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망자 85% 이상이 옥시 제품 써…본사는 모호한 답변만

입력 2022.08.30 (21:37) 수정 2022.08.3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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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 살균제 참사 11년을 맞아 KBS가 분석한 피해 실태 보도, 오늘(30일)도 이어갑니다.

KBS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모두를 분석해보니 85% 이상이 옥시 제품을 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옥시 측은 이미 충분한 보상이 이뤄졌다며 추가로 피해가 인정된 사람들과 관련해선 모호한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정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는 1,066명, 어떤 회사 제품을 썼는지 모두 분석해 봤습니다.

전체 사망자의 절반이 넘는 560명이 옥시가 판매한 제품만 사용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회사 제품을 함께 쓴 경우로 확대해 봤습니다.

옥시 제품과 다른 회사 제품 중복 사용자는 353명입니다.

중복 사용자까지 더할 경우 옥시 제품을 사용한 사망자는 전체의 85.6%까지 늘어납니다.

사망자 10명 중 8명이 넘습니다.

지난 4월, 옥시 한국지사는 전체 분담금 9천240억 원 중 54%를 부담하는 조정위 안을 거부했습니다.

[박동석/옥시레킷벤키저 한국 대표/지난 5월 2일 : "전면적인 재검토 의사가 있으시다고 하면 저희 회사는 조정위 연장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습니다."]

KBS는 지난 6월부터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옥시 영국 본사에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옥시는 이 가운데 네 차례 답변을 했는데, 짧게는 2줄, 길어야 7줄로 답했습니다.

먼저, 54%의 분담비율이 정말 과한 건지 등을 물었는데, '폐 질환 1, 2단계 피해자'에게 이미 충분한 보상이 이뤄졌다는 답만 2차례 반복했습니다.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겨우 이제 질환 중심이 아니고 폭넓게 가는 방식으로 갔는데, 그것조차도 전체 7천여 명 신고자 중에 4천여 명 밖에 지금 인정이 안 됐어요. 2, 3천 명이 여전히 (피해 판정을) 기다리는 상황이에요."]

추가로 피해가 인정된 경우, 지원 등 책임 의지가 있는지 다시 물었습니다.

"2020년 특별법 개정으로 피해 구제 체계 등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모호한 답을 내놨습니다.

합리적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을 마무리한 옥시.

그러나 조정위 참여는 지금도 거부 중입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이정은 기자와 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취재진의 질의서에 대한 옥시 측의 답변 그리 성의있어 보이진 않네요.

[기자]

네, 한국 지사에도 물어봤지만, 본래 한국 지사가 가진 권한이 거의 없어서 결국, 영국 본사를 두드렸습니다.

취재진이 영국 본사에 첫 이메일을 보낸 건 옥시가 조정위 참여를 거부한 뒤인 지난 6월 13일이었는데요.

한국 지사가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하는 부분, 즉 분담금 마지노선이 얼마인지 등을 집중해서 물었는데 답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동안 4백여 명에 대한 배상금 3천억 원 등 총 3천6백억 원 넘게 썼다면서, 추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합리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앵커]

회신을 보면 한국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체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특별법이 개정된 걸 언급했던데요.

그럼에도 피해자 추가 지원 의사는 안 밝히던가요?

[기자]

네, 2020년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이 개정됐죠.

이를 계기로 피해자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서 추가 인정 피해자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231명 정도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 옥시가 책임질 의사가 있는지 물었는데, 모호한 답변을 되풀이했습니다.

옥시 '한국'지사에 다시 물어봐도 말 그대로 '피해 인정 체계 등이 바뀌었고,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해왔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 정부나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겁니까?

[기자]

애초에 이 제품 사용 허가를 낸 게 정부고요.

또,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의 기준이 되는 피해 인정 조사를 길게는 몇 년씩 끌면서, 그 사이 피해자들은 배보상도 못 받고 고통이 늘어난 셈이어서 정부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국회가 만든 특별법도 피해자들이 스스로 피해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피해자와 기업 간 사회적 합의를 위해 '조정위'가 만들어졌지만, 정부와 국회는 이걸 민간에 맡겨뒀습니다.

최근엔 이 조정위마저 옥시와 애경이 발을 빼면서 파행을 겪었죠.

정부 개입 요구가 거세지면서, 최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피해자 단체들과 비공개로 만났고요.

국회도 다음 달 '가습기살균제 청문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내일(31일)로 참사 11년인데, 더 늦어져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번에 취재진이 확보한 피해자 전수조사 자료는 KBS 뉴스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도록 낱낱이 공개하겠습니다.

[앵커]

이 문제 계속 취재해 주길 바랍니다.

