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론스타ISDS]② 론스타는 어떻게 하나금융 내부 문서를 대거 입수했나

입력 2022.09.13 (17:03) 수정 2022.09.2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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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한국 정부 간 ISDS(국제투자분쟁)의 판정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론스타가 하나금융을 상대로 ICC(국제상공회의소)에 제기한 분쟁의 판정문(2019.5.13 판정)은 의미가 있습니다. 같은 내용의 ‘한 거래’를 놓고 론스타가 ‘두 분쟁’을 벌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ICC 판정문은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판정부에 증거로 제출됐고, 각각의 판정부는 사실상 같은 결론을 냈습니다.

ICSID와 ICC 중재에서 론스타 주장의 핵심을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승인이 늦어져 하나금융에 당초 계약보다 싸게 팔았는데, 승인을 늦게 내준 한국 정부나 협상 과정에서 정부 핑계를 대고 이익을 본 하나금융 둘 중에 한쪽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한국정부 책임’ 뒷받침한 하나금융 내부 문서… ICSID 통해 입수

ICC 판정문에는 하나금융이 생산한 ‘외환은행 지분매입계약 현황 보고서(2011.11.14)’ 와 같은 하나금융 내부 문서가 대거 등장합니다. 중재판정부는 이 문서들을 토대로 론스타의 손해에 책임이 있는 건 하나금융이 아닌 한국 정부라는 제3의 결론을 냈습니다.

[연관 기사] [론스타ISDS] ① ICSID, “금융위의 부적절한 협상 개입” … 증거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54454


그런데 이런 내부 문서를 증거로 제출한 쪽은 론스타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론스타는 분쟁의 상대방인 하나금융의 내부 문서를 어떻게 손에 넣었을까요.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의 개입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로 쓰인 문서들 말입니다. 외환은행 인수 협상 과정에서 하나금융이 이 문서들을 론스타에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하나금융 관계자는 “협상 대상인데 줄 이유가 없지 않으냐”며 가능성을 부인했습니다.

취재 결과, 론스타가 앞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국제투자분쟁)에 답이 있었습니다. 중재판정부에는 당사자인 론스타와 정부만 자료를 제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금융의 다른 핵심관계자는 “ISDS 제기 당시 하나금융도 거래 당사자로서 거래와 관련한 모든 자료를 판정부에 제출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법률대리인이 유불리와 상관없이 자료를 모두 내는 것이 원칙이라고 해 금융당국에 제출하지 않은 내부 문서까지 다 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금융이 론스타-한국 정부 간 ISDS 판정부에 낸 자료를 론스타가 분쟁 당사자로서 받았고, 이 자료를 하나금융과의 ICC 분쟁에서 증거로 활용한 겁니다.



■ ICC, 하나금융의 중재 일시 중단 요청 기각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분쟁을 제기할 것을 예상했지만, 자신을 표적으로 또 다른 분쟁을 제기할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ICC가 최종 판정을 내기 1년 전인 2018년 6월 4일, 하나금융은 돌연 판정부에 중재 진행의 일시중지를 요청합니다. ICSID에서 정부와 론스타 분쟁의 판정이 나올 때까지 중재를 잠깐 중단해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판정부는 하나금융의 요청을 기각했습니다.

하나금융 핵심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 ICC 분쟁은 론스타의 꽃놀이 패” 라면서 “어차피 한국 정부가 아니면 하나금융에서 배상을 받겠다는 게 론스타의 작전인데 굳이 ICC 판정을 먼저 받을 필요가 있겠냐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론스타의 손해는 하나금융이 아닌 한국 정부의 책임이라는 제3의 결론을 냈습니다.


■ICC 최종 판정문, ICSID에 증거로 제출

ICC 중재판정부는 2019년 5월 13일 최종 판정을 내립니다. 그런데 론스타는 최종 판정을 앞두고 판정부에 ICC의 중재 기록을 ICSID에도 증거로 제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합니다. ICC 판정부는 론스타의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이것이 중재절차명령 2호입니다.

“청구인은 다음을 ICSID중재기록 증거로 채택하도록 ICSID 중재위원회에 신청할 권한을 가진다.
(a) 본 중재에서 사실관계에 관련하여 증언하는 하나은행 증인들(하나은행 김승유 회장, 배현기)의 서면.구두 증언
(b)본 중재 판결문(ICSID 중재판결 이전에 본 중재판결이 내려지는 경우”

론스타 - 하나금융 ICC 중재판정문 일부

ICC 판정 후 론스타는 판정문과 증언 등을 ICSID에 증거로 제출했고, ICSID 판정부는 ICC와 사실상 같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자료조사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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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론스타ISDS]② 론스타는 어떻게 하나금융 내부 문서를 대거 입수했나
    • 입력 2022-09-13 17:03:01
    • 수정2022-09-20 19:47:15
    탐사K

론스타-한국 정부 간 ISDS(국제투자분쟁)의 판정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론스타가 하나금융을 상대로 ICC(국제상공회의소)에 제기한 분쟁의 판정문(2019.5.13 판정)은 의미가 있습니다. 같은 내용의 ‘한 거래’를 놓고 론스타가 ‘두 분쟁’을 벌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ICC 판정문은 ICSID(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판정부에 증거로 제출됐고, 각각의 판정부는 사실상 같은 결론을 냈습니다.

