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을 열다] “짜릿했던 첫 우주 사진, 우주의 감동 함께 즐기길”

입력 2022.12.09 (07:00) 수정 2022.12.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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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고해상도카메라 개발 허행팔 박사 인터뷰
우주에서 첫 천체 관측 성공…'짜릿'한 경험
"국민에게 우주 체험의 감동 선사하고 싶어"
국내 업체와 함께 개발…기술 확보 성과

다누리 고해상도카메라가 9월 24일 촬영한 달의 지구 공전 사진의 일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다누리 고해상도카메라가 9월 24일 촬영한 달의 지구 공전 사진의 일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실험동에는 대형 태극기가 걸려있습니다. 다누리의 고해상도카메라(LUTI, LUnar Terrain Imager)를 개발한 허행팔 항우연 위성탑재체연구부장은 카메라를 설명하다가 새삼 이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실험동의 태극기는 '항상 국민을 생각하며 우주 개발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고해상도카메라는 지구를 벗어나 천체를 관측한 한국의 첫 카메라입니다. 달 착륙선 후보지를 촬영하는 과학 임무와 함께, 국민에게 우주 탐사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임무로 합니다.

허행팔 부장은 " 다누리가 지금 비행하고 있지만 어디 있는지 잘 와닿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자기가 있는 곳에서 다른 천체를 찍고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주를 보는 우리의 첫 번째 눈, 고해상도 카메라의 개발 과정과 의미를 허 부장에게 들어봤습니다.

다누리 탑재체인 고해상도카메라를 개발한 허행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탑재체연구부장다누리 탑재체인 고해상도카메라를 개발한 허행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탑재체연구부장

Q. 고해상도카메라가 8월 26일 지구로부터 124만km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한 지구와 달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첫 사진을 확인한 소감은 어땠나요?

A. 정말 깜깜한 우주에서, 마치 제가 우주에서 지구와 달을 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무척 짜릿했습니다. 저도 그동안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사진을 보고 많은 지인들도 멋있다고 격려해줘서 무척 뿌듯했습니다.

저희가 주로 많이 했던 것은 지구 궤도에서 지구를 어떻게 정확하게 관측할 거냐였거든요. 지구 관측 위성의 카메라는 영상 사용자가 비교적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과물을 자녀들에게 보여줘도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달 카메라에서 보내온 사진을 저희 아이들에게 보여줬을 때 "굉장히 멋있다"고 해줘서 무척 보람 있었습니다.

Q. 고해상도카메라의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고해상도카메라는 스캐닝하는 카메라입니다. 디지털 카메라나 휴대전화 카메라처럼 그냥 카메라만 찰칵 해서 찍을 수는 없고, 위성 본체가 자세를 틀어줘야 합니다. 유기적으로 동작해야 하기 때문에 한번 촬영하려면 계획이 있어야 하고, 달과 지구, 다누리의 위치가 다 맞아야 해서 찍을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그 시점에 맞춰서 최대한 많은 사진을 찍었죠.

Q. 다누리가 달까지 가는 여정에서 촬영한 사진은 고해상도카메라의 과학 임무는 아니었습니다. 보이저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며 촬영한 '창백한 푸른 점'은 촬영 당시에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우주에서 인간의 존재를 일깨운 가장 유명한 천체 사진 중 하나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누리가 천체 사진을 촬영한 목적은 무엇이었나요?

A. 우리 달 탐사선이 가서 우리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메라를 개발한 저희 팀에서는 그 영상을 제공했을 때 국민들이 감동하지 않을까 그런 측면도 있고요. 다누리가 지금 비행하고 있지만, 고해상도카메라가 없다고 생각하면 어디에 있는지 잘 와닿지 않죠. 그래서 중간중간 자기가 있는 곳에서 다른 천체를 찍고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고해상도카메라의 가장 큰 임무는 달 표면의 지형 관측입니다. 달 착륙선 후보지를 직접 우리 눈으로 촬영하고 확인해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주요 목적이고요, 달 과학 연구자들은 운석이 떨어져서 새로 생긴 크레이터를 관측하는데도 관심이 많습니다. 달의 최신 지형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것이죠.

달 궤도에서 관측이 주 임무이기 때문에 고해상도카메라는 그 목적에 최적화된 설계를 했습니다. 달까지 가는 여정에서 천체를 촬영한 영상은 원래 임무와 조금 벗어난 임무다 보니, 개발자인 저희가 봤을 때는 좀 어둡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추가적인 임무였기 때문에 그 점은 감안하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Q. 달을 관측하는 카메라의 개발 과정은 처음이었는데요, 지구를 관측하는 인공위성 카메라 개발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요?

