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北 화성-17형 발사…유엔 안보리 또 빈손

입력 2022.11.26 (08:10) 수정 2022.11.2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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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한 주간 평안하셨습니까? <남북의 창>입니다.

절기상 소설도 지나 겨울로 들어서고 있는데요.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후폭풍이 이어지며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화성 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지난 18일 발사 영상을 이튿날 바로 공개했는데요.

지난 3월 ICBM 발사 때처럼 화려한 편집기법으로 드라마같은 장면을 내보였습니다.

네, 유엔 안보리가 이 도발을 문제 삼아 제재를 논의하자, 북한 김여정 부부장은 안보리가 명백한 이중기준으로 북한을 대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추가 도발을 위한 명분을 쌓고 있는 걸까요?

그럼 지금부터, <남북의 창>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이 화성 17형 ICBM 발사를 자축하며 지구 최강의 ICBM을 보유하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외쳤는데요.

유엔 안보리는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역시 중국과 러시아 벽에 부닥쳤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여정 부부장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논의와, 특히 우리의 독자 대북제재 추진에 반발하며 막말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관련 내용, <이슈 앤 한반도>에서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북한의 ‘괴물’ ICBM,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격납고 밖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조선중앙TV : "조선의 화성포가 세계 앞에 또다시 당당히 나섰습니다."]

길이만 20m가 넘는 세계 최장 ICBM이 이동식 발사대에 의해 순안비행장으로 옮겨지고.

[조선중앙TV : "발사! 발사!"]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습니다.

관영 매체들은 화성-17형이 고도 6,040km까지 상승해 999km를, 약 69분 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상 각도로 쏘면 사거리는 1만 5,000km.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적들이 핵 타격 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온다면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엄숙히 천명하셨습니다."]

같은 날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도 처음 공개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이 기존의 전술핵, 저위력핵은 충분히 능력을 보여줬고, 종국에 필요한 것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능력인데 거기까지 자신들이 분명히 개발하겠다는 의지와 방향성을 보여준 것이죠. 때문에 그 메시지는 자신들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종국에는 미국 본토까지도 확실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시간은 북한 편이다..."]

이번 발사로 기술적 진전은 이뤘지만, 실전 배치엔 대기권 재진입과 다탄두 탑재 등 몇 가지 확인이 필요하단 평갑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그보다 더 큰 문제점은 사실은 북한이 사용하고 있는 ICBM이 다 액체연료 기반이라는 거예요. 물론 액체연료 기반의 핵무기도 굉장히 위협적인 건 사실이지만 실제 실전에서 만약에 핵무기를 서로 주고받는 핵 교전이 오간다, 라고 하면 고체 연료 ICBM이 필요합니다. 근데 이것은 북한한테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적인 도전이 될 거고요."]

이에 맞서 미국은 한반도 등 태평양 일대를 담당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에 우주군 부대를 창설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도 북한의 ICBM 발사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탓이라며 북한을 두둔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 유엔 미국대사 : "(안보리가) 의미 있는 조치 없이 만나는 게 이번이 10번째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거부권을 행사하는 두 나라가 북한의 도발을 가능하게 하고 더 대담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내고, 유엔 안보리가 이중기준을 갖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또 다른 담화에선 우리 정부의 독자 대북 제재 추진에 반발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막말로 비난하고 반정부 시위를 선동했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시기엔 서울이 북한의 과녁은 아니었다며, 군사적 긴장을 거듭 고조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매우 개탄스럽다며,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에도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현정부 들어 새로 가다듬은 대북정책, ‘담대한 구상’의 구체적 기조를 공개하며 공론화에 나섰습니다.

북한이 큰 틀의 비핵화 방안에 포괄적으로 합의할 경우 단계별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현재의 긴장 국면을 해소하고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낼 파격적 제안은 보이질 않아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제대로 작동하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리포트]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초기 조치, 실질적 비핵화, 완전한 비핵화라는 3단계로 이뤄졌습니다.

우선,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면 '민생개선 사업'을 중심으로 초기 조치를 취합니다.

이후 비핵화의 정의와 목표를 설정하고 비핵화 일정표를 규정한 '포괄적 합의'도 도출한다는 구상입니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에 나설 경우, 경제협력과 평화 구축을 위한 조치에 나섭니다.

마지막 완전한 비핵화 단계에선 남북 간 투자를 늘리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등 북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합니다.

