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을 열다] “미래 우주통신 기술 시험, 미 나사서도 관심 많아”

입력 2022.12.07 (07:00) 수정 2022.12.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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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이병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위성탑재체연구실장 인터뷰
다누리 탑재체 우주인터넷 개발 주도
“우주인터넷 기술 개발 전면 나설 수 있는 기회”

이병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위성탑재체연구실장이병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위성탑재체연구실장

다누리에 실린 국내 개발 탑재체 5개 가운데 우주인터넷(DTN)은 용도가 다른 4개와는 다소 다릅니다. 탑재체의 기술을 달에서 바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훗날 달 착륙 등에 대비해 기술을 시험해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미리 검증해보자는 것입니다. 이병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위성탑재체연구실장이 "우주인터넷 '시험' 탑재체"라고 표현하는 이유입니다.

"당장 쓰는 게 아니라 앞으로 쓸 기술입니다. 미 NASA(항공우주국)도 아르테미스(인간 달 탐사 계획) 프로젝트에서 통신 네트워크로 우주인터넷을 사용할 계획이라 우리 시험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많습니다."

■ 새로운 우주통신 기술, '우주인터넷'

기존에 우주 탐사선과 지구 간 통신은 '심우주통신'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지구에 설치된 심우주 안테나와 탐사선이 1 대 1로 직접 통신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지구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통신 세기가 약해져서 통신이 끊길 가능성이 컸다는 점입니다. 또 탐사선이 달 뒷면으로 가는 경우처럼, 1 대 1 통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는 경우 통신이 불가능했습니다.

이런 심우주 통신의 단점을 없애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우주통신 기술이 '우주인터넷'입니다. 우주인터넷의 핵심은 데이터를 쪼개어 전송하는 것입니다. 이때 우주에 떠 있는 탐사선과 정거장들을 중간지점인 '노드'로 활용합니다. 전송한 데이터가 노드에 저장됐다가 다시 다음 노드로 이동하는 식입니다. 노드는 택배 거래에서 집하장과 같은 개념입니다.

이렇게 하면 탐사선과 지구 간 거리가 멀어도 통신 세기가 약해질 염려가 줄어듭니다. 또 중간에 장애물이 있더라도, 다른 노드를 통해 통신하는 식으로 우회할 수 있어 24시간 언제라도 통신이 가능해집니다. 우주인터넷이 기존 심우주통신을 대체할 통신 기술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 BTS 뮤직비디오 싣고 달로 날아간 다누리

미 NASA도 이런 우주인터넷의 강점 때문에,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우주인터넷'을 통신네트워크로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새로 계획한 인간 달 탐사 프로젝트에 사용될 통신 수단을, 미리 최초로 달에서 시험하는 게 우리 다누리인 것입니다.

"우주인터넷 국제 표준인 CCSDS(우주데이터시스템자문위원회)를 적용해 메시지와 파일, 동영상을 지상으로 전송할 예정입니다.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우주인터넷 시험을 위해 다누리에는 몇몇 파일이 실렸습니다. 38만km 떨어진 달에서, 지구에서 보낸 지시 신호를 받아 지구로 쏘아 보낼 자료들입니다. 사진으로는 전자통신연구원의 사계절 사진이, 동영상으로는 전자통신연구원과 우주인터넷 홍보영상, 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등이 다누리에 현재 실려있습니다.

다누리 우주인터넷 탑재체는 심우주 항행 중인 지난 8월 25일과 10월 28일, 두 차례에 걸쳐 지구로 영상과 사진 데이터 전송에 성공했습니다. 이때 지구로부터 거리는 각 121만km(8월 25일), 128만km(10월 28일)로 탑재체의 임무목적 상 통신 거리(약 38만km)보다 3배 이상 먼 거리였습니다.

다누리는 지구로 BTS 뮤직비디오 전송에 성공했다.다누리는 지구로 BTS 뮤직비디오 전송에 성공했다.

