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 고위험 골목 또 있었다…서울 도심에 6곳

입력 2022.11.14 (21:22) 수정 2022.11.1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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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끝내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태원 참사 보름이 지나면서 현장에 남겨진 물건을 챙겨뒀던 유실물 센터가 어젯(13일)밤 문을 닫았습니다.

주인을 못 찾은 물건들은 이렇게 하나하나 포장한 뒤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보관합니다.

경찰 통제선은 걷히고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참사 현장엔 여전히 기억하고 추모하려는 꽃다발이 쌓입니다.

참사로 숨진 사람은 오늘(14일) 한 명 더 늘어 158명이 됐습니다.

또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지금부터는 서울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통해 위험 지역은 더 없는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박영민 기자입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 주요 번화가 특정 골목의 최대 유동인구입니다.

종로 12길, 명동 8길에는 각각 2만 명 가까이 몰렸고, 참사가 난 이태원 골목 주변은 만 6천 명, 강남 테헤란로 1길은 만 명 정도였습니다.

최대 유동인구가 몰린 시간, 3곳은 비교적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태원은 밤에 집중됐습니다.

단 몇 시간 만에 인파가 5배 폭증한 뒤에도 유동인구가 줄지 않은 것도 다른 지역과 다른 점입니다.

정점 시간, 이태원 유동인구 전체의 1/4이 이곳에 몰린 건데, 이때 밀집도는 1제곱미터 당 10.3명입니다.

군중 밀집도 '위험 임계치'의 두 배 수준입니다.

주목할 게 또 있습니다.

폭 3.2미터, 길이 40미터의 경사진 이 골목.

남쪽에는 지하철역, 북쪽에는 음식 거리가 있어서 번화가와 대로변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참사 당일 지하철역에서 중심가로 들어가려는 인파와 중심가에서 귀가하려던 인파가 이 골목에서 충돌한 이유입니다.

특정 시간대 유동인구의 특성, 그리고 장소의 특수성이 맞물려 참사로 이어진 겁니다.

이렇게 사고 가능성이 잠재된 골목, 이태원 한 곳뿐일까요?

이태원 참사 현장 같은 고위험 지역이 어디고, 왜 위험한 건지 계속해서 김세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홍대입구역 인근 번화가.

평일 밤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습니다.

비 오는 주말 저녁에도 골목골목이 인파로 꽉 차 있습니다.

[이문열/서울시 서대문구 : "코로나19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서 주말에는 정말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폭 4미터, 길이 41미터. 골목 규모는 물론, 중심가 관문 역할을 하는 것도 이태원 참사 현장과 유사합니다.

[문요한/서울시 은평구 : "사람들이랑 같이 부딪히면서 가야 해요. 계속. 클럽 거리 갈 때까지. 가면서도 계속 붐비고 있고…."]

실제로 참사 당일, 이곳의 인구 밀집도는 제곱미터 당 5명, 위험 임계치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인파 사고 가능성이 큰 '고위험 지역'은 홍대와 이태원, 종로, 강남, 건대, 명동 등 6곳으로 분석됐습니다.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열리는 종각역 4번 출구 연결 골목, 대중교통과 연결된 명동역 일대, 그리고 홍대와 이태원까지.

4곳은 핼러윈 당일, 사고 가능성이 매우 컸고, 밀집도가 가장 높았던 이태원에서는 실제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키스 스틸/영국 서포크대 교수 : "1제곱미터에 5명 이상이면 한계치에 다다르고요. 6명 이상이면 누군가 밀어서 넘어졌을 경우 다 같이 넘어지게 되는 '쇼크 웨이브'가 발생하게 됩니다."]

조건만 충족되면 언제라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위험 지역에 대한 실시간 군중 밀집도 관리가 시급한 이유입니다.

[김세훈/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휴대전화 위치 기반의 데이터, 그 다음에 CCTV 자료를 확인해서 과밀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을 해야 되고요. 일정 임계치 이상으로 올라가면 소방 측, 도 경찰 측에 바로바로 전송될 수 있도록 그런 시스템을 구축해야 되고요."]