북한 핵문제에 있어 한국이 주체가 된다는 원칙과 비핵화의 목표를 제시한 점은 고무적이란 평갑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이 늘 해왔던 것은 이른바 쪼개기 살라미 방식을 쓰기 때문에 늘 북한의 비핵화는 부분 비핵화에 논의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이 담대한 구상에 비핵화에 대한 원칙은 큰 마지막 최종 목표를 갖고 있고 그 로드맵을 구성하되 이 모든 시행 기간을 그렇게 마냥 늘리진 않겠다."]

하지만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낼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북한과 대화가 성사될 때까지 억지, 단념, 대화, 이른바 3D 정책을 견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김태효/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11월 21일 : "북한이 핵이 있어도 쓰지 못하도록 만드는 억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을 통해서 북한이 원하는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단념 외교가 전개돼야 할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끌어오기보다 상당 기간 지금처럼 제재와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것이어서, 자칫 현재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또 김여정 부부장이 이미 8월에 ‘담대한 구상’을 비난하며 절대로 상대해 주지 않겠다고 밝혀, 북한의 호응 가능성도 낮아 보입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경제적인 보상 혹은 정치 군사적인 보상을 하겠다 , 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경제적인 보상을 하려면 제재 수위를 조절해야 될 거에요. 이것도 미국하고 협의가 필요하죠. 그리고 북미관계 개선 이야기도 했었는데 북미관계 개선이야말로 미국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슈입니다. 근데 그 부분이 분명하지 않으니까 뒷부분에 아무리 좋은 이야기가 있어도 현실성이 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거죠."]

[앵커]

오는 29일은 북한이 ICBM 화성 15형 발사를 계기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꼭 5년이 되는 날입니다.

북한은 이 선언 뒤,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남북, 북미 대화에 나섰는데요.

앞에선 몇 차례 비핵화 협상에 나서기도 했지만 뒤로는 핵개발을 멈추진 않았던 겁니다.

역사에서 배운다고 했는데, 우리는 이 같은 과거의 경험들에서 지금의 한반도 ‘강 대 강’ 국면을 풀어낼 묘안을 찾을 순 없는 걸까요?

[리포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체결된 1994년의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북핵 동결과 경수로 지원을 맞바꾸기로 하면서 영변 폭격론을 밀어내고 대타협의 돌파구를 열었습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그때는 탈냉전 초기였었고 북한의 상황이 외교적으로 고립됐고 내부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시기였잖아요. 그러니까 북한이 뭔가 협상을 통해서 상황을 바꿔보고자 하는 요인이 굉장히 강한 시기가 1차 핵위기 시기였다고 하면..."]

2003년 8월 북·미는 물론 한·중·일·러가 참가한 6자회담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냈고, 북한은 NPT와 IAEA에 복귀하기로 했습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2차 핵 위기는 미국이 9.11 테러 이후에 굉장히 강력한 대외정책을 필 때입니다. 거의 일방주의적이다 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강력한 대외 정책을 필 때 한번 미국이 정말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다, 라는 판단을 가지고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선 거죠.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서는 중국이 뭔가를 해야 되겠다 라는 것이었고 중국이 북한을 적극적으로 협상으로 끌어낸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은 다시 핵포기 의사를 밝히며 대화에 복귀했습니다.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경제, 군사, 외교적인 실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이 같은 중요한 합의와 협상은 북·미의 뿌리 깊은 불신 속에 큰 성과 없이 좌절됐습니다.

또 현재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매우 고도화했고, 특히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를 대단히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험난했던 협상과 합의, 깊은 불신에 따른 파기 등의 경험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협상에 임하면 이러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기대를 하나 만들어줘야 될 거고, 그 다음에 협상에 임하면 사실은 의지만 있다고 하면 미국이나 북한 사이에 있는 불신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들은 만들어낼 수 있어요. 예컨데 스냅백 조항을 집어넣어서 만약에 상대방이 배신을 하면 전체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겠다 이런 게 대표적인 아이디어들이잖아요."]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미국이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강경 정책을 하다가 북한과의 대화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북한이 거기에 호응한 면들도 있었다 라고 판단이 됩니다. 좀 더 우선순위를 올려야 되고 그리고 좀 더 다른 방법으로 그것을 중국을 통하든지 어떤 방법을 통하든지 북한과의 소통을 할 수 있는 좀 더 지금보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한 북한이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해 한반도 긴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큰 상황.

혹시라도 북한이 다시 한 번 대화 국면으로 전환한다면, 한·미가 과거의 실패담을 바탕으로 두 번은 오기 어려울 수도 있는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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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北 화성-17형 발사…유엔 안보리 또 빈손
    • 입력 2022-11-26 08:10:52
    • 수정2022-11-26 09:33:08
    남북의 창
[앵커]

시청자 여러분, 한 주간 평안하셨습니까? <남북의 창>입니다.

