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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태원 참사
[단독] 이태원 참사 다음날, 대통령 주재 회의서 “‘압사’ 단어 빼라” 지시
입력 2022.12.07 (11:37) 수정 2022.12.07 (11:37) 취재K

'이태원 참사' 이튿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사고 발생상황과 대응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당시 회의에선 국가 애도 기간 지정과 서울 용산구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이 결정됐습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부상자·사망자에 대한 의료·장례·심리지원을 추진하기로 했죠.

그런데 참사 다음 날 급히 소집된 이 회의에선 사고 지원과는 관계없는 '명칭' 문제도 논의됐습니다.

회의 뒤, 이번 참사를 명명하는 말에서 '압사'라는 단어를 빼라는 지시가 내려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 복지부 "'압사' 제외하고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라"

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오늘(7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 같은 내용은 이른바 '모바일 상황실'로 불리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논의됐습니다.

이 방에는 보건복지부, 소방청, 소방본부, 중앙응급의료지원센터, 재난거점병원별 재난책임자, 시·도, 응급의료기관 등 여러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었는데요.

참사 다음 날 오후, 긴박한 사고 수습 상황이 전파되어야 할 이 대화방에 '명칭' 관련 지시가 내려집니다.

오후 5시 기준 사상자 현황 자료가 공유되자,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오늘 대통령주재 회의 결과 이태원 압사 사건을 '압사' 제외하고 이태원 사고로 요청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서울 재난인력 관계자는 "이태원 사고로 변경하겠다"고 답했고, 박 공공보건정책관은 "감사하다"고 전합니다.


참사 당일 112신고 내용에도 시민들의 입을 통해 수차례 등장했던 '압사'라는 단어. 당시 사고 정황을 가장 정확하게 나타낸 말이지만, 대통령 주재 중대본 회의에선 이를 쓰지 말라고 결정했고 사고 수습을 담당하는 정부 각 기관에 신속하게 전파된 겁니다.

[연관 기사] ‘압사’ 언급, 더 일찍 있었다…“‘노점 신고’ 건으로 분류”(22.11.03. KBS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93221

이에 대해 박향 공공보건정책관은 KBS와의 통화에서 "회의 전달 상황이었고, 보고서 제목을 통일하자는 취지였다"며 "왜 그랬는지 기억은 나지 않고, 그렇게 용어를 쓰자고 (지시가) 나왔기 때문에 크게 괘념치 않고 전달만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급박한 상황에서 정부가 사고 명칭 문제에 너무 신경을 쓴 것 아니냐'는 질문엔 "우리는 그날 환자 이송 문제와 장례식장 전원 문제, 사망자 신원 확인 등에 신경을 썼다"며 "대개 서류 작업과 보고 작업을 할 때 용어를 어떻게 정할지 맞추지 않느냐. 그런 것 중 하나인가 보다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 사고 '명칭' 논란 잇따라…민주 "사실 축소 의도 아닌지 밝혀야"

사실 이번 참사를 둘러싼 '명칭' 논란은 처음이 아닙니다. 참사 다음 날인 지난 10월 30일 행정안전부의 '이태원 사고 관련 시·도 부단체장 영상회의' 자료에도 이 같은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참사' 대신 '사고', '피해자·희생자' 대신 '사망자·사상자' 등 객관적 용어를 사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고, 이에 따라 분향소의 공식 명칭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로 정해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희생자·피해자' 대신 '사망자·부상자' 용어를 쓰는 이유에 대해 " 그런 상황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명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사망자, 사상자'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참사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일 겁니다. 사고 수습과 희생자 지원에 매진해야 할 때, 정부 관계자들이 참사를 어떻게 부를지 문제를 두고 논의하는 건 참사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 있는 대목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참사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에서 '압사?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라고 발언한 데 이어, 본인 주재 회의에서는 '압사'라는 단어를 빼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참담한 사고의 진상을 밝히고 수습하기보다, 10. 29 참사의 본질을 교묘하게 왜곡하고 사실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 [단독] 이태원 참사 다음날, 대통령 주재 회의서 “‘압사’ 단어 빼라” 지시
    • 입력 2022-12-07 11:37:29
    • 수정2022-12-07 11:37:38
    취재K

'이태원 참사' 이튿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사고 발생상황과 대응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당시 회의에선 국가 애도 기간 지정과 서울 용산구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이 결정됐습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부상자·사망자에 대한 의료·장례·심리지원을 추진하기로 했죠.

