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플러스] 전세훈 웹툰협회장 “풍자 없으면 생명력 없어…윤 대통령 ‘윤석열차’ 흔쾌히 받아들이시길”

입력 2022.10.06 (16:49) 수정 2022.10.0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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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전세훈 ( 사단법인 웹툰협회장 )

-'윤석열차' 논란...'카툰' 정치적 문제 풍자 한 컷 만화, 풍자 없으면 생명력 없어
-자유 주제 카툰 공모전에 '정치적 주제' 제외는 장르 인정하지 않는 것
-문체부의 정부 예산 거론 보도자료, 예산 옥죄고 압박하던 '블랙리스트' 떠올라
-표현의 자유는 기본 권리, 정치 무대 주목받는 누구나 풍자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
-'윤석열차' 하나의 풍자 작품...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어린 학생 꿈 짓밟지 말아야
-'정치 풍자는 권리'라 말한 대통령, 학생 작품 흔쾌히 폭넓게 받아들이시길
-만화·웹툰 작가들에게 펜이 무기...'표현의 자유' 전시 나설 것

■ 방송시간 : 10월 6일(목)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전세훈 웹툰협회장


https://youtu.be/2sMSK3EcSj4

◎범기영 이 일도 이럴 일인가 싶은 주제입니다. 고등학생이 학생 공모전에 낸 작품 한 점으로 논란이 촉발됐는데, 이게 국회가 번졌습니다. 길게 가죠? 오늘 사사건건에서는 웹툰협회 전세훈 회장 모시고 창작자들 생각을 직접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웹툰협회 소개부터 좀 해 주시죠.

▼전세훈 저희 웹툰협회는 웹툰 작가 권익 보호와 웹툰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설립된 웹툰 작가 단체입니다.

◎범기영 몇 명이나 소속이 돼 있다고 보면 됩니까?

▼전세훈 수는 400명 정도...

◎범기영 400명 정도. 이 사안 이야기로 좀 들어가죠. 문체부가 4일에 하루에 보도 자료를 이 사안 가지고만 두 차례 냈고 엄중 경고한다, 책임 묻겠다, 이랬는데 협회에서 가장 먼저 입장이 나왔더라고요. 어떤 문제의식이었습니까?

▼전세훈 카툰이라는 것이 정치적 문제를 풍자하는 한 컷 만화이고 카툰 부분 출품작이 정치적 문제를 주제로 다루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범기영 오히려 당연하다?

▼전세훈 그리고 지난 공모전에서 십수년간 정치를 풍자한 카툰이 지금처럼 소란스럽게 먼저가 된 적이 없었습니다.

◎범기영 사실은 카툰이라는 장르 자체의 성격 때문에 늘 그래왔던 거군요.

▼전세훈 문체부 보도 자료에서 보면 정부 예산을 먼저 언급하면서 압박을 했으니 블랙리스트로 고통받았던 우리 만화계 입장에서는 예산을 이용해서 옥죄고 억압하는 블랙리스트를 떠올리는 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여러 문화 단체가 이 사안을 주시하며 성명을 통해서 각자 성토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어쩌면 이것이 새로운 블랙리스트의 첫 장이 되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범기영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걱정은 충분히 알겠고, 다만 문체부에서 하고 있는 지적들의 내용을 좀 보면요. 그러니까 당초에 이 공모전에 문체부 후원 명칭을 쓰겠다고 했을 때 이런 거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안 지키지 않았느냐, 이런 문제 제기거든요, 한마디로 얘기해서. 그러니까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은 뭐 다룰 수 없다, 이게 명시가 돼 있었는데 그 기준을 스스로 어기지 않았느냐, 라는 지적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전세훈 그 부분은 좀 더 살펴봐야 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어지고요. 공적 기관이 어떠한, 더군다나 카툰 부분에 있어서 어떠한 제한을 준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다시 말하면 공적 기관은 문화에 대해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조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사안이 정쟁의 도구로 쓰이지 않길 바랍니다. 진영 논리를 떠나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 시민의 기본 권리임을 잊지 않기 바랍니다.

