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대재해시 총수 책임 면할까?…고용부, 법제처에 ‘지원 요청’

입력 2022.09.14 (21:02) 수정 2022.09.1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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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노동자가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도록 사업주 의 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 올해 1월 말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못박아서라도 사고를 미리 최대한 막아보자는 것이 취지입니다.

기업들은 경영책임자, 그러니까 기업 총수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며 과하다고 주장해왔고, 정부는 줄곧 이런 기업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최근 정부가 이 책임대상에서 기업총수를 빼고 해석할 수 있는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노동 분야 취재하는 김지숙 기자의 단독보도 보시고, 이 문제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노동자 3명이 숨진 사고가 난 삼표산업, 16명이 급성중독에 걸린 두성산업, 모두 대표이사가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현장 안전의 최종 책임은 경영책임자에게 있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올 1월 시행된 이후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후 재벌총수가 산업재해 책임까지 떠 안아야 하냐는 볼멘 목소리가 재계로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경영계는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의 범위가 모호하다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현장 안전에 대한 최고 책임자를 선임해 책임을 맡기되 중대 재해시 대표이사 대신 최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재계의 요구를 일축해 왔습니다.

[권기섭/고용노동부 차관/7월 14일 : "시행령에서 (규정의 명확성을) 확보하는 것은 좀 위임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경영책임자에 대한 규정을 정의하는 부분은 아마 법률을 개정해야지…."]

그런데 KBS 취재결과 고용노동부의 입장에 변화의 가능성이 감지됐습니다.

고용부가 지난주 경영책임자의 범주를 시행령에 명시할 수 있는지 법제처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의 위임이 없어도 시행령에 경영책임자에 대한 구체적 해석을 담아도 되는지 검토해달라는 내용입니다.

일각에서는 재계 등의 영향력이 정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대재해 시 처벌 대상에서 기업 총수는 빠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됩니다.

[최명선/민주노총 안전보건실장 : "거기(시행령)에 맞춰서 또 기업들이 움직일 것 아닙니까. 제시된 요건을 만족하는 수준에서…."]

고용부 관계자는 처벌 대상을 명확히 해 달라는 계속된 요구에 따라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김지훈

[앵커]

김지숙 기자와 더 살펴보겠습니다.

경영책임자 문제는 오랜 논란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왜 미리 시행령에 자세한 내용을 정해놓지 않았던 거죠?

[기자]

보통 법에서 시행령으로 구체적으로 정한다고 한 부분.

그러니까 법에서 위임한 것만 시행령에서 정하게 되는데요.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책임자 정의 규정을 보면, 시행령으로 정한단 부분이 없습니다.

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걸 시행령으로 정하는 건 통상적인 일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법 조항만으로도 책임져야 할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단 게 고용노동부의 일관된 입장이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넣을 수 있는지 없는지, 검토를 하겠단 건가요?

[기자]

경영계는 처벌이 과도하고 법이 모호하다면서 보완을 꾸준히 요구해왔거든요.

아무래도 대표이사나 오너가 징역까지 받을 수 있다면 경영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이런 이야기가 불거져 나온 건 결국 현 정부의 기업 규제 완화 기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지난 7월 국회 대정부질문의 한 장면을 보겠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7월 27일/국회 대정부질문 : "(중대재해처벌법, 완화할 생각이십니까?) 저는 검토는 해봐야 한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법이나 시행령들이 조금 명확하지가 않은 부분들도 좀 있다…."]

고용노동부의 입장 변화 가능성,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만약 시행령에 경영책임자에 대한 해석을 넣는다면 일각의 우려처럼 책임자 면책도 가능해질까요?

[기자]

얼마나 구체적, 직접적으로 규정할지에 따라 다를텐데요.

다만 노동계는, 시행령에서 어떻게든 해석을 한다는 것 자체가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 오너가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거란 겁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안 됐는데 한 업체에서 산재 사망 사고가 올해 두 번, 세 번 나는 곳 여전히 많습니다.

현 시점에서 규제 완화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중대재해 발생시 경영책임자에 대한 범주를 명확히 해달라는 재계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제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앞으로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해야겠습니다.

