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대 기초수급자입니다”…2030 수급자 약 2배 증가

입력 2022.10.28 (21:42) 수정 2022.10.2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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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20,30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코로나19에 경기 침체까지 겹친 영향이 큽니다.

상당수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 차상위계층에 드는 게 목표라는데 신지원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침대와 책상만으로 가득 차버린 고시원, 29살 박종민 씨의 집입니다.

집안 사정 때문에 17살부터 혼자 살며 생계를 꾸려오다 지난해 기초생활수급자가 됐습니다.

[박종민/29살/기초생활수급자 : "(공장에서 일하다가) 코피가 심하게 터져서 응급실을 갔는데 입원까지 하게 됐던 거죠. 신용대출을 갚고자 마이너스통장을 처음 만들게 됐죠. (빚이) 지금은 한 2천 8백만 원, 그 정도 남아 있는 걸로…."]

나라에서 주는 주거급여 20여만 원으로 월세를 내는데, 자활근로 일수가 하루라도 늘어 소득이 올라가면 주거급여를 받을 수 없습니다.

[박종민/29살/기초생활수급자 : "(한 달에) 22일을 일하면 그 달은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신에 23일 일하는 달이 있거든요. (기준치) 몇백 원 차이 때문에 못 받는 그런 달이 되는 거죠."]

20대 A 씨도 청년임대주택에 살면서 주거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 부도 후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차상위계층이 됐다 지난해부턴 수급자입니다.

[A 씨/20대/기초생활수급자/음성변조 : "겨울에는 10도 아래로 떨어져요. 실내 온도가. 하루에 한 끼 먹을 때도 있고 세 끼 먹어본 지 되게 오래 됐어요."]

수술을 몇 차례 하면서 모아뒀던 돈은 바닥났고 아르바이트, 일용직 경험이 전부라 취업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습니다.

두 청년 모두 '수급자 탈출하기'를 테마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A 씨/20대/기초생활수급자/음성변조 : "지금 저는 이 상황에서 탈출하는 게 목표예요. 수급자 탈출하면 차상위(계층)가 될 거고 차상위 탈출을 하면 이제 일반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좀 더 나아지는 그런 모습, 그런 삶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들과 같은 20, 30대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지난 8월 기준 24만 5천여 명, 최근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KBS 뉴스 신지원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신지원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단 건데 증가한 원인 뭡니까?

[기자]

코로나19 등으로 일자리 구하긴 힘든데 전·월세 등 주거비용, 물가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니 스스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단 거고요.

그 중에서도 주거급여 수급 사례가 눈에 띄게 많아졌는데, 중복 수급 포함 23만 7천여 건으로 생계나 의료 등 다른 급여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사실 이 연령대는 노동능력이 충분하다고 인식돼 신청에 앞서 위기가구를 먼저 찾아내는 복지 시스템에서도 후순위로 꼽히거든요.

그런데도 빠른 속도로 늘어난 걸 보면 올해 안에 청년 수급자가 30만 명에 다가설 거란 전문가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기초생활수급자는 사실 우리 사회 가장 취약한 계층이잖아요.

수급자가 되면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는 게 그간의 통념인데, 20, 30대는 수급자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20, 30대야말로 하루라도 빨리 '탈수급', 그러니까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복지 정책의 핵심이어야겠죠.

청년 수급자는 전체 수급자의 10.5%에 해당하는데요.

현재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37.6%로 비중이 가장 높은 65살 이상 고령층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단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앞서 청년의 사례에서 보셨듯이 지난달보다 몇만 원 더 벌었다고 이번 달 곧바로 몇십만 원의 주거급여가 끊긴다면, 당장 임대주택을 비워줘야 한다면 청년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실제 시민단체 등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문제들 때문에 최저시급보다 적게, 대신 현금으로만 일당을 받거나 친구의 이름을 빌려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수급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속임수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럼 20, 30대 수급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은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지금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전면 수정하긴 어렵겠지만, 예외 규정은 가능할 거라 봅니다.

특히 20, 30대의 경우 주거급여 수급자가 많은 현실을 고려해 소득이 좀 늘었다고 해서 바로 지원을 끊지 말고, 전세보증금 등 자산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겁니다.

여기에 관한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죠.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탈수급을 할 수 있도록 자산을 형성하는 기간 동안은 약간 유예 기간 같은 걸 좀 두면 좋지 않을까, 일일 알바를 해서 이제 들어오는 그 돈이 수급비를 넘는다고 해서 그렇게 해서 탈락을 시키면 누가 일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럼 평생 수급자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죠."]

또, 가장 먼저 청년 수급자들을 만나는 복지 공무원들이 기계적 판단에 치우쳐 현재의 매뉴얼만 따르지 않도록 맞춤형 지원 제공이란 재량권을 줘야 한단 지적도 나옵니다.