그런데 참사 다음 날 급히 소집된 이 회의에선 사고 지원과는 관계없는 '명칭' 문제도 논의됐습니다.

회의 뒤, 이번 참사를 명명하는 말에서 '압사'라는 단어를 빼라는 지시가 내려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 복지부 "'압사' 제외하고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라"

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오늘(7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 같은 내용은 이른바 '모바일 상황실'로 불리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논의됐습니다.

이 방에는 보건복지부, 소방청, 소방본부, 중앙응급의료지원센터, 재난거점병원별 재난책임자, 시·도, 응급의료기관 등 여러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었는데요.

참사 다음 날 오후, 긴박한 사고 수습 상황이 전파되어야 할 이 대화방에 '명칭' 관련 지시가 내려집니다.

오후 5시 기준 사상자 현황 자료가 공유되자,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오늘 대통령주재 회의 결과 이태원 압사 사건을 '압사' 제외하고 이태원 사고로 요청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서울 재난인력 관계자는 "이태원 사고로 변경하겠다"고 답했고, 박 공공보건정책관은 "감사하다"고 전합니다.


참사 당일 112신고 내용에도 시민들의 입을 통해 수차례 등장했던 '압사'라는 단어. 당시 사고 정황을 가장 정확하게 나타낸 말이지만, 대통령 주재 중대본 회의에선 이를 쓰지 말라고 결정했고 사고 수습을 담당하는 정부 각 기관에 신속하게 전파된 겁니다.

[연관 기사] ‘압사’ 언급, 더 일찍 있었다…“‘노점 신고’ 건으로 분류”(22.11.03. KBS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93221

이에 대해 박향 공공보건정책관은 KBS와의 통화에서 "회의 전달 상황이었고, 보고서 제목을 통일하자는 취지였다"며 "왜 그랬는지 기억은 나지 않고, 그렇게 용어를 쓰자고 (지시가) 나왔기 때문에 크게 괘념치 않고 전달만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급박한 상황에서 정부가 사고 명칭 문제에 너무 신경을 쓴 것 아니냐'는 질문엔 "우리는 그날 환자 이송 문제와 장례식장 전원 문제, 사망자 신원 확인 등에 신경을 썼다"며 "대개 서류 작업과 보고 작업을 할 때 용어를 어떻게 정할지 맞추지 않느냐. 그런 것 중 하나인가 보다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 사고 '명칭' 논란 잇따라…민주 "사실 축소 의도 아닌지 밝혀야"

사실 이번 참사를 둘러싼 '명칭' 논란은 처음이 아닙니다. 참사 다음 날인 지난 10월 30일 행정안전부의 '이태원 사고 관련 시·도 부단체장 영상회의' 자료에도 이 같은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참사' 대신 '사고', '피해자·희생자' 대신 '사망자·사상자' 등 객관적 용어를 사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고, 이에 따라 분향소의 공식 명칭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로 정해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희생자·피해자' 대신 '사망자·부상자' 용어를 쓰는 이유에 대해 " 그런 상황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명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사망자, 사상자'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참사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일 겁니다. 사고 수습과 희생자 지원에 매진해야 할 때, 정부 관계자들이 참사를 어떻게 부를지 문제를 두고 논의하는 건 참사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 있는 대목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참사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에서 '압사?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라고 발언한 데 이어, 본인 주재 회의에서는 '압사'라는 단어를 빼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참담한 사고의 진상을 밝히고 수습하기보다, 10. 29 참사의 본질을 교묘하게 왜곡하고 사실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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