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없던’ 서초에 2개 기동대 ‘종일 대기’…현장선 ‘발동동’

입력 2022.11.03 (16:43) 수정 2022.11.0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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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울 서초 지역에 집회·시위가 없었음에도 기동대 2개 부대가 배치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서울경찰청의 '사고 당일(10월 29일) 경력운용 계획' 자료에서 확인된 내용입니다.

서울경찰청 경비과가 작성한 이 문서에는 서울 지역에 돌발 상황이 예상되거나 통제가 필요한 곳에 배치할 경찰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어디에 배치할지가 상세히 정리돼 있습니다.

■ 기동대 '거점 근무', 서초 포함 4곳

기동대는 집회와 시위에 대비해 배치되는 경찰 인력입니다. 대통령 사저 등 중요 시설에 배치되는 '경호 인력'과는 별개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참사 당일 운용 가능한 기동대는 모두 81개 부대였습니다. 1개 기동대 또는 중대는 보통 60명으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81개 부대 가운데 14개 부대는 서울 광화문과 용산, 여의도, 서초 등 4곳에서 '거점 근무'를 했습니다.

윤 대통령 사저와 집무실이 있는 서초와 용산에 각각 4개, 광화문과 여의도에는 각각 3개 부대가 주·야간 교대로 배치됐습니다. 이를 위해 경기남부경찰청과 인천경찰청에서 인력도 파견받았습니다.

참사 당일 서초 지역 인원으로 배치된 기동대 4개 부대 가운데 주간 근무를 했던 2개 부대(73, 62기동대)는 오전 8시부터 '거점 근무'를 한 뒤 오전 11시쯤 '도심 집회 대비'를 위해 교체됐습니다.

대신 경기남부청 소속 2012, 2013 기동대가 교체 배치됐고, 이들은 도심 집회가 끝날 때까지 서초에서 대기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보면 이날 서울 시내에서는 모두 21개의 집회가 열렸는데, 서초에서 열린 집회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참사 발생 전 시민들의 112신고가 이어지는 동안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가용 가능한 경찰 병력이 있었지만,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기동대는 신고된 집회가 있어야지만 근무하는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 사저는 매우 중요한 곳이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기습시위나 우발 상황에 대비해 보통 2개 기동대가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다"며 핼러윈 축제 현장에 배치할 경찰 경비 병력이 부족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신현영 의원은 "한남동 관저 이주 지연에 따라 기동대가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초 지역에 상시적으로 투입되어 경찰 인력 문제가 생긴건 아닌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태원 경찰 "참사 4일 전 기동대 요청…답 없어"

한편 참사 당일 이태원 파출소에서 근무했던 한 경찰관은 오늘(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익명 인터뷰에서 "참사 4일 전(10월 25일) 이태원파출소장이 용산경찰서에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10월) 25일에 우리 힘만으로는 도저히 안 된다. 더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어느 정도 규모를 요구한 거로 알고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그 규모는 저희가 정하지 못한다”며 “그 규모는 경력을 운영하는 쪽에서 정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용산경찰서가 참사 전 서울경찰청에 공식 문서로 기동대 배치를 요청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용산경찰서는 서울경찰청에 '구두로'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며 해당 사실을 포함해 감찰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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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위 없던’ 서초에 2개 기동대 ‘종일 대기’…현장선 ‘발동동’
    • 입력 2022-11-03 16:43:41
    • 수정2022-11-03 18:35:01
    취재K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울 서초 지역에 집회·시위가 없었음에도 기동대 2개 부대가 배치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서울경찰청의 '사고 당일(10월 29일) 경력운용 계획' 자료에서 확인된 내용입니다.

서울경찰청 경비과가 작성한 이 문서에는 서울 지역에 돌발 상황이 예상되거나 통제가 필요한 곳에 배치할 경찰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어디에 배치할지가 상세히 정리돼 있습니다.

■ 기동대 '거점 근무', 서초 포함 4곳

기동대는 집회와 시위에 대비해 배치되는 경찰 인력입니다. 대통령 사저 등 중요 시설에 배치되는 '경호 인력'과는 별개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참사 당일 운용 가능한 기동대는 모두 81개 부대였습니다. 1개 기동대 또는 중대는 보통 60명으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81개 부대 가운데 14개 부대는 서울 광화문과 용산, 여의도, 서초 등 4곳에서 '거점 근무'를 했습니다.

윤 대통령 사저와 집무실이 있는 서초와 용산에 각각 4개, 광화문과 여의도에는 각각 3개 부대가 주·야간 교대로 배치됐습니다. 이를 위해 경기남부경찰청과 인천경찰청에서 인력도 파견받았습니다.

참사 당일 서초 지역 인원으로 배치된 기동대 4개 부대 가운데 주간 근무를 했던 2개 부대(73, 62기동대)는 오전 8시부터 '거점 근무'를 한 뒤 오전 11시쯤 '도심 집회 대비'를 위해 교체됐습니다.

대신 경기남부청 소속 2012, 2013 기동대가 교체 배치됐고, 이들은 도심 집회가 끝날 때까지 서초에서 대기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보면 이날 서울 시내에서는 모두 21개의 집회가 열렸는데, 서초에서 열린 집회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참사 발생 전 시민들의 112신고가 이어지는 동안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가용 가능한 경찰 병력이 있었지만,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기동대는 신고된 집회가 있어야지만 근무하는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 사저는 매우 중요한 곳이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기습시위나 우발 상황에 대비해 보통 2개 기동대가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다"며 핼러윈 축제 현장에 배치할 경찰 경비 병력이 부족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신현영 의원은 "한남동 관저 이주 지연에 따라 기동대가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초 지역에 상시적으로 투입되어 경찰 인력 문제가 생긴건 아닌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태원 경찰 "참사 4일 전 기동대 요청…답 없어"

한편 참사 당일 이태원 파출소에서 근무했던 한 경찰관은 오늘(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익명 인터뷰에서 "참사 4일 전(10월 25일) 이태원파출소장이 용산경찰서에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10월) 25일에 우리 힘만으로는 도저히 안 된다. 더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어느 정도 규모를 요구한 거로 알고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그 규모는 저희가 정하지 못한다”며 “그 규모는 경력을 운영하는 쪽에서 정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용산경찰서가 참사 전 서울경찰청에 공식 문서로 기동대 배치를 요청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용산경찰서는 서울경찰청에 '구두로'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며 해당 사실을 포함해 감찰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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