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신호’만 아무리 늘려봤자…

입력 2022.10.13 (21:27) 수정 2022.10.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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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 취재한 이지은 기자와 함께 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수원 세 모녀 사건 직후에 정부가 '대책'들을 내놓겠다고 했는데요.

지금 어떤 게 준비되고 있죠?

[기자]

정부가 입수하는 가구별 '위기 정보' 항목을 늘리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기존에는 단전, 단수, 채무 등 34가지 징후들을 활용해 왔는데요.

앞으로는 이걸 39가지로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예컨대 '중증질환 산정특례' 등이 새로 추가되는 항목입니다.

암 진단을 받았던 수원 세 모녀 '어머니' 사례에서 보듯이, 이 중증질환 정보가 확인되면 숨은 위기가구 발굴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픈 가족을 돌보는 취약 청년들도 지원에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앵커]

정보를 더 많이 모아서, 복지 사각을 줄이겠다는 건데, 실제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에도 정부가 위기가구 발굴을 확대하겠다며 정보 입수 항목을 두 배 가까이 늘렸습니다.

그런데 8년이 지나고도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또 발생했지요?

결과적으로 별 실효가 없었다는 얘깁니다.

중요한 건 '데이터' 보다도, '현장'일 텐데요.

정부는 여전히, 전산 자료 등에 의존하는 기존 해법을 되풀이하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보다 실효성 있는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기자]

'찾아가는 복지' 라는 말이 있지요?

'찾아가는' 건, 결국 사람의 일입니다.

'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얘기인데요.

정보를 다양하게 입수하더라도, 그 정보를 가지고 찾아가 볼 수 있는, 사회복지 인력이 확충돼야겠지요.

현재 읍면동 공무원 1명 당, 적게는 65명에서 많게는 260명의 위기가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비율로는, 꼼꼼한 현장 점검, 기대하기가 어렵겠죠?

대안으로, 경찰청 등 유관 기관들과의 협업, 또 지역 공동체를 활용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부산 등 7개 지역 우체국에서는, 집배원들이 위기가구 정보를 포착해서 전달하는 '복지 등기 사업'이라는 걸 시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앵커]

결국 우리 사회 모두의 관심이 중요하겠군요.

이지은 기자 잘 들었습니다.

[앵커]

수원에 살던 세 모녀에겐 감춰진 사연이 하나 더 있습니다.

2년 전 급성 루게릭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큰 아들 얘기입니다.

아버지 사업이 실패하면서 스물 남짓부터 이 청년은 20년 동안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방세와 생활비.. 어머니와 여동생들 치료비까지 혼자 감당해야 했지만 국가도, 사회도 손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청년 가장이 숨지고 2년 뒤 세 모녀도 가족을 따라간 겁니다.

20년간 지독한 가난과 싸우다 유골함에 담긴 채 다시 만난 가족들... 이제 편히 쉴 수 있을까요?

"너무 늦었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덜 외로웠으면 합니다” 남겨진 이들이 적은 뒤늦은 추모사였습니다.

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김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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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 신호’만 아무리 늘려봤자…
    • 입력 2022-10-13 21:27:53
    • 수정2022-10-13 22: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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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 취재한 이지은 기자와 함께 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수원 세 모녀 사건 직후에 정부가 '대책'들을 내놓겠다고 했는데요.

지금 어떤 게 준비되고 있죠?

[기자]

정부가 입수하는 가구별 '위기 정보' 항목을 늘리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기존에는 단전, 단수, 채무 등 34가지 징후들을 활용해 왔는데요.

앞으로는 이걸 39가지로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예컨대 '중증질환 산정특례' 등이 새로 추가되는 항목입니다.

암 진단을 받았던 수원 세 모녀 '어머니' 사례에서 보듯이, 이 중증질환 정보가 확인되면 숨은 위기가구 발굴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픈 가족을 돌보는 취약 청년들도 지원에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앵커]

정보를 더 많이 모아서, 복지 사각을 줄이겠다는 건데, 실제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에도 정부가 위기가구 발굴을 확대하겠다며 정보 입수 항목을 두 배 가까이 늘렸습니다.

그런데 8년이 지나고도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또 발생했지요?

결과적으로 별 실효가 없었다는 얘깁니다.

중요한 건 '데이터' 보다도, '현장'일 텐데요.

정부는 여전히, 전산 자료 등에 의존하는 기존 해법을 되풀이하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보다 실효성 있는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기자]

'찾아가는 복지' 라는 말이 있지요?

'찾아가는' 건, 결국 사람의 일입니다.

'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얘기인데요.

정보를 다양하게 입수하더라도, 그 정보를 가지고 찾아가 볼 수 있는, 사회복지 인력이 확충돼야겠지요.

현재 읍면동 공무원 1명 당, 적게는 65명에서 많게는 260명의 위기가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비율로는, 꼼꼼한 현장 점검, 기대하기가 어렵겠죠?

대안으로, 경찰청 등 유관 기관들과의 협업, 또 지역 공동체를 활용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부산 등 7개 지역 우체국에서는, 집배원들이 위기가구 정보를 포착해서 전달하는 '복지 등기 사업'이라는 걸 시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앵커]

결국 우리 사회 모두의 관심이 중요하겠군요.

이지은 기자 잘 들었습니다.

[앵커]

수원에 살던 세 모녀에겐 감춰진 사연이 하나 더 있습니다.

2년 전 급성 루게릭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큰 아들 얘기입니다.

아버지 사업이 실패하면서 스물 남짓부터 이 청년은 20년 동안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방세와 생활비.. 어머니와 여동생들 치료비까지 혼자 감당해야 했지만 국가도, 사회도 손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청년 가장이 숨지고 2년 뒤 세 모녀도 가족을 따라간 겁니다.

20년간 지독한 가난과 싸우다 유골함에 담긴 채 다시 만난 가족들... 이제 편히 쉴 수 있을까요?

"너무 늦었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덜 외로웠으면 합니다” 남겨진 이들이 적은 뒤늦은 추모사였습니다.

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김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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