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론스타ISDS]① ICSID “금융위의 부적절한 협상 개입”…증거는?

입력 2022.09.13 (17:02) 수정 2022.09.2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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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는 지난달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3천억 원 가까운 배상을 해라”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중재판정부는 정부가 “정치적 동기로 매각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 심사를 보류”했으며, “론스타가 가격 인하를 수용한 것은 금융위의 부적절한 가격 개입 때문”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다수의견). 다수의견은 론스타와 하나금융 관계자 사이 대화 등을 증거로 삼았습니다. 이에 대해 중재위원 한 명은 다수의견은 “간접적 정황증거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소수의견).

'정황증거'들이 무엇이었기에 다수의견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정부 패소 판정을 내렸을까요? 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 외환은행 매각 과정은 2010년 11월 25일 ‘최초 계약’부터 2012년 2월 9일 ‘계약 완료’까지 14개월이 조금 넘습니다. 당시 론스타, 하나금융, 금융당국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ICC(국제상공회의소)가 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 분쟁에서 2019년 5월에 내린 판정문에 소상하게 나와 있습니다. ICSID 중재판정부 역시 사실상 같은 증거들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론스타 - 한국 정부 - 하나금융 분쟁 경과

2012. 05. 론스타, 한국 정부에 ISDS 중재 의향 통지
2012. 11. 론스타, ICSID에 중재신청서 접수
2013. 10. ~ 2015. 03. 론스타 - 한국 정부, 준비서면 제출
2015. 05. ~ 2016. 06. 중재판정부, 1~ 4차 심리기일 개최
2016. 08. 론스타, 하나금융 상대 ICC 분쟁 제기
2018. 12. ICC, 론스타 - 하나금융 증인신문
2019. 05. ICC, 하나금융 승소 판정
2022. 08. ICSID, 한국 정부 패소 판정


■ 론스타, 하나금융 상대로 ICC에 기습적 분쟁 제기

2015년과 2016년 사이 ICSID 중재판정부는 미국 워싱턴 DC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4차례 심리(매각, 세금, 관할권, 비용)를 개최합니다. 4차 심리가 열린 것이 2016년 6월인데, 두 달 뒤인 2016년 8월 론스타는 하나금융을 상대로 ICC에 별도의 분쟁을 제기합니다. 론스타의 “기습”에 정부와 하나금융은 “뒤통수”를 맞은 것입니다.

ICC에서 론스타 주장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ICSID에서 하나금융은 정부가 가격 협상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 증언이 진실이라면 하나금융은 론스타와 협상에서 정부가 직접 개입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론스타는 하나금융을 믿고 가격을 인하했는데 거짓말을 했기에 론스타의 손해를 하나금융이 배상해야 한다.” 결국, 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 외환은행 매각을 두고 ICSID와 ICC 두 곳에서 소송이 진행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론스타는 ICC에 그동안 자신들이 수집한 증거들을 대량으로 제출합니다. 이 증거들을 검토한 중재판정부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234. … 중재판정부는 여러 가능성에 비추어 김회장(김승유)과 금융위원회 위원장(김석동)이 외환은행 매각 가격에 대해 명시적으로 논의했고, 하나금융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대가로 거래 가격을 인하하도록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252. 결론적으로 중재판정부는 세 번째 설명이 진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을 하나금융 대표자들이 론스타 대표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했다. 이것이 당시 금융위원회의 실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론스타 - 하나금융 ICC 중재판정문 일부

ICC 판정부도 금융위의 가격 개입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압도적인 정황증거(overwhelming circumstantial evidence)에 근거해 결론을 내렸다”고 말합니다. 압도적인 정황증거란 무엇일까요?

론스타 - 하나금융 외환은행 매각 협상

2010. 11. 25. 론스타 - 하나금융 최초 계약(1주당 14,250원, 약 41억 달러)
2011. 03. 10. 대법원,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파기환송
2011. 10. 06. 서울고법,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유회원 징역 3년, 론스타 벌금 250억 원)
2011. 10. 12. 론스타 항소 포기,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확정
2011. 11. 18. 금융위, 론스타에 10% 초과 지분 6개월 내 매각 명령
2011. 12. 03. 론스타 - 하나금융, 최종계약(1주당 11,900원, 약 35억 달러)
2011. 12. 05.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승인 신규 신청
2012. 01. 27. 금융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신청 승인
2012. 02. 09. 론스타 - 하나금융, 계약 완료


■ ① “하나금융은 자발적으로 가격 인하를 추진할 이유가 없었다”

