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로 못 쓴 마일리지 의무 연장”…항공사 ‘버티기’

입력 2022.10.25 (21:33) 수정 2022.10.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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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항공업계 관련 소식, 하나 더 전해드립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끊기면서 항공 마일리지 쓸 기회, 거의 없었는데요.

정부가 이 마일리지가 소멸되지 않도록 약관을 개정하라고 국내 항공사에 권고했는데, KBS가 취재해 보니 이 권고, 이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황현규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김광문 씨가 모은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5만 6천 포인트, 미국 편도 항공권이 취득 가능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마일리지의 절반 가량이 내년 중에 사라집니다.

항공사가 정해놓은 소멸시효 때문입니다.

지난 2년여 동안은 코로나19 때문에 쓸 기회도 없었는데, 마일리지 시효는 꼬박꼬박 깎이고 있었던 겁니다.

[김광문/서울 서대문구 : "코로나가 여전히 있는 상황이고 (비행이) 열렸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열린 것도 아니고 소멸 기간 자체가 있다는 거, 그게 좀 불안한 것 같아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도 코로나 19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2020년부터 매년 총 3차례 마일리지 소멸을 유예해주긴 했습니다.

하지만 대상을 '그 해 만료 예정'인 마일리지로 한정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불가피하게 여행을 못했던 만큼 그 기간의 마일리지는 일괄적으로 다 연장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전보다 비행 편수가 여전히 줄어있어, 마일리지 쓸 기회가 당분간 부족하다는 점을 토로합니다.

[김광문 : "이렇게 보면 마일리지로 (예약) 할 수 있는 비행기는 아무것도 없죠. 마일리지로 뭘 하기는 쉽지 않은 거 같아요."]

정부도 항공사들이 임시방편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며, 마일리지 약관 자체를 개정하라고 최근 권고했습니다.

감염병 대유행 기간은, 마일리지 기한 산입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명시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공정위가 마일리지 약관에 대한 시정 권고를 한 지 네 달이 지났지만 항공사들은 수정된 약관을 공정위에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를 묻는 KBS 질의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감염병 대유행 기준이 애매해 결정이 늦어진다"고 답했습니다.

공정위는 항공사들의 '버티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권고'보다 강한 조치인 '시정 명령'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황현규 기자와 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황 기자! 공정위가 개입한 건 마일리지 문제, 항공사 자율로만 맡겨둘 수 없다는 뜻이겠죠?

[기자]

네,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항공사들이 자율적으로 일부 마일리지를 연장해주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었습니다.

적용 기간도 들쑥날쑥하고, 대상도, 말소가 '임박한' 마일리지로만 한정했습니다.

게다가 '의무적인' 규정에 따라 한 게 아니라서, 다음에 또 코로나 19 같은 불의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그때 가서도 해준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따라서 공정위는 이참에, 확고하게 적용 가능한 '약관' 기준을 세워놓자는 겁니다.

[앵커]

항공사들이 공정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진짜 속내는 뭘까요?

[기자]

아무래도 속내는 '수익성'에 닿아있을 겁니다.

마일리지는 사실 비행기 표 예약할 때 현금처럼 쓰이잖아요?

항공사 입장에선 소비자들이 이걸 쓰는 만큼 현금 매출이 줄어드는 거고, 따라서, 회계상 마일리지를 '부채'로 잡아놓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걸 연장해준다?

썩 달갑지가 않은 겁니다.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정보 자체를 대외비라며 공개도 안 하고 있는데, 추정치로는 대한항공이 2조 6천억 원, 아시아나는 약 1조 원 정도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해외 항공사들을 어떻습니까?

마일리지 소멸 제도가 있습니까?

[기자]

네, 천차만별이긴 합니다.

중동의 카타르 항공이나 아시아의 베트남 항공의 경우 마일리지 기한이 3년 정도로 아주 짧았고, 반면, 미국 1위 항공사인 델타항공은 마일리지 시한이 아예 없습니다.

하와이안 항공의 경우엔 코로나 19 이후 마일리지 기한을 아예 없애기도 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마일리지 소멸 시효가 없었는데, 이게 나중에 생기면서 논란이 시작됐어요.

[기자]

네, 2008년부터, 항공사들이 갑자기 유효기간 10년을 적용했습니다.

