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모르는 지방의회]⑤ 기다렸다는 듯…코로나19 규제 풀리니 ‘외유성 연수’

입력 2022.11.08 (19:20) 수정 2022.11.0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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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규제가 풀리자마자 경남의 각 기초의회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해외 연수를 떠나고 있습니다.

KBS가 연수 일정표를 꼼꼼하게 살펴보니, 여행사 관광 상품과 똑같은 데다, 심의위원들조차 외유성에 가깝다며 만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층기획팀, 윤경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양산시의회가 지난달 중순 다녀온 미국 서부 연수 일정표입니다.

7박 9일 가운데 사흘 정도 노인복지관과 폐기물 매립장 견학 빼고는 일정 절반이 관광지 일색입니다.

그랜드 캐니언과 라스베이거스,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

일반 여행사의 미국 서부 패키지 상품의 관광 코스와 비슷합니다.

전체 의원 19명 가운데 16명이 참가한 연수에 든 예산은 모두 8천 4백여만 원 입니다.

[이종희/양산시의회 의장 : "의원들은 가면 일반 여행객하고 다른 게 뭘 봐도 다 보거든요. 의원들하고 많은 것을 보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양산시의회가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기 전 열린 국외출장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보면, 이번 연수가 얼마나 외유성이 짙은지 더욱 여실히 드러납니다.

미국 연수 출발 2주 전, 외부위원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심의위원회 회의록입니다.

'일정이 전부 관광지다', '관광지가 너무 많으니 외유성이 아닌 일 하러 가는 형태로 일정표를 바꿔라', '그냥 관광지여서 일정표를 바꾸기조차 어렵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의회는 심의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여행사 예약을 끝낸 상황이었습니다.

심의위원들조차 자신들의 심의를 유명무실한 요식행위라고 평가했습니다.

[손용호/정의당 양산시위원회 비대위원장 : "본인들이 하는 일이 양산시의 예산을 심의하고 심사하는 건데 정작 자신들을 위해서 예산을 쓸 때는 심의하는 기구를 무력화시켜버렸죠."]

진주시의회도 외유성 연수로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2박 3일 일정으로 민주평통 진주시협의회의 일본 워크숍에 동참한 시의원은 모두 13명입니다.

'통일 역량 강화' 명목의 일정은 관광 코스인 유적지 탐방 위주였습니다.

진주시 최대 축제인 남강유등축제가 3년 만에 열렸지만, 시의원 절반 이상이 지역 축제장이 아닌 일본에 있었던 겁니다.

의원들은 각자 여비 90만 원 가운데 26만 원을 자부담했는데, 워크숍 전체 예산 4천여만 원은 진주시가 지원한 보조금이었습니다.

[민주평통 진주시협의회 관계자/음성변조 : "(시의원들은) 평통 자문위원으로서 가신 겁니다. 신청을 저희가 받아서 본인 의사에 따라 가신 겁니다."]

진주시의회는 이것도 모자라, 다음 달 중순 이탈리아 해외연수를 확정했습니다.

'실크산업 재도약'과 '유적지 보존' 현장 방문을 위해 밀라노와 로마도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주요 견학지인 패션학교와 로마시의회 등은 아직 섭외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전체 시의원 22명의 6박 8일 이탈리아 연수에 드는 예산은 9천여만 원입니다.

[김용국/진주시민공익감시단 대표 : "올해부터 지방의회에 인사권도 주어지고 권한이 상당히 강화됐는데 그런 권한들은 의정활동을 더 잘하라고 준 건데 진주시의회의 모습을 보면 자기들이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기고 예산이 주어진 건 다 쓰겠다."]

