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계곡 따라 15개 농지, 농사 흔적 없어…“투기 용도 아냐”

입력 2022.08.30 (19:26) 수정 2022.08.30 (20: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KBS의 재산 검증 연속기획, 이승화 산청군수 이어갑니다.

이 군수가 부인의 명의를 포함해 소유한 25개 농지를 꼼꼼히 들여다봤더니, 절반이 넘는 15곳이 지리산 계곡에 몰려 있었습니다.

이들 필지, 현장을 일일이 확인해 봤는데, 농사를 지은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심층기획팀, 윤경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산청군 내원계곡 상류입니다.

계곡 골짜기를 따라 별장과 펜션이 줄지어 들어서 있습니다.

왼쪽에는 계곡이 흐르고 오른쪽에는 도로와 접해 계곡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이 사이 아무 건물도 짓지 않아 오히려 눈에 띄는 땅이 있습니다.

1,970㎡ 규모, 이승화 산청군수의 농지입니다.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 보니, 이 군수가 1996년 사들여 5차례 분할과 합병을 거쳤습니다.

찾아가 봤습니다.

땅 바로 앞까지 도로가 나 있습니다.

필지는 평평한 사각형의 맨땅 나대지입니다.

농지이지만 농사지은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잡풀과 쓰레기, 자갈과 모래만 쌓여 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농사 안 해요. 도로 포장만 해놓고…."]

산청군 지막계곡, 도로와 계곡을 접한 농지 두 필지가 있습니다.

내원계곡의 땅과 입지가 비슷합니다.

각 357, 139㎡ 규모, 역시 이 군수의 농지입니다.

제가 서 있는 도로 양옆의 농지 모두 이승화 산청군수의 땅입니다.

도로 옆이어서 접근성이 좋은데 잡풀만 우거질 뿐 농사지은 흔적은 찾을 수 없습니다.

이 군수는 지막계곡에 농지 7필지를 가지고 있는데, 일부 약재 나무를 심어놨을 뿐 농사는 짓지 않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 농사짓습니까?) 안 짓죠. 평생 안 짓죠. 지을 사람이 아닙니다."]

산청군의 또 다른 계곡 명소, 오봉계곡에도 이 군수의 농지가 있습니다.

4,899㎡ 크기의 전·답 두 필지입니다.

역시 양옆으로 계곡·도로와 맞닿아 있지만, 정작 농지에는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잡풀과 잡목이 무성합니다.

자경의 흔적은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두충나무 심어놨어요. 약재. 30년 넘었어요. (농사짓는다고 할 수는 없네요?) 약이죠. 저건."]

이 군수가 부인 명의를 포함해 지리산 자락 계곡 3곳에 가지고 있는 농지는 모두 15곳.

일부 필지에 약재 나무가 심겨 있을 뿐 대부분 농사지은 흔적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농지법은 농지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121조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른 겁니다.

아무 행위 없이 농지를 방치하는 것도 농지법 위반입니다.

자치단체장에 대한 농지법의 잣대는 더욱 엄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농지 전용과 농업 구역 변경에 대한 권한을 쥐고 있어 이해충돌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임영환/변호사/경실련 농업개혁위원 : "용도변경도 가능하고 농업진흥구역을 푸는 것도 특정 면적에 따라서 기초지자체 단체장의 권한이기도 하거든요. 이해충돌의 여지도 있고 나중에 이해충돌의 여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죠."]

이 군수는 계곡 땅과 거리가 멀어 농사짓지 못하고 있다며 농지법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또 계곡에 농지가 많은 이유는 건설업을 할 당시 공사대금 대신 받은 땅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승화/산청군수 : "멀리 있는 데는 사실 농사 못 하는 거죠. 건설업 할 때 하도급을 받으려면 땅을 사라고 해서 오봉계곡 땅 산 거고. 계곡 있는 건 거의 다 그렇게 산 겁니다."]