◎범기영 저희가 같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다른 작품들도 좀 준비를 했는데, 좀 볼까요? 이게 제목이 아마 아빠 찬스, 이런 제목일 겁니다.

▼전세훈 네, 맞습니다.

◎범기영 금상 같은 작품이고, 딱 보면 무슨 말인지 아실 거예요. 저 위에 보면 서울대 교문 마크가 위에 있고 아래에 허리 숙인 노동자, 아마 사무직 노동자일 테고, 그 다음은. 그다음에 키 큰, 배가 나온, 고위직 공무원들 상징하는 그런 모습인 것 같습니다. 돈이 없는 집 아들들은 줄에 매달려서 힘겹게, 힘겹게 올라가는데 팔만 뻗으면 서울대 교문이 잡힙니다. 이런 작품도 있었고요. 다른 작품도 보시면, 이 작품은 동상 수상작이군요. 제목이 임산부석, 이렇게 돼 있고. 임산부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들고 있는 저 패널에는 태아도 생명이다. 생명을 정작 잉태하고 있는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이런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카툰이라는 장르 자체가 원래 이런 거군요?

▼전세훈 그렇죠. 맞습니다.

◎범기영 올해만 그런 게 아니고 늘 계속.

▼전세훈 그렇습니다. 자유 주제 카툰 공모전에 정치적 소재를 넣으면 안 된다는 결격 사유를 넣는 나라가, 그런 나라는 독재 국가나 사회주의 국가 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유 주제 카툰 공모전에 정치적 견해가 담긴 풍자가 빠진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죠.

◎범기영 듣고 보기 그렇긴 하네요.

▼전세훈 그렇습니다.

◎범기영 풍자는 기본적으로 강자들을 희화화시키고 이러면서 카타르시스를 얻는 건데.

▼전세훈 그렇죠.

◎범기영 그걸 하지 말라는 주장 자체가...

▼전세훈 그거는 카툰의 영역을 인정할 수 없다는 거랑 같은 얘기가 되겠습니다.

◎범기영 그런데 문체부에서는 계속 그렇게 이야기한단 말이죠. 순수 창작품인지 깊이 있게 검토되지도 않았다, 이번 공모전 결과를 보면. 그런데 순수라는 단어가 좀 그렇게 들리네요. 결국에는 정치색을 빼라, 그렇게 갈 수는 없다는 말씀이시고. 오늘 아침에 윤 대통령이,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이렇게 답변을, 아까 영상으로 봤는데. 이 답변은 이렇게 들으셨습니까?

▼전세훈 정치라는 무대 위에 올라간 이상 조명을 받고 주목을 받게 되지 않겠습니까? 주인공이 누가 되든 본인이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세훈 대통령께서 정치 풍자는 권리라고까지 말씀하셨던 분인데 이번 학생 작품을 흔쾌히 폭넓게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범기영 흔쾌히 받아들이셨으면 좋겠다. 저희가 대통령 언급을 지금 2개를 연달아 보여드렸는데, 먼저 보신 건 후보 시절 발언이죠? 후보 시절에 지난해 12월 발언입니다. 코미디는 현실에 대한 풍자고 기득권자들에 대한 풍자가 많이 들어가야 인기 있고 박수를 받는다, 이런 발언을 한 바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보여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안이 좀 논란이 된 다음에 이거 출품한 학생 신원이 좀 노출이 됐고 학교로도 항의가 많이 간다고 그래요. 그러니까 이런 상황이 되면 창작자들은 압박을 많이 느끼겠습니다. 창작 의욕도 좀 꺾일 수밖에 없을 것 같고.