ICC 중재판정부는 금융당국의 개입이 없었으면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가격 인하를 요구할 이유가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판정부가 이런 결론에 도달한 주요 근거는 하나금융 내부 문서들입니다. 론스타는 하나금융의 내부 문서를 집중적으로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연관 기사][론스타ISDS]② 론스타는 어떻게 하나금융 내부 문서를 대거 입수했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54456


2011년 3월 10일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하면서 론스타와 하나금융 협상은 오리무중에 접어들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금융위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할 예정이었습니다(2011. 03. 16. 금융위원회 회의 예정). 대법원 판결 당일부터 하나금융은 지속 적으로 론스타와 협상에 대한 문서를 생산했습니다. 이 문서들은 정부가 론스타와 하나금융 협상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됩니다.

론스타가 증거로 제출한 하나금융 내부 문서들 가운데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한 문서는 취재팀이 확인한 것만 20건에 이릅니다. 판정부는 문서들의 내용을 자세히 적시하면서 중간중간 아래와 같이 자신들의 판단을 제시합니다.

“대법원 판결 직후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입장은 온전히 일치한다”
“론스타와 가격 재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하나금융이 인정했다”
“하나금융은 가격 인하로 재협상하라는 지시를 금융위로부터 받지 않았다면,
재협상으로 론스타와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이유가 없다”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론스타의 상황을 이용했다는 하나금융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다”
론스타 - 하나금융 ICC 중재판정문 일부

특히 하나금융이 2011년 11월 14일 금융위에 제출한 “외환은행 지분매입계약 현황 보고서”는
“금융위와 하나금융 간의 긴밀한 연락 및 업무조율이 이루어졌다”는 중요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당시 하나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보고서 제출은 금융위가 직접 요청”했습니다.

■ ②론스타 - 하나금융 대화 몰래 녹취

론스타는 하나금융과의 대화나 회의를 몰래 녹음했고, 이를 ICSID와 ICC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ICSID 판정에서 다수의견이 말한 “론스타와 하나금융 관계자 사이 대화”란 이 녹취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ICSID에서 이 녹취록이 “계약서의 비밀유지약속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론스타가 ICSID, ICC에 증거로 제출한 녹취록

2011년 3월 29일, 론스타 - 하나금융 하와이 만남 녹취록
2011년 11월 11일, 론스타 - 하나금융 런던 만남 녹취록
2011년 11월 25~26일, 론스타 - 하나금융 런던 만남 녹취록

특히 2011년 11월 25~26일 런던에서 열린 양측 회의는 금융위의 개입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정황입니다. ICC는 이 회의를 금융위 개입의 ‘결정적 장면’으로 판단했습니다. 회의에는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회장과 부회장 등 최고위층이 참석했고, 판정문은 이를 매우 상세하게 기록했습니다.

간략히 요약하면, 론스타 그레이켄 회장은 주당 11,900원으로 “계약 가격을 인하하면 금융위가 확실히 승인할 것인가?” 따져 물었고,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오늘 저녁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런던에 오는데 승인을 받아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당일 저녁 런던에서 김승유 회장과 김석동 위원장은 휴대전화로 통화했고, 다음날 론스타와 하나금융은 세부적인 가격에 합의합니다(주당 11,900원으로 12월 3일 최종 계약과 동일함).

하나금융 관계자들은 ICC 증언에서 “금융위는 개입하지 않았” 으며 금융위의 입장을 “추측”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판정부는 이들의 “증언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배척했습니다.

■ ③”김승유 증언 일관성 없고, 반박 증거 제출하지 않아”


ICC 판정부는 “금융위가 가격 인하를 요구했는지에 대해 하나금융 증인들이 일관성 있게 증언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김승유 회장은 ICSID에서는 “금융위와 가격에 대해 어떤식으로든 협의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ICC에서는 “금융위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었으며”, “금융위원장으로부터 금융위가 가격 인하를 원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게 됐고, 금융위원장도 자신에게서 가격이 인하됐음을 암묵적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판정부는 또 하나금융이 스스로 전략으로 가격 인하를 추진했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내부 문서들이 있었을 것이지만, 이를 제출하라는 요구에도 “언론 보도 한 장 외에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론스타가 가격을 인하하지 않았으면 “협상 파기도 각오”했다는 김승유 회장의 증언에 대해서도 판정부는 오히려 “하나금융이 계약 성사를 간절히 원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자료조사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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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론스타ISDS]① ICSID “금융위의 부적절한 협상 개입”…증거는?
    • 입력 2022-09-13 17:02:07
    • 수정2022-09-20 19:47:09
    탐사K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는 지난달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3천억 원 가까운 배상을 해라”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중재판정부는 정부가 “정치적 동기로 매각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 심사를 보류”했으며, “론스타가 가격 인하를 수용한 것은 금융위의 부적절한 가격 개입 때문”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다수의견). 다수의견은 론스타와 하나금융 관계자 사이 대화 등을 증거로 삼았습니다. 이에 대해 중재위원 한 명은 다수의견은 “간접적 정황증거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소수의견).