이 군수는 계곡 땅을 투자 용도로 묵혀뒀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투기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이하우·지승환/그래픽:박재희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리산 계곡 따라 15개 농지, 농사 흔적 없어…“투기 용도 아냐”
    • 입력 2022-08-30 19:26:35
    • 수정2022-08-30 20:33:17
    뉴스7(창원)
[앵커]

KBS의 재산 검증 연속기획, 이승화 산청군수 이어갑니다.

이 군수가 부인의 명의를 포함해 소유한 25개 농지를 꼼꼼히 들여다봤더니, 절반이 넘는 15곳이 지리산 계곡에 몰려 있었습니다.

이들 필지, 현장을 일일이 확인해 봤는데, 농사를 지은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심층기획팀, 윤경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산청군 내원계곡 상류입니다.

계곡 골짜기를 따라 별장과 펜션이 줄지어 들어서 있습니다.

왼쪽에는 계곡이 흐르고 오른쪽에는 도로와 접해 계곡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이 사이 아무 건물도 짓지 않아 오히려 눈에 띄는 땅이 있습니다.

1,970㎡ 규모, 이승화 산청군수의 농지입니다.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 보니, 이 군수가 1996년 사들여 5차례 분할과 합병을 거쳤습니다.

찾아가 봤습니다.

땅 바로 앞까지 도로가 나 있습니다.

필지는 평평한 사각형의 맨땅 나대지입니다.

농지이지만 농사지은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잡풀과 쓰레기, 자갈과 모래만 쌓여 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농사 안 해요. 도로 포장만 해놓고…."]

산청군 지막계곡, 도로와 계곡을 접한 농지 두 필지가 있습니다.

내원계곡의 땅과 입지가 비슷합니다.

각 357, 139㎡ 규모, 역시 이 군수의 농지입니다.

제가 서 있는 도로 양옆의 농지 모두 이승화 산청군수의 땅입니다.

도로 옆이어서 접근성이 좋은데 잡풀만 우거질 뿐 농사지은 흔적은 찾을 수 없습니다.

이 군수는 지막계곡에 농지 7필지를 가지고 있는데, 일부 약재 나무를 심어놨을 뿐 농사는 짓지 않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 농사짓습니까?) 안 짓죠. 평생 안 짓죠. 지을 사람이 아닙니다."]

산청군의 또 다른 계곡 명소, 오봉계곡에도 이 군수의 농지가 있습니다.

4,899㎡ 크기의 전·답 두 필지입니다.

역시 양옆으로 계곡·도로와 맞닿아 있지만, 정작 농지에는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잡풀과 잡목이 무성합니다.

자경의 흔적은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두충나무 심어놨어요. 약재. 30년 넘었어요. (농사짓는다고 할 수는 없네요?) 약이죠. 저건."]

이 군수가 부인 명의를 포함해 지리산 자락 계곡 3곳에 가지고 있는 농지는 모두 15곳.

일부 필지에 약재 나무가 심겨 있을 뿐 대부분 농사지은 흔적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농지법은 농지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121조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른 겁니다.

아무 행위 없이 농지를 방치하는 것도 농지법 위반입니다.

자치단체장에 대한 농지법의 잣대는 더욱 엄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농지 전용과 농업 구역 변경에 대한 권한을 쥐고 있어 이해충돌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임영환/변호사/경실련 농업개혁위원 : "용도변경도 가능하고 농업진흥구역을 푸는 것도 특정 면적에 따라서 기초지자체 단체장의 권한이기도 하거든요. 이해충돌의 여지도 있고 나중에 이해충돌의 여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죠."]

이 군수는 계곡 땅과 거리가 멀어 농사짓지 못하고 있다며 농지법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또 계곡에 농지가 많은 이유는 건설업을 할 당시 공사대금 대신 받은 땅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승화/산청군수 : "멀리 있는 데는 사실 농사 못 하는 거죠. 건설업 할 때 하도급을 받으려면 땅을 사라고 해서 오봉계곡 땅 산 거고. 계곡 있는 건 거의 다 그렇게 산 겁니다."]

이 군수는 계곡 땅을 투자 용도로 묵혀뒀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투기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이하우·지승환/그래픽:박재희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창원-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