A. 저희가 개발하는 건 기본적으로 망원경입니다. 지구관측 카메라만 해도 5~600km 떨어진 피사체를 찍는 거라서, 기본적으로 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이 평행광입니다. 또, 빛의 세기가 굉장히 약하고요. 그 조건에서 선명한 영상을 뽑아내려면 초점의 위치를 고려하고 잡음에 민감하게 신호를 처리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또 지상에서 쓰는 카메라와 달리, 문제가 생기면 수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고장에 대한 고려를 많이 해야 합니다.

이에 더해, 달에서 동작하는 카메라는 태양 빛의 온도를 추가로 고려했습니다. 지구 관측 카메라는 일관성 있는 영상을 얻기 위해 태양과 카메라의 각도가 거의 일정할 때 촬영합니다. 반면 달 관측 카메라는 태양-달-카메라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빛의 세기와 열 에너지가 달라져요. 그래서 달 관측 카메라는 지구 관측 카메라보다 빛의 세기를 수용할 수 있는 폭을 세 배 정도 넓게 설계했습니다.

다누리 고해상도카메라가 8월 26일 우주에서 촬영한 지구의 보정 전후 사진. 124만 km 거리에서 촬영해 기하 보정의 필요 없이 복사 보정을 거쳐 공개됐다. 기본 성능이 좋아 보정 정도가 1~2%에 불과하고 맨눈으로 보정 여부를 구분하기 힘들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다누리 고해상도카메라가 8월 26일 우주에서 촬영한 지구의 보정 전후 사진. 124만 km 거리에서 촬영해 기하 보정의 필요 없이 복사 보정을 거쳐 공개됐다. 기본 성능이 좋아 보정 정도가 1~2%에 불과하고 맨눈으로 보정 여부를 구분하기 힘들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또, 다누리가 계속 움직이고 달과 지구도 자전하기 때문에, 장시간에 걸쳐 찍으면 영상에 뒤틀림이 생깁니다. 뒤틀림 없는 실제 영상을 보기 위해 원시 영상에서 기하 보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외부 잡음을 제거하는 복사 보정을 기본적으로 하면 훨씬 더 선명한 영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보정을 거쳐서 영상을 공개합니다.

아울러 카메라가 받는 열은 태양에서 직접 오는 것보다는 달 표면에 반사되는 복사에너지가 굉장히 큽니다. 카메라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냉각판과 열선 등 열 설계가 중요하게 고려됐습니다. 또 다른 변수는 달 표면을 구성하는 물질이 지구에 비해 균일하다는 점입니다. 달은 태양 빛이 표면에 도달하고 반사하는 특성이 지구와 많이 다릅니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영상으로 변환하는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Q. 고해상도카메라의 최대해상도는 2.5m로, 2009년 발사된 미국의 달 궤도선 LRO 카메라의 최대해상도가 0.5m인 점을 고려하면 아쉽습니다. 항우연은 지구 관측 카메라에서 이미 초고해상도 카메라를 개발했는데, 달 궤도선에선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카메라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 입장에선 최대해상도를 올리고 싶은데, 실제 달 탐사선은 탑재체가 여러 개 올라가고 연료도 많이 싣고 가야 해서 달 탐사선이 수용할 수 있는 무게 제한이 굉장히 컸습니다. 고해상도카메라에 무게를 더 주면 훨씬 더 좋은 성능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받은 무게가 12kg이었고 그 제한 안에서 최대한 고해상도, 고민감도를 이루도록 설계한 겁니다.

미국 달 탐사선이 높은 해상도의 더 큰 카메라를 실을 수 있었던 건 탐사선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죠. 탐사선 무게 문제가 해결되면 해상도를 더 높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도 해상도는 조금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영상 품질 측면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고 우수하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Q. 개발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달 탐사는 우리 기술로 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어요. 달 탐사 사업은 '국산화를 해야 한다'는 대명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해상도카메라를 개발하면서 국내 업체들을 최대한 많이 참여를 시키려고 했습니다.
고해상도 카메라에 들어가는 구성품들도 다 국내 업체들을 통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구성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우주에 대한 경험이 있는 건 아니었거든요.

