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러시아 떠난다고? 그렇다면 우리가 인수”…소련 브랜드 부활하고 중국과 협력

입력 2022.11.26 (12:00) 수정 2022.11.2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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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비치 407 (출처:게티이미지)모스크비치 407 (출처:게티이미지)

모스크바 사람이라는 뜻의 '모스크비치(Moskvich)'는 소련 시절 최초로 개인용으로 대량 생산된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고위 간부들에게 지급되는 리무진도 모스크비치였습니다.

1946년 모스크비치-400이 출시된 이후 4세대까지 잇따라 선보이며 해외로도 수출됐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정부 자금이 줄어들면서 생산량이 줄었고 소련 해체에 따른 외국 자동차와의 경쟁, 1998년 모라토리엄(대외 채무 지불 유예) 등 경제위기를 겪으며 판매가 부진해졌습니다. 결국 2002년 파산했습니다.

■ 20년만에 생산 시작한 '모스크비치' ...."러시아산 부품 대체, 4만명 추가 고용"

모스크바에 있는 모스크비치 공장은 프랑스 자동차기업 르노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됐습니다.
르노의 '라다'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르노는 러시아에서 영업을 중단했고, 5월에는 러시아 시장 철수를 공식화했습니다.

러시아 자동차 회사 '아프토바스'의 지분 68%를 러시아 정부에 매각했고 모스크바 자동차 공장 지분 100%도 모스크바시에 넘겼습니다.

매각 조건에는 6년 내 르노가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바이 백' 옵션이 포함됐습니다.

정확한 매각 대금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 측에서 "르노는 급여 등 정산을 위해 140억 루블을 지급했고, 우리는 실질적으로 르노를 (1)루블(약 21원) 로 가져왔습니다"라는 언급이 나왔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르노는 각각 1루블씩에 매각했다”고 전했습니다. 주요 외국기업의 러시아 국유화 첫 사례입니다.

23일(현지시각) 공개된 모스크바의 모스크비치 공장. 근로자가 ‘모스크비치3’을 조립하고 있다23일(현지시각) 공개된 모스크바의 모스크비치 공장. 근로자가 ‘모스크비치3’을 조립하고 있다

23일 모스크바에 위치한 옛 르노 러시아 공장에선 20년 만에 모스크비치 생산라인이 움직였습니다.

대대적으로 진행된 언론 공개 행사에서는 당장 다음 달부터 도시형 크로스오버 차량 '모스크비치3' 판매가 시작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외국 파트너가 떠난 후 신속하게 생산을 시작하고 물류 체인을 구축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모스크비치 측은 가장 큰 문제인 부품 공급은 점차 러시아산으로 ( 차체 부품, 동력 제어 장치, 브레이크 시스템 등 )대체하고 전기차 생산도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약 40,000명의 추가 고용도 가능하다는 게 러시아 정부의 전망입니다.

■ 닛산도 국유화 ...."중국 자동차 업체와 협상 중"

일본 닛산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닛산은 지난달 상트페테르부르크 생산 및 연구시설을 포함한 모든 러시아 내 지분을 러시아 국영 자동차개발연구소로 넘기는 것으로 매각 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

르노와 마찬가지로 6년 이내에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달았습니다. 단돈 1유로(약 1380원) 매각설도 흘러 나왔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국유화된 닛산 공장이 곧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자동차 업체와 중국 자동차 회사의 합작으로 재가동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러시아 매체 베도모스티는 중국 디이자동차(FAW)와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커피점 스타벅스를 인수해 개장한 스타스 커피미국 커피점 스타벅스를 인수해 개장한 스타스 커피

■ 맥도날드· 스타벅스 떠나도 자동차는....

3월부터 시작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로 외국기업 100곳 이상이 러시아 시장에서 사업 잠정 중단 혹은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불이 꺼지고, 비어있는 매장이 늘어갔지만 요즘 빈자리가 다시 채워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민간 업체들과 튀르키예와 중동 업체들이 인수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맥도날드나 스타벅스의 경우 이름은 바꿨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비슷한 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사업 중단·철수한 기업 [자료: 타스 등 종합 ]

ㅇ 자동차: 폭스바겐, 르노, 닛산, 도요타, 메르세데스 벤츠 등
ㅇ 전자· 가전 : 애플, HP, 월풀 등
ㅇ 패션의류 : H&M, 자라, 나이키 등
ㅇ 식품: 스타벅스, 맥도날드, 코카콜라, 네스프레소 등
ㅇ 생활 : 이케아, 레고 등
ㅇ 콘텐츠: 넷플릭스, 디즈니 등

그런데 자동차는 고용 규모도 크고 협력업체까지 감안하면 산업 파급효과가 커, 러시아 정부로서도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러시아 국영 타스도 "러시아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거의 모든 외국 회사가 떠났거나 떠나려고 생각하고 있고 러시아 제조업체는 부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유화와 생산 재개를 적극적으로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것도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타스는 '러시아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조건에 적응했다'는 기사를 통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 상황을 다뤘는데 중국의 진출이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중국 차 하발은 툴라 공장에서 여전히 생산을 계속하고 있고 유럽기업협회 집계결과 지난달 러시아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 2위를 차지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있는 자동차 조립 생산 공장인 아프토토르 (기아, 현대, BMW 자동차 조립)는 새로운 브랜드의 자동차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동향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고용을 유지한 채 가동 중단 상태입니다. 러시아 매체들은 '철수검토설' 을 제기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현대차는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ET] 러시아 시장, 이케아·KFC도 떠난다…한국 기업들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9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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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러시아 떠난다고? 그렇다면 우리가 인수”…소련 브랜드 부활하고 중국과 협력
    • 입력 2022-11-26 12:00:45
    • 수정2022-11-26 12:15:05
    특파원 리포트
모스크비치 407 (출처:게티이미지)
모스크바 사람이라는 뜻의 '모스크비치(Moskvich)'는 소련 시절 최초로 개인용으로 대량 생산된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고위 간부들에게 지급되는 리무진도 모스크비치였습니다.

