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했다? 안했다? 무정차 진실공방…문서 살펴보니

입력 2022.11.21 (15:23) 수정 2022.11.21 (15:2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당일 밤.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의 '무정차 통과'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참사 이후, 이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무정차를 공식 요청했다고 하는 반면, 서울교통공사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이 상반된 입장은 참사 발생 3주가 지난 지금,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주요 수사 대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 경찰 문서엔 "과도한 혼잡 발생 시 무정차 통과 예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경찰과 교통공사를 통해 받은 문서를 통해 사고 발생 전 이들 기관의 준비와 대처가 어땠는지 어느 정도 짐작은 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서울경찰청의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에서도 무정차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서울경찰청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 문서 (자료: 용혜인 의원실)서울경찰청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 문서 (자료: 용혜인 의원실)

인파가 집중돼 과도한 혼잡이 발생한다면 '무정차 통과 예정'이라고는 적혀 있지만, 서울교통공사와 실제로 합의를 했다는건지, 단순 의견이 오간 수준인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이번엔 용산경찰서가 작성한 문건입니다.

용산경찰서 <2022년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 대책> 문서(자료: 용혜인 의원실)용산경찰서 <2022년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 대책> 문서(자료: 용혜인 의원실)

<2022년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 대책>이라는 문서 속에 역시 '무정차'라는 단어가 보입니다.

핼러윈의 질서 유지를 위해 예방적 계도・홍보 활동을 병행한다는 내용인데, 참사 발생 전인 10월 25일부터 27일 사이로, 이태원 상인연합회 등이 거론돼 있습니다.

10월 26일 수요일,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그리고 이태원역장 등과 간담회를 개최했다며 지하철 '막차 시간대'가 거론돼 있습니다. 이어 다중 운집으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취약 시간대' 무정차 통과 등의 대책을 논의한다고 돼 있습니다.

어찌 됐든 무정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건데, '취약 시간대'는 언제를 말하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실제 당일은 어땠을까요. 앞서 경찰은 이태원역 무정차를 교통공사 측에 두 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밤 9시 38분쯤 전화상으로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고, 2차례 무정차 요청이 이어졌다는 겁니다.

■서울교통공사 "무정차 요청 계획, 공유하거나 협의한 바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상반된 입장입니다. 경찰이 사전에 혼잡 시간과 긴급 상황에 무정차 요청 계획을 공유하거나 협의했는지 묻는 의원실 질의에 이같이 답해왔습니다.

"올해(2022) 할로윈데이 관련, 경찰 측이 사전에 혼잡 시간/긴급상황 시 지하철 무정차 요청 계획을 공유하거나 협의한 바는 없습니다."

그러면서 무정차의 조건이 있다고 말합니다. "역사 승강장, 대합실 등에 승객이 일시적으로 폭주할 시, 역사 내 추가 승객 유입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정차를) 실시한다"며 "승객 폭주, 소요사태, 이례 상황 발생 시 역장과 종합 관제단이 보고·협의 과정을 거쳐 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찰과 같은 외부기관과의 협업을 어떻게 하는지도 소개했는데요.

무정차 운행에 사전 준비시간이 필요한 걸 감안해서, 승객 혼란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 사전에 관련 기관 간 공문 협조 요청을 받아 무정차 대응 준비를 갖춘 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원활한 무정차 대응을 위한 사전 준비시간이 필요한 바,약 1~2달 전부터 관련 기관 간 사전 공문 협조 요청에 따라 지자체, 경찰서, 소방서 등 유관기관과의 회의를 거쳐 준비하였으며, 관련 규정에 따라 역장과 종합관제단이 보고 및 협의 과정을 거쳐 결정하였습니다."

