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K] “나는 가로수입니다”

입력 2022.10.19 (19:15) 수정 2022.10.19 (20:1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제주의 가로수 실태와 정책을 짚어보는 주목 K 마지막 순서입니다.

전농로는 벚꽃길 가로수가 유명하죠.

그런데 이곳의 벚나무도 차량 통행에 방해된다며 베어질 뻔했던 사실을 아시나요?

나무의 시선으로 가로수에 대한 논란을 돌아봤습니다.

이경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저는 70년 넘게 전농로를 지켜온 왕벚나무 가로수입니다.

이곳에는 저와 같은 나무 160여 그루가 있습니다.

봄이 되면 많은 사람이 저희를 보러 오죠.

저희가 여전히 뿌리를 뻗고 있는 것은 주민들 덕분입니다.

3년 전, 차량 통행에 방해된다며 베어질 뻔한걸, 70%가 넘는 주민들이 반대하며 지켜줬습니다.

[박병윤/제주시 삼도2동 : "마을에 중요하지. 대단히. 사람 사는 데 보기도 좋고 사람들에게 즐거움도 주고 나무가 없으면 얼마나 삭막해요."]

["나보다 더 오래 살아줬으면 고맙겠어. 여태까지 같이 살아줘서 정말 고맙고."]

그 덕택에 봄에는 벚꽃 명소로, 평소에는 주민들의 쉼터와 그늘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창익/카페 운영 : "여유를 즐길 수 있고 낭만도 있고 오늘같이 날씨가 좋을 때는 화창함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시간. 나무들과 같이 있을 수 있는 것은 굉장히 큰 행복 중의 하나라고."]

제주에는 저희처럼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가로수 7만 3천여 그루가 있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100여 그루 넘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도로를 넓혀야 하고, 개발도 해야 하고, 이유도 다양하더군요.

하지만 말 못하는 저희도 하나의 생명체입니다.

[이효연/제주대학교 교수 : "사람 못지 않게 나무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나무를 강하게 베거나 하면 나무의 반응은 바로 나타납니다. 나무의 수세, 수명이라는 게 단축될 수 있고."]

저희가 10년 동안 자라면 시민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해 깨끗한 공기를 만들죠.

그런데 50년 된 나무 한 그루가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1년에 1억 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이 생긴다고 합니다.

[최진우/가로수시민연대 대표 : "집 밖을 나가면 가장 첫 번째 보게 되는 자연의 대상이거든요.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자연을 정말로 소중하게 바라봐 주고 다뤄줄 수 있다면 많은 자연의 가치가 더 좋은 대접을 받고 사람들과 공생할 수 있는."]

요즘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도 가족처럼 많이 아끼시죠?

그런데 그 보다 오랜 세월 곁에 있는 저희는 왜 이렇게 쉽게 베어지는 걸까요?

이로 인해 정작 놓치는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 봐 주세요.

저희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자연입니다.

KBS 뉴스 이경주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촬영감독:김재홍/그래픽:서경환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주목K] “나는 가로수입니다”
    • 입력 2022-10-19 19:15:24
    • 수정2022-10-19 20:17:27
    뉴스7(제주)
[앵커]

제주의 가로수 실태와 정책을 짚어보는 주목 K 마지막 순서입니다.

전농로는 벚꽃길 가로수가 유명하죠.

그런데 이곳의 벚나무도 차량 통행에 방해된다며 베어질 뻔했던 사실을 아시나요?

나무의 시선으로 가로수에 대한 논란을 돌아봤습니다.

이경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저는 70년 넘게 전농로를 지켜온 왕벚나무 가로수입니다.

이곳에는 저와 같은 나무 160여 그루가 있습니다.

봄이 되면 많은 사람이 저희를 보러 오죠.

저희가 여전히 뿌리를 뻗고 있는 것은 주민들 덕분입니다.

3년 전, 차량 통행에 방해된다며 베어질 뻔한걸, 70%가 넘는 주민들이 반대하며 지켜줬습니다.

[박병윤/제주시 삼도2동 : "마을에 중요하지. 대단히. 사람 사는 데 보기도 좋고 사람들에게 즐거움도 주고 나무가 없으면 얼마나 삭막해요."]

["나보다 더 오래 살아줬으면 고맙겠어. 여태까지 같이 살아줘서 정말 고맙고."]

그 덕택에 봄에는 벚꽃 명소로, 평소에는 주민들의 쉼터와 그늘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창익/카페 운영 : "여유를 즐길 수 있고 낭만도 있고 오늘같이 날씨가 좋을 때는 화창함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시간. 나무들과 같이 있을 수 있는 것은 굉장히 큰 행복 중의 하나라고."]

제주에는 저희처럼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가로수 7만 3천여 그루가 있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100여 그루 넘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도로를 넓혀야 하고, 개발도 해야 하고, 이유도 다양하더군요.

하지만 말 못하는 저희도 하나의 생명체입니다.

[이효연/제주대학교 교수 : "사람 못지 않게 나무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나무를 강하게 베거나 하면 나무의 반응은 바로 나타납니다. 나무의 수세, 수명이라는 게 단축될 수 있고."]

저희가 10년 동안 자라면 시민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해 깨끗한 공기를 만들죠.

그런데 50년 된 나무 한 그루가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1년에 1억 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이 생긴다고 합니다.

[최진우/가로수시민연대 대표 : "집 밖을 나가면 가장 첫 번째 보게 되는 자연의 대상이거든요.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자연을 정말로 소중하게 바라봐 주고 다뤄줄 수 있다면 많은 자연의 가치가 더 좋은 대접을 받고 사람들과 공생할 수 있는."]

요즘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도 가족처럼 많이 아끼시죠?

그런데 그 보다 오랜 세월 곁에 있는 저희는 왜 이렇게 쉽게 베어지는 걸까요?

이로 인해 정작 놓치는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 봐 주세요.

저희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자연입니다.

KBS 뉴스 이경주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촬영감독:김재홍/그래픽:서경환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제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