1946년 모스크비치-400이 출시된 이후 4세대까지 잇따라 선보이며 해외로도 수출됐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정부 자금이 줄어들면서 생산량이 줄었고 소련 해체에 따른 외국 자동차와의 경쟁, 1998년 모라토리엄(대외 채무 지불 유예) 등 경제위기를 겪으며 판매가 부진해졌습니다. 결국 2002년 파산했습니다.

■ 20년만에 생산 시작한 '모스크비치' ...."러시아산 부품 대체, 4만명 추가 고용"

모스크바에 있는 모스크비치 공장은 프랑스 자동차기업 르노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됐습니다.
르노의 '라다'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르노는 러시아에서 영업을 중단했고, 5월에는 러시아 시장 철수를 공식화했습니다.

러시아 자동차 회사 '아프토바스'의 지분 68%를 러시아 정부에 매각했고 모스크바 자동차 공장 지분 100%도 모스크바시에 넘겼습니다.

매각 조건에는 6년 내 르노가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바이 백' 옵션이 포함됐습니다.

정확한 매각 대금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 측에서 "르노는 급여 등 정산을 위해 140억 루블을 지급했고, 우리는 실질적으로 르노를 (1)루블(약 21원) 로 가져왔습니다"라는 언급이 나왔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르노는 각각 1루블씩에 매각했다”고 전했습니다. 주요 외국기업의 러시아 국유화 첫 사례입니다.

23일(현지시각) 공개된 모스크바의 모스크비치 공장. 근로자가 ‘모스크비치3’을 조립하고 있다
23일 모스크바에 위치한 옛 르노 러시아 공장에선 20년 만에 모스크비치 생산라인이 움직였습니다.

대대적으로 진행된 언론 공개 행사에서는 당장 다음 달부터 도시형 크로스오버 차량 '모스크비치3' 판매가 시작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외국 파트너가 떠난 후 신속하게 생산을 시작하고 물류 체인을 구축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모스크비치 측은 가장 큰 문제인 부품 공급은 점차 러시아산으로 ( 차체 부품, 동력 제어 장치, 브레이크 시스템 등 )대체하고 전기차 생산도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약 40,000명의 추가 고용도 가능하다는 게 러시아 정부의 전망입니다.

■ 닛산도 국유화 ...."중국 자동차 업체와 협상 중"

일본 닛산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닛산은 지난달 상트페테르부르크 생산 및 연구시설을 포함한 모든 러시아 내 지분을 러시아 국영 자동차개발연구소로 넘기는 것으로 매각 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

르노와 마찬가지로 6년 이내에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달았습니다. 단돈 1유로(약 1380원) 매각설도 흘러 나왔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국유화된 닛산 공장이 곧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자동차 업체와 중국 자동차 회사의 합작으로 재가동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러시아 매체 베도모스티는 중국 디이자동차(FAW)와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커피점 스타벅스를 인수해 개장한 스타스 커피
■ 맥도날드· 스타벅스 떠나도 자동차는....

3월부터 시작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로 외국기업 100곳 이상이 러시아 시장에서 사업 잠정 중단 혹은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불이 꺼지고, 비어있는 매장이 늘어갔지만 요즘 빈자리가 다시 채워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민간 업체들과 튀르키예와 중동 업체들이 인수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맥도날드나 스타벅스의 경우 이름은 바꿨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비슷한 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사업 중단·철수한 기업 [자료: 타스 등 종합 ]

ㅇ 자동차: 폭스바겐, 르노, 닛산, 도요타, 메르세데스 벤츠 등
ㅇ 전자· 가전 : 애플, HP, 월풀 등
ㅇ 패션의류 : H&M, 자라, 나이키 등
ㅇ 식품: 스타벅스, 맥도날드, 코카콜라, 네스프레소 등
ㅇ 생활 : 이케아, 레고 등
ㅇ 콘텐츠: 넷플릭스, 디즈니 등

그런데 자동차는 고용 규모도 크고 협력업체까지 감안하면 산업 파급효과가 커, 러시아 정부로서도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러시아 국영 타스도 "러시아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거의 모든 외국 회사가 떠났거나 떠나려고 생각하고 있고 러시아 제조업체는 부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유화와 생산 재개를 적극적으로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것도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타스는 '러시아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조건에 적응했다'는 기사를 통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 상황을 다뤘는데 중국의 진출이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중국 차 하발은 툴라 공장에서 여전히 생산을 계속하고 있고 유럽기업협회 집계결과 지난달 러시아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 2위를 차지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있는 자동차 조립 생산 공장인 아프토토르 (기아, 현대, BMW 자동차 조립)는 새로운 브랜드의 자동차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동향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고용을 유지한 채 가동 중단 상태입니다. 러시아 매체들은 '철수검토설' 을 제기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현대차는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ET] 러시아 시장, 이케아·KFC도 떠난다…한국 기업들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9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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