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의 명암]⑤ 묻지도 않고 발전소 건립?…왜곡되는 ‘주민 수용성’

입력 2022.09.17 (21:34) 수정 2022.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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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에너지 전환이 농어촌에 드리운 그림자를 살펴 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연속 보도 순서입니다.

재생 에너지 사업이 곳곳에서 말썽을 빚는 데는 주민들의 의견이 발전소 건설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탓이 큽니다.

이런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가 미흡해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송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풍력 발전기와 불과 3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새우 양식장.

7년 전부터 이곳을 운영해 온 백수인 씨는, 풍력 발전소를 짓는 발파 공사가 시작된 이후 새우가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고 주장합니다.

공사 시작 전까지 동의 절차가 없었던 건 물론이고, 발전소 건설 계획도 듣지 못했습니다.

[백수인/새우 양식장 운영 : "이렇게 큰 공사를 하는데 반경 5백 미터 안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얘기를 해줘야 할거 아니냐. 3년 전에만 얘기를 해줬어도 내가 이거 확장을 안 했단 말이에요."]

완도에서는 면민 70%가 반대 서명에 동참했는데도 태양광 사업이 강행됐고, 화순에서는 풍력발전 사업자가 제출한 주민 동의서에 사망자의 서명이 포함되는 등 조작 의혹이 일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민이 잇따라 배제되는 건데, 인허가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3메가와트 이상의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는 먼저 산업부 전기위원회가 사업자 자격을 판단하는 '발전 사업 허가'를 내줍니다.

이후 각 자치단체가 실제 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개발 행위 허가'를 합니다.

그런데 주민 동의 절차는 '발전 사업 허가' 때만 필요한 데다 사실상 사업자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업자가 일부 주민의 동의로 발전 사업 허가를 따낸 뒤 뒤늦게야 다른 주민들이 반대하는 일이 반복되는 겁니다.

[조공장/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 : "발전 사업 허가를 받으면 실질적으로 입지는 결정되는 것이고 그 이후 단계에서는 주민 수용성을 심사할 수 있는 절차가 없습니다."]

자치단체 차원의 계획 부재도 문제로 꼽힙니다.

어디에, 어떤 발전소를 지을지 밑그림이 없다 보니 개별 사업에 대한 허가 여부만 다투게 되는 겁니다.

[정학철/농어촌파괴형 풍력 태양광 반대 전남연대회의 : "우리나라 에너지는 어떤 방향으로 갈 건지, 우리 전라남도, 시·군의 문제는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 이런 계획은 전혀 없는 것이죠."]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태양광·풍력 반대 대책위원회가 꾸려진 곳은 17곳.

지역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은 채로 재생에너지 사업이 추진된 결과입니다.

KBS 뉴스 최송현입니다.

촬영기자: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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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생에너지의 명암]⑤ 묻지도 않고 발전소 건립?…왜곡되는 ‘주민 수용성’
    • 입력 2022-09-17 21:34:33
    • 수정2022-09-17 22:00:03
    뉴스9(광주)
[앵커]

에너지 전환이 농어촌에 드리운 그림자를 살펴 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연속 보도 순서입니다.

재생 에너지 사업이 곳곳에서 말썽을 빚는 데는 주민들의 의견이 발전소 건설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탓이 큽니다.

이런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가 미흡해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송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풍력 발전기와 불과 3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새우 양식장.

7년 전부터 이곳을 운영해 온 백수인 씨는, 풍력 발전소를 짓는 발파 공사가 시작된 이후 새우가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고 주장합니다.

공사 시작 전까지 동의 절차가 없었던 건 물론이고, 발전소 건설 계획도 듣지 못했습니다.

[백수인/새우 양식장 운영 : "이렇게 큰 공사를 하는데 반경 5백 미터 안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얘기를 해줘야 할거 아니냐. 3년 전에만 얘기를 해줬어도 내가 이거 확장을 안 했단 말이에요."]

완도에서는 면민 70%가 반대 서명에 동참했는데도 태양광 사업이 강행됐고, 화순에서는 풍력발전 사업자가 제출한 주민 동의서에 사망자의 서명이 포함되는 등 조작 의혹이 일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민이 잇따라 배제되는 건데, 인허가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3메가와트 이상의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는 먼저 산업부 전기위원회가 사업자 자격을 판단하는 '발전 사업 허가'를 내줍니다.

이후 각 자치단체가 실제 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개발 행위 허가'를 합니다.

그런데 주민 동의 절차는 '발전 사업 허가' 때만 필요한 데다 사실상 사업자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업자가 일부 주민의 동의로 발전 사업 허가를 따낸 뒤 뒤늦게야 다른 주민들이 반대하는 일이 반복되는 겁니다.

[조공장/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 : "발전 사업 허가를 받으면 실질적으로 입지는 결정되는 것이고 그 이후 단계에서는 주민 수용성을 심사할 수 있는 절차가 없습니다."]

자치단체 차원의 계획 부재도 문제로 꼽힙니다.

어디에, 어떤 발전소를 지을지 밑그림이 없다 보니 개별 사업에 대한 허가 여부만 다투게 되는 겁니다.

[정학철/농어촌파괴형 풍력 태양광 반대 전남연대회의 : "우리나라 에너지는 어떤 방향으로 갈 건지, 우리 전라남도, 시·군의 문제는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 이런 계획은 전혀 없는 것이죠."]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태양광·풍력 반대 대책위원회가 꾸려진 곳은 17곳.

지역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은 채로 재생에너지 사업이 추진된 결과입니다.

KBS 뉴스 최송현입니다.

촬영기자: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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