촬영기자:오승근 홍성백 정현석/영상편집:황보현평 위강해/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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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20대 기초수급자입니다”…2030 수급자 약 2배 증가
    • 입력 2022-10-28 21:42:55
    • 수정2022-10-29 07:15:45
    뉴스 9
[앵커]

최근 20,30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코로나19에 경기 침체까지 겹친 영향이 큽니다.

상당수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 차상위계층에 드는 게 목표라는데 신지원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침대와 책상만으로 가득 차버린 고시원, 29살 박종민 씨의 집입니다.

집안 사정 때문에 17살부터 혼자 살며 생계를 꾸려오다 지난해 기초생활수급자가 됐습니다.

[박종민/29살/기초생활수급자 : "(공장에서 일하다가) 코피가 심하게 터져서 응급실을 갔는데 입원까지 하게 됐던 거죠. 신용대출을 갚고자 마이너스통장을 처음 만들게 됐죠. (빚이) 지금은 한 2천 8백만 원, 그 정도 남아 있는 걸로…."]

나라에서 주는 주거급여 20여만 원으로 월세를 내는데, 자활근로 일수가 하루라도 늘어 소득이 올라가면 주거급여를 받을 수 없습니다.

[박종민/29살/기초생활수급자 : "(한 달에) 22일을 일하면 그 달은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신에 23일 일하는 달이 있거든요. (기준치) 몇백 원 차이 때문에 못 받는 그런 달이 되는 거죠."]

20대 A 씨도 청년임대주택에 살면서 주거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 부도 후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차상위계층이 됐다 지난해부턴 수급자입니다.

[A 씨/20대/기초생활수급자/음성변조 : "겨울에는 10도 아래로 떨어져요. 실내 온도가. 하루에 한 끼 먹을 때도 있고 세 끼 먹어본 지 되게 오래 됐어요."]

수술을 몇 차례 하면서 모아뒀던 돈은 바닥났고 아르바이트, 일용직 경험이 전부라 취업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습니다.

두 청년 모두 '수급자 탈출하기'를 테마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A 씨/20대/기초생활수급자/음성변조 : "지금 저는 이 상황에서 탈출하는 게 목표예요. 수급자 탈출하면 차상위(계층)가 될 거고 차상위 탈출을 하면 이제 일반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좀 더 나아지는 그런 모습, 그런 삶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들과 같은 20, 30대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지난 8월 기준 24만 5천여 명, 최근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KBS 뉴스 신지원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신지원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단 건데 증가한 원인 뭡니까?

[기자]

코로나19 등으로 일자리 구하긴 힘든데 전·월세 등 주거비용, 물가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니 스스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단 거고요.

그 중에서도 주거급여 수급 사례가 눈에 띄게 많아졌는데, 중복 수급 포함 23만 7천여 건으로 생계나 의료 등 다른 급여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사실 이 연령대는 노동능력이 충분하다고 인식돼 신청에 앞서 위기가구를 먼저 찾아내는 복지 시스템에서도 후순위로 꼽히거든요.

그런데도 빠른 속도로 늘어난 걸 보면 올해 안에 청년 수급자가 30만 명에 다가설 거란 전문가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기초생활수급자는 사실 우리 사회 가장 취약한 계층이잖아요.

수급자가 되면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는 게 그간의 통념인데, 20, 30대는 수급자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20, 30대야말로 하루라도 빨리 '탈수급', 그러니까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복지 정책의 핵심이어야겠죠.

청년 수급자는 전체 수급자의 10.5%에 해당하는데요.

현재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37.6%로 비중이 가장 높은 65살 이상 고령층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단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앞서 청년의 사례에서 보셨듯이 지난달보다 몇만 원 더 벌었다고 이번 달 곧바로 몇십만 원의 주거급여가 끊긴다면, 당장 임대주택을 비워줘야 한다면 청년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실제 시민단체 등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문제들 때문에 최저시급보다 적게, 대신 현금으로만 일당을 받거나 친구의 이름을 빌려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수급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속임수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럼 20, 30대 수급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은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지금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전면 수정하긴 어렵겠지만, 예외 규정은 가능할 거라 봅니다.

특히 20, 30대의 경우 주거급여 수급자가 많은 현실을 고려해 소득이 좀 늘었다고 해서 바로 지원을 끊지 말고, 전세보증금 등 자산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겁니다.

여기에 관한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죠.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탈수급을 할 수 있도록 자산을 형성하는 기간 동안은 약간 유예 기간 같은 걸 좀 두면 좋지 않을까, 일일 알바를 해서 이제 들어오는 그 돈이 수급비를 넘는다고 해서 그렇게 해서 탈락을 시키면 누가 일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럼 평생 수급자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죠."]

또, 가장 먼저 청년 수급자들을 만나는 복지 공무원들이 기계적 판단에 치우쳐 현재의 매뉴얼만 따르지 않도록 맞춤형 지원 제공이란 재량권을 줘야 한단 지적도 나옵니다.

촬영기자:오승근 홍성백 정현석/영상편집:황보현평 위강해/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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