여기에 통행로와 탈출 동선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도시정비 과정에 안전 대책을 반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KBS 뉴스 김세현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 허용석 송혜성/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노경일 서수민 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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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사’ 고위험 골목 또 있었다…서울 도심에 6곳
    • 입력 2022-11-14 21:22:04
    • 수정2022-11-16 13:16:44
    뉴스 9
[앵커]

끝내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태원 참사 보름이 지나면서 현장에 남겨진 물건을 챙겨뒀던 유실물 센터가 어젯(13일)밤 문을 닫았습니다.

주인을 못 찾은 물건들은 이렇게 하나하나 포장한 뒤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보관합니다.

경찰 통제선은 걷히고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참사 현장엔 여전히 기억하고 추모하려는 꽃다발이 쌓입니다.

참사로 숨진 사람은 오늘(14일) 한 명 더 늘어 158명이 됐습니다.

또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지금부터는 서울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통해 위험 지역은 더 없는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박영민 기자입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 주요 번화가 특정 골목의 최대 유동인구입니다.

종로 12길, 명동 8길에는 각각 2만 명 가까이 몰렸고, 참사가 난 이태원 골목 주변은 만 6천 명, 강남 테헤란로 1길은 만 명 정도였습니다.

최대 유동인구가 몰린 시간, 3곳은 비교적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태원은 밤에 집중됐습니다.

단 몇 시간 만에 인파가 5배 폭증한 뒤에도 유동인구가 줄지 않은 것도 다른 지역과 다른 점입니다.

정점 시간, 이태원 유동인구 전체의 1/4이 이곳에 몰린 건데, 이때 밀집도는 1제곱미터 당 10.3명입니다.

군중 밀집도 '위험 임계치'의 두 배 수준입니다.

주목할 게 또 있습니다.

폭 3.2미터, 길이 40미터의 경사진 이 골목.

남쪽에는 지하철역, 북쪽에는 음식 거리가 있어서 번화가와 대로변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참사 당일 지하철역에서 중심가로 들어가려는 인파와 중심가에서 귀가하려던 인파가 이 골목에서 충돌한 이유입니다.

특정 시간대 유동인구의 특성, 그리고 장소의 특수성이 맞물려 참사로 이어진 겁니다.

이렇게 사고 가능성이 잠재된 골목, 이태원 한 곳뿐일까요?

이태원 참사 현장 같은 고위험 지역이 어디고, 왜 위험한 건지 계속해서 김세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홍대입구역 인근 번화가.

평일 밤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습니다.

비 오는 주말 저녁에도 골목골목이 인파로 꽉 차 있습니다.

[이문열/서울시 서대문구 : "코로나19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서 주말에는 정말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폭 4미터, 길이 41미터. 골목 규모는 물론, 중심가 관문 역할을 하는 것도 이태원 참사 현장과 유사합니다.

[문요한/서울시 은평구 : "사람들이랑 같이 부딪히면서 가야 해요. 계속. 클럽 거리 갈 때까지. 가면서도 계속 붐비고 있고…."]

실제로 참사 당일, 이곳의 인구 밀집도는 제곱미터 당 5명, 위험 임계치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인파 사고 가능성이 큰 '고위험 지역'은 홍대와 이태원, 종로, 강남, 건대, 명동 등 6곳으로 분석됐습니다.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열리는 종각역 4번 출구 연결 골목, 대중교통과 연결된 명동역 일대, 그리고 홍대와 이태원까지.

4곳은 핼러윈 당일, 사고 가능성이 매우 컸고, 밀집도가 가장 높았던 이태원에서는 실제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키스 스틸/영국 서포크대 교수 : "1제곱미터에 5명 이상이면 한계치에 다다르고요. 6명 이상이면 누군가 밀어서 넘어졌을 경우 다 같이 넘어지게 되는 '쇼크 웨이브'가 발생하게 됩니다."]

조건만 충족되면 언제라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위험 지역에 대한 실시간 군중 밀집도 관리가 시급한 이유입니다.

[김세훈/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휴대전화 위치 기반의 데이터, 그 다음에 CCTV 자료를 확인해서 과밀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을 해야 되고요. 일정 임계치 이상으로 올라가면 소방 측, 도 경찰 측에 바로바로 전송될 수 있도록 그런 시스템을 구축해야 되고요."]

여기에 통행로와 탈출 동선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도시정비 과정에 안전 대책을 반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KBS 뉴스 김세현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 허용석 송혜성/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노경일 서수민 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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