'정황증거'들이 무엇이었기에 다수의견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정부 패소 판정을 내렸을까요? 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 외환은행 매각 과정은 2010년 11월 25일 ‘최초 계약’부터 2012년 2월 9일 ‘계약 완료’까지 14개월이 조금 넘습니다. 당시 론스타, 하나금융, 금융당국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ICC(국제상공회의소)가 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 분쟁에서 2019년 5월에 내린 판정문에 소상하게 나와 있습니다. ICSID 중재판정부 역시 사실상 같은 증거들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론스타 - 한국 정부 - 하나금융 분쟁 경과

2012. 05. 론스타, 한국 정부에 ISDS 중재 의향 통지
2012. 11. 론스타, ICSID에 중재신청서 접수
2013. 10. ~ 2015. 03. 론스타 - 한국 정부, 준비서면 제출
2015. 05. ~ 2016. 06. 중재판정부, 1~ 4차 심리기일 개최
2016. 08. 론스타, 하나금융 상대 ICC 분쟁 제기
2018. 12. ICC, 론스타 - 하나금융 증인신문
2019. 05. ICC, 하나금융 승소 판정
2022. 08. ICSID, 한국 정부 패소 판정


■ 론스타, 하나금융 상대로 ICC에 기습적 분쟁 제기

2015년과 2016년 사이 ICSID 중재판정부는 미국 워싱턴 DC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4차례 심리(매각, 세금, 관할권, 비용)를 개최합니다. 4차 심리가 열린 것이 2016년 6월인데, 두 달 뒤인 2016년 8월 론스타는 하나금융을 상대로 ICC에 별도의 분쟁을 제기합니다. 론스타의 “기습”에 정부와 하나금융은 “뒤통수”를 맞은 것입니다.

ICC에서 론스타 주장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ICSID에서 하나금융은 정부가 가격 협상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 증언이 진실이라면 하나금융은 론스타와 협상에서 정부가 직접 개입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론스타는 하나금융을 믿고 가격을 인하했는데 거짓말을 했기에 론스타의 손해를 하나금융이 배상해야 한다.” 결국, 론스타와 하나금융 사이 외환은행 매각을 두고 ICSID와 ICC 두 곳에서 소송이 진행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론스타는 ICC에 그동안 자신들이 수집한 증거들을 대량으로 제출합니다. 이 증거들을 검토한 중재판정부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234. … 중재판정부는 여러 가능성에 비추어 김회장(김승유)과 금융위원회 위원장(김석동)이 외환은행 매각 가격에 대해 명시적으로 논의했고, 하나금융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대가로 거래 가격을 인하하도록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252. 결론적으로 중재판정부는 세 번째 설명이 진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을 하나금융 대표자들이 론스타 대표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했다. 이것이 당시 금융위원회의 실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론스타 - 하나금융 ICC 중재판정문 일부

ICC 판정부도 금융위의 가격 개입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압도적인 정황증거(overwhelming circumstantial evidence)에 근거해 결론을 내렸다”고 말합니다. 압도적인 정황증거란 무엇일까요?

론스타 - 하나금융 외환은행 매각 협상

2010. 11. 25. 론스타 - 하나금융 최초 계약(1주당 14,250원, 약 41억 달러)
2011. 03. 10. 대법원,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파기환송
2011. 10. 06. 서울고법,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유회원 징역 3년, 론스타 벌금 250억 원)
2011. 10. 12. 론스타 항소 포기,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확정
2011. 11. 18. 금융위, 론스타에 10% 초과 지분 6개월 내 매각 명령
2011. 12. 03. 론스타 - 하나금융, 최종계약(1주당 11,900원, 약 35억 달러)
2011. 12. 05.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승인 신규 신청
2012. 01. 27. 금융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신청 승인
2012. 02. 09. 론스타 - 하나금융, 계약 완료