절기상 소설도 지나 겨울로 들어서고 있는데요.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후폭풍이 이어지며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화성 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지난 18일 발사 영상을 이튿날 바로 공개했는데요.

지난 3월 ICBM 발사 때처럼 화려한 편집기법으로 드라마같은 장면을 내보였습니다.

네, 유엔 안보리가 이 도발을 문제 삼아 제재를 논의하자, 북한 김여정 부부장은 안보리가 명백한 이중기준으로 북한을 대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추가 도발을 위한 명분을 쌓고 있는 걸까요?

그럼 지금부터, <남북의 창>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이 화성 17형 ICBM 발사를 자축하며 지구 최강의 ICBM을 보유하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외쳤는데요.

유엔 안보리는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역시 중국과 러시아 벽에 부닥쳤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여정 부부장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논의와, 특히 우리의 독자 대북제재 추진에 반발하며 막말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관련 내용, <이슈 앤 한반도>에서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북한의 ‘괴물’ ICBM,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격납고 밖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조선중앙TV : "조선의 화성포가 세계 앞에 또다시 당당히 나섰습니다."]

길이만 20m가 넘는 세계 최장 ICBM이 이동식 발사대에 의해 순안비행장으로 옮겨지고.

[조선중앙TV : "발사! 발사!"]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습니다.

관영 매체들은 화성-17형이 고도 6,040km까지 상승해 999km를, 약 69분 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상 각도로 쏘면 사거리는 1만 5,000km.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적들이 핵 타격 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온다면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엄숙히 천명하셨습니다."]

같은 날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도 처음 공개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이 기존의 전술핵, 저위력핵은 충분히 능력을 보여줬고, 종국에 필요한 것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능력인데 거기까지 자신들이 분명히 개발하겠다는 의지와 방향성을 보여준 것이죠. 때문에 그 메시지는 자신들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종국에는 미국 본토까지도 확실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시간은 북한 편이다..."]

이번 발사로 기술적 진전은 이뤘지만, 실전 배치엔 대기권 재진입과 다탄두 탑재 등 몇 가지 확인이 필요하단 평갑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그보다 더 큰 문제점은 사실은 북한이 사용하고 있는 ICBM이 다 액체연료 기반이라는 거예요. 물론 액체연료 기반의 핵무기도 굉장히 위협적인 건 사실이지만 실제 실전에서 만약에 핵무기를 서로 주고받는 핵 교전이 오간다, 라고 하면 고체 연료 ICBM이 필요합니다. 근데 이것은 북한한테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적인 도전이 될 거고요."]

이에 맞서 미국은 한반도 등 태평양 일대를 담당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에 우주군 부대를 창설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도 북한의 ICBM 발사 문제를 논의했지만,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탓이라며 북한을 두둔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 유엔 미국대사 : "(안보리가) 의미 있는 조치 없이 만나는 게 이번이 10번째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거부권을 행사하는 두 나라가 북한의 도발을 가능하게 하고 더 대담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내고, 유엔 안보리가 이중기준을 갖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또 다른 담화에선 우리 정부의 독자 대북 제재 추진에 반발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막말로 비난하고 반정부 시위를 선동했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시기엔 서울이 북한의 과녁은 아니었다며, 군사적 긴장을 거듭 고조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매우 개탄스럽다며,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에도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현정부 들어 새로 가다듬은 대북정책, ‘담대한 구상’의 구체적 기조를 공개하며 공론화에 나섰습니다.

북한이 큰 틀의 비핵화 방안에 포괄적으로 합의할 경우 단계별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현재의 긴장 국면을 해소하고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낼 파격적 제안은 보이질 않아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제대로 작동하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리포트]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초기 조치, 실질적 비핵화, 완전한 비핵화라는 3단계로 이뤄졌습니다.

우선,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면 '민생개선 사업'을 중심으로 초기 조치를 취합니다.

이후 비핵화의 정의와 목표를 설정하고 비핵화 일정표를 규정한 '포괄적 합의'도 도출한다는 구상입니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에 나설 경우, 경제협력과 평화 구축을 위한 조치에 나섭니다.

마지막 완전한 비핵화 단계에선 남북 간 투자를 늘리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등 북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합니다.

