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마음기록]① “답답했을 테니 포옹 대신…” 추모 마저 조심스러웠다

입력 2022.12.02 (08:26) 수정 2022.12.0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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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이태원역 1번 출구는 상징적 공간이 됐습니다. 시민들이 남긴 추모 쪽지로 가득합니다. KBS는 거기에 담긴 시민들의 마음을 기록화하기로 했습니다. 쪽지는 줄잡아 6천6백여 장(11월 25일 현재)에 이릅니다. 내용을 키워드로 분석했고, 소개할 만한 쪽지를 추렸습니다. 3편의 기사로 정리합니다.

[그 마음을 기록합니다 1편] "답답했을테니 포옹 대신…" 추모 마저 조심스러웠다


서울 길 한복판을 걷던 158명의 시민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 벌써 한 달이 더 지났습니다. 참사 다음 날, 한 시민이 두고 간 국화꽃은 하나둘씩 쌓여 1번 출구를 뒤덮었습니다. 그리고 그 꽃만큼 시민들의 마음을 담은 쪽지도 이태원역에 남았습니다.

지난달 25일 현재 쪽지는 총 6천 6백여 장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계속 늘고 있으니 지금은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가운데 훼손 분실의 위험이 있는 것들을 자원봉사자들이 이태원역 내부에 따로 모아뒀고, 그 수만 2,872장에 달했습니다. KBS는 역사 내에 모인 2,872장을 사진으로 찍고, 글로 옮겨 시민들이 남긴 이야기들을 분석해봤습니다.

[연관 기사] 이태원, 6천6백 장의 쪽지…그 마음 이어가려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11705

■ "꽃잎 한 장도 무거울 것 같아"


유례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시민들이 희생된 사건인 만큼, 추모의 키워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총 14,458개의 단어 중 '명복' 928차례, '고인' 757차례, '좋은 곳' 356차례 등 이번 참사를 추모하는 메시지들을 남겼습니다.


꽃 같던 청년들이 느꼈을 고통을 위로하는 마음은 '편안'과 '평안'이라는 키워드로 나타났습니다. 두 단어가 언급된 건 모두 327번.

추모객들은 '편안히 쉬라'는 말에 그치지 않고, 마지막 순간 숨조차 쉬기 어려웠던 희생자들의 고통을 염려했습니다.

친구의 흔적을 따라 이곳을 다시 찾은 지인들도, 그들의 '평안'만을 기원했습니다.


■ "결코,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

하루 전, 일주일 전, 1년 전 등에 이 골목을 지났던 시민들이 남긴 말이었습니다. 이곳에 오지 않아도 모든 시민이 겪을 수 있는 일임을 이태원역의 쪽지들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놀러 갔다 그렇게 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없지는 않았지만, 106번이나 언급된 '잘못'이란 단어는 희생자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었음을, 그저 일상을 살아가다 희생되었을 뿐임을 보여줬습니다.

"꽃잎 한 장도 무거울 것 같아 차마 한 송이 놓고 가지 못합니다. 얼마나 아프고, 무섭고 힘들었나요. 그곳에선 아픔없이, 고통없이, 못다 펼친 날개를 펼치고 날았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한 달간 이태원을 찾은 시민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이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음을, 이 참사의 피해자는 내가 될 수 있었음을, 그렇기에 더욱더 그들을 잊지 않으려 추모 행렬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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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마음기록]① “답답했을 테니 포옹 대신…” 추모 마저 조심스러웠다
    • 입력 2022-12-02 08:26:56
    • 수정2022-12-02 08:54:30
    취재K
<strong>이태원역 1번 출구는 상징적 공간이 됐습니다. 시민들이 남긴 추모 쪽지로 가득합니다. KBS는 거기에 담긴 시민들의 마음을 기록화하기로 했습니다. 쪽지는 줄잡아 </strong><strong>6천6백여 장(11월 25일 현재)에 이릅니다. 내용을 키워드로 분석했고, 소개할 만한 쪽지를 추렸습니다. 3편의 기사로 정리합니다.</strong><br /><br /><strong>[그 마음을 기록합니다 1편] "답답했을테니 포옹 대신…" 추모 마저 조심스러웠다</strong><br />

서울 길 한복판을 걷던 158명의 시민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 벌써 한 달이 더 지났습니다. 참사 다음 날, 한 시민이 두고 간 국화꽃은 하나둘씩 쌓여 1번 출구를 뒤덮었습니다. 그리고 그 꽃만큼 시민들의 마음을 담은 쪽지도 이태원역에 남았습니다.

지난달 25일 현재 쪽지는 총 6천 6백여 장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계속 늘고 있으니 지금은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가운데 훼손 분실의 위험이 있는 것들을 자원봉사자들이 이태원역 내부에 따로 모아뒀고, 그 수만 2,872장에 달했습니다. KBS는 역사 내에 모인 2,872장을 사진으로 찍고, 글로 옮겨 시민들이 남긴 이야기들을 분석해봤습니다.

[연관 기사] 이태원, 6천6백 장의 쪽지…그 마음 이어가려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11705

■ "꽃잎 한 장도 무거울 것 같아"


유례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시민들이 희생된 사건인 만큼, 추모의 키워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총 14,458개의 단어 중 '명복' 928차례, '고인' 757차례, '좋은 곳' 356차례 등 이번 참사를 추모하는 메시지들을 남겼습니다.


꽃 같던 청년들이 느꼈을 고통을 위로하는 마음은 '편안'과 '평안'이라는 키워드로 나타났습니다. 두 단어가 언급된 건 모두 327번.

추모객들은 '편안히 쉬라'는 말에 그치지 않고, 마지막 순간 숨조차 쉬기 어려웠던 희생자들의 고통을 염려했습니다.

친구의 흔적을 따라 이곳을 다시 찾은 지인들도, 그들의 '평안'만을 기원했습니다.


■ "결코,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

하루 전, 일주일 전, 1년 전 등에 이 골목을 지났던 시민들이 남긴 말이었습니다. 이곳에 오지 않아도 모든 시민이 겪을 수 있는 일임을 이태원역의 쪽지들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놀러 갔다 그렇게 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없지는 않았지만, 106번이나 언급된 '잘못'이란 단어는 희생자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었음을, 그저 일상을 살아가다 희생되었을 뿐임을 보여줬습니다.

"꽃잎 한 장도 무거울 것 같아 차마 한 송이 놓고 가지 못합니다. 얼마나 아프고, 무섭고 힘들었나요. 그곳에선 아픔없이, 고통없이, 못다 펼친 날개를 펼치고 날았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한 달간 이태원을 찾은 시민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이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음을, 이 참사의 피해자는 내가 될 수 있었음을, 그렇기에 더욱더 그들을 잊지 않으려 추모 행렬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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