ICSID와 ICC 중재에서 론스타 주장의 핵심을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승인이 늦어져 하나금융에 당초 계약보다 싸게 팔았는데, 승인을 늦게 내준 한국 정부나 협상 과정에서 정부 핑계를 대고 이익을 본 하나금융 둘 중에 한쪽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한국정부 책임’ 뒷받침한 하나금융 내부 문서… ICSID 통해 입수

ICC 판정문에는 하나금융이 생산한 ‘외환은행 지분매입계약 현황 보고서(2011.11.14)’ 와 같은 하나금융 내부 문서가 대거 등장합니다. 중재판정부는 이 문서들을 토대로 론스타의 손해에 책임이 있는 건 하나금융이 아닌 한국 정부라는 제3의 결론을 냈습니다.

[연관 기사] [론스타ISDS] ① ICSID, “금융위의 부적절한 협상 개입” … 증거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54454


그런데 이런 내부 문서를 증거로 제출한 쪽은 론스타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론스타는 분쟁의 상대방인 하나금융의 내부 문서를 어떻게 손에 넣었을까요.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의 개입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로 쓰인 문서들 말입니다. 외환은행 인수 협상 과정에서 하나금융이 이 문서들을 론스타에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하나금융 관계자는 “협상 대상인데 줄 이유가 없지 않으냐”며 가능성을 부인했습니다.

취재 결과, 론스타가 앞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국제투자분쟁)에 답이 있었습니다. 중재판정부에는 당사자인 론스타와 정부만 자료를 제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금융의 다른 핵심관계자는 “ISDS 제기 당시 하나금융도 거래 당사자로서 거래와 관련한 모든 자료를 판정부에 제출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법률대리인이 유불리와 상관없이 자료를 모두 내는 것이 원칙이라고 해 금융당국에 제출하지 않은 내부 문서까지 다 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금융이 론스타-한국 정부 간 ISDS 판정부에 낸 자료를 론스타가 분쟁 당사자로서 받았고, 이 자료를 하나금융과의 ICC 분쟁에서 증거로 활용한 겁니다.



■ ICC, 하나금융의 중재 일시 중단 요청 기각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분쟁을 제기할 것을 예상했지만, 자신을 표적으로 또 다른 분쟁을 제기할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ICC가 최종 판정을 내기 1년 전인 2018년 6월 4일, 하나금융은 돌연 판정부에 중재 진행의 일시중지를 요청합니다. ICSID에서 정부와 론스타 분쟁의 판정이 나올 때까지 중재를 잠깐 중단해달라는 겁니다. 하지만 판정부는 하나금융의 요청을 기각했습니다.

하나금융 핵심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 ICC 분쟁은 론스타의 꽃놀이 패” 라면서 “어차피 한국 정부가 아니면 하나금융에서 배상을 받겠다는 게 론스타의 작전인데 굳이 ICC 판정을 먼저 받을 필요가 있겠냐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론스타의 손해는 하나금융이 아닌 한국 정부의 책임이라는 제3의 결론을 냈습니다.


■ICC 최종 판정문, ICSID에 증거로 제출

ICC 중재판정부는 2019년 5월 13일 최종 판정을 내립니다. 그런데 론스타는 최종 판정을 앞두고 판정부에 ICC의 중재 기록을 ICSID에도 증거로 제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합니다. ICC 판정부는 론스타의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이것이 중재절차명령 2호입니다.

“청구인은 다음을 ICSID중재기록 증거로 채택하도록 ICSID 중재위원회에 신청할 권한을 가진다.
(a) 본 중재에서 사실관계에 관련하여 증언하는 하나은행 증인들(하나은행 김승유 회장, 배현기)의 서면.구두 증언
(b)본 중재 판결문(ICSID 중재판결 이전에 본 중재판결이 내려지는 경우”

론스타 - 하나금융 ICC 중재판정문 일부

ICC 판정 후 론스타는 판정문과 증언 등을 ICSID에 증거로 제출했고, ICSID 판정부는 ICC와 사실상 같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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