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블랙리스트 피해자’ 돕겠다더니…‘소송 대비’부터 한 영진위

입력 2022.10.19 (21:32) 수정 2022.10.1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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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첫 2관왕을 만들어 낸 두 사람, 과거 이른바 '영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블랙리스트를 인정하고, 진상을 밝히겠다고 약속한 영화진흥위원회가 자체 조사 뒤 '영화계 블랙리스트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이걸 KBS가 입수했습니다.

박찬욱 감독, 배우 송강호 씨를 비롯해 작품 검열, 개인 사찰까지... 3천 건 가까이 피해사례가 담겨있습니다.

대국민 사과 뒤 5년여 만에 나온 결과물인데 영진위는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해보니, 보고서가 완성되기도 전에 영진위는 법률 검토를 의뢰해 소송에서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부터 따져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손서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사찰과 작품 검열 등 '블랙리스트' 파문이 일었던 2018년.

영화진흥위원회는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피해 회복과 진상 조사를 약속했습니다.

[오석근/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 "블랙리스트 실행 기관 노릇을 했고 위상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통렬하게 반성하고 준엄하게 혁신하겠습니다."]

하지만 진상규명을 하겠다던 '과거사 특위'는 3년간 활동에도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결국, 지난해 다시 가동된 '블랙리스트 특위'.

피해 인정 기준을 만들고 보상 방안까지 제시한다는 목표로 연구가 시작됐고, 올해 8월 보고서가 완성됐습니다.

"블랙리스트 명단에 등재된 모든 '영화인'들을 피해자로 인정한다", "영진위는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영진위는 최종 보고서가 완성되기도 전에 법률 자문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소송 시 유력한 증거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연구 결과물은 대외비로 관리할 것을 권하고 있다"는 내부 보고도 올립니다.

[하주희/영진위 블랙리스트 특위 위원/변호사 : "이걸 하고자 하는 취지가 책임을 지겠다는 거였어요. 연구의 말미에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애초 연구의 취지와 맞지 않아서 좀 유감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위를 만들고 연구한 목적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윤덕/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 "결과가 나와서 실제적으로 진행되는 순간에 저는 영진위에서 그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조직을 지키려는, 이익과 손해를 따지는 그런 행위인 것도 분명해 보이고요."]

영진위는 통상적인 내부 검토 차원이었다면서도, 보고서 공개 시점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 확인 등이 필요하다며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촬영기자:이경구 박상욱/영상편집:조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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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블랙리스트 피해자’ 돕겠다더니…‘소송 대비’부터 한 영진위
    • 입력 2022-10-19 21:32:10
    • 수정2022-10-19 22:09:45
    뉴스 9
[앵커]

올해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첫 2관왕을 만들어 낸 두 사람, 과거 이른바 '영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블랙리스트를 인정하고, 진상을 밝히겠다고 약속한 영화진흥위원회가 자체 조사 뒤 '영화계 블랙리스트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이걸 KBS가 입수했습니다.

박찬욱 감독, 배우 송강호 씨를 비롯해 작품 검열, 개인 사찰까지... 3천 건 가까이 피해사례가 담겨있습니다.

대국민 사과 뒤 5년여 만에 나온 결과물인데 영진위는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해보니, 보고서가 완성되기도 전에 영진위는 법률 검토를 의뢰해 소송에서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부터 따져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손서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사찰과 작품 검열 등 '블랙리스트' 파문이 일었던 2018년.

영화진흥위원회는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피해 회복과 진상 조사를 약속했습니다.

[오석근/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 "블랙리스트 실행 기관 노릇을 했고 위상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통렬하게 반성하고 준엄하게 혁신하겠습니다."]

하지만 진상규명을 하겠다던 '과거사 특위'는 3년간 활동에도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결국, 지난해 다시 가동된 '블랙리스트 특위'.

피해 인정 기준을 만들고 보상 방안까지 제시한다는 목표로 연구가 시작됐고, 올해 8월 보고서가 완성됐습니다.

"블랙리스트 명단에 등재된 모든 '영화인'들을 피해자로 인정한다", "영진위는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영진위는 최종 보고서가 완성되기도 전에 법률 자문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소송 시 유력한 증거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연구 결과물은 대외비로 관리할 것을 권하고 있다"는 내부 보고도 올립니다.

[하주희/영진위 블랙리스트 특위 위원/변호사 : "이걸 하고자 하는 취지가 책임을 지겠다는 거였어요. 연구의 말미에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애초 연구의 취지와 맞지 않아서 좀 유감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위를 만들고 연구한 목적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윤덕/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 "결과가 나와서 실제적으로 진행되는 순간에 저는 영진위에서 그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조직을 지키려는, 이익과 손해를 따지는 그런 행위인 것도 분명해 보이고요."]

영진위는 통상적인 내부 검토 차원이었다면서도, 보고서 공개 시점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 확인 등이 필요하다며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촬영기자:이경구 박상욱/영상편집:조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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