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이태원 그 ‘해방구’를 위한 변론

입력 2022.11.13 (09:01) 수정 2022.11.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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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이태원에서 MZ를 생각하다’ 중에서

이태원 참사 직후 온라인 공간은 충격과 참담함으로 애도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곧 일부에선 희생자들과 유가족, 그리고 생존자들을 공격하는 악성 게시글이 등장했습니다.

헐뜯고. 조롱하고. 참사의 원인을 개인 탓으로 돌립니다. 유흥가인 이태원에서 핼러윈이라는 외국 풍습을 따라하다가 빚어진 사고라며 추모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황망한 죽음 앞에 냉소를 쏟아놓는 익명의 군중.

왜 이런 생각들을 가지게 된 걸까?

전문가들은 이태원이라는 장소에 대한 과거로부터의 편견에 주목합니다.

과거 미국 문화가 유입되는 거의 유일한 통로로서, 일부 기성세대들에겐 부유층과 특권층들만의
유흥 장소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이태원은 과거와는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지금은 동경이라기보다는 다문화, 글로벌 문화를 좀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서울에서 찾는다고 그러면 당연히 이태원을 찾을 거예요.”

“흔히 젊은 세대들한테는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답답한 어떤 환경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잠시나마 풀어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거예요.”

지금 젊은이들에게 이태원은 과거처럼 유일무이한 유흥장소가 아니라 이국적 정취가 있는
이른바 ‘핫 플레이스’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핼러윈 축제 역시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마치 한류가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듯 핼러윈도 국제적인 놀이 문화의 하나일 뿐이라는 겁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지금 현재 한국에서 즐기고 있는 핼러윈 문화라는 것은 또 딱히 그런 미국의 어떤 본령이라 부르는
그런 시골 축제로서의 핼러윈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제 국제화된 핼러윈이죠”

이태원의 핼러윈 축제는 거리의 가장 무도회처럼 서로 배우인 동시에 관객이 되기도 하는,
모든 세대에 열려 있는 놀이 무대입니다.

20대 여성 정민경 씨가 이태원 핼러윈에 참여한 이유도 공동체와 교감하는 일종의 축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가보면 어떤 느낌이 들어요? 이태원에 가면?")
“일단 가면 사람들이 정말 진심으로 분장을 해서 정말 정교하게 시간도 많이 들여서 준비를 해오시고 또 준비를 직접 손으로 만드시는 분들도 있고 하니까 사실 그런 거에 다 같이
즐기고 있구나. 정말 이게 다 한 마음으로 즐겁게 하고 있구나. 이런 동질감 같은 것들도 많이
느끼게 돼요.”

신자유주의 이후 태어나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고 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이른바 MZ세대에겐
이태원의 핼러윈은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해방구였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의 즐거움을 접어야 했고 다시 코로나 19 확산으로 대학 축제도 빼앗겼던 세대였기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열리는 핼러윈 행사에 더 매달렸는지도 모릅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이태원이라는 공간에서 (재난이) 터졌다는 거는 저는 더더욱 아픈 느낌이 많이 들거든요. 왜냐하면 그 공간이 아마도 지금 사는 젊은 세대들한테, 흔히 얘기하는 MZ세대들한테는 잠깐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이태원참사 #이태원 #핼러윈 #이태원핼러윈 #MZ세대 #트라우마 #군중관리 #군중재난 #위로 #이태원참사희생자 #희생자 #책임 #놀이문화 #놀이터 #악성글 #SNS #참사 #기성세대 22.11.08

KBS1TV 방송 [시사기획 창 '이태원에서 MZ를 생각하다']
풀영상 다시보기 https://youtu.be/9IFMMD0It6s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program.kbs.co.kr/1tv/news/sisachang/pc/index.html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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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 이태원 그 ‘해방구’를 위한 변론
    • 입력 2022-11-13 09:01:48
    • 수정2022-11-13 10:05:02
    취재K
▲시사기획 창 ‘이태원에서 MZ를 생각하다’ 중에서

이태원 참사 직후 온라인 공간은 충격과 참담함으로 애도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곧 일부에선 희생자들과 유가족, 그리고 생존자들을 공격하는 악성 게시글이 등장했습니다.

헐뜯고. 조롱하고. 참사의 원인을 개인 탓으로 돌립니다. 유흥가인 이태원에서 핼러윈이라는 외국 풍습을 따라하다가 빚어진 사고라며 추모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황망한 죽음 앞에 냉소를 쏟아놓는 익명의 군중.

왜 이런 생각들을 가지게 된 걸까?

전문가들은 이태원이라는 장소에 대한 과거로부터의 편견에 주목합니다.

과거 미국 문화가 유입되는 거의 유일한 통로로서, 일부 기성세대들에겐 부유층과 특권층들만의
유흥 장소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이태원은 과거와는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지금은 동경이라기보다는 다문화, 글로벌 문화를 좀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서울에서 찾는다고 그러면 당연히 이태원을 찾을 거예요.”

“흔히 젊은 세대들한테는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답답한 어떤 환경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잠시나마 풀어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거예요.”

지금 젊은이들에게 이태원은 과거처럼 유일무이한 유흥장소가 아니라 이국적 정취가 있는
이른바 ‘핫 플레이스’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핼러윈 축제 역시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마치 한류가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듯 핼러윈도 국제적인 놀이 문화의 하나일 뿐이라는 겁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지금 현재 한국에서 즐기고 있는 핼러윈 문화라는 것은 또 딱히 그런 미국의 어떤 본령이라 부르는
그런 시골 축제로서의 핼러윈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제 국제화된 핼러윈이죠”

이태원의 핼러윈 축제는 거리의 가장 무도회처럼 서로 배우인 동시에 관객이 되기도 하는,
모든 세대에 열려 있는 놀이 무대입니다.

20대 여성 정민경 씨가 이태원 핼러윈에 참여한 이유도 공동체와 교감하는 일종의 축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가보면 어떤 느낌이 들어요? 이태원에 가면?")
“일단 가면 사람들이 정말 진심으로 분장을 해서 정말 정교하게 시간도 많이 들여서 준비를 해오시고 또 준비를 직접 손으로 만드시는 분들도 있고 하니까 사실 그런 거에 다 같이
즐기고 있구나. 정말 이게 다 한 마음으로 즐겁게 하고 있구나. 이런 동질감 같은 것들도 많이
느끼게 돼요.”

신자유주의 이후 태어나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고 있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이른바 MZ세대에겐
이태원의 핼러윈은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해방구였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의 즐거움을 접어야 했고 다시 코로나 19 확산으로 대학 축제도 빼앗겼던 세대였기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열리는 핼러윈 행사에 더 매달렸는지도 모릅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이태원이라는 공간에서 (재난이) 터졌다는 거는 저는 더더욱 아픈 느낌이 많이 들거든요. 왜냐하면 그 공간이 아마도 지금 사는 젊은 세대들한테, 흔히 얘기하는 MZ세대들한테는 잠깐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허락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이태원참사 #이태원 #핼러윈 #이태원핼러윈 #MZ세대 #트라우마 #군중관리 #군중재난 #위로 #이태원참사희생자 #희생자 #책임 #놀이문화 #놀이터 #악성글 #SNS #참사 #기성세대 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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