▼전세훈 그렇습니다. 저희가 그래서 블랙리스트의 첫 장이 되지 않도록 저희들이 목소리를 힘껏 내고 있는 중이고요. 사실 폭넓은 자세로 보면 별일 아닌 일이며 토마스 기차 클리셰 중의 하나인 풍자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을 마치 세상에 이제껏 없었던 일인마냥 경천동지하며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어린 학생의 꿈을 짓밟은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문체부 등 정부는 웹툰을 포함한 한류 콘텐츠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며 성장을 돕겠다고까지 했습니다. 미래의 한류 주역으로 성장할 예비 작가의 꿈을 어른들을 소중히 아끼고 키워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수상했을 때는 이 고등학생이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전세훈 그럼요. 지금 얼마나 좀 떨고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 라는 괜한 우려까지 하게 됩니다.

◎범기영 그러니까요. 고등학생이 전국 단위 공모전에 응모해서 금상을 받았으니까.

▼전세훈 대단한 일이었죠.

◎범기영 처음에는 이거 진학에도 도움이 되겠구나, 참 기뻤을 텐데 상황이 좀 어렵게 흘러갑니다. 이 학생이 다니는 고등학교로도 항의 전화가 굉장히 많이 갔다고 하고요. 그래서 이 학교 교감선생님이 인터뷰를 했는데, 이 사진을 보고 이 친구가 구상을 했다고 해요. 이 사진입니다. 선거 과정에 꽤 아마 화제가 됐던... 윤석열차를 타고 가는 당시 후보죠? 윤석열 후보. 구둣발 사진, 저걸 보고 아마 이 작품을 착안했다, 이런 인터뷰를 한 내용도 봤습니다. 이제 문체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도 관심인데, 앞으로 협회는 또 창작자들은 어떻게 대응하실 계획이십니까?

▼전세훈 우리 만화가들은 펜이 곧 무기입니다.

◎범기영 펜이 무기다.

▼전세훈 그렇죠. 문체부가 사태를 키운 지금의 입장을 물리지 않는다면 만화 웹툰협회 단체들이 연대해서 표현의 자유 수호 릴레이 카툰 전시 등등에 나설 것입니다.

◎범기영 표현의 자유전, 이게 일본에서도 굉장히 힘들게 열리는 전시인데. 위안부 관련한 작품을 걸려고 하면 극우 단체들이 방해하고 이런 제목이 또 표현의 자유전이네요, 공교롭게. 저희가 회장님 출연 요청을 드리면서 카툰을 하나 좀 그려주십사, 하고 부탁을 드렸는데, 저희가 사전에, 방송 전에 확인을 해보지 않았어요, 어떤 작품을 그려 오셨는지 저도 아직 못 봤는데 좀 볼까요? 어떤 작품 가져오셨습니까?

▼전세훈 지금 보시는 것처럼 지금은 씨앗이지만, 새싹이지만 언젠가는 거대한 고목으로 자라날 수 있는 우리 콘텐츠계의 신인 작가들을 더욱 보호하고 살펴 달라는 뜻에서 그렸습니다.

◎범기영 짓밟지 말아달라.

▼전세훈 그렇죠.

◎범기영 정치적인 사회 비판적인 이런 시각이 없는 카툰이라는 게...

▼전세훈 있을 수 없죠.

◎범기영 본질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제일 좀 귀에 들어오네요.

▼전세훈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각자 그런 이야기들도 많이 하겠습니다, 카툰 작가들 사이에서도. 현안에 대한 이야기, 토론도 많이 하시고.

▼전세훈 풍자가 없으면 생명력이 없는 것이죠, 카툰은.

