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되풀이된 비극, 우린 얼마나 달라졌을까?

입력 2022.11.13 (08:01) 수정 2022.11.1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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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과 2022년…17년 만에 되풀이된 비극

용인세브란스병원의 이경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11명이 숨진 2005년 상주 압사 사고를 의학적으로 분석해 2년 뒤인 2007년 논문을 펴냈다. 당시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재직하면서 인근의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사고를 연구한 것이다. 논문의 목적은 " 압사 사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향후 유사한 재난에 대비하는 데 필요한 자료와 대책 수립에 기여 하고자 한다"라고 돼 있다.

2005년 10월 3일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에서는 자전거축제 행사의 하나로 한 방송사의 대중가요 프로그램 녹화 리허설이 진행 중이었다. 이때 경사로로 이어지는 철제 출입문이 계획에 없이 열렸다. 순간 시민들이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고, 119 최초 전화 신고는 17시 41분에 접수됐다.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 사고의 임상적 고찰’(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지, 2007)‘상주 시민운동장 압사 사고의 임상적 고찰’(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지, 2007)

■ 휴일, 혼잡, 군중몰림 그리고 '골든타임'

개천절이라 공휴일이었던 2005년 10월 3일 월요일, 상주소방서 당직관은 신고 직후 무전으로 출동 지시를 내렸지만, 상주소방서 구조대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위 관광버스 교통사고로 인한 화재 사고에 출동 중이었다. 곧장 유턴해 현장으로 향했지만, 시민운동장으로 이어진 국도는 행사 관람을 위해 이동하는 시민들로 인해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결국, 당직관은 해병전우회에까지 출동을 요청했다.

18시 03분 구조대가 최초 현장에 도착했다. 처음 119로 전화 신고가 들어간 지 22분 만이었다. 구조대는 의식과 호흡, 맥박이 없는 12세 남성, 72세 여성 환자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뒤 18시 16분 인근 병원에 인계했다. 최초 신고 이후 35분 만이었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지켜보며, 다수의 전문가는 압사로 심정지가 왔을 때 '골든타임'은 4분, 최장 11분 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상주엔 병원이 두 곳 있었는데, 모두 1명씩 응급실 당직 근무를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부상자들은 인근의 문경시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경상자들은 현장에서 귀가했다가 며칠이 지나서 병원을 찾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상주 압사 사고로 숨진 시민은 모두 11명, 남성이 3명이고 여성이 8명이었다. 남성의 경우 7살 1명, 10대 2명이었고 여성은 50대 1명, 60대 5명, 70대 2명이었다. 부상자 148명의 경우 흉부좌상부터 타박상, 골절, 파열, 염좌 등의 증상과 함께 공황장애, 불안장애, 집단적 불면 호소 등도 나타났다. 그러나 논문에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대한 재난 초기부터 정신과적 개입이 필요함에도 그에 대한 지역사회와 시 행정당국의 준비나 관심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 17년 전 압사 사고는 우리에게 무얼 남겼나?

상주 압사 사고 2년 뒤인 2007년 쓰여진 이 논문에서 가장 강조하는 사고 예방 대책은 '사전 계획'이다. 정확히 말하면 " 행정당국, 경찰, 소방, 병원 등 다양한 기관의 협조 및 사전 계획이 중요하다"이다.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 사고의 임상적 고찰’(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지, 2007)‘상주 시민운동장 압사 사고의 임상적 고찰’(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지, 2007)

그리고 말한다.

이러한 사전계획의 수립에는 행사의 성격과 소요시간, 행사 개최 장소의 특성, 행사 출입의 동선, 행사 참가자의 나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
행사 입장객의 수보다 많은 충분한 좌석의 확보와 좌석의 예약, 고정된 장애물 치우기, 여러 곳의 출입문 만들기, 병목 현상을 최소화하기, 음주 제한 및 단속하기, 질서 있게 줄서기 등을 시행함으로써 실제적으로 이러한 사고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행사 주관 방송사뿐 아니라, 시 행정당국과 경찰, 소방, 병원이 긴밀히 협조한 사전 재난 대비 계획은 부재하였다.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 사고의 임상적 고찰'(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지, 2007)

17년이 지나 발생한 압사 사고, 이태원 참사에서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나?
상주 압사 사고와 너무나 닮은 모습으로 비극은 되풀이됐다.
그리고 이번 참사로 숨진 시민은 157명이다.


