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눈Noon] 추석 차례상 9가지 음식으로 충분…“전 없어도 돼”

입력 2022.09.07 (12:43) 수정 2022.09.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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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큰 아픔을 남긴 태풍 뒤에 곧바로 명절맞이하는 마음이 편치는 않으실 겁니다. 서로를 더욱 보듬고 북돋아주는 게 중요하겠죠.

지금쯤 차례상 준비 어떻게 할까 분주하실 텐데 성균관에서 차례상 표준안을 처음으로 발표했습니다. 9가지 음식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전도 안 부쳐도 된다는 지침입니다.

이은정 해설위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 이 방송을 많은 분들이 함께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성균관 하면 유교의 중추기관 아니겠습니까? 표준안의 핵심이 전이나 기름진 음식 안 해도 된다 이런 거더라고요. 자세히 좀 알아볼까요?

[기자]

네, 추석을 앞두고 성균관에서 사상 처음으로 차례상 표준안을 만들고 기자간담회까지 열었습니다. 화면을 함께 보실까요?

평소 보던 상차림과는 상당히 다른데요. 꽤 간소합니다.

첫 줄에는 밤, 사과, 배, 감 이렇게 과실 4개가 자리 잡고 있고요. 두 번째 줄에는 나물, 구이, 김치 세 번째 줄에는 술과 송편입니다. 다 세어보면 모두 9가지 밖에 없습니다.

위원회는 여기에서 가족들이 굳이 원하면 육류나 생선, 떡을 추가로 올리면 된다고 합니다.

차례상 하면 생각나는 전을 부치는 것 또는 기름에 튀기는 음식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앵커]

구이도 좀 간단하고 나물도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지 않지 않습니까. 사실 매번 명절 때마다 오죽하면 손가락 깁스 모형까지 판매가 될 정도라고 하니까 많은 분들이 부담을 느끼셨을 텐데 사실 성균관이 이렇게 나서서까지 발표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겠죠?

[기자]

네, 잘못된 차례 문화를 이제는 바꿔야 되지 않느냐는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원래 차례상이 홍동백서니 조율이시니 이런 것처럼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두 번째는 제사와 차례를 혼동하고 있다는 건데요. 제사상처럼 명절 차례상을 그렇게 많이 차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저희가 제사상하고 차례상 거의 똑같이 차리고 있지 않습니까?

[앵커]

명절 때도 '제사 지내'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고요.

[기자]

그렇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또 무엇보다는 시대의 변화도 있습니다. 명절에 차례상 차리는 문제로 남녀갈등, 요즘은 또 세대갈등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다 보니 명절 지내고 난 뒤에 부모님과 싸웠다 또는 이혼도 했다. 이런 내용들이 나오지 않습니까. 사실 조상님을 모시는 행위를 하면서 가족들에게 불화가 생긴다면 이것은 진정한 유교가 아니다. 행복한 차례와 제례를 지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표준안을 발표하게 된 겁니다.

[앵커]

성균관에서 이걸 발표했다는 게 참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이런 차례상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분들 이야기도 들어봤다고 했는데 설문조사 결과도 갖고 오셨다고요?

[기자]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해야 할 점으로 간소화를 40.7%가 들었습니다.

또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은 5~10가지를 했으면 가장 좋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차례를 모시는 조상의 범위는 조부모까지, 즉 2대 봉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부모 차례를 모실 때는 양가 모두 참석하겠다는 응답이 51.8%였습니다.

차례상 비용도 나왔는데요, 10만 원대를 가장 원했습니다.

실제로 기존 상차림을 하게 되면 전이나 튀김류까지 했을 때 대형 유통 업체 기준으로 36만 원이 좀 넘게 듭니다. 올해 추석 상차림은 그렇게 된다고 발표가 됐었거든요.

이번 표준안 기준으로 했을 경우에 17만 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 36만 원 얘기하셨고 이 표준안으로 하면 절반이 안될 수 있다는 건데 사실 물가도 너무 많이 올라서 이 표준안이 적용되면 굉장히 또 가정경제에도 보탬이 좀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 차례는 좀 집안마다 문화가 워낙 다르잖아요. 우리 집안의 전통이다. 이런 말씀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성균관이 발표를 했다고 해도 이게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을까. 상당히 좀 관행이 지속되지 않을까. 어떻게 보십니까?

