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추기경 “‘적당히’가 이태원 참사로…깊이 돌아봐야”

입력 2022.12.03 (07:00) 수정 2022.12.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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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식 추기경이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성호를 긋고 있다.유흥식 추기경이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성호를 긋고 있다.

"일어나선 안 될 그런 일이 일어났죠. 그 많은 과정에서 어느 한 분, 혹은 몇 분이라도 정확하게 자기 임무에 충실했다면 이렇게까지 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어쩌면 그렇게 적당히 대충대충…."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밝히는 것으로 인사말을 대신했습니다. 휴가차 찾은 한국에서 어제(2일) 기자회견을 연 유 추기경은 로마에 있을 때도 참사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저개발 국가에서 벌어질 만한 일'이라던 주위 반응을 전했습니다.

"(많은 추기경은) 한국이 디지털 분야 등 모든 면에서 앞서간다고 생각하고 계시거든요. (그런 한국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며, 참사가 일어난 과정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분들(희생자들)을 위해서 기도할 뿐만 아니라 유족과 친구들, 걱정하고 슬퍼하시는 많은 국민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유 추기경은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합당한 사후 대책이 있어야만 한다"며, 이번 참사를 자신을 깊이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8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 유흥식 추기경은 한국인 네 번째 추기경이다.지난 8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 유흥식 추기경은 한국인 네 번째 추기경이다.

지난해 6월, 한국인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장관에 임명된 유 추기경을 향해선 교황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월 KBS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을 향해 '나를 초대해 달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방북 가능성에 대해 유 추기경은 "모든 것은 북한에 달려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북한의 이런저런 대응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교황님의 방북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도 있죠. 교황님이 북한과 미국 중간에 계시면서 양쪽이 서로 믿을 수 있도록 하면서 작은 것부터 성사시키는 것과 동시에, 교황님이 방문하시면 김정은의 국제적 위상이 더 높아질 수 있고, 그러면 여러 가지로 얻는 실리가 크니까요. 이런 면에서 (방북이) 북한이 위기를 이겨낼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저는 계속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유 추기경은 또 북한에 대해 여러 차례 교황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지만, 최근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지원이 우선 순위가 되면서 대북 지원은 다소 뒷순위로 물러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회는 인간을 최고로 존중… 성소수자 혐오·차별 맞지 않아"

바로 전날(1일) 육군이 '비(非)순직' 결정을 내린 고 변희수 하사와 관련해, 성 소수자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유 추기경은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면서도,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다며 운을 뗐습니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인간을 최고로 존중합니다. 인간이 최고예요. 인간이 자기 양심상 어느 것에 확신이 있을 때 우리는 그걸 인정해 주는 거지, 그걸 갖고 이래라 저래라 하기는 쉽지가 않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복음에서도 행위는 미워하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거든요. 행동과 사람을 갈라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성 소수자도 그런 모든 면에서 혐오 받고 차별받는다는 건 제가 보기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듭니다."

■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 행복한 국민 됐으면…"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유 추기경은 여러 차례 베풀고 나누는 자세를 강조했습니다. 코로나 19사태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준 게 있다면,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라는 겁니다.

6.25 전쟁 당시 해외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다른 나라 방역 지원에 나서는 국가가 된 우리나라를 언급하며 '돈만 아는 졸보 같은 나라'가 아니라 넉넉하게 베풀 줄 아는 일류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국민에게 전하는 말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도, 환한 웃음과 함께 같은 답이 돌아왔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합니다. 받으면 행복한데 주는 게 더 행복하니까, 우리 국민 다 행복한 국민 됐으면 좋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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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흥식 추기경 “‘적당히’가 이태원 참사로…깊이 돌아봐야”
    • 입력 2022-12-03 07:00:40
    • 수정2022-12-03 08:00:38
    취재K
유흥식 추기경이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성호를 긋고 있다.
"일어나선 안 될 그런 일이 일어났죠. 그 많은 과정에서 어느 한 분, 혹은 몇 분이라도 정확하게 자기 임무에 충실했다면 이렇게까지 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어쩌면 그렇게 적당히 대충대충…."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밝히는 것으로 인사말을 대신했습니다. 휴가차 찾은 한국에서 어제(2일) 기자회견을 연 유 추기경은 로마에 있을 때도 참사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저개발 국가에서 벌어질 만한 일'이라던 주위 반응을 전했습니다.

"(많은 추기경은) 한국이 디지털 분야 등 모든 면에서 앞서간다고 생각하고 계시거든요. (그런 한국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며, 참사가 일어난 과정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분들(희생자들)을 위해서 기도할 뿐만 아니라 유족과 친구들, 걱정하고 슬퍼하시는 많은 국민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유 추기경은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합당한 사후 대책이 있어야만 한다"며, 이번 참사를 자신을 깊이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8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 유흥식 추기경은 한국인 네 번째 추기경이다.
지난해 6월, 한국인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장관에 임명된 유 추기경을 향해선 교황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월 KBS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을 향해 '나를 초대해 달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방북 가능성에 대해 유 추기경은 "모든 것은 북한에 달려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북한의 이런저런 대응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교황님의 방북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도 있죠. 교황님이 북한과 미국 중간에 계시면서 양쪽이 서로 믿을 수 있도록 하면서 작은 것부터 성사시키는 것과 동시에, 교황님이 방문하시면 김정은의 국제적 위상이 더 높아질 수 있고, 그러면 여러 가지로 얻는 실리가 크니까요. 이런 면에서 (방북이) 북한이 위기를 이겨낼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저는 계속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유 추기경은 또 북한에 대해 여러 차례 교황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지만, 최근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지원이 우선 순위가 되면서 대북 지원은 다소 뒷순위로 물러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회는 인간을 최고로 존중… 성소수자 혐오·차별 맞지 않아"

바로 전날(1일) 육군이 '비(非)순직' 결정을 내린 고 변희수 하사와 관련해, 성 소수자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유 추기경은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면서도,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다며 운을 뗐습니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인간을 최고로 존중합니다. 인간이 최고예요. 인간이 자기 양심상 어느 것에 확신이 있을 때 우리는 그걸 인정해 주는 거지, 그걸 갖고 이래라 저래라 하기는 쉽지가 않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복음에서도 행위는 미워하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거든요. 행동과 사람을 갈라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성 소수자도 그런 모든 면에서 혐오 받고 차별받는다는 건 제가 보기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듭니다."

■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 행복한 국민 됐으면…"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유 추기경은 여러 차례 베풀고 나누는 자세를 강조했습니다. 코로나 19사태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준 게 있다면,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라는 겁니다.

6.25 전쟁 당시 해외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다른 나라 방역 지원에 나서는 국가가 된 우리나라를 언급하며 '돈만 아는 졸보 같은 나라'가 아니라 넉넉하게 베풀 줄 아는 일류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국민에게 전하는 말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도, 환한 웃음과 함께 같은 답이 돌아왔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합니다. 받으면 행복한데 주는 게 더 행복하니까, 우리 국민 다 행복한 국민 됐으면 좋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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