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범죄 절반은 집행유예…부모 뜻에 좌우되는 감형

입력 2022.10.17 (21:35) 수정 2022.10.1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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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동 성범죄, '재범 방지'는 둘째 치고, 이미 저지른 범죄를 제대로 '처벌'은 하고 있을까요?

12년 전 법이 바뀌어서 유기징역이 최대 15년에서 30년까지로 늘긴 했는데 KBS가 최근 판결문들을 확인해 봤더니 상당수가 여전히 징역 15년이 안 됐습니다.

이어서, 정해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초등학생들이 학교를 오가는 길목, 16년 전 김근식이 어린이들에게 접근했던 곳입니다.

"짐을 들어달라", 이 말로 유인한 뒤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장경미/인근 초등학교 학부모 : "애들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유인을 해서 나쁜짓을 했다는게…"]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등하굣길이나 거주지에서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곳들을 아동성범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가중처벌의 근거로 삼게 했습니다.

이후로, 달라진 게 있을까?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판결문들을 분석해 봤습니다.

학교와 거주지, 혹은 그 근처에서 일어난 범행이 과반이었습니다.

'특별보호' 구역은, 어린이들을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후 처벌도 미약해서, 절반 가량이 '가중처벌'은 커녕 집행유예로 끝났습니다.

벌금형이나 선고유예도 있었습니다.

솜방방이 처벌, 그 이유는, 다음 사례에서 짚어볼 수 있습니다.

9살 어린이가 재작년 집안에서 강제추행을 당했고, 가해자는 70대 외할아버지였습니다.

이 남성은 재판에 넘겨졌는데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와 가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처벌 불원서... 주로 '보호자'가 제출하는데, '피해자' 뜻이 반영됐는지도 알 수 없는 이 서류 한장이, 결정적인 '감형' 사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재판 중 '처벌불원'이나 '합의'로 감형된 사례가 36%였습니다.

가해자가 가족, 친족인 경우가 23%였고 지인도 31%를 차지했는데, 그 중 상당수는 또 '가족과 아는 사이'였습니다.

바로 이 '관계'가, 처벌보다는 처벌 '불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은의/변호사 : "보호자와 가해자의 이해관계인 거예요. 그러면 그 이해관계에 의해서 감형을 하는 건 온당할까요. 이런 문제가 남는데 일선에선 이런 부분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좀 기계적으로 반영되고…"]

대법원은, "처벌 불원으로 감형해 주려면, '피해자'가 그 법적·사회적 의미를 잘 아는지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감형 판결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피고인이 젊어 성적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악의적 추행이 아니라 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랬다."

여전히 이런 판결들은, 피해자 아닌 '가해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KBS 뉴스 정해줍니다.

[앵커]

조두순이 출소했을 때 같은 지역에 머무는 게 두려워 피해자의 가족이 결국 이사를 가야 했습니다.

김근식은 일단 출소가 무산됐지만 앞으로 수사와 재판을 거쳐 사회로 나올 겁니다.

그 때 또 이런 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김근식의 다음 출소일에는 조금이라도 달라져 있기를 바랍니다.

촬영기자:김현민/그래픽:고석훈 김지훈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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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성범죄 절반은 집행유예…부모 뜻에 좌우되는 감형
    • 입력 2022-10-17 21:35:15
    • 수정2022-10-17 22:23:21
    뉴스 9
[앵커]

아동 성범죄, '재범 방지'는 둘째 치고, 이미 저지른 범죄를 제대로 '처벌'은 하고 있을까요?

12년 전 법이 바뀌어서 유기징역이 최대 15년에서 30년까지로 늘긴 했는데 KBS가 최근 판결문들을 확인해 봤더니 상당수가 여전히 징역 15년이 안 됐습니다.

이어서, 정해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초등학생들이 학교를 오가는 길목, 16년 전 김근식이 어린이들에게 접근했던 곳입니다.

"짐을 들어달라", 이 말로 유인한 뒤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장경미/인근 초등학교 학부모 : "애들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유인을 해서 나쁜짓을 했다는게…"]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등하굣길이나 거주지에서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곳들을 아동성범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가중처벌의 근거로 삼게 했습니다.

이후로, 달라진 게 있을까?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판결문들을 분석해 봤습니다.

학교와 거주지, 혹은 그 근처에서 일어난 범행이 과반이었습니다.

'특별보호' 구역은, 어린이들을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후 처벌도 미약해서, 절반 가량이 '가중처벌'은 커녕 집행유예로 끝났습니다.

벌금형이나 선고유예도 있었습니다.

솜방방이 처벌, 그 이유는, 다음 사례에서 짚어볼 수 있습니다.

9살 어린이가 재작년 집안에서 강제추행을 당했고, 가해자는 70대 외할아버지였습니다.

이 남성은 재판에 넘겨졌는데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와 가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처벌 불원서... 주로 '보호자'가 제출하는데, '피해자' 뜻이 반영됐는지도 알 수 없는 이 서류 한장이, 결정적인 '감형' 사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재판 중 '처벌불원'이나 '합의'로 감형된 사례가 36%였습니다.

가해자가 가족, 친족인 경우가 23%였고 지인도 31%를 차지했는데, 그 중 상당수는 또 '가족과 아는 사이'였습니다.

바로 이 '관계'가, 처벌보다는 처벌 '불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은의/변호사 : "보호자와 가해자의 이해관계인 거예요. 그러면 그 이해관계에 의해서 감형을 하는 건 온당할까요. 이런 문제가 남는데 일선에선 이런 부분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좀 기계적으로 반영되고…"]

대법원은, "처벌 불원으로 감형해 주려면, '피해자'가 그 법적·사회적 의미를 잘 아는지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감형 판결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피고인이 젊어 성적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악의적 추행이 아니라 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랬다."

여전히 이런 판결들은, 피해자 아닌 '가해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KBS 뉴스 정해줍니다.

[앵커]

조두순이 출소했을 때 같은 지역에 머무는 게 두려워 피해자의 가족이 결국 이사를 가야 했습니다.

김근식은 일단 출소가 무산됐지만 앞으로 수사와 재판을 거쳐 사회로 나올 겁니다.

그 때 또 이런 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김근식의 다음 출소일에는 조금이라도 달라져 있기를 바랍니다.

촬영기자:김현민/그래픽:고석훈 김지훈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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