◎범기영 풍자가 없으면 생명력이 없다. 그 카툰 잠깐 다시 한번 좀 볼까요? 회장님이 그려 오신. 한류 콘텐츠가 성장해 나가는 큰 씨앗 중의 하나가 웹툰이고, 저 씨앗이 그 금상을 받은 고등학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권력이 밟으면 안 되죠. 권력이 예술을 밟으면 안 되지만 한편으로는 기성세대가 저 새싹을 밟으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도 좀 해봅니다. 오늘 어렵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웹툰협회의 전세훈 회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희 오늘 준비한 내용 여기까지입니다.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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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사건건 플러스] 전세훈 웹툰협회장 “풍자 없으면 생명력 없어…윤 대통령 ‘윤석열차’ 흔쾌히 받아들이시길”
    • 입력 2022-10-06 16:49:09
    • 수정2022-10-06 18:41:06
    사사건건
전세훈 ( 사단법인 웹툰협회장 )<br /><br />-'윤석열차' 논란...'카툰' 정치적 문제 풍자 한 컷 만화, 풍자 없으면 생명력 없어<br />-자유 주제 카툰 공모전에 '정치적 주제' 제외는 장르 인정하지 않는 것<br />-문체부의 정부 예산 거론 보도자료, 예산 옥죄고 압박하던 '블랙리스트' 떠올라<br />-표현의 자유는 기본 권리, 정치 무대 주목받는 누구나 풍자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br />-'윤석열차' 하나의 풍자 작품...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어린 학생 꿈 짓밟지 말아야<br />-'정치 풍자는 권리'라 말한 대통령, 학생 작품 흔쾌히 폭넓게 받아들이시길<br />-만화·웹툰 작가들에게 펜이 무기...'표현의 자유' 전시 나설 것<br />
■ 방송시간 : 10월 6일(목)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전세훈 웹툰협회장


https://youtu.be/2sMSK3EcSj4

◎범기영 이 일도 이럴 일인가 싶은 주제입니다. 고등학생이 학생 공모전에 낸 작품 한 점으로 논란이 촉발됐는데, 이게 국회가 번졌습니다. 길게 가죠? 오늘 사사건건에서는 웹툰협회 전세훈 회장 모시고 창작자들 생각을 직접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웹툰협회 소개부터 좀 해 주시죠.

▼전세훈 저희 웹툰협회는 웹툰 작가 권익 보호와 웹툰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설립된 웹툰 작가 단체입니다.

◎범기영 몇 명이나 소속이 돼 있다고 보면 됩니까?

▼전세훈 수는 400명 정도...

◎범기영 400명 정도. 이 사안 이야기로 좀 들어가죠. 문체부가 4일에 하루에 보도 자료를 이 사안 가지고만 두 차례 냈고 엄중 경고한다, 책임 묻겠다, 이랬는데 협회에서 가장 먼저 입장이 나왔더라고요. 어떤 문제의식이었습니까?

▼전세훈 카툰이라는 것이 정치적 문제를 풍자하는 한 컷 만화이고 카툰 부분 출품작이 정치적 문제를 주제로 다루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범기영 오히려 당연하다?

▼전세훈 그리고 지난 공모전에서 십수년간 정치를 풍자한 카툰이 지금처럼 소란스럽게 먼저가 된 적이 없었습니다.

◎범기영 사실은 카툰이라는 장르 자체의 성격 때문에 늘 그래왔던 거군요.

▼전세훈 문체부 보도 자료에서 보면 정부 예산을 먼저 언급하면서 압박을 했으니 블랙리스트로 고통받았던 우리 만화계 입장에서는 예산을 이용해서 옥죄고 억압하는 블랙리스트를 떠올리는 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여러 문화 단체가 이 사안을 주시하며 성명을 통해서 각자 성토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어쩌면 이것이 새로운 블랙리스트의 첫 장이 되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범기영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걱정은 충분히 알겠고, 다만 문체부에서 하고 있는 지적들의 내용을 좀 보면요. 그러니까 당초에 이 공모전에 문체부 후원 명칭을 쓰겠다고 했을 때 이런 거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안 지키지 않았느냐, 이런 문제 제기거든요, 한마디로 얘기해서. 그러니까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은 뭐 다룰 수 없다, 이게 명시가 돼 있었는데 그 기준을 스스로 어기지 않았느냐, 라는 지적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전세훈 그 부분은 좀 더 살펴봐야 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어지고요. 공적 기관이 어떠한, 더군다나 카툰 부분에 있어서 어떠한 제한을 준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다시 말하면 공적 기관은 문화에 대해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조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사안이 정쟁의 도구로 쓰이지 않길 바랍니다. 진영 논리를 떠나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 시민의 기본 권리임을 잊지 않기 바랍니다.