북한 핵문제에 있어 한국이 주체가 된다는 원칙과 비핵화의 목표를 제시한 점은 고무적이란 평갑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이 늘 해왔던 것은 이른바 쪼개기 살라미 방식을 쓰기 때문에 늘 북한의 비핵화는 부분 비핵화에 논의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이 담대한 구상에 비핵화에 대한 원칙은 큰 마지막 최종 목표를 갖고 있고 그 로드맵을 구성하되 이 모든 시행 기간을 그렇게 마냥 늘리진 않겠다."]

하지만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낼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북한과 대화가 성사될 때까지 억지, 단념, 대화, 이른바 3D 정책을 견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김태효/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11월 21일 : "북한이 핵이 있어도 쓰지 못하도록 만드는 억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을 통해서 북한이 원하는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단념 외교가 전개돼야 할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끌어오기보다 상당 기간 지금처럼 제재와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것이어서, 자칫 현재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또 김여정 부부장이 이미 8월에 ‘담대한 구상’을 비난하며 절대로 상대해 주지 않겠다고 밝혀, 북한의 호응 가능성도 낮아 보입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경제적인 보상 혹은 정치 군사적인 보상을 하겠다 , 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경제적인 보상을 하려면 제재 수위를 조절해야 될 거에요. 이것도 미국하고 협의가 필요하죠. 그리고 북미관계 개선 이야기도 했었는데 북미관계 개선이야말로 미국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슈입니다. 근데 그 부분이 분명하지 않으니까 뒷부분에 아무리 좋은 이야기가 있어도 현실성이 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거죠."]

[앵커]

오는 29일은 북한이 ICBM 화성 15형 발사를 계기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꼭 5년이 되는 날입니다.

북한은 이 선언 뒤,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남북, 북미 대화에 나섰는데요.

앞에선 몇 차례 비핵화 협상에 나서기도 했지만 뒤로는 핵개발을 멈추진 않았던 겁니다.

역사에서 배운다고 했는데, 우리는 이 같은 과거의 경험들에서 지금의 한반도 ‘강 대 강’ 국면을 풀어낼 묘안을 찾을 순 없는 걸까요?

[리포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체결된 1994년의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북핵 동결과 경수로 지원을 맞바꾸기로 하면서 영변 폭격론을 밀어내고 대타협의 돌파구를 열었습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그때는 탈냉전 초기였었고 북한의 상황이 외교적으로 고립됐고 내부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시기였잖아요. 그러니까 북한이 뭔가 협상을 통해서 상황을 바꿔보고자 하는 요인이 굉장히 강한 시기가 1차 핵위기 시기였다고 하면..."]

2003년 8월 북·미는 물론 한·중·일·러가 참가한 6자회담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냈고, 북한은 NPT와 IAEA에 복귀하기로 했습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2차 핵 위기는 미국이 9.11 테러 이후에 굉장히 강력한 대외정책을 필 때입니다. 거의 일방주의적이다 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강력한 대외 정책을 필 때 한번 미국이 정말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다, 라는 판단을 가지고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선 거죠.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서는 중국이 뭔가를 해야 되겠다 라는 것이었고 중국이 북한을 적극적으로 협상으로 끌어낸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은 다시 핵포기 의사를 밝히며 대화에 복귀했습니다.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경제, 군사, 외교적인 실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이 같은 중요한 합의와 협상은 북·미의 뿌리 깊은 불신 속에 큰 성과 없이 좌절됐습니다.

또 현재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매우 고도화했고, 특히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를 대단히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험난했던 협상과 합의, 깊은 불신에 따른 파기 등의 경험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협상에 임하면 이러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기대를 하나 만들어줘야 될 거고, 그 다음에 협상에 임하면 사실은 의지만 있다고 하면 미국이나 북한 사이에 있는 불신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들은 만들어낼 수 있어요. 예컨데 스냅백 조항을 집어넣어서 만약에 상대방이 배신을 하면 전체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겠다 이런 게 대표적인 아이디어들이잖아요."]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미국이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강경 정책을 하다가 북한과의 대화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북한이 거기에 호응한 면들도 있었다 라고 판단이 됩니다. 좀 더 우선순위를 올려야 되고 그리고 좀 더 다른 방법으로 그것을 중국을 통하든지 어떤 방법을 통하든지 북한과의 소통을 할 수 있는 좀 더 지금보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한 북한이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해 한반도 긴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큰 상황.

혹시라도 북한이 다시 한 번 대화 국면으로 전환한다면, 한·미가 과거의 실패담을 바탕으로 두 번은 오기 어려울 수도 있는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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