다누리가 지구와 문자메시지 송수신 시험을 하고 있다.다누리가 지구와 문자메시지 송수신 시험을 하고 있다.

우선 8월 25일에는 방탄소년단의 ‘Dynamite’(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전경 사진을 전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어 10월 28일에는 다누리와 문자메시지 송수신 시험이 이뤄졌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영문 표현 ‘five to five’와 국문 ‘잘 가고 있다. 기다려라 달님’을 다누리로 송신했고, 이 문구들이 다누리-미 나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거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으로 수신됐습니다. ‘five to five’는 무선 통신에서 신호 품질이 양호함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다누리는 내년 임무 궤도 위에서 추가로 우주인터넷 통신 시험에 나설 계획입니다.

■ “우주인터넷 기술 개발 전면 나서는 한국 되길”

이 실장은 1989년부터 통신 위성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무궁화 위성과 천리안 위성 등 우리나라의 주요 통신 위성 임무를 맡았습니다. 위성 베테랑인 그에게도 지구 궤도를 벗어난 곳에서 사용될 우주 통신 장비를 만드는 건 새로운 경험입니다.

"이번 탑재체 시험이 성공하면 우리는 우주인터넷 장치를 달에서 성공한 최초의 나라가 됩니다. 앞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서도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겁니다."

우주인터넷 기술은 이제 시작인 만큼, 이 실장은 미래 우주탐사에서 우리나라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25년까지 달로 인류를 보내고 우리나라는 2032년 달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입니다. 미 NASA가 추진하는 민간 달착륙선 사업인 'CLPS'도 있습니다. 모두 우주인터넷이 활용될 수 있는 영역입니다.

"2032년까지는 여러 우주탐사가 진행될 겁니다. 우주인터넷도 적용될 텐데 우리나라 기술이 많이 활용됐으면 좋겠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시도를 많이 했으면 합니다."

(다누리와 함께 우주 탐사의 개척자가 된 과학자들에 관한 더 많은 기사는 KBS '다누리 MOON을 열다' 특집 사이트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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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ON을 열다] “미래 우주통신 기술 시험, 미 나사서도 관심 많아”
    • 입력 2022-12-07 07:00:24
    • 수정2022-12-07 07:00:35
    취재K
이병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위성탑재체연구실장 인터뷰<br />다누리 탑재체 우주인터넷 개발 주도<br />“우주인터넷 기술 개발 전면 나설 수 있는 기회”
이병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위성탑재체연구실장
다누리에 실린 국내 개발 탑재체 5개 가운데 우주인터넷(DTN)은 용도가 다른 4개와는 다소 다릅니다. 탑재체의 기술을 달에서 바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훗날 달 착륙 등에 대비해 기술을 시험해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미리 검증해보자는 것입니다. 이병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위성탑재체연구실장이 "우주인터넷 '시험' 탑재체"라고 표현하는 이유입니다.

"당장 쓰는 게 아니라 앞으로 쓸 기술입니다. 미 NASA(항공우주국)도 아르테미스(인간 달 탐사 계획) 프로젝트에서 통신 네트워크로 우주인터넷을 사용할 계획이라 우리 시험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많습니다."

■ 새로운 우주통신 기술, '우주인터넷'

기존에 우주 탐사선과 지구 간 통신은 '심우주통신'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지구에 설치된 심우주 안테나와 탐사선이 1 대 1로 직접 통신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지구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통신 세기가 약해져서 통신이 끊길 가능성이 컸다는 점입니다. 또 탐사선이 달 뒷면으로 가는 경우처럼, 1 대 1 통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는 경우 통신이 불가능했습니다.

이런 심우주 통신의 단점을 없애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우주통신 기술이 '우주인터넷'입니다. 우주인터넷의 핵심은 데이터를 쪼개어 전송하는 것입니다. 이때 우주에 떠 있는 탐사선과 정거장들을 중간지점인 '노드'로 활용합니다. 전송한 데이터가 노드에 저장됐다가 다시 다음 노드로 이동하는 식입니다. 노드는 택배 거래에서 집하장과 같은 개념입니다.

