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이태원 골목…상인들 ‘자성 목소리’

입력 2022.11.12 (10:00) 수정 2022.11.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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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기자가 찾은 사고 현장인 이태원 골목길은 경찰이 출입을 통제했던 가운데, 조의를 표하는 각종 물품들이 폴리스라인 아래 놓여 있었다.  (사진=신승민 기자)지난 9일 오후 기자가 찾은 사고 현장인 이태원 골목길은 경찰이 출입을 통제했던 가운데, 조의를 표하는 각종 물품들이 폴리스라인 아래 놓여 있었다. (사진=신승민 기자)

■ "경찰과 상인, '인파 관리' 위해 '상호 협조' 잘했었다면"…이태원 '후회의 저녁'

"부모 심정에서 너무 가슴 아프죠, 저도 애들이 있는데…. 남 일 같지가 않아요 정말, 모든 게 답답한 상황입니다."
- 문구점 여성 주인 A씨 / 지난 7일 오후 이태원동 골목

"그동안 상인들이 핼러윈 축제 때마다 경찰 지원을 받아 '교통 통제' 정도는 협조를 해왔거든요. 올해는 '인파 관리'에 대한 '상호 협조'가 그 정도만큼도 안 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서 많이 안타까워요."
- 중년 남성 상인 B씨 / 지난 9일 오후 이태원역 부근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이태원 사고' 이후 열흘가량이 지난 7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찾아간 저녁 무렵 '이태원 골목'은 한산했고 거리 전체에 적막감이 돌았습니다.

지난 5일부로 국가 애도 기간이 종료되면서 몇몇 가게들이 영업을 재개했지만, 업종을 막론하고 찾아오는 손님은 드물어 보였습니다. 평소 같으면 외국인과 젊은이들로 북적거릴 오후 5~8시, 이태원 상인들은 매장 청소를 끝으로 일찍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숨을 거둔 사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살폈더라면' 하는 후회와 미안함, 상권 침체 우려 속에 생업을 이어 나가야 하는 막막함 등으로 시름을 앓고 있던 이태원 상인들. 현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 애도 분위기에 조심스러운 영업 재개…'조용한 추모' 동참하는 상인들

사고 직후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성한 '추모 공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었습니다. 1번 출구 주변은 물론 경찰이 통제하고 있는, 사고가 난 골목의 각 입구에까지 조화(弔花), 촛불, 글귀, 술과 먹을거리 등이 놓였습니다.

내·외국인 조문객들은 추모 공간에 애도의 쪽지를 써 붙이거나, 조의(弔意)를 표하는 각종 물건들을 내려놓고 기도했습니다. 소나기가 스쳐간 7일 저녁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추모 물품에 비닐을 덮어 비를 맞지 않게끔 살피기도 했습니다. 한 자원봉사자는 인터뷰 요청에 "지금 무슨 할 말이 있겠나"라며 침묵으로 추모의 뜻을 표했습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중심으로 조성된 ‘이태원 사고 추모 공간’ 모습. 조문객과 자원봉사자 등의 주도로 추모 공간은 점차 확장되면서, ‘시민들이 함께 애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로 자리를 잡았다. (사진=신승민 기자)지난 9일 오후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중심으로 조성된 ‘이태원 사고 추모 공간’ 모습. 조문객과 자원봉사자 등의 주도로 추모 공간은 점차 확장되면서, ‘시민들이 함께 애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로 자리를 잡았다. (사진=신승민 기자)

친구와 함께 사고 현장을 바라보던 한 중년 여성은 "세상에, 아수라장이다. 아수라장…"이라고 탄식하며 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는 "친구가 '함께 이태원에 가서 추모하자'고 해서 왔는데, 현장을 보니 사고 당시 상황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습니다. 곁에 있던 그의 친구도 "사고 수습이 끝나면, 추모 공간도 잘 보이는 한곳에 별도로 마련해 애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너무 복잡하고 무서운 분위기여서 더 안타까운 심정이다"라고 털어놨습니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먹자골목 거리가 인적이 끊겨 한산한 모습. (가게 이름은 모자이크 처리, 사진=신승민 기자)지난 7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먹자골목 거리가 인적이 끊겨 한산한 모습. (가게 이름은 모자이크 처리, 사진=신승민 기자)

사고 현장 인근 가게들도 시민 조문객들과 함께 '조용한 추모'에 동참하고 있었습니다. 애도 기간이 끝났지만 아직까지 문을 닫은 가게들이 절반, 나머지 절반 역시 영업은 재개했어도 호객을 하지 않거나 음악을 틀지 않는 등 조심스럽게 운영하는 식이었습니다.