■ ① “하나금융은 자발적으로 가격 인하를 추진할 이유가 없었다”

ICC 중재판정부는 금융당국의 개입이 없었으면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가격 인하를 요구할 이유가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판정부가 이런 결론에 도달한 주요 근거는 하나금융 내부 문서들입니다. 론스타는 하나금융의 내부 문서를 집중적으로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연관 기사][론스타ISDS]② 론스타는 어떻게 하나금융 내부 문서를 대거 입수했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54456


2011년 3월 10일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하면서 론스타와 하나금융 협상은 오리무중에 접어들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금융위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할 예정이었습니다(2011. 03. 16. 금융위원회 회의 예정). 대법원 판결 당일부터 하나금융은 지속 적으로 론스타와 협상에 대한 문서를 생산했습니다. 이 문서들은 정부가 론스타와 하나금융 협상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됩니다.

론스타가 증거로 제출한 하나금융 내부 문서들 가운데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한 문서는 취재팀이 확인한 것만 20건에 이릅니다. 판정부는 문서들의 내용을 자세히 적시하면서 중간중간 아래와 같이 자신들의 판단을 제시합니다.

“대법원 판결 직후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입장은 온전히 일치한다”
“론스타와 가격 재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하나금융이 인정했다”
“하나금융은 가격 인하로 재협상하라는 지시를 금융위로부터 받지 않았다면,
재협상으로 론스타와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이유가 없다”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론스타의 상황을 이용했다는 하나금융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다”
론스타 - 하나금융 ICC 중재판정문 일부

특히 하나금융이 2011년 11월 14일 금융위에 제출한 “외환은행 지분매입계약 현황 보고서”는
“금융위와 하나금융 간의 긴밀한 연락 및 업무조율이 이루어졌다”는 중요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당시 하나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보고서 제출은 금융위가 직접 요청”했습니다.

■ ②론스타 - 하나금융 대화 몰래 녹취

론스타는 하나금융과의 대화나 회의를 몰래 녹음했고, 이를 ICSID와 ICC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ICSID 판정에서 다수의견이 말한 “론스타와 하나금융 관계자 사이 대화”란 이 녹취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ICSID에서 이 녹취록이 “계약서의 비밀유지약속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론스타가 ICSID, ICC에 증거로 제출한 녹취록

2011년 3월 29일, 론스타 - 하나금융 하와이 만남 녹취록
2011년 11월 11일, 론스타 - 하나금융 런던 만남 녹취록
2011년 11월 25~26일, 론스타 - 하나금융 런던 만남 녹취록

특히 2011년 11월 25~26일 런던에서 열린 양측 회의는 금융위의 개입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정황입니다. ICC는 이 회의를 금융위 개입의 ‘결정적 장면’으로 판단했습니다. 회의에는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회장과 부회장 등 최고위층이 참석했고, 판정문은 이를 매우 상세하게 기록했습니다.

간략히 요약하면, 론스타 그레이켄 회장은 주당 11,900원으로 “계약 가격을 인하하면 금융위가 확실히 승인할 것인가?” 따져 물었고,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오늘 저녁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런던에 오는데 승인을 받아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당일 저녁 런던에서 김승유 회장과 김석동 위원장은 휴대전화로 통화했고, 다음날 론스타와 하나금융은 세부적인 가격에 합의합니다(주당 11,900원으로 12월 3일 최종 계약과 동일함).

하나금융 관계자들은 ICC 증언에서 “금융위는 개입하지 않았” 으며 금융위의 입장을 “추측”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판정부는 이들의 “증언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배척했습니다.

■ ③”김승유 증언 일관성 없고, 반박 증거 제출하지 않아”


ICC 판정부는 “금융위가 가격 인하를 요구했는지에 대해 하나금융 증인들이 일관성 있게 증언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김승유 회장은 ICSID에서는 “금융위와 가격에 대해 어떤식으로든 협의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ICC에서는 “금융위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었으며”, “금융위원장으로부터 금융위가 가격 인하를 원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게 됐고, 금융위원장도 자신에게서 가격이 인하됐음을 암묵적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판정부는 또 하나금융이 스스로 전략으로 가격 인하를 추진했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내부 문서들이 있었을 것이지만, 이를 제출하라는 요구에도 “언론 보도 한 장 외에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론스타가 가격을 인하하지 않았으면 “협상 파기도 각오”했다는 김승유 회장의 증언에 대해서도 판정부는 오히려 “하나금융이 계약 성사를 간절히 원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자료조사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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