[기자]

오래된 관행이 그렇게 오래된 게 아니라는 게 성균관 측의 설명입니다. 갑오경장 이후에 신분제도가 철폐된 거기 때문에 이제 100년 좀 넘은 거거든요. 그때 이제 누구나 고조부모까지 제사를 지낼 수 있다 보니까 경쟁적으로 제사상을 차려서 상차림이 화려해진 건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종가에서는 이번 표준안이 나오기 전부터 간소하게 지내왔습니다.

조선 후기 성리학자인 명재 윤증의 종가댁 차례상 같은 경우에는 보시는 것처럼 육포, 대추, 밤, 배, 또 백설기, 물김치가 전부입니다.

퇴계 이황 종가댁의 설 차례상 같은 경우도 과일, 포, 두부전, 떡국이 전부입니다.

사실 이런 종가댁 같은 경우는 전을 올리지 않았던 게 많았고요. 전이라는 것은 사실 오신 분들 대접하기 위해서 음식을 마련하다 보니까 만들어진 게 아닌가 얘기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성균관 표준안에 대해서 반발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내 집안의 문화를 일률적으로 그렇게 재단할 수 있느냐라는 얘기가 있어서 제가 양동 마을에 있는 한 종손에게 그것을 물어봤는데요 상차림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 자체는 조금 부담이지만 사실 이런 일이 나오게 된 것은 남녀가 함께 조상에게 공경을 하고 제사를 드려야 하는데 제사 음식 마련하는 것을 여성에게만 전담 시키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 실제로 조상을 공경하려면 남녀가 함께 제사 음식을 마련하고 함께 섬기는 문화를 먼저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앵커]

그 안에 있는 의미를 봐야 된다는 뜻이겠죠. 오늘 말씀 들어보니까 이제 전을 부치는 게 오히려 조상님께 예의가 아니라는 지금 성균관의 지침이 나온 겁니다. 누군가의 등만 바라보고 돌아오는 이런 명절은 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함께 얼굴 보면서 웃을 수 있길 기대하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은정 해설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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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눈Noon] 추석 차례상 9가지 음식으로 충분…“전 없어도 돼”
    • 입력 2022-09-07 12:43:56
    • 수정2022-09-07 15: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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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큰 아픔을 남긴 태풍 뒤에 곧바로 명절맞이하는 마음이 편치는 않으실 겁니다. 서로를 더욱 보듬고 북돋아주는 게 중요하겠죠.

지금쯤 차례상 준비 어떻게 할까 분주하실 텐데 성균관에서 차례상 표준안을 처음으로 발표했습니다. 9가지 음식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전도 안 부쳐도 된다는 지침입니다.

이은정 해설위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 이 방송을 많은 분들이 함께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성균관 하면 유교의 중추기관 아니겠습니까? 표준안의 핵심이 전이나 기름진 음식 안 해도 된다 이런 거더라고요. 자세히 좀 알아볼까요?

[기자]

네, 추석을 앞두고 성균관에서 사상 처음으로 차례상 표준안을 만들고 기자간담회까지 열었습니다. 화면을 함께 보실까요?

평소 보던 상차림과는 상당히 다른데요. 꽤 간소합니다.

첫 줄에는 밤, 사과, 배, 감 이렇게 과실 4개가 자리 잡고 있고요. 두 번째 줄에는 나물, 구이, 김치 세 번째 줄에는 술과 송편입니다. 다 세어보면 모두 9가지 밖에 없습니다.

위원회는 여기에서 가족들이 굳이 원하면 육류나 생선, 떡을 추가로 올리면 된다고 합니다.

차례상 하면 생각나는 전을 부치는 것 또는 기름에 튀기는 음식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앵커]

구이도 좀 간단하고 나물도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지 않지 않습니까. 사실 매번 명절 때마다 오죽하면 손가락 깁스 모형까지 판매가 될 정도라고 하니까 많은 분들이 부담을 느끼셨을 텐데 사실 성균관이 이렇게 나서서까지 발표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겠죠?

