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병원 이송에 평균 2시간 34분…현장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22.11.04 (13:59) 수정 2022.11.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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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 11시 50분, 20대 여성을 구조해야 한다는 119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신고를 접수한 인천 중부소방서는 7분 뒤 출동했고, 30일 새벽 0시 42분에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이 여성은 아침 6시 50분쯤 심정지 상태로 상계백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신고 시각 기준, 병원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7시간입니다. 그동안 현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병원 도착까지 평균 2시간 34분…현장 상황은 이랬다

더불어민주당 임호선·신현영 의원실은 어제(3일)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이태원 참사 이송 현황'을 공개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119 구조 신고가 접수된 후 희생자 등이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2시간 34분. 짧게는 신고 접수 2분 만에 병원으로 옮겨진 경우도 있었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7시간이 걸린 사례도 있었습니다.

얼핏 구급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싶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숫자가 보여주지 못하는 내막도 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119구조대가 현장에서 부상자에게 응급조치를 취한 뒤 병원으로 옮기느라 병원 이송이 늦어진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한 20대 여성의 사례를 보면, 밤 10시 15분 신고접수 이후 밤 11시 22분 CPR 조치를 받은 뒤 11시 35분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신고 접수 기준으로 보면 1시간 20분이 걸린 셈이지만, 환자 접촉 후 이동까지는 13분이 걸린 것이었습니다.

병원 이송까지 7시간이 걸린 사례는 다른 사정이 있었습니다. 서울소방청 구조본부 관계자는 "구급차가 현장과 병원을 여러 번 왕복하다 보니 마지막에 병원에 도착한 시간을 적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쏟아지는 환자에…"병상 확보 지연"

갑자기 쏟아져 나온 사망자, 부상자들로 병상 확보가 어려웠던 것도 이송 시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의식을 잃었던 30대 남성 사례를 보면, 29일 밤 10시 15분에 구조 신고가 접수됐고 26분 뒤인 10시 41분, 회현 119 안전센터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이 남성이 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자정을 넘긴 0시 10분이었습니다.

서울소방청 구조본부 관계자는 "구급차가 안쪽에 있어서 나오는 데 시간이 걸렸고, 환자가 쏟아져 나오다 보니 무전 교신도 잘되지 않아 병원 선정이 늦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출발한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30분 이상 걸린 사례는 모두 31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중환자 신고로 분류된 10명의 이송이 늦어진 이유를 질의했더니, 소방청은 "2건은 현장이 혼잡해 병원 선정이 지연된 사례고, 4건은 부상자가 원거리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4건은 현장에서 이미 사망한 경우였습니다.

■ 이태원 일대 혼잡…현장 도착에는 평균 1시간 38분

구조된 이들을 병원까지 이송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또 하나의 이유로 극도로 혼잡했던 당일 교통 상황이 꼽힙니다.

인파가 몰린데다, 도로 상황까지 복잡하디보니 실제 구급대원들이 신고를 접수한 후 현장까지 도착하는 데 평균 1시간 38분이 걸렸습니다.


참사 당일, 소방은 전국 각지에서 구급차를 동원했습니다. 서울에서 107대, 경기도에서 67대, 인천에서 14대가 동원됐고, 충북과 충남에선 7대가, 강원도에서도 1대의 구급차가 동원됐습니다.

지원 요청을 받았던 충남 당진 소방서에서 구급차가 사고 현장으로 출발한 시각은 30일 새벽 0시 25분. 새벽 2시 9분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49분 뒤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으로 심정지 상태인 희생자들을 옮겼습니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구급차가 실어나른 사상자는 모두 198명입니다.

(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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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원 참사’ 병원 이송에 평균 2시간 34분…현장에선 무슨 일이?
    • 입력 2022-11-04 13:59:16
    • 수정2022-11-04 14:10:41
    취재K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 11시 50분, 20대 여성을 구조해야 한다는 119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신고를 접수한 인천 중부소방서는 7분 뒤 출동했고, 30일 새벽 0시 42분에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이 여성은 아침 6시 50분쯤 심정지 상태로 상계백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신고 시각 기준, 병원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7시간입니다. 그동안 현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병원 도착까지 평균 2시간 34분…현장 상황은 이랬다

더불어민주당 임호선·신현영 의원실은 어제(3일)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이태원 참사 이송 현황'을 공개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119 구조 신고가 접수된 후 희생자 등이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2시간 34분. 짧게는 신고 접수 2분 만에 병원으로 옮겨진 경우도 있었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7시간이 걸린 사례도 있었습니다.

얼핏 구급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싶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숫자가 보여주지 못하는 내막도 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119구조대가 현장에서 부상자에게 응급조치를 취한 뒤 병원으로 옮기느라 병원 이송이 늦어진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한 20대 여성의 사례를 보면, 밤 10시 15분 신고접수 이후 밤 11시 22분 CPR 조치를 받은 뒤 11시 35분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신고 접수 기준으로 보면 1시간 20분이 걸린 셈이지만, 환자 접촉 후 이동까지는 13분이 걸린 것이었습니다.

병원 이송까지 7시간이 걸린 사례는 다른 사정이 있었습니다. 서울소방청 구조본부 관계자는 "구급차가 현장과 병원을 여러 번 왕복하다 보니 마지막에 병원에 도착한 시간을 적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쏟아지는 환자에…"병상 확보 지연"

갑자기 쏟아져 나온 사망자, 부상자들로 병상 확보가 어려웠던 것도 이송 시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의식을 잃었던 30대 남성 사례를 보면, 29일 밤 10시 15분에 구조 신고가 접수됐고 26분 뒤인 10시 41분, 회현 119 안전센터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이 남성이 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자정을 넘긴 0시 10분이었습니다.

서울소방청 구조본부 관계자는 "구급차가 안쪽에 있어서 나오는 데 시간이 걸렸고, 환자가 쏟아져 나오다 보니 무전 교신도 잘되지 않아 병원 선정이 늦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출발한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30분 이상 걸린 사례는 모두 31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중환자 신고로 분류된 10명의 이송이 늦어진 이유를 질의했더니, 소방청은 "2건은 현장이 혼잡해 병원 선정이 지연된 사례고, 4건은 부상자가 원거리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4건은 현장에서 이미 사망한 경우였습니다.

■ 이태원 일대 혼잡…현장 도착에는 평균 1시간 38분

구조된 이들을 병원까지 이송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또 하나의 이유로 극도로 혼잡했던 당일 교통 상황이 꼽힙니다.

인파가 몰린데다, 도로 상황까지 복잡하디보니 실제 구급대원들이 신고를 접수한 후 현장까지 도착하는 데 평균 1시간 38분이 걸렸습니다.


참사 당일, 소방은 전국 각지에서 구급차를 동원했습니다. 서울에서 107대, 경기도에서 67대, 인천에서 14대가 동원됐고, 충북과 충남에선 7대가, 강원도에서도 1대의 구급차가 동원됐습니다.

지원 요청을 받았던 충남 당진 소방서에서 구급차가 사고 현장으로 출발한 시각은 30일 새벽 0시 25분. 새벽 2시 9분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49분 뒤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으로 심정지 상태인 희생자들을 옮겼습니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구급차가 실어나른 사상자는 모두 198명입니다.

(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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