◎범기영 저희가 같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다른 작품들도 좀 준비를 했는데, 좀 볼까요? 이게 제목이 아마 아빠 찬스, 이런 제목일 겁니다.

▼전세훈 네, 맞습니다.

◎범기영 금상 같은 작품이고, 딱 보면 무슨 말인지 아실 거예요. 저 위에 보면 서울대 교문 마크가 위에 있고 아래에 허리 숙인 노동자, 아마 사무직 노동자일 테고, 그 다음은. 그다음에 키 큰, 배가 나온, 고위직 공무원들 상징하는 그런 모습인 것 같습니다. 돈이 없는 집 아들들은 줄에 매달려서 힘겹게, 힘겹게 올라가는데 팔만 뻗으면 서울대 교문이 잡힙니다. 이런 작품도 있었고요. 다른 작품도 보시면, 이 작품은 동상 수상작이군요. 제목이 임산부석, 이렇게 돼 있고. 임산부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들고 있는 저 패널에는 태아도 생명이다. 생명을 정작 잉태하고 있는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이런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카툰이라는 장르 자체가 원래 이런 거군요?

▼전세훈 그렇죠. 맞습니다.

◎범기영 올해만 그런 게 아니고 늘 계속.

▼전세훈 그렇습니다. 자유 주제 카툰 공모전에 정치적 소재를 넣으면 안 된다는 결격 사유를 넣는 나라가, 그런 나라는 독재 국가나 사회주의 국가 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유 주제 카툰 공모전에 정치적 견해가 담긴 풍자가 빠진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죠.

◎범기영 듣고 보기 그렇긴 하네요.

▼전세훈 그렇습니다.

◎범기영 풍자는 기본적으로 강자들을 희화화시키고 이러면서 카타르시스를 얻는 건데.

▼전세훈 그렇죠.

◎범기영 그걸 하지 말라는 주장 자체가...

▼전세훈 그거는 카툰의 영역을 인정할 수 없다는 거랑 같은 얘기가 되겠습니다.

◎범기영 그런데 문체부에서는 계속 그렇게 이야기한단 말이죠. 순수 창작품인지 깊이 있게 검토되지도 않았다, 이번 공모전 결과를 보면. 그런데 순수라는 단어가 좀 그렇게 들리네요. 결국에는 정치색을 빼라, 그렇게 갈 수는 없다는 말씀이시고. 오늘 아침에 윤 대통령이,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이렇게 답변을, 아까 영상으로 봤는데. 이 답변은 이렇게 들으셨습니까?

▼전세훈 정치라는 무대 위에 올라간 이상 조명을 받고 주목을 받게 되지 않겠습니까? 주인공이 누가 되든 본인이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세훈 대통령께서 정치 풍자는 권리라고까지 말씀하셨던 분인데 이번 학생 작품을 흔쾌히 폭넓게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범기영 흔쾌히 받아들이셨으면 좋겠다. 저희가 대통령 언급을 지금 2개를 연달아 보여드렸는데, 먼저 보신 건 후보 시절 발언이죠? 후보 시절에 지난해 12월 발언입니다. 코미디는 현실에 대한 풍자고 기득권자들에 대한 풍자가 많이 들어가야 인기 있고 박수를 받는다, 이런 발언을 한 바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보여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안이 좀 논란이 된 다음에 이거 출품한 학생 신원이 좀 노출이 됐고 학교로도 항의가 많이 간다고 그래요. 그러니까 이런 상황이 되면 창작자들은 압박을 많이 느끼겠습니다. 창작 의욕도 좀 꺾일 수밖에 없을 것 같고.