그걸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소비자들이 제기했는데요, 2심까진 항공사가 승소했고,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선 이 마일리지도 일종의 '자산', '재산권'으로 보고 있는데, 항공사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 이런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앵커]

황현규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김민준/영상편집:이상철 차정남/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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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코로나로 못 쓴 마일리지 의무 연장”…항공사 ‘버티기’
    • 입력 2022-10-25 21:33:08
    • 수정2022-10-25 22:20:46
    뉴스 9
[앵커]

항공업계 관련 소식, 하나 더 전해드립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끊기면서 항공 마일리지 쓸 기회, 거의 없었는데요.

정부가 이 마일리지가 소멸되지 않도록 약관을 개정하라고 국내 항공사에 권고했는데, KBS가 취재해 보니 이 권고, 이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황현규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김광문 씨가 모은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5만 6천 포인트, 미국 편도 항공권이 취득 가능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마일리지의 절반 가량이 내년 중에 사라집니다.

항공사가 정해놓은 소멸시효 때문입니다.

지난 2년여 동안은 코로나19 때문에 쓸 기회도 없었는데, 마일리지 시효는 꼬박꼬박 깎이고 있었던 겁니다.

[김광문/서울 서대문구 : "코로나가 여전히 있는 상황이고 (비행이) 열렸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열린 것도 아니고 소멸 기간 자체가 있다는 거, 그게 좀 불안한 것 같아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도 코로나 19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2020년부터 매년 총 3차례 마일리지 소멸을 유예해주긴 했습니다.

하지만 대상을 '그 해 만료 예정'인 마일리지로 한정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불가피하게 여행을 못했던 만큼 그 기간의 마일리지는 일괄적으로 다 연장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전보다 비행 편수가 여전히 줄어있어, 마일리지 쓸 기회가 당분간 부족하다는 점을 토로합니다.

[김광문 : "이렇게 보면 마일리지로 (예약) 할 수 있는 비행기는 아무것도 없죠. 마일리지로 뭘 하기는 쉽지 않은 거 같아요."]

정부도 항공사들이 임시방편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며, 마일리지 약관 자체를 개정하라고 최근 권고했습니다.

감염병 대유행 기간은, 마일리지 기한 산입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명시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공정위가 마일리지 약관에 대한 시정 권고를 한 지 네 달이 지났지만 항공사들은 수정된 약관을 공정위에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를 묻는 KBS 질의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감염병 대유행 기준이 애매해 결정이 늦어진다"고 답했습니다.

공정위는 항공사들의 '버티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권고'보다 강한 조치인 '시정 명령'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황현규 기자와 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황 기자! 공정위가 개입한 건 마일리지 문제, 항공사 자율로만 맡겨둘 수 없다는 뜻이겠죠?

[기자]

네,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항공사들이 자율적으로 일부 마일리지를 연장해주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었습니다.

적용 기간도 들쑥날쑥하고, 대상도, 말소가 '임박한' 마일리지로만 한정했습니다.

게다가 '의무적인' 규정에 따라 한 게 아니라서, 다음에 또 코로나 19 같은 불의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그때 가서도 해준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따라서 공정위는 이참에, 확고하게 적용 가능한 '약관' 기준을 세워놓자는 겁니다.

[앵커]

항공사들이 공정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진짜 속내는 뭘까요?

[기자]

아무래도 속내는 '수익성'에 닿아있을 겁니다.

마일리지는 사실 비행기 표 예약할 때 현금처럼 쓰이잖아요?

항공사 입장에선 소비자들이 이걸 쓰는 만큼 현금 매출이 줄어드는 거고, 따라서, 회계상 마일리지를 '부채'로 잡아놓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걸 연장해준다?

썩 달갑지가 않은 겁니다.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정보 자체를 대외비라며 공개도 안 하고 있는데, 추정치로는 대한항공이 2조 6천억 원, 아시아나는 약 1조 원 정도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해외 항공사들을 어떻습니까?

마일리지 소멸 제도가 있습니까?

[기자]

네, 천차만별이긴 합니다.

중동의 카타르 항공이나 아시아의 베트남 항공의 경우 마일리지 기한이 3년 정도로 아주 짧았고, 반면, 미국 1위 항공사인 델타항공은 마일리지 시한이 아예 없습니다.

하와이안 항공의 경우엔 코로나 19 이후 마일리지 기한을 아예 없애기도 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마일리지 소멸 시효가 없었는데, 이게 나중에 생기면서 논란이 시작됐어요.

[기자]

네, 2008년부터, 항공사들이 갑자기 유효기간 10년을 적용했습니다.

그걸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소비자들이 제기했는데요, 2심까진 항공사가 승소했고,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선 이 마일리지도 일종의 '자산', '재산권'으로 보고 있는데, 항공사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 이런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앵커]

황현규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김민준/영상편집:이상철 차정남/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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