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공간을 조각하다…‘조각가’ 권달술

입력 2022.11.22 (20:09) 수정 2022.11.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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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역을 문화예술의 변방이라고 하지만 지역을 무대로 흔들림 없는 작품세계를 일군 예술가가 적지 않습니다.

공간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노장 조각가를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자연과 어우러진 작품들이 반기는 야외조각공원.

문턱이 없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입니다.

[권달술/조각가 : "울타리가 없습니다. 항상 열어놓고 있어서 자유스럽게 들어와서 감상하고 같이 이야기도 좀 하고 이 공간을 사람들하고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

여든의 현역 조각가는 공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합니다.

쇠를 잘라 깎고 두드려 본을 뜨고, 연마하는 과정을 반복해 공들여 완성한 작품들입니다.

자로 잰 듯 곧은 직선 대신 삐뚤고 구불텅한 육면체 선은 안팎의 경계가 없습니다.

재질과 형태를 변형하고 회화적 요소를 더하면서 진화를 거듭하는 중입니다.

[권달술/조각가 : "시간이 좀 지나다 보면 또 손을 더 대고 싶은 거예요. 신이 들렸다고 그럴까요? 여기에서 탈출할 엄두도 못 내고 탈출할 생각도 못 하고 지금도 웃으면서 이걸 할 수 있는 거고 지금도 이게 아니면 할 일이 없어요."]

국전에서 '문공부 장관상'을 수상한 1970년대, 이미 전형성을 넘어선 작품들로 표현영역을 확장했는데요.

망치로 힘을 가해 작용과 반작용을 시각화하고, 다양한 선과 면, 소재와 색으로 공간을 조형해 왔습니다.

대표작에는 종이를 접어 만든 자로 육면체 외곽선을 그리던 유년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권달술/조각가 : "직선을 긋는다, 그러면 그저 종이 좀 접어가지고 그걸 가지고 이렇게 긋는데 그건 많이 구불거리죠. 그냥 손으로 그냥 그리면 구불구불한 것 그것이 더 인간적인 것이 아니겠느냐."]

움직임을 가해 정지된 공간을 생명체처럼 되살리는가 하면 구조물과 구조물을 연결해 관계를 부각하기도 합니다.

[권달술/조각가 : "우리 인생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과제라고 그럴까요? 관계에서 나오는 그런 에너지를….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그걸 접합 시켜서 싸서 작업했더니 그것도 굉장한 메시지가 되는 작품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작품을 감싼 포장재를 브론즈로 뜬 건데요.

쓰레기를 묶은 흔적까지 그대로 살려냈습니다.

공간을 여는, 공간 속을 유영하는 조각가로 평가받는 그에게 조각은 허공의 빈 공간을 의미있게 재설정하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그 공간은 단절 대신 소통을 꿈꾸는 열린 공간입니다.

2019년 야외조각전을 연 후 전시현장을 조각공원으로 개방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최해철/양산시 상북면 : "멋지게 해놨다는 생각을 해요. 왔다 갔다 하면서 보기는 내내 봐요. 좋습니다."]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50년을 함께한 연장들도 오랜 벗처럼 같이 나이 들어가지만 성능은 그대롭니다.

[권달술/조각가 : "원래는 이게 나무로 돼 있었는데 그것도 이제 다 부러지고 지금 이건 나무 대신에 고무를 해서 했는데 지금 모양이 이렇죠. 옛날에 이런 거 없었어요. 돌도 전부 손으로 다 했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열정이 오래된 작업복에 배어 있는데요.

재료부터 작업과정, 운반까지 뭐 하나 쉽지 않은 조각을 이렇게 오래 이어온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권달술/조각가 : "작업할 때가 제일 편해요. 마음이. 내가 내 일을 하고 있다는 그런 안도감. 모든 수단이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걸 하고 있느냐? 여기에 미쳐서 그런 거죠."]

고집스럽게 망치를 지킨 조각가는 30년간 대학에서 인재를 키웠습니다.

사람과 예술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작품을 기증하는 등 공공조각 작업으로 부지런히 지역에 예술의 온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권달술/조각가 : "세상에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여기에는 제가 생각해도 자신이 없어요. 대중들이 좋아할 수 있는 그런 요소를 가미해야 되겠다."]

옛집의 서까래와 기둥을 보며 여든의 조각가는 다시 작품을 구상합니다.

[권달술/조각가 : "뭔가 또 새롭게 도전을 해보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뭘 만들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거예요."]