영상편집:김형균/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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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중대재해시 총수 책임 면할까?…고용부, 법제처에 ‘지원 요청’
    • 입력 2022-09-14 21:02:18
    • 수정2022-09-14 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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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노동자가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도록 사업주 의 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 올해 1월 말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못박아서라도 사고를 미리 최대한 막아보자는 것이 취지입니다.

기업들은 경영책임자, 그러니까 기업 총수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며 과하다고 주장해왔고, 정부는 줄곧 이런 기업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최근 정부가 이 책임대상에서 기업총수를 빼고 해석할 수 있는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노동 분야 취재하는 김지숙 기자의 단독보도 보시고, 이 문제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노동자 3명이 숨진 사고가 난 삼표산업, 16명이 급성중독에 걸린 두성산업, 모두 대표이사가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현장 안전의 최종 책임은 경영책임자에게 있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올 1월 시행된 이후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후 재벌총수가 산업재해 책임까지 떠 안아야 하냐는 볼멘 목소리가 재계로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경영계는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의 범위가 모호하다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현장 안전에 대한 최고 책임자를 선임해 책임을 맡기되 중대 재해시 대표이사 대신 최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재계의 요구를 일축해 왔습니다.

[권기섭/고용노동부 차관/7월 14일 : "시행령에서 (규정의 명확성을) 확보하는 것은 좀 위임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경영책임자에 대한 규정을 정의하는 부분은 아마 법률을 개정해야지…."]

그런데 KBS 취재결과 고용노동부의 입장에 변화의 가능성이 감지됐습니다.

고용부가 지난주 경영책임자의 범주를 시행령에 명시할 수 있는지 법제처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의 위임이 없어도 시행령에 경영책임자에 대한 구체적 해석을 담아도 되는지 검토해달라는 내용입니다.

일각에서는 재계 등의 영향력이 정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대재해 시 처벌 대상에서 기업 총수는 빠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됩니다.

[최명선/민주노총 안전보건실장 : "거기(시행령)에 맞춰서 또 기업들이 움직일 것 아닙니까. 제시된 요건을 만족하는 수준에서…."]

고용부 관계자는 처벌 대상을 명확히 해 달라는 계속된 요구에 따라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김지훈

[앵커]

김지숙 기자와 더 살펴보겠습니다.

경영책임자 문제는 오랜 논란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왜 미리 시행령에 자세한 내용을 정해놓지 않았던 거죠?

[기자]

보통 법에서 시행령으로 구체적으로 정한다고 한 부분.

그러니까 법에서 위임한 것만 시행령에서 정하게 되는데요.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책임자 정의 규정을 보면, 시행령으로 정한단 부분이 없습니다.

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걸 시행령으로 정하는 건 통상적인 일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법 조항만으로도 책임져야 할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단 게 고용노동부의 일관된 입장이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넣을 수 있는지 없는지, 검토를 하겠단 건가요?

[기자]

경영계는 처벌이 과도하고 법이 모호하다면서 보완을 꾸준히 요구해왔거든요.

아무래도 대표이사나 오너가 징역까지 받을 수 있다면 경영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이런 이야기가 불거져 나온 건 결국 현 정부의 기업 규제 완화 기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지난 7월 국회 대정부질문의 한 장면을 보겠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7월 27일/국회 대정부질문 : "(중대재해처벌법, 완화할 생각이십니까?) 저는 검토는 해봐야 한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법이나 시행령들이 조금 명확하지가 않은 부분들도 좀 있다…."]

고용노동부의 입장 변화 가능성,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만약 시행령에 경영책임자에 대한 해석을 넣는다면 일각의 우려처럼 책임자 면책도 가능해질까요?

[기자]

얼마나 구체적, 직접적으로 규정할지에 따라 다를텐데요.

다만 노동계는, 시행령에서 어떻게든 해석을 한다는 것 자체가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 오너가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거란 겁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안 됐는데 한 업체에서 산재 사망 사고가 올해 두 번, 세 번 나는 곳 여전히 많습니다.

현 시점에서 규제 완화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중대재해 발생시 경영책임자에 대한 범주를 명확히 해달라는 재계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제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앞으로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해야겠습니다.

영상편집:김형균/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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