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유해 발굴 ‘공전’…빛바랜 진실규명 결정

입력 2022.10.21 (06:15) 수정 2022.10.2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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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천 명 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집단 학대를 당한 '선감학원'에 대해 40년 만에 '진실규명'이 결정됐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과거 선감학원을 운영했던 경기도도 공식 사과했습니다.

국가 폭력을 인정하는 의미 있는 진전이긴 하지만 여전히 '묻혀있는' 진실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선감학원 주변으로 '암매장 당한' 피해자들인데, 그들을 찾기 위한 유해발굴 사업은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고있습니다.

이윤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부랑아를 교화하겠단 명목으로 노역과 학대가 이어졌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은 고사하고, 굶기거나 때리는 일이 되풀이됐습니다.

40년 동안 이 '국가폭력'에 희생된 아동 청소년 수가 5천 700여 명입니다.

[안영화/선감학원 피해자 : "때리다 때리다 지치면 어떤 게 또 있냐, (아이들에게) 서로 마주 보게 하고 서로 때리게 하는 거예요. 약하게 때리면 약하게 때렸다고..."]

폐원된 지 올해로 40년.

마침내 국가 차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어제 선감학원 사건을 '국가 인권침해사건'으로 규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지원을 권고했습니다.

선감학원은 과거 경기도가 운영·관리를 맡았고 인권침해 실상을 묵인했던 증거도 드러났습니다.

따라서 김동연 경기지사가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했습니다.

[김동연/경기도지사 : "국가 전체가, 또 중앙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리라고 저는 믿고 있고요. 함께 힘을 합쳐서 하겠습니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숙제, '유해 발굴' 사업은 공전하고 있습니다.

학대 끝에 숨진 아이들 백 명 이상이 암매장당했는데, 그들을 찾으려는 시도는 첫 걸음에서 멈춰 있습니다.

이곳에선 시굴, 즉 '시범' 발굴 5일 만에 유해 5구가 나왔습니다.

기대 이상의 결과였는데 '정식' 유해 발굴은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발굴 사업엔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고 지역 주민들의 이해, 협조도 절실합니다.

경기도는 '중앙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사과' 권고조차도 수용한 적이 드뭅니다.

진실화해위는 대규모 발굴과 사후 조치를 감당할 행정력이 없습니다.

[강성근/선감학원 피해자 : "확실히, 확실히 여기예요. 여기가 '시신 집합소'였어요. 볼록볼록 나온 게 다 무덤이잖아요."]

이렇게 '눈에 보이는' 현장을 놔두고도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어렵게 나온 진실규명 결정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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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감학원 유해 발굴 ‘공전’…빛바랜 진실규명 결정
    • 입력 2022-10-21 06:15:06
    • 수정2022-10-21 0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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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천 명 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집단 학대를 당한 '선감학원'에 대해 40년 만에 '진실규명'이 결정됐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과거 선감학원을 운영했던 경기도도 공식 사과했습니다.

국가 폭력을 인정하는 의미 있는 진전이긴 하지만 여전히 '묻혀있는' 진실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선감학원 주변으로 '암매장 당한' 피해자들인데, 그들을 찾기 위한 유해발굴 사업은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고있습니다.

이윤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부랑아를 교화하겠단 명목으로 노역과 학대가 이어졌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은 고사하고, 굶기거나 때리는 일이 되풀이됐습니다.

40년 동안 이 '국가폭력'에 희생된 아동 청소년 수가 5천 700여 명입니다.

[안영화/선감학원 피해자 : "때리다 때리다 지치면 어떤 게 또 있냐, (아이들에게) 서로 마주 보게 하고 서로 때리게 하는 거예요. 약하게 때리면 약하게 때렸다고..."]

폐원된 지 올해로 40년.

마침내 국가 차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어제 선감학원 사건을 '국가 인권침해사건'으로 규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지원을 권고했습니다.

선감학원은 과거 경기도가 운영·관리를 맡았고 인권침해 실상을 묵인했던 증거도 드러났습니다.

따라서 김동연 경기지사가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했습니다.

[김동연/경기도지사 : "국가 전체가, 또 중앙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리라고 저는 믿고 있고요. 함께 힘을 합쳐서 하겠습니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숙제, '유해 발굴' 사업은 공전하고 있습니다.

학대 끝에 숨진 아이들 백 명 이상이 암매장당했는데, 그들을 찾으려는 시도는 첫 걸음에서 멈춰 있습니다.

이곳에선 시굴, 즉 '시범' 발굴 5일 만에 유해 5구가 나왔습니다.

기대 이상의 결과였는데 '정식' 유해 발굴은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발굴 사업엔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고 지역 주민들의 이해, 협조도 절실합니다.

경기도는 '중앙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사과' 권고조차도 수용한 적이 드뭅니다.

진실화해위는 대규모 발굴과 사후 조치를 감당할 행정력이 없습니다.

[강성근/선감학원 피해자 : "확실히, 확실히 여기예요. 여기가 '시신 집합소'였어요. 볼록볼록 나온 게 다 무덤이잖아요."]

이렇게 '눈에 보이는' 현장을 놔두고도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어렵게 나온 진실규명 결정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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