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군중과 교감”…‘DJ폴리스’의 유래

입력 2022.11.08 (08:04) 수정 2022.11.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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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도쿄 시부야에 배치된 DJ폴리스지난달 30일 도쿄 시부야에 배치된 DJ폴리스

7일 일본 기후(岐阜)시에서 열린 '기후노부나가마쓰리'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배우 기무라타쿠야(木村拓哉)가 기마무사 행렬에서 전국시대의 영웅으로 일컬어지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역을 맡았고, 행렬과 기무라를 보려는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기후노부나가마쓰리’에 몰린 사람들‘기후노부나가마쓰리’에 몰린 사람들

기후시는 행렬 현장에 1만 5천 명이 관람할 수 있는 구역을 별도로 준비했지만, 자리 추첨에서 떨어진 다른 많은 사람들도 현장에 몰렸습니다. 기후시는 이번에 모인 인원이 46만 명 정도로 과거 최대 인파였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경찰은 어김없이 'DJ폴리스'를 현장에 배치해 인파가 한꺼번에 역으로 몰리지 않도록 유도했습니다.

기후현 오부나가마쓰리에 배치된 DJ폴리스기후현 오부나가마쓰리에 배치된 DJ폴리스

일본인 2명을 포함해 수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로 인해 일본에서도 군중 밀집 사고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들도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사고 방지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큰 행사가 있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DJ폴리스'입니다. DJ폴리스란 사람들이 몰리는 현장에서 차량이나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질서를 지키도록 안내하는 경찰관을 말합니다.

지금은 'DJ폴리스'란 표현을 언론에서 곧잘 사용하지만 그 유래가 있습니다.

일본 축구 대표팀의 2014년 월드컵 출전이 결정된 2013년 6월의 어느 날 밤 시부야역 인근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당시 경찰 지휘차 위에서 마이크를 쥔 경찰관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에 화를 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팀메이트입니다. 제발 여러분, 팀메이트의 말을 들어주세요"

"여러분은 12번째 선수. 일본 대표와 같은 팀워크로 천천히 나아가주세요. 다치기라도 하면 월드컵 출전의 뒷맛도 씁쓸해지고 맙니다"

발 디딜 틈 없는 혼잡한 현장이었지만 이 경찰관의 재치 있는 말에 사람들은 호응했습니다. 이에 경찰관은 "응원도 좋지만 여러분이 인도로 올라가는 것이 더 기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당시 마이크를 쥔 남자 경찰관은 일본 경시청 제9기동대원 홍보계 소속이었습니다. 그의 행동과 유머 섞인 말은 SNS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언론에도 보도됐습니다.

일본의 일부 주간지들은 이 경찰관의 '화법'을 분석하거나, 군중이 즐거워하는 지점을 노리고 그에 대한 공감을 보여주는 것이 '질서 유지'에 효과가 있다는 등의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경찰관의 활약으로 일본에선 'DJ폴리스'라는 애칭이 쓰이기 시작했고, 그 이후 일본 경찰은 군중 밀집 사고의 위험이 있는 곳엔 그와 같은 역할을 하는 DJ폴리스를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DJ폴리스DJ폴리스

언론들도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 경찰의 DJ폴리스 배치 여부를 주요 관심사로 보도합니다. 매년 핼러윈 때 시부야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DJ폴리스 배치를 준비하는 일본 경찰DJ폴리스 배치를 준비하는 일본 경찰

핼러윈 기간인 10월 30일 시부야의 인파핼러윈 기간인 10월 30일 시부야의 인파

일본에서 군중 밀집 사고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기 시작한 건 2001년 효고현 아카시시에서 열린 불꽃놀이 압사 사고 이후입니다. 당시 현장에 사람들이 몰려 11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쳤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일본 경찰은 경비 인력으로 차단막을 만들거나 DJ폴리스를 배치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효고현 아카시시 불꽃놀이 당시의 모습2001년 효고현 아카시시 불꽃놀이 당시의 모습

2021년 핼러윈에 시부야역 등 도쿄 주요 역의 밀집도 (NTT도코모의 휴대전화 기지국 빅데이터 활용, NHK 보도)2021년 핼러윈에 시부야역 등 도쿄 주요 역의 밀집도 (NTT도코모의 휴대전화 기지국 빅데이터 활용, NHK 보도)