한편 전라북도 기초의회 14곳 가운데 13곳은 불경기 주민 고통을 공감하기 위해 올해 해외연수 예산 전액을 반납하거나 아예 예산 편성을 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그래픽: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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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끄러움을 모르는 지방의회]⑤ 기다렸다는 듯…코로나19 규제 풀리니 ‘외유성 연수’
    • 입력 2022-11-08 19:20:32
    • 수정2022-11-08 20:01:42
    뉴스7(창원)
[앵커]

코로나19 규제가 풀리자마자 경남의 각 기초의회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해외 연수를 떠나고 있습니다.

KBS가 연수 일정표를 꼼꼼하게 살펴보니, 여행사 관광 상품과 똑같은 데다, 심의위원들조차 외유성에 가깝다며 만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층기획팀, 윤경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양산시의회가 지난달 중순 다녀온 미국 서부 연수 일정표입니다.

7박 9일 가운데 사흘 정도 노인복지관과 폐기물 매립장 견학 빼고는 일정 절반이 관광지 일색입니다.

그랜드 캐니언과 라스베이거스,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

일반 여행사의 미국 서부 패키지 상품의 관광 코스와 비슷합니다.

전체 의원 19명 가운데 16명이 참가한 연수에 든 예산은 모두 8천 4백여만 원 입니다.

[이종희/양산시의회 의장 : "의원들은 가면 일반 여행객하고 다른 게 뭘 봐도 다 보거든요. 의원들하고 많은 것을 보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양산시의회가 미국으로 연수를 떠나기 전 열린 국외출장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보면, 이번 연수가 얼마나 외유성이 짙은지 더욱 여실히 드러납니다.

미국 연수 출발 2주 전, 외부위원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심의위원회 회의록입니다.

'일정이 전부 관광지다', '관광지가 너무 많으니 외유성이 아닌 일 하러 가는 형태로 일정표를 바꿔라', '그냥 관광지여서 일정표를 바꾸기조차 어렵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의회는 심의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여행사 예약을 끝낸 상황이었습니다.

심의위원들조차 자신들의 심의를 유명무실한 요식행위라고 평가했습니다.

[손용호/정의당 양산시위원회 비대위원장 : "본인들이 하는 일이 양산시의 예산을 심의하고 심사하는 건데 정작 자신들을 위해서 예산을 쓸 때는 심의하는 기구를 무력화시켜버렸죠."]

진주시의회도 외유성 연수로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2박 3일 일정으로 민주평통 진주시협의회의 일본 워크숍에 동참한 시의원은 모두 13명입니다.

'통일 역량 강화' 명목의 일정은 관광 코스인 유적지 탐방 위주였습니다.

진주시 최대 축제인 남강유등축제가 3년 만에 열렸지만, 시의원 절반 이상이 지역 축제장이 아닌 일본에 있었던 겁니다.

의원들은 각자 여비 90만 원 가운데 26만 원을 자부담했는데, 워크숍 전체 예산 4천여만 원은 진주시가 지원한 보조금이었습니다.

[민주평통 진주시협의회 관계자/음성변조 : "(시의원들은) 평통 자문위원으로서 가신 겁니다. 신청을 저희가 받아서 본인 의사에 따라 가신 겁니다."]

진주시의회는 이것도 모자라, 다음 달 중순 이탈리아 해외연수를 확정했습니다.

'실크산업 재도약'과 '유적지 보존' 현장 방문을 위해 밀라노와 로마도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주요 견학지인 패션학교와 로마시의회 등은 아직 섭외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전체 시의원 22명의 6박 8일 이탈리아 연수에 드는 예산은 9천여만 원입니다.

[김용국/진주시민공익감시단 대표 : "올해부터 지방의회에 인사권도 주어지고 권한이 상당히 강화됐는데 그런 권한들은 의정활동을 더 잘하라고 준 건데 진주시의회의 모습을 보면 자기들이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기고 예산이 주어진 건 다 쓰겠다."]

한편 전라북도 기초의회 14곳 가운데 13곳은 불경기 주민 고통을 공감하기 위해 올해 해외연수 예산 전액을 반납하거나 아예 예산 편성을 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그래픽: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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