[기자]

네, 잘못된 차례 문화를 이제는 바꿔야 되지 않느냐는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원래 차례상이 홍동백서니 조율이시니 이런 것처럼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두 번째는 제사와 차례를 혼동하고 있다는 건데요. 제사상처럼 명절 차례상을 그렇게 많이 차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저희가 제사상하고 차례상 거의 똑같이 차리고 있지 않습니까?

[앵커]

명절 때도 '제사 지내'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고요.

[기자]

그렇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또 무엇보다는 시대의 변화도 있습니다. 명절에 차례상 차리는 문제로 남녀갈등, 요즘은 또 세대갈등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다 보니 명절 지내고 난 뒤에 부모님과 싸웠다 또는 이혼도 했다. 이런 내용들이 나오지 않습니까. 사실 조상님을 모시는 행위를 하면서 가족들에게 불화가 생긴다면 이것은 진정한 유교가 아니다. 행복한 차례와 제례를 지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표준안을 발표하게 된 겁니다.

[앵커]

성균관에서 이걸 발표했다는 게 참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이런 차례상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분들 이야기도 들어봤다고 했는데 설문조사 결과도 갖고 오셨다고요?

[기자]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해야 할 점으로 간소화를 40.7%가 들었습니다.

또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은 5~10가지를 했으면 가장 좋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차례를 모시는 조상의 범위는 조부모까지, 즉 2대 봉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부모 차례를 모실 때는 양가 모두 참석하겠다는 응답이 51.8%였습니다.

차례상 비용도 나왔는데요, 10만 원대를 가장 원했습니다.

실제로 기존 상차림을 하게 되면 전이나 튀김류까지 했을 때 대형 유통 업체 기준으로 36만 원이 좀 넘게 듭니다. 올해 추석 상차림은 그렇게 된다고 발표가 됐었거든요.

이번 표준안 기준으로 했을 경우에 17만 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 36만 원 얘기하셨고 이 표준안으로 하면 절반이 안될 수 있다는 건데 사실 물가도 너무 많이 올라서 이 표준안이 적용되면 굉장히 또 가정경제에도 보탬이 좀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 차례는 좀 집안마다 문화가 워낙 다르잖아요. 우리 집안의 전통이다. 이런 말씀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성균관이 발표를 했다고 해도 이게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을까. 상당히 좀 관행이 지속되지 않을까. 어떻게 보십니까?

[기자]

오래된 관행이 그렇게 오래된 게 아니라는 게 성균관 측의 설명입니다. 갑오경장 이후에 신분제도가 철폐된 거기 때문에 이제 100년 좀 넘은 거거든요. 그때 이제 누구나 고조부모까지 제사를 지낼 수 있다 보니까 경쟁적으로 제사상을 차려서 상차림이 화려해진 건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종가에서는 이번 표준안이 나오기 전부터 간소하게 지내왔습니다.

조선 후기 성리학자인 명재 윤증의 종가댁 차례상 같은 경우에는 보시는 것처럼 육포, 대추, 밤, 배, 또 백설기, 물김치가 전부입니다.

퇴계 이황 종가댁의 설 차례상 같은 경우도 과일, 포, 두부전, 떡국이 전부입니다.

사실 이런 종가댁 같은 경우는 전을 올리지 않았던 게 많았고요. 전이라는 것은 사실 오신 분들 대접하기 위해서 음식을 마련하다 보니까 만들어진 게 아닌가 얘기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성균관 표준안에 대해서 반발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내 집안의 문화를 일률적으로 그렇게 재단할 수 있느냐라는 얘기가 있어서 제가 양동 마을에 있는 한 종손에게 그것을 물어봤는데요 상차림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 자체는 조금 부담이지만 사실 이런 일이 나오게 된 것은 남녀가 함께 조상에게 공경을 하고 제사를 드려야 하는데 제사 음식 마련하는 것을 여성에게만 전담 시키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 실제로 조상을 공경하려면 남녀가 함께 제사 음식을 마련하고 함께 섬기는 문화를 먼저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앵커]

그 안에 있는 의미를 봐야 된다는 뜻이겠죠. 오늘 말씀 들어보니까 이제 전을 부치는 게 오히려 조상님께 예의가 아니라는 지금 성균관의 지침이 나온 겁니다. 누군가의 등만 바라보고 돌아오는 이런 명절은 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함께 얼굴 보면서 웃을 수 있길 기대하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은정 해설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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