서울불꽃축제와 비교한 건데, 한 마디로 이번 이태원 참사 전에는 이와 같은 사전 준비나 조치가 없었다는 걸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실공방보다는 결국 수사로 밝혀질 사안

이들 문서만으로 어느 기관의 말이 사실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동일한 대화를 나누고도 해석이나 기억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 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하철 긴급상황을 통제하는 종합관제센터 관제팀장 등을 불러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압수물 분석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결국 '무정차 진실 공방' 역시 경찰의 수사를 더 지켜봐야 실체에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요청했다? 안했다? 무정차 진실공방…문서 살펴보니
    • 입력 2022-11-21 15:23:12
    • 수정2022-11-21 15:23:21
    취재K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당일 밤.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의 '무정차 통과'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참사 이후, 이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무정차를 공식 요청했다고 하는 반면, 서울교통공사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이 상반된 입장은 참사 발생 3주가 지난 지금,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주요 수사 대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 경찰 문서엔 "과도한 혼잡 발생 시 무정차 통과 예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경찰과 교통공사를 통해 받은 문서를 통해 사고 발생 전 이들 기관의 준비와 대처가 어땠는지 어느 정도 짐작은 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서울경찰청의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에서도 무정차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서울경찰청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 문서 (자료: 용혜인 의원실)
인파가 집중돼 과도한 혼잡이 발생한다면 '무정차 통과 예정'이라고는 적혀 있지만, 서울교통공사와 실제로 합의를 했다는건지, 단순 의견이 오간 수준인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이번엔 용산경찰서가 작성한 문건입니다.

용산경찰서 <2022년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 대책> 문서(자료: 용혜인 의원실)
<2022년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 대책>이라는 문서 속에 역시 '무정차'라는 단어가 보입니다.

핼러윈의 질서 유지를 위해 예방적 계도・홍보 활동을 병행한다는 내용인데, 참사 발생 전인 10월 25일부터 27일 사이로, 이태원 상인연합회 등이 거론돼 있습니다.

10월 26일 수요일,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그리고 이태원역장 등과 간담회를 개최했다며 지하철 '막차 시간대'가 거론돼 있습니다. 이어 다중 운집으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취약 시간대' 무정차 통과 등의 대책을 논의한다고 돼 있습니다.

어찌 됐든 무정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건데, '취약 시간대'는 언제를 말하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실제 당일은 어땠을까요. 앞서 경찰은 이태원역 무정차를 교통공사 측에 두 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밤 9시 38분쯤 전화상으로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고, 2차례 무정차 요청이 이어졌다는 겁니다.

■서울교통공사 "무정차 요청 계획, 공유하거나 협의한 바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상반된 입장입니다. 경찰이 사전에 혼잡 시간과 긴급 상황에 무정차 요청 계획을 공유하거나 협의했는지 묻는 의원실 질의에 이같이 답해왔습니다.

"올해(2022) 할로윈데이 관련, 경찰 측이 사전에 혼잡 시간/긴급상황 시 지하철 무정차 요청 계획을 공유하거나 협의한 바는 없습니다."

그러면서 무정차의 조건이 있다고 말합니다. "역사 승강장, 대합실 등에 승객이 일시적으로 폭주할 시, 역사 내 추가 승객 유입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정차를) 실시한다"며 "승객 폭주, 소요사태, 이례 상황 발생 시 역장과 종합 관제단이 보고·협의 과정을 거쳐 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찰과 같은 외부기관과의 협업을 어떻게 하는지도 소개했는데요.

무정차 운행에 사전 준비시간이 필요한 걸 감안해서, 승객 혼란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 사전에 관련 기관 간 공문 협조 요청을 받아 무정차 대응 준비를 갖춘 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원활한 무정차 대응을 위한 사전 준비시간이 필요한 바,약 1~2달 전부터 관련 기관 간 사전 공문 협조 요청에 따라 지자체, 경찰서, 소방서 등 유관기관과의 회의를 거쳐 준비하였으며, 관련 규정에 따라 역장과 종합관제단이 보고 및 협의 과정을 거쳐 결정하였습니다."

서울불꽃축제와 비교한 건데, 한 마디로 이번 이태원 참사 전에는 이와 같은 사전 준비나 조치가 없었다는 걸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실공방보다는 결국 수사로 밝혀질 사안

이들 문서만으로 어느 기관의 말이 사실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동일한 대화를 나누고도 해석이나 기억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 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하철 긴급상황을 통제하는 종합관제센터 관제팀장 등을 불러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압수물 분석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결국 '무정차 진실 공방' 역시 경찰의 수사를 더 지켜봐야 실체에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KBS는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 자유로운 댓글 작성을 지지합니다.
다만 해당 기사는 댓글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자체 논의를 거쳐 댓글창을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