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망망대해서 1년 넘게 성희롱…가해자는 여전히 ‘근무 중’

입력 2022.10.18 (21:13) 수정 2022.10.1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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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 년에 200일 넘게 바다를 돌며 기상을 관측하는 배가 있습니다.

업무 특성상 폐쇄된 공간에서 여럿이 함께 지낼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1년 넘게 상사가 부하 직원을 성희롱해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가해 직원은 여전히 이 배에서 근무 중입니다.

김은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국내 유일 기상 관측선 '기상 1호'입니다.

서해와 남해, 동해를 오가며 기상 관측을 하고 있습니다.

이 배의 직원들은 1년 중 200일가량 해상에서 근무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해양관측 업무를 맡은 A씨가 동성인 상사 B 씨에게 여러 차례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상청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의 조사 결과입니다.

A 씨는 취재진과 만나 상사 B씨가 자주 성적인 농담을 해 불쾌했지만, 근무 분위기를 망칠까 봐 참고 넘어갔다고 말했습니다.

[A 씨/성희롱 피해자/음성변조 : "그때는 한숨도 자지 못했었어요. 정말 극도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어디 가서 이야기하지 못하겠더라고요."]

B 씨는 A씨가 보는 앞에서 직접 성행위를 묘사하는 동작을 하는 등 성희롱은 1년 넘게 이어졌다고 A 씨는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B 씨가 '사랑한다'는 메모까지 보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A 씨는 신고를 망설였습니다.

[A 씨/성희롱 피해자/음성변조 : "군 생활보다 더 폐쇄적이고 군기가 센 곳이 저는 기상 1호라고 생각합니다. 잘못 찍히게 되면 그게 평생 갑니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A 씨는 결국, 지난 8월 휴직했습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B 씨의 성희롱 발언에 시달리다 석 달 만에 일을 그만뒀다는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습니다.

[성희롱 추가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심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었습니다. 제가 근무가 어렵다고 판단돼서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심의위는 성희롱이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B 씨에 대한 징계를 기상청에 권고했습니다.

이와 함께, 피해자 보호조치와 2차 피해에 대한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B 씨는 여전히 기상 1호에서 근무 중입니다.

[기상청 운영지원과장 : "이제 조사 결과에 대해서 인사혁신처에 보낸 거거든요. (인사혁신처에서 결과가 안 나왔기 때문에 그대로 (근무 중이다?)) 네네."]

KBS는 B 씨의 반론을 듣기 위해 접촉했지만, B 씨는 자신의 입장이 방송되는걸 원치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기상청 내 성 비위 사건은 6건, 성폭력에 성매매, 산하기관 부하직원 성추행 모두 경징계 처분됐습니다.

KBS 뉴스 김은재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 최재혁/영상편집:이상철/그래픽:이경민/자료제공:국회 환노위 우원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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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망망대해서 1년 넘게 성희롱…가해자는 여전히 ‘근무 중’
    • 입력 2022-10-18 21:13:38
    • 수정2022-10-18 22:13:58
    뉴스 9
[앵커]

일 년에 200일 넘게 바다를 돌며 기상을 관측하는 배가 있습니다.

업무 특성상 폐쇄된 공간에서 여럿이 함께 지낼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1년 넘게 상사가 부하 직원을 성희롱해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가해 직원은 여전히 이 배에서 근무 중입니다.

김은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국내 유일 기상 관측선 '기상 1호'입니다.

서해와 남해, 동해를 오가며 기상 관측을 하고 있습니다.

이 배의 직원들은 1년 중 200일가량 해상에서 근무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해양관측 업무를 맡은 A씨가 동성인 상사 B 씨에게 여러 차례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상청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의 조사 결과입니다.

A 씨는 취재진과 만나 상사 B씨가 자주 성적인 농담을 해 불쾌했지만, 근무 분위기를 망칠까 봐 참고 넘어갔다고 말했습니다.

[A 씨/성희롱 피해자/음성변조 : "그때는 한숨도 자지 못했었어요. 정말 극도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어디 가서 이야기하지 못하겠더라고요."]

B 씨는 A씨가 보는 앞에서 직접 성행위를 묘사하는 동작을 하는 등 성희롱은 1년 넘게 이어졌다고 A 씨는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B 씨가 '사랑한다'는 메모까지 보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A 씨는 신고를 망설였습니다.

[A 씨/성희롱 피해자/음성변조 : "군 생활보다 더 폐쇄적이고 군기가 센 곳이 저는 기상 1호라고 생각합니다. 잘못 찍히게 되면 그게 평생 갑니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A 씨는 결국, 지난 8월 휴직했습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B 씨의 성희롱 발언에 시달리다 석 달 만에 일을 그만뒀다는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습니다.

[성희롱 추가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심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었습니다. 제가 근무가 어렵다고 판단돼서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심의위는 성희롱이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B 씨에 대한 징계를 기상청에 권고했습니다.

이와 함께, 피해자 보호조치와 2차 피해에 대한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B 씨는 여전히 기상 1호에서 근무 중입니다.

[기상청 운영지원과장 : "이제 조사 결과에 대해서 인사혁신처에 보낸 거거든요. (인사혁신처에서 결과가 안 나왔기 때문에 그대로 (근무 중이다?)) 네네."]

KBS는 B 씨의 반론을 듣기 위해 접촉했지만, B 씨는 자신의 입장이 방송되는걸 원치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기상청 내 성 비위 사건은 6건, 성폭력에 성매매, 산하기관 부하직원 성추행 모두 경징계 처분됐습니다.

KBS 뉴스 김은재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 최재혁/영상편집:이상철/그래픽:이경민/자료제공:국회 환노위 우원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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