열여덟 살 자립준비청년은 주변에 다정했지만,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습니다.

[숨진 자립준비 청년 친구/음성변조 : "항상 밝고, 항상 저희를 웃겨주는, 맨날 먼저 연락 오고 먼저 다가오고. 그냥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는데, 그건 저희도 아예 몰랐어요. 그걸 말이라도 해줬으면…."]

자립준비 청년들이 말하지 못한 어려움은 뭔지 들어봤습니다.

자립 6년 차 안지안 씨는 혼자라는 두려움이 가장 컸습니다.

[안지안/26살/자립 6년 차 : "혼자서 내가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모든 것들을 내가 책임을 져야 할텐데 그 책임 또한 잘 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가장 컸던 거 같아요."]

첫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하기까지 방황이 길었습니다.

[안지안/26살/자립 6년 차 : "이직하기 되게 힘들었고 5개월 넘게 백수 생활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때 돈도 없어서 밥도 잘 못 먹었었고 교통비가 없어서 어디 가지도 못했던 적도 있고..."]

자립 4년 차 안주안 씨에겐 자립정착금 5백만 원과 매월 자립수당 35만 원이 지급되지만, 이 돈을 잘 쓰는 건 어려웠습니다.

[안주안/24살/자립 4년 차 : "월세나 전세에 대해서 모르는 친구들도 되게 많고, 그냥 막 계약하고 관리비라는 자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돈을 좀 허무하게 썼죠. 500만 원이라는 돈을."]

가장 필요했던 건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었습니다.

[안주안/24살/자립 4년 차 : "힘든 점을 다른 사람한테 얘기할 사람도 없고, 그 마음을 얘기해 봤자 다른 사람들이 그거를 이용하려고 하니까 오히려 다가가기도 힘들고..."]

이렇게 홀로 세상을 마주한 청년들이 믿을만한 어른을 어떻게 만나는 게 좋을지도 물어봤습니다.

[김성민/브라더스 키퍼 대표/자립준비청년 출신 : "'사회적 가족' 제도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위로해주고 사랑해주고 그런 관계를 통해서 아이가 이 세상을 살아갈 만하구나 또 나를 믿어주고 인정해주는 어른이 있구나라고 생각해서…."]

어려움 속에서도 자립을 준비해 나가는 청년들은 지난해 기준 1만 1천 명이 넘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박준석/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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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립준비청년 잇단 죽음…“돈보단 믿을 만한 어른이 필요해요”
    • 입력 2022-08-26 21:34:29
    • 수정2022-08-26 21:46:30
    뉴스 9
[앵커]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사회복지사를 꿈꾸던 열여덟 살 청년이 남긴 쪽지글입니다.

보육원에서 나온 뒤 홀로서려 했지만. 삶의 무게와, 외로움을 이기지 못했던 걸까요..

방학기간, 텅 빈 대학 기숙사에서 홀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 청년처럼 성인이 돼 보육원 등의 시설에서 나온 사람들을 '자립준비청년'이라고 합니다.

한 해 평균 이천오백명쯤 되는데 지난 5년 동안 일자리를 구한 건 열명 중 네 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최근 자립준비청년 두 명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또다른 사회의 그늘을 드러냈는데요.

채 스물도 못 돼 세상과 홀로 맞서야 하는 청년들은 무엇보다 손 내밀어 주는 '어른'이 목마르다고 했습니다.

원동희 기자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삶을 포기한 열여덟 살 자립준비청년은 주변에 다정했지만,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습니다.

[숨진 자립준비 청년 친구/음성변조 : "항상 밝고, 항상 저희를 웃겨주는, 맨날 먼저 연락 오고 먼저 다가오고. 그냥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는데, 그건 저희도 아예 몰랐어요. 그걸 말이라도 해줬으면…."]

자립준비 청년들이 말하지 못한 어려움은 뭔지 들어봤습니다.

자립 6년 차 안지안 씨는 혼자라는 두려움이 가장 컸습니다.

[안지안/26살/자립 6년 차 : "혼자서 내가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모든 것들을 내가 책임을 져야 할텐데 그 책임 또한 잘 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가장 컸던 거 같아요."]

첫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하기까지 방황이 길었습니다.

[안지안/26살/자립 6년 차 : "이직하기 되게 힘들었고 5개월 넘게 백수 생활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때 돈도 없어서 밥도 잘 못 먹었었고 교통비가 없어서 어디 가지도 못했던 적도 있고..."]

자립 4년 차 안주안 씨에겐 자립정착금 5백만 원과 매월 자립수당 35만 원이 지급되지만, 이 돈을 잘 쓰는 건 어려웠습니다.

[안주안/24살/자립 4년 차 : "월세나 전세에 대해서 모르는 친구들도 되게 많고, 그냥 막 계약하고 관리비라는 자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돈을 좀 허무하게 썼죠. 500만 원이라는 돈을."]

가장 필요했던 건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었습니다.

[안주안/24살/자립 4년 차 : "힘든 점을 다른 사람한테 얘기할 사람도 없고, 그 마음을 얘기해 봤자 다른 사람들이 그거를 이용하려고 하니까 오히려 다가가기도 힘들고..."]

이렇게 홀로 세상을 마주한 청년들이 믿을만한 어른을 어떻게 만나는 게 좋을지도 물어봤습니다.

[김성민/브라더스 키퍼 대표/자립준비청년 출신 : "'사회적 가족' 제도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위로해주고 사랑해주고 그런 관계를 통해서 아이가 이 세상을 살아갈 만하구나 또 나를 믿어주고 인정해주는 어른이 있구나라고 생각해서…."]

어려움 속에서도 자립을 준비해 나가는 청년들은 지난해 기준 1만 1천 명이 넘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박준석/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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