또한 사고 이후 언론과 통신사 등이 인파의 규모를 분석해 사고를 방지하려는 노력도 활발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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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군중과 교감”…‘DJ폴리스’의 유래
    • 입력 2022-11-08 08:04:40
    • 수정2022-11-08 10:00:57
    특파원 리포트
지난달 30일 도쿄 시부야에 배치된 DJ폴리스
7일 일본 기후(岐阜)시에서 열린 '기후노부나가마쓰리'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배우 기무라타쿠야(木村拓哉)가 기마무사 행렬에서 전국시대의 영웅으로 일컬어지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역을 맡았고, 행렬과 기무라를 보려는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기후노부나가마쓰리’에 몰린 사람들
기후시는 행렬 현장에 1만 5천 명이 관람할 수 있는 구역을 별도로 준비했지만, 자리 추첨에서 떨어진 다른 많은 사람들도 현장에 몰렸습니다. 기후시는 이번에 모인 인원이 46만 명 정도로 과거 최대 인파였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경찰은 어김없이 'DJ폴리스'를 현장에 배치해 인파가 한꺼번에 역으로 몰리지 않도록 유도했습니다.

기후현 오부나가마쓰리에 배치된 DJ폴리스
일본인 2명을 포함해 수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로 인해 일본에서도 군중 밀집 사고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들도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사고 방지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큰 행사가 있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DJ폴리스'입니다. DJ폴리스란 사람들이 몰리는 현장에서 차량이나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질서를 지키도록 안내하는 경찰관을 말합니다.

지금은 'DJ폴리스'란 표현을 언론에서 곧잘 사용하지만 그 유래가 있습니다.

일본 축구 대표팀의 2014년 월드컵 출전이 결정된 2013년 6월의 어느 날 밤 시부야역 인근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당시 경찰 지휘차 위에서 마이크를 쥔 경찰관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에 화를 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팀메이트입니다. 제발 여러분, 팀메이트의 말을 들어주세요"

"여러분은 12번째 선수. 일본 대표와 같은 팀워크로 천천히 나아가주세요. 다치기라도 하면 월드컵 출전의 뒷맛도 씁쓸해지고 맙니다"

발 디딜 틈 없는 혼잡한 현장이었지만 이 경찰관의 재치 있는 말에 사람들은 호응했습니다. 이에 경찰관은 "응원도 좋지만 여러분이 인도로 올라가는 것이 더 기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당시 마이크를 쥔 남자 경찰관은 일본 경시청 제9기동대원 홍보계 소속이었습니다. 그의 행동과 유머 섞인 말은 SNS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언론에도 보도됐습니다.

일본의 일부 주간지들은 이 경찰관의 '화법'을 분석하거나, 군중이 즐거워하는 지점을 노리고 그에 대한 공감을 보여주는 것이 '질서 유지'에 효과가 있다는 등의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경찰관의 활약으로 일본에선 'DJ폴리스'라는 애칭이 쓰이기 시작했고, 그 이후 일본 경찰은 군중 밀집 사고의 위험이 있는 곳엔 그와 같은 역할을 하는 DJ폴리스를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DJ폴리스
언론들도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 경찰의 DJ폴리스 배치 여부를 주요 관심사로 보도합니다. 매년 핼러윈 때 시부야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DJ폴리스 배치를 준비하는 일본 경찰
핼러윈 기간인 10월 30일 시부야의 인파
일본에서 군중 밀집 사고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기 시작한 건 2001년 효고현 아카시시에서 열린 불꽃놀이 압사 사고 이후입니다. 당시 현장에 사람들이 몰려 11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쳤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일본 경찰은 경비 인력으로 차단막을 만들거나 DJ폴리스를 배치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효고현 아카시시 불꽃놀이 당시의 모습
2021년 핼러윈에 시부야역 등 도쿄 주요 역의 밀집도 (NTT도코모의 휴대전화 기지국 빅데이터 활용, NHK 보도)
또한 사고 이후 언론과 통신사 등이 인파의 규모를 분석해 사고를 방지하려는 노력도 활발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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