■ 17년 전 압사 사고 연구했던 교수, 이태원 참사를 마주하며

KBS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KBS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Q. 2007년 논문에서 사전 계획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셨는데, 17년이 지나 더 악화된 모습으로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A.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죠. 이루 말할 수 없죠.
누구한테 책임 지우고,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적, 의료적으론 분명히 여기서 교훈을 찾고 개선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비슷한 종류의 대형 참사에서 또 이렇게 우왕좌왕하다 끝날 수 있거든요.
이번에도 보면 서울에 구급차가 170여 대가 있습니다. 170개 구급대가 있다는 뜻인데요. 왜 이태원에서 가장 먼저 출동 안 했냐? 벌써 일상 구급활동 신고받고 출동했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가장 가까운 구급차가 종로에서 온 거였죠. 그런데 서울과 비슷한 인구 규모, 뉴욕에는 구급차만 470여 대랍니다. 2배는 안 되지만 1.6배 정도.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대형 참사 났을 때 소방 총력 대응했는데도 서울에서 60대밖에 못 왔어요.
지금 뒤돌아보면 156명(11월 11일 기준 사망자는 157명으로 늘어났음)의 안타까운 심정지가 있었지 않습니까? 구급차는 특성상 구급대원이 2명에서 3명, 보통 서울은 지금 다 3명 타는데 3명 타도 환자는 1명만 태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단순 계산해도 156대. 그다음에 중증환자도 있습니다. 구급차 더 있어야 하는데 강원도, 충남, 충북도에서 다 출동해서 149대가 출동한 거예요.
정말 재난은 언제 어디서나 선진국에서도 일어나고 후진국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어떤 의미에서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나아지면서 재난 일어났을 때 파급효과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거든요.
이번에 소방 대응을 1시간 안에 3단계까지 올렸다든지, 총력 대응했다든지, 우리 DMAT(권역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지원팀) 14개 팀 출동, 이건 분명히 우리 재난응급의료체계가 작동했다는 뜻입니다. 그건 정말 우리가 발전한 점이고 2005년의 상주 압사 사고와 비교할 수 없는 정도거든요.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이번 참사 후 우리 사회가 안게 된 숙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소방-경찰-보건소-DMAT과의 협조가 이번에도 보면 상당히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사고 현장에 진입하려는 의사, 간호사들 다 의료진 표기 복장을 착용했음에도 경찰이 진입 통제를 한다든지, 교통 통제가 안 돼 재난 응급차량이 진입을 못 했다든지, 이런 것들이 참으로 아쉽죠. 1분 1초가 아쉬운 재난 현장에서.
그리고 소방에서도 현장응급의료소가 꾸려지기 전(10월 30일 01:00 현장응급의료소 설치)까지는 임시 현장응급의료소, 그렇게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2016)도 있습니다. 임시로 꾸려야 하고 꾸리긴 꾸렸습니다.
그런데 현장응급의료소장이 도착하고(용산구 보건소장 10월 29일 23:30 현장 도착), 에어 텐트가 펴지고 하면 환자들을 구급대원들이 현장응급의료소로 이송해서, 정말 재난 훈련했듯이 매뉴얼에 따라서 중증도에 따른 환자 분류-처치-이송이 되어야 했죠.
솔직히 이번에 현장응급의료소는 현장응급의료소대로 작동하고, 보건소장님(현장응급의료소장)은 현장응급의료소 기능 운영을 잘하지 못하셨고, DMAT은 오는 환자들 보는 그런 정도였어요. 물론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가 정말 매뉴얼대로 또는 재난 훈련한 대로 매끄럽게 이루어지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서 코로나19 확산 기간 하지 못했던 재난 대응 훈련도 이제 다시 해야 하고요.
경찰이 인파를 통제하고, 교통을 통제하고, 사고 현장을 통제하는 것은 경찰의 역할임이 명확한 거거든요. 그래서 경찰-소방-보건소-현장응급의료소-DMAT의 협업이 좀 아쉽다, 그건 정말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고요.
이런 대형 참사는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사실 앞으로 또 일어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대한 대비는 반드시 이번 참사를 통해서 개선돼야 한다….
사실 이게 서울이니까 이 정도 자원이 동원됐지, 지방에서 이런 참사가 일어났다면 이 정도 동원할 인력이 없습니다. 소방도 마찬가지고 DMAT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지역이니까 서울·경기 다 출동했죠. 지방으로 내려가면 DMAT도 1~2팀밖에 없어요. 출동시킨다면 정말 도(광역자치단체) 간에 출동해야 하니까 그건 거의 의미 없는 수준(원거리, 골든타임 확보 등의 이유)이거든요.
그러니까 가장 자원이 풍부한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참사에 우리가 이렇게 대응했거든요. 그렇다면 여기서 반드시 우리가 교훈을 얻어야지, 그것은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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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년 만에 되풀이된 비극, 우린 얼마나 달라졌을까?
    • 입력 2022-11-13 08:01:11
    • 수정2022-11-13 08:02:08
    취재K