이정은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장수경 권형욱/그래픽:노경일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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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사망자 85% 이상이 옥시 제품 써…본사는 모호한 답변만
    • 입력 2022-08-30 21:37:12
    • 수정2022-08-31 08: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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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 살균제 참사 11년을 맞아 KBS가 분석한 피해 실태 보도, 오늘(30일)도 이어갑니다.

KBS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모두를 분석해보니 85% 이상이 옥시 제품을 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옥시 측은 이미 충분한 보상이 이뤄졌다며 추가로 피해가 인정된 사람들과 관련해선 모호한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정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는 1,066명, 어떤 회사 제품을 썼는지 모두 분석해 봤습니다.

전체 사망자의 절반이 넘는 560명이 옥시가 판매한 제품만 사용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회사 제품을 함께 쓴 경우로 확대해 봤습니다.

옥시 제품과 다른 회사 제품 중복 사용자는 353명입니다.

중복 사용자까지 더할 경우 옥시 제품을 사용한 사망자는 전체의 85.6%까지 늘어납니다.

사망자 10명 중 8명이 넘습니다.

지난 4월, 옥시 한국지사는 전체 분담금 9천240억 원 중 54%를 부담하는 조정위 안을 거부했습니다.

[박동석/옥시레킷벤키저 한국 대표/지난 5월 2일 : "전면적인 재검토 의사가 있으시다고 하면 저희 회사는 조정위 연장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습니다."]

KBS는 지난 6월부터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옥시 영국 본사에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옥시는 이 가운데 네 차례 답변을 했는데, 짧게는 2줄, 길어야 7줄로 답했습니다.

먼저, 54%의 분담비율이 정말 과한 건지 등을 물었는데, '폐 질환 1, 2단계 피해자'에게 이미 충분한 보상이 이뤄졌다는 답만 2차례 반복했습니다.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겨우 이제 질환 중심이 아니고 폭넓게 가는 방식으로 갔는데, 그것조차도 전체 7천여 명 신고자 중에 4천여 명 밖에 지금 인정이 안 됐어요. 2, 3천 명이 여전히 (피해 판정을) 기다리는 상황이에요."]

추가로 피해가 인정된 경우, 지원 등 책임 의지가 있는지 다시 물었습니다.

"2020년 특별법 개정으로 피해 구제 체계 등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모호한 답을 내놨습니다.

합리적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을 마무리한 옥시.

그러나 조정위 참여는 지금도 거부 중입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이정은 기자와 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취재진의 질의서에 대한 옥시 측의 답변 그리 성의있어 보이진 않네요.

[기자]

네, 한국 지사에도 물어봤지만, 본래 한국 지사가 가진 권한이 거의 없어서 결국, 영국 본사를 두드렸습니다.

취재진이 영국 본사에 첫 이메일을 보낸 건 옥시가 조정위 참여를 거부한 뒤인 지난 6월 13일이었는데요.

한국 지사가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하는 부분, 즉 분담금 마지노선이 얼마인지 등을 집중해서 물었는데 답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동안 4백여 명에 대한 배상금 3천억 원 등 총 3천6백억 원 넘게 썼다면서, 추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합리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앵커]

회신을 보면 한국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체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특별법이 개정된 걸 언급했던데요.

그럼에도 피해자 추가 지원 의사는 안 밝히던가요?

[기자]

네, 2020년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이 개정됐죠.

이를 계기로 피해자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서 추가 인정 피해자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231명 정도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 옥시가 책임질 의사가 있는지 물었는데, 모호한 답변을 되풀이했습니다.

옥시 '한국'지사에 다시 물어봐도 말 그대로 '피해 인정 체계 등이 바뀌었고,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해왔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 정부나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겁니까?

[기자]

애초에 이 제품 사용 허가를 낸 게 정부고요.

또,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의 기준이 되는 피해 인정 조사를 길게는 몇 년씩 끌면서, 그 사이 피해자들은 배보상도 못 받고 고통이 늘어난 셈이어서 정부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국회가 만든 특별법도 피해자들이 스스로 피해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피해자와 기업 간 사회적 합의를 위해 '조정위'가 만들어졌지만, 정부와 국회는 이걸 민간에 맡겨뒀습니다.

최근엔 이 조정위마저 옥시와 애경이 발을 빼면서 파행을 겪었죠.

정부 개입 요구가 거세지면서, 최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피해자 단체들과 비공개로 만났고요.

국회도 다음 달 '가습기살균제 청문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내일(31일)로 참사 11년인데, 더 늦어져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번에 취재진이 확보한 피해자 전수조사 자료는 KBS 뉴스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도록 낱낱이 공개하겠습니다.

[앵커]

이 문제 계속 취재해 주길 바랍니다.

이정은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장수경 권형욱/그래픽:노경일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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