오르막 골목의 한 주점 사장은 "이번 주에 영업하려고 가게 문을 연 게 아니다. 골목 전체가 너무 어두워서 불만 켜놓고 있다"며 "지금은 우리 같은 상인들이 무엇을 할 때가 아니다. 아예 당분간 문을 닫을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로변 신발 가게 주인은 '이태원역 추모 공간에 조문객 발길이 매일같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고 다 이해가 된다. 옆집 가게 사장은 사고 당시 매장에 있다가 충격을 받고 쓰러질 정도였으니까"라며 "지금은 경찰 등 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기보다, 시민과 상인들이 자유롭게 애도할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 그래야 치유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하루 종일 4,300원 팔아"…침체 분위기에 막막해진 '생업'

상인들은 '자신들이 터를 잡고 장사를 하던 곳에서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에 자책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 이태원 상권 전체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불안해 하고 있었습니다.

피자 가게 직원은 "보시다시피 손님이 없다. 여기 가게들은 월세가 비싸서 장사가 안 되면 매우 난감하다"고 말했고, 한식당 사장은 "지금 시간(저녁 6시쯤)이면 손님으로 발 디딜 틈이 없어야 하는데, 이제는 문을 닫지 말라고 해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이태원역 부근 ‘세계음식거리’가 보랏빛 조명 아래 인적이 끊긴 모습.  (가게 이름은 모자이크 처리, 사진=신승민 기자)지난 7일 오후 서울 이태원역 부근 ‘세계음식거리’가 보랏빛 조명 아래 인적이 끊긴 모습. (가게 이름은 모자이크 처리, 사진=신승민 기자)

이태원에서만 30년 이상 장사를 했다는 문구점 주인은 "오늘 하루 종일 4,300원어치 팔았다. 그간 코로나 때문에 이태원 상권이 안 좋았는데, 이번에는 더욱 '내려앉게' 생겼다"며 "안타까운 사고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생업은 이어 나가야 하니 여러 가지로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여기는 임대료가 싸면 월 500, 비싼 곳은 몇 천만 원대까지 올라가요. 대목일 때는 하루 2~3,000만 원씩 매출을 올리던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았어요. 지금 (업장 임대 계약 해지 후) 나가겠다는 곳 많아요…. 예전에 주말이면 새로운 손님들이 '경리단길, 엔틱 가구 거리 구경하다 찾아왔다'며 가게에 들렀는데, 지금은 단골 손님조차 안 와요. 침체돼 가는 분위기, 피부로 느낍니다."
- 빵집·편의점 주인 등 이태원 상인들의 말 종합

실제로 기자가 저녁 시간 현장을 지켜본 결과, 평소 회식 등 술자리로 붐볐을 듯한 이태원 골목길 내 고깃집과 주점들에서는 손님을 거의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연인 관계로 보이는 한 젊은 남녀는 골목길로 들어섰다가 숙연한 분위기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텅 빈 매장에서는 주인과 직원들이 TV를 보거나, 물걸레로 유리벽을 닦는 등 청소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착잡한 기색으로 골목길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지난 7일 저녁 문이 닫힌 이태원 골목의 한 식당 유리벽에 붙여져 있던 ‘애도 기간 중 휴점 안내 문구’ 및 ‘용산구청의 영업 관련 권고 안내문’. (유리벽에 비치는 가게 내부는 모자이크 처리, 사진=신승민 기자)지난 7일 저녁 문이 닫힌 이태원 골목의 한 식당 유리벽에 붙여져 있던 ‘애도 기간 중 휴점 안내 문구’ 및 ‘용산구청의 영업 관련 권고 안내문’. (유리벽에 비치는 가게 내부는 모자이크 처리, 사진=신승민 기자)

■ "지금은 어떤 '조치'보다도 '시간'이 필요한 때…회복될 때까지 버티고 기다릴 것"