■ 2005년과 2022년…17년 만에 되풀이된 비극

용인세브란스병원의 이경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11명이 숨진 2005년 상주 압사 사고를 의학적으로 분석해 2년 뒤인 2007년 논문을 펴냈다. 당시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재직하면서 인근의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사고를 연구한 것이다. 논문의 목적은 " 압사 사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향후 유사한 재난에 대비하는 데 필요한 자료와 대책 수립에 기여 하고자 한다"라고 돼 있다.

2005년 10월 3일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에서는 자전거축제 행사의 하나로 한 방송사의 대중가요 프로그램 녹화 리허설이 진행 중이었다. 이때 경사로로 이어지는 철제 출입문이 계획에 없이 열렸다. 순간 시민들이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고, 119 최초 전화 신고는 17시 41분에 접수됐다.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 사고의 임상적 고찰’(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지, 2007)
■ 휴일, 혼잡, 군중몰림 그리고 '골든타임'

개천절이라 공휴일이었던 2005년 10월 3일 월요일, 상주소방서 당직관은 신고 직후 무전으로 출동 지시를 내렸지만, 상주소방서 구조대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위 관광버스 교통사고로 인한 화재 사고에 출동 중이었다. 곧장 유턴해 현장으로 향했지만, 시민운동장으로 이어진 국도는 행사 관람을 위해 이동하는 시민들로 인해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결국, 당직관은 해병전우회에까지 출동을 요청했다.

18시 03분 구조대가 최초 현장에 도착했다. 처음 119로 전화 신고가 들어간 지 22분 만이었다. 구조대는 의식과 호흡, 맥박이 없는 12세 남성, 72세 여성 환자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뒤 18시 16분 인근 병원에 인계했다. 최초 신고 이후 35분 만이었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지켜보며, 다수의 전문가는 압사로 심정지가 왔을 때 '골든타임'은 4분, 최장 11분 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상주엔 병원이 두 곳 있었는데, 모두 1명씩 응급실 당직 근무를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부상자들은 인근의 문경시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경상자들은 현장에서 귀가했다가 며칠이 지나서 병원을 찾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상주 압사 사고로 숨진 시민은 모두 11명, 남성이 3명이고 여성이 8명이었다. 남성의 경우 7살 1명, 10대 2명이었고 여성은 50대 1명, 60대 5명, 70대 2명이었다. 부상자 148명의 경우 흉부좌상부터 타박상, 골절, 파열, 염좌 등의 증상과 함께 공황장애, 불안장애, 집단적 불면 호소 등도 나타났다. 그러나 논문에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대한 재난 초기부터 정신과적 개입이 필요함에도 그에 대한 지역사회와 시 행정당국의 준비나 관심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 17년 전 압사 사고는 우리에게 무얼 남겼나?

상주 압사 사고 2년 뒤인 2007년 쓰여진 이 논문에서 가장 강조하는 사고 예방 대책은 '사전 계획'이다. 정확히 말하면 " 행정당국, 경찰, 소방, 병원 등 다양한 기관의 협조 및 사전 계획이 중요하다"이다.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 사고의 임상적 고찰’(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지, 2007)
그리고 말한다.

이러한 사전계획의 수립에는 행사의 성격과 소요시간, 행사 개최 장소의 특성, 행사 출입의 동선, 행사 참가자의 나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
행사 입장객의 수보다 많은 충분한 좌석의 확보와 좌석의 예약, 고정된 장애물 치우기, 여러 곳의 출입문 만들기, 병목 현상을 최소화하기, 음주 제한 및 단속하기, 질서 있게 줄서기 등을 시행함으로써 실제적으로 이러한 사고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행사 주관 방송사뿐 아니라, 시 행정당국과 경찰, 소방, 병원이 긴밀히 협조한 사전 재난 대비 계획은 부재하였다.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 사고의 임상적 고찰'(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지, 2007)

17년이 지나 발생한 압사 사고, 이태원 참사에서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나?
상주 압사 사고와 너무나 닮은 모습으로 비극은 되풀이됐다.
그리고 이번 참사로 숨진 시민은 157명이다.