이렇게 하면 탐사선과 지구 간 거리가 멀어도 통신 세기가 약해질 염려가 줄어듭니다. 또 중간에 장애물이 있더라도, 다른 노드를 통해 통신하는 식으로 우회할 수 있어 24시간 언제라도 통신이 가능해집니다. 우주인터넷이 기존 심우주통신을 대체할 통신 기술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 BTS 뮤직비디오 싣고 달로 날아간 다누리

미 NASA도 이런 우주인터넷의 강점 때문에,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우주인터넷'을 통신네트워크로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새로 계획한 인간 달 탐사 프로젝트에 사용될 통신 수단을, 미리 최초로 달에서 시험하는 게 우리 다누리인 것입니다.

"우주인터넷 국제 표준인 CCSDS(우주데이터시스템자문위원회)를 적용해 메시지와 파일, 동영상을 지상으로 전송할 예정입니다.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우주인터넷 시험을 위해 다누리에는 몇몇 파일이 실렸습니다. 38만km 떨어진 달에서, 지구에서 보낸 지시 신호를 받아 지구로 쏘아 보낼 자료들입니다. 사진으로는 전자통신연구원의 사계절 사진이, 동영상으로는 전자통신연구원과 우주인터넷 홍보영상, 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등이 다누리에 현재 실려있습니다.

다누리 우주인터넷 탑재체는 심우주 항행 중인 지난 8월 25일과 10월 28일, 두 차례에 걸쳐 지구로 영상과 사진 데이터 전송에 성공했습니다. 이때 지구로부터 거리는 각 121만km(8월 25일), 128만km(10월 28일)로 탑재체의 임무목적 상 통신 거리(약 38만km)보다 3배 이상 먼 거리였습니다.

다누리는 지구로 BTS 뮤직비디오 전송에 성공했다.
다누리가 지구와 문자메시지 송수신 시험을 하고 있다.
우선 8월 25일에는 방탄소년단의 ‘Dynamite’(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전경 사진을 전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어 10월 28일에는 다누리와 문자메시지 송수신 시험이 이뤄졌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영문 표현 ‘five to five’와 국문 ‘잘 가고 있다. 기다려라 달님’을 다누리로 송신했고, 이 문구들이 다누리-미 나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거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으로 수신됐습니다. ‘five to five’는 무선 통신에서 신호 품질이 양호함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다누리는 내년 임무 궤도 위에서 추가로 우주인터넷 통신 시험에 나설 계획입니다.

■ “우주인터넷 기술 개발 전면 나서는 한국 되길”

이 실장은 1989년부터 통신 위성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무궁화 위성과 천리안 위성 등 우리나라의 주요 통신 위성 임무를 맡았습니다. 위성 베테랑인 그에게도 지구 궤도를 벗어난 곳에서 사용될 우주 통신 장비를 만드는 건 새로운 경험입니다.

"이번 탑재체 시험이 성공하면 우리는 우주인터넷 장치를 달에서 성공한 최초의 나라가 됩니다. 앞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서도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겁니다."

우주인터넷 기술은 이제 시작인 만큼, 이 실장은 미래 우주탐사에서 우리나라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25년까지 달로 인류를 보내고 우리나라는 2032년 달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입니다. 미 NASA가 추진하는 민간 달착륙선 사업인 'CLPS'도 있습니다. 모두 우주인터넷이 활용될 수 있는 영역입니다.

"2032년까지는 여러 우주탐사가 진행될 겁니다. 우주인터넷도 적용될 텐데 우리나라 기술이 많이 활용됐으면 좋겠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시도를 많이 했으면 합니다."

(다누리와 함께 우주 탐사의 개척자가 된 과학자들에 관한 더 많은 기사는 KBS '다누리 MOON을 열다' 특집 사이트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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