공간을 살리기 위해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는 노장의 조각 여정이 작품처럼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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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공간을 조각하다…‘조각가’ 권달술
    • 입력 2022-11-22 20:09:06
    • 수정2022-11-22 20:15:13
    뉴스7(창원)
[앵커]

지역을 문화예술의 변방이라고 하지만 지역을 무대로 흔들림 없는 작품세계를 일군 예술가가 적지 않습니다.

공간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노장 조각가를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자연과 어우러진 작품들이 반기는 야외조각공원.

문턱이 없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입니다.

[권달술/조각가 : "울타리가 없습니다. 항상 열어놓고 있어서 자유스럽게 들어와서 감상하고 같이 이야기도 좀 하고 이 공간을 사람들하고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

여든의 현역 조각가는 공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합니다.

쇠를 잘라 깎고 두드려 본을 뜨고, 연마하는 과정을 반복해 공들여 완성한 작품들입니다.

자로 잰 듯 곧은 직선 대신 삐뚤고 구불텅한 육면체 선은 안팎의 경계가 없습니다.

재질과 형태를 변형하고 회화적 요소를 더하면서 진화를 거듭하는 중입니다.

[권달술/조각가 : "시간이 좀 지나다 보면 또 손을 더 대고 싶은 거예요. 신이 들렸다고 그럴까요? 여기에서 탈출할 엄두도 못 내고 탈출할 생각도 못 하고 지금도 웃으면서 이걸 할 수 있는 거고 지금도 이게 아니면 할 일이 없어요."]

국전에서 '문공부 장관상'을 수상한 1970년대, 이미 전형성을 넘어선 작품들로 표현영역을 확장했는데요.

망치로 힘을 가해 작용과 반작용을 시각화하고, 다양한 선과 면, 소재와 색으로 공간을 조형해 왔습니다.

대표작에는 종이를 접어 만든 자로 육면체 외곽선을 그리던 유년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권달술/조각가 : "직선을 긋는다, 그러면 그저 종이 좀 접어가지고 그걸 가지고 이렇게 긋는데 그건 많이 구불거리죠. 그냥 손으로 그냥 그리면 구불구불한 것 그것이 더 인간적인 것이 아니겠느냐."]

움직임을 가해 정지된 공간을 생명체처럼 되살리는가 하면 구조물과 구조물을 연결해 관계를 부각하기도 합니다.

[권달술/조각가 : "우리 인생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과제라고 그럴까요? 관계에서 나오는 그런 에너지를….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그걸 접합 시켜서 싸서 작업했더니 그것도 굉장한 메시지가 되는 작품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작품을 감싼 포장재를 브론즈로 뜬 건데요.

쓰레기를 묶은 흔적까지 그대로 살려냈습니다.

공간을 여는, 공간 속을 유영하는 조각가로 평가받는 그에게 조각은 허공의 빈 공간을 의미있게 재설정하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그 공간은 단절 대신 소통을 꿈꾸는 열린 공간입니다.

2019년 야외조각전을 연 후 전시현장을 조각공원으로 개방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최해철/양산시 상북면 : "멋지게 해놨다는 생각을 해요. 왔다 갔다 하면서 보기는 내내 봐요. 좋습니다."]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50년을 함께한 연장들도 오랜 벗처럼 같이 나이 들어가지만 성능은 그대롭니다.

[권달술/조각가 : "원래는 이게 나무로 돼 있었는데 그것도 이제 다 부러지고 지금 이건 나무 대신에 고무를 해서 했는데 지금 모양이 이렇죠. 옛날에 이런 거 없었어요. 돌도 전부 손으로 다 했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열정이 오래된 작업복에 배어 있는데요.

재료부터 작업과정, 운반까지 뭐 하나 쉽지 않은 조각을 이렇게 오래 이어온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권달술/조각가 : "작업할 때가 제일 편해요. 마음이. 내가 내 일을 하고 있다는 그런 안도감. 모든 수단이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걸 하고 있느냐? 여기에 미쳐서 그런 거죠."]

고집스럽게 망치를 지킨 조각가는 30년간 대학에서 인재를 키웠습니다.

사람과 예술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작품을 기증하는 등 공공조각 작업으로 부지런히 지역에 예술의 온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권달술/조각가 : "세상에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여기에는 제가 생각해도 자신이 없어요. 대중들이 좋아할 수 있는 그런 요소를 가미해야 되겠다."]

옛집의 서까래와 기둥을 보며 여든의 조각가는 다시 작품을 구상합니다.

[권달술/조각가 : "뭔가 또 새롭게 도전을 해보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뭘 만들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거예요."]

공간을 살리기 위해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는 노장의 조각 여정이 작품처럼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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