■ 17년 전 압사 사고 연구했던 교수, 이태원 참사를 마주하며

KBS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Q. 2007년 논문에서 사전 계획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셨는데, 17년이 지나 더 악화된 모습으로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A.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죠. 이루 말할 수 없죠.
누구한테 책임 지우고,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적, 의료적으론 분명히 여기서 교훈을 찾고 개선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비슷한 종류의 대형 참사에서 또 이렇게 우왕좌왕하다 끝날 수 있거든요.
이번에도 보면 서울에 구급차가 170여 대가 있습니다. 170개 구급대가 있다는 뜻인데요. 왜 이태원에서 가장 먼저 출동 안 했냐? 벌써 일상 구급활동 신고받고 출동했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가장 가까운 구급차가 종로에서 온 거였죠. 그런데 서울과 비슷한 인구 규모, 뉴욕에는 구급차만 470여 대랍니다. 2배는 안 되지만 1.6배 정도.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대형 참사 났을 때 소방 총력 대응했는데도 서울에서 60대밖에 못 왔어요.
지금 뒤돌아보면 156명(11월 11일 기준 사망자는 157명으로 늘어났음)의 안타까운 심정지가 있었지 않습니까? 구급차는 특성상 구급대원이 2명에서 3명, 보통 서울은 지금 다 3명 타는데 3명 타도 환자는 1명만 태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단순 계산해도 156대. 그다음에 중증환자도 있습니다. 구급차 더 있어야 하는데 강원도, 충남, 충북도에서 다 출동해서 149대가 출동한 거예요.
정말 재난은 언제 어디서나 선진국에서도 일어나고 후진국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어떤 의미에서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나아지면서 재난 일어났을 때 파급효과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거든요.
이번에 소방 대응을 1시간 안에 3단계까지 올렸다든지, 총력 대응했다든지, 우리 DMAT(권역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지원팀) 14개 팀 출동, 이건 분명히 우리 재난응급의료체계가 작동했다는 뜻입니다. 그건 정말 우리가 발전한 점이고 2005년의 상주 압사 사고와 비교할 수 없는 정도거든요.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이번 참사 후 우리 사회가 안게 된 숙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소방-경찰-보건소-DMAT과의 협조가 이번에도 보면 상당히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사고 현장에 진입하려는 의사, 간호사들 다 의료진 표기 복장을 착용했음에도 경찰이 진입 통제를 한다든지, 교통 통제가 안 돼 재난 응급차량이 진입을 못 했다든지, 이런 것들이 참으로 아쉽죠. 1분 1초가 아쉬운 재난 현장에서.
그리고 소방에서도 현장응급의료소가 꾸려지기 전(10월 30일 01:00 현장응급의료소 설치)까지는 임시 현장응급의료소, 그렇게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2016)도 있습니다. 임시로 꾸려야 하고 꾸리긴 꾸렸습니다.
그런데 현장응급의료소장이 도착하고(용산구 보건소장 10월 29일 23:30 현장 도착), 에어 텐트가 펴지고 하면 환자들을 구급대원들이 현장응급의료소로 이송해서, 정말 재난 훈련했듯이 매뉴얼에 따라서 중증도에 따른 환자 분류-처치-이송이 되어야 했죠.
솔직히 이번에 현장응급의료소는 현장응급의료소대로 작동하고, 보건소장님(현장응급의료소장)은 현장응급의료소 기능 운영을 잘하지 못하셨고, DMAT은 오는 환자들 보는 그런 정도였어요. 물론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가 정말 매뉴얼대로 또는 재난 훈련한 대로 매끄럽게 이루어지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서 코로나19 확산 기간 하지 못했던 재난 대응 훈련도 이제 다시 해야 하고요.
경찰이 인파를 통제하고, 교통을 통제하고, 사고 현장을 통제하는 것은 경찰의 역할임이 명확한 거거든요. 그래서 경찰-소방-보건소-현장응급의료소-DMAT의 협업이 좀 아쉽다, 그건 정말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고요.
이런 대형 참사는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사실 앞으로 또 일어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대한 대비는 반드시 이번 참사를 통해서 개선돼야 한다….
사실 이게 서울이니까 이 정도 자원이 동원됐지, 지방에서 이런 참사가 일어났다면 이 정도 동원할 인력이 없습니다. 소방도 마찬가지고 DMAT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지역이니까 서울·경기 다 출동했죠. 지방으로 내려가면 DMAT도 1~2팀밖에 없어요. 출동시킨다면 정말 도(광역자치단체) 간에 출동해야 하니까 그건 거의 의미 없는 수준(원거리, 골든타임 확보 등의 이유)이거든요.
그러니까 가장 자원이 풍부한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참사에 우리가 이렇게 대응했거든요. 그렇다면 여기서 반드시 우리가 교훈을 얻어야지, 그것은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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