▼전세훈 그렇습니다. 저희가 그래서 블랙리스트의 첫 장이 되지 않도록 저희들이 목소리를 힘껏 내고 있는 중이고요. 사실 폭넓은 자세로 보면 별일 아닌 일이며 토마스 기차 클리셰 중의 하나인 풍자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을 마치 세상에 이제껏 없었던 일인마냥 경천동지하며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어린 학생의 꿈을 짓밟은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문체부 등 정부는 웹툰을 포함한 한류 콘텐츠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며 성장을 돕겠다고까지 했습니다. 미래의 한류 주역으로 성장할 예비 작가의 꿈을 어른들을 소중히 아끼고 키워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수상했을 때는 이 고등학생이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전세훈 그럼요. 지금 얼마나 좀 떨고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 라는 괜한 우려까지 하게 됩니다.

◎범기영 그러니까요. 고등학생이 전국 단위 공모전에 응모해서 금상을 받았으니까.

▼전세훈 대단한 일이었죠.

◎범기영 처음에는 이거 진학에도 도움이 되겠구나, 참 기뻤을 텐데 상황이 좀 어렵게 흘러갑니다. 이 학생이 다니는 고등학교로도 항의 전화가 굉장히 많이 갔다고 하고요. 그래서 이 학교 교감선생님이 인터뷰를 했는데, 이 사진을 보고 이 친구가 구상을 했다고 해요. 이 사진입니다. 선거 과정에 꽤 아마 화제가 됐던... 윤석열차를 타고 가는 당시 후보죠? 윤석열 후보. 구둣발 사진, 저걸 보고 아마 이 작품을 착안했다, 이런 인터뷰를 한 내용도 봤습니다. 이제 문체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도 관심인데, 앞으로 협회는 또 창작자들은 어떻게 대응하실 계획이십니까?

▼전세훈 우리 만화가들은 펜이 곧 무기입니다.

◎범기영 펜이 무기다.

▼전세훈 그렇죠. 문체부가 사태를 키운 지금의 입장을 물리지 않는다면 만화 웹툰협회 단체들이 연대해서 표현의 자유 수호 릴레이 카툰 전시 등등에 나설 것입니다.

◎범기영 표현의 자유전, 이게 일본에서도 굉장히 힘들게 열리는 전시인데. 위안부 관련한 작품을 걸려고 하면 극우 단체들이 방해하고 이런 제목이 또 표현의 자유전이네요, 공교롭게. 저희가 회장님 출연 요청을 드리면서 카툰을 하나 좀 그려주십사, 하고 부탁을 드렸는데, 저희가 사전에, 방송 전에 확인을 해보지 않았어요, 어떤 작품을 그려 오셨는지 저도 아직 못 봤는데 좀 볼까요? 어떤 작품 가져오셨습니까?

▼전세훈 지금 보시는 것처럼 지금은 씨앗이지만, 새싹이지만 언젠가는 거대한 고목으로 자라날 수 있는 우리 콘텐츠계의 신인 작가들을 더욱 보호하고 살펴 달라는 뜻에서 그렸습니다.

◎범기영 짓밟지 말아달라.

▼전세훈 그렇죠.

◎범기영 정치적인 사회 비판적인 이런 시각이 없는 카툰이라는 게...

▼전세훈 있을 수 없죠.

◎범기영 본질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제일 좀 귀에 들어오네요.

▼전세훈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각자 그런 이야기들도 많이 하겠습니다, 카툰 작가들 사이에서도. 현안에 대한 이야기, 토론도 많이 하시고.

▼전세훈 풍자가 없으면 생명력이 없는 것이죠, 카툰은.

◎범기영 풍자가 없으면 생명력이 없다. 그 카툰 잠깐 다시 한번 좀 볼까요? 회장님이 그려 오신. 한류 콘텐츠가 성장해 나가는 큰 씨앗 중의 하나가 웹툰이고, 저 씨앗이 그 금상을 받은 고등학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권력이 밟으면 안 되죠. 권력이 예술을 밟으면 안 되지만 한편으로는 기성세대가 저 새싹을 밟으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도 좀 해봅니다. 오늘 어렵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웹툰협회의 전세훈 회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희 오늘 준비한 내용 여기까지입니다.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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