그래도 이태원 상인들은 절망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치유와 애도의 시간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아픔을 극복하고, 활기가 넘쳤던 본래의 이태원으로 상권과 문화가 회복될 때까지 버티고 기다리겠다'고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골목길의 한 주점 사장은 "지금은 당국의 어떤 조치보다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민과 상인들이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최소 몇 주간은 흘러가야 침체 분위기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주점 사장은 "챙겨야 할 가족과 직원이 있는 만큼,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기다릴 것"이라며 "힘들지만, 우리 상인들이 계속 가게 문을 열면서 '여기가 끝나버린 동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지금부터 상인들끼리 모여 '사고 재발 방지'와 '상권 회복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합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타로 카드 점집 주인은 "지금 보면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지 않나. 이태원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상인들이 거리 질서 유지 방안과 각종 활성화 대책을 함께 궁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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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막한 이태원 골목…상인들 ‘자성 목소리’
    • 입력 2022-11-12 10:00:15
    • 수정2022-11-12 10: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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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기자가 찾은 사고 현장인 이태원 골목길은 경찰이 출입을 통제했던 가운데, 조의를 표하는 각종 물품들이 폴리스라인 아래 놓여 있었다.  (사진=신승민 기자)
■ "경찰과 상인, '인파 관리' 위해 '상호 협조' 잘했었다면"…이태원 '후회의 저녁'

"부모 심정에서 너무 가슴 아프죠, 저도 애들이 있는데…. 남 일 같지가 않아요 정말, 모든 게 답답한 상황입니다."
- 문구점 여성 주인 A씨 / 지난 7일 오후 이태원동 골목

"그동안 상인들이 핼러윈 축제 때마다 경찰 지원을 받아 '교통 통제' 정도는 협조를 해왔거든요. 올해는 '인파 관리'에 대한 '상호 협조'가 그 정도만큼도 안 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서 많이 안타까워요."
- 중년 남성 상인 B씨 / 지난 9일 오후 이태원역 부근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이태원 사고' 이후 열흘가량이 지난 7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찾아간 저녁 무렵 '이태원 골목'은 한산했고 거리 전체에 적막감이 돌았습니다.

지난 5일부로 국가 애도 기간이 종료되면서 몇몇 가게들이 영업을 재개했지만, 업종을 막론하고 찾아오는 손님은 드물어 보였습니다. 평소 같으면 외국인과 젊은이들로 북적거릴 오후 5~8시, 이태원 상인들은 매장 청소를 끝으로 일찍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숨을 거둔 사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살폈더라면' 하는 후회와 미안함, 상권 침체 우려 속에 생업을 이어 나가야 하는 막막함 등으로 시름을 앓고 있던 이태원 상인들. 현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 애도 분위기에 조심스러운 영업 재개…'조용한 추모' 동참하는 상인들

사고 직후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성한 '추모 공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었습니다. 1번 출구 주변은 물론 경찰이 통제하고 있는, 사고가 난 골목의 각 입구에까지 조화(弔花), 촛불, 글귀, 술과 먹을거리 등이 놓였습니다.

내·외국인 조문객들은 추모 공간에 애도의 쪽지를 써 붙이거나, 조의(弔意)를 표하는 각종 물건들을 내려놓고 기도했습니다. 소나기가 스쳐간 7일 저녁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추모 물품에 비닐을 덮어 비를 맞지 않게끔 살피기도 했습니다. 한 자원봉사자는 인터뷰 요청에 "지금 무슨 할 말이 있겠나"라며 침묵으로 추모의 뜻을 표했습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중심으로 조성된 ‘이태원 사고 추모 공간’ 모습. 조문객과 자원봉사자 등의 주도로 추모 공간은 점차 확장되면서, ‘시민들이 함께 애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로 자리를 잡았다. (사진=신승민 기자)
친구와 함께 사고 현장을 바라보던 한 중년 여성은 "세상에, 아수라장이다. 아수라장…"이라고 탄식하며 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는 "친구가 '함께 이태원에 가서 추모하자'고 해서 왔는데, 현장을 보니 사고 당시 상황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습니다. 곁에 있던 그의 친구도 "사고 수습이 끝나면, 추모 공간도 잘 보이는 한곳에 별도로 마련해 애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너무 복잡하고 무서운 분위기여서 더 안타까운 심정이다"라고 털어놨습니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먹자골목 거리가 인적이 끊겨 한산한 모습. (가게 이름은 모자이크 처리, 사진=신승민 기자)
사고 현장 인근 가게들도 시민 조문객들과 함께 '조용한 추모'에 동참하고 있었습니다. 애도 기간이 끝났지만 아직까지 문을 닫은 가게들이 절반, 나머지 절반 역시 영업은 재개했어도 호객을 하지 않거나 음악을 틀지 않는 등 조심스럽게 운영하는 식이었습니다.

오르막 골목의 한 주점 사장은 "이번 주에 영업하려고 가게 문을 연 게 아니다. 골목 전체가 너무 어두워서 불만 켜놓고 있다"며 "지금은 우리 같은 상인들이 무엇을 할 때가 아니다. 아예 당분간 문을 닫을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로변 신발 가게 주인은 '이태원역 추모 공간에 조문객 발길이 매일같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고 다 이해가 된다. 옆집 가게 사장은 사고 당시 매장에 있다가 충격을 받고 쓰러질 정도였으니까"라며 "지금은 경찰 등 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기보다, 시민과 상인들이 자유롭게 애도할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 그래야 치유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하루 종일 4,300원 팔아"…침체 분위기에 막막해진 '생업'

상인들은 '자신들이 터를 잡고 장사를 하던 곳에서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에 자책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 이태원 상권 전체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불안해 하고 있었습니다.

피자 가게 직원은 "보시다시피 손님이 없다. 여기 가게들은 월세가 비싸서 장사가 안 되면 매우 난감하다"고 말했고, 한식당 사장은 "지금 시간(저녁 6시쯤)이면 손님으로 발 디딜 틈이 없어야 하는데, 이제는 문을 닫지 말라고 해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이태원역 부근 ‘세계음식거리’가 보랏빛 조명 아래 인적이 끊긴 모습.  (가게 이름은 모자이크 처리, 사진=신승민 기자)
이태원에서만 30년 이상 장사를 했다는 문구점 주인은 "오늘 하루 종일 4,300원어치 팔았다. 그간 코로나 때문에 이태원 상권이 안 좋았는데, 이번에는 더욱 '내려앉게' 생겼다"며 "안타까운 사고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생업은 이어 나가야 하니 여러 가지로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여기는 임대료가 싸면 월 500, 비싼 곳은 몇 천만 원대까지 올라가요. 대목일 때는 하루 2~3,000만 원씩 매출을 올리던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았어요. 지금 (업장 임대 계약 해지 후) 나가겠다는 곳 많아요…. 예전에 주말이면 새로운 손님들이 '경리단길, 엔틱 가구 거리 구경하다 찾아왔다'며 가게에 들렀는데, 지금은 단골 손님조차 안 와요. 침체돼 가는 분위기, 피부로 느낍니다."
- 빵집·편의점 주인 등 이태원 상인들의 말 종합

실제로 기자가 저녁 시간 현장을 지켜본 결과, 평소 회식 등 술자리로 붐볐을 듯한 이태원 골목길 내 고깃집과 주점들에서는 손님을 거의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연인 관계로 보이는 한 젊은 남녀는 골목길로 들어섰다가 숙연한 분위기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텅 빈 매장에서는 주인과 직원들이 TV를 보거나, 물걸레로 유리벽을 닦는 등 청소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착잡한 기색으로 골목길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지난 7일 저녁 문이 닫힌 이태원 골목의 한 식당 유리벽에 붙여져 있던 ‘애도 기간 중 휴점 안내 문구’ 및 ‘용산구청의 영업 관련 권고 안내문’. (유리벽에 비치는 가게 내부는 모자이크 처리, 사진=신승민 기자)
■ "지금은 어떤 '조치'보다도 '시간'이 필요한 때…회복될 때까지 버티고 기다릴 것"

그래도 이태원 상인들은 절망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치유와 애도의 시간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아픔을 극복하고, 활기가 넘쳤던 본래의 이태원으로 상권과 문화가 회복될 때까지 버티고 기다리겠다'고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골목길의 한 주점 사장은 "지금은 당국의 어떤 조치보다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민과 상인들이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최소 몇 주간은 흘러가야 침체 분위기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주점 사장은 "챙겨야 할 가족과 직원이 있는 만큼,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기다릴 것"이라며 "힘들지만, 우리 상인들이 계속 가게 문을 열면서 '여기가 끝나버린 동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지금부터 상인들끼리 모여 '사고 재발 방지'와 '상권 회복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합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타로 카드 점집 주인은 "지금 보면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지 않나. 이태원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상인들이 거리 질서 유지 방안과 각종 활성화 대책을 함께 궁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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