저희가 국내 실력 있는 광학업체들을 방문해서 달 탐사 얘기를 꺼냈을 때 그분들이 되게 많이 놀랐습니다. 업체들은 처음에는 이게 미지의 세계니까 두려워하기도 했고요. 맨 처음 만든 모델이 잘 안 돼서 버리고 다시 만들기도 했고…업체들이 되게 어려워했습니다. 그래도 흥미롭게, 또 경제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는데도 최종 마무리까지 잘했습니다. 무척 보람도 있었고 그분들과 같이 일한 과정은 아주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실험동에 있는 고해상도카메라의 성능시험모델을 허 부장이 설명하는 모습. 다누리에 탑재된 것과 같은 고해상도카메라로, 비상 시 복구명령을 전송하기 전 지상에서 먼저 가동상태를 시험해볼 수 있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실험동에 있는 고해상도카메라의 성능시험모델을 허 부장이 설명하는 모습. 다누리에 탑재된 것과 같은 고해상도카메라로, 비상 시 복구명령을 전송하기 전 지상에서 먼저 가동상태를 시험해볼 수 있다.

Q. 일각에선 선진국보다 늦게 시작한 달 탐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합니다. 국내 업체들을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A. 달 탐사선을 개발하는 데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기술들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일부는 가진 기술도 있고, 일부는 안 갖고 있는 부분도 있어요. 저는 달 탐사선을 한번 개발하고 달에 갔다 옴으로써 우리 국내 업체들, 국내 연구기관의 기술적인 진보가 엄청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기술을 개발해서 당장 경제적으로 뭐가 확보되냐는 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무조건 해놓고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주개발이나 기술은 효용성을 따지기 전에, 일단 그 기술을 확보해야 그 다음에 이걸 어떻게 쓸지, 또 얼마나 깊이 나갈지 생각할 수 있거든요. 일단은 그 기술 확보 자체가 정말 중요한 목표인 거죠.

Q. 다누리와 달 착륙선 이후 우리나라 우주개발 계획은 어떤 목표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같은 맥락으로, 저희가 해야 하는 것은 요소 기술의 확보라고 생각합니다. 다누리는 달 궤도선이어서 그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고, 달 착륙선에는 다른 기술이 필요하거든요. 착륙했다가 샘플을 채취해서 귀환하는 것은 또 다른 기술이고요.

그런 요소요소의 기술들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서 화성이나 다른 천체를 관측하는 것도, 특정한 목표보다는 그에 필요한 요소 기술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부분이고요.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우주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세상이 멀지 않아 구현될 겁니다. 그렇게 되려면 더 안전하고 비용이 싸게 갈 수 있는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누리와 함께 우주 탐사의 개척자가 된 과학자들에 관한 더 많은 기사는 KBS '다누리 MOON을 열다' 특집 사이트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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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ON을 열다] “짜릿했던 첫 우주 사진, 우주의 감동 함께 즐기길”
    • 입력 2022-12-09 07:00:28
    • 수정2022-12-09 09:30:32
    취재K
고해상도카메라 개발 허행팔 박사 인터뷰<br /> 우주에서 첫 천체 관측 성공…'짜릿'한 경험<br /> "국민에게 우주 체험의 감동 선사하고 싶어"<br /> 국내 업체와 함께 개발…기술 확보 성과<br />
다누리 고해상도카메라가 9월 24일 촬영한 달의 지구 공전 사진의 일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실험동에는 대형 태극기가 걸려있습니다. 다누리의 고해상도카메라(LUTI, LUnar Terrain Imager)를 개발한 허행팔 항우연 위성탑재체연구부장은 카메라를 설명하다가 새삼 이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실험동의 태극기는 '항상 국민을 생각하며 우주 개발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고해상도카메라는 지구를 벗어나 천체를 관측한 한국의 첫 카메라입니다. 달 착륙선 후보지를 촬영하는 과학 임무와 함께, 국민에게 우주 탐사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임무로 합니다.

허행팔 부장은 " 다누리가 지금 비행하고 있지만 어디 있는지 잘 와닿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자기가 있는 곳에서 다른 천체를 찍고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주를 보는 우리의 첫 번째 눈, 고해상도 카메라의 개발 과정과 의미를 허 부장에게 들어봤습니다.

다누리 탑재체인 고해상도카메라를 개발한 허행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탑재체연구부장
Q. 고해상도카메라가 8월 26일 지구로부터 124만km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한 지구와 달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첫 사진을 확인한 소감은 어땠나요?

A. 정말 깜깜한 우주에서, 마치 제가 우주에서 지구와 달을 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무척 짜릿했습니다. 저도 그동안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사진을 보고 많은 지인들도 멋있다고 격려해줘서 무척 뿌듯했습니다.

저희가 주로 많이 했던 것은 지구 궤도에서 지구를 어떻게 정확하게 관측할 거냐였거든요. 지구 관측 위성의 카메라는 영상 사용자가 비교적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과물을 자녀들에게 보여줘도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달 카메라에서 보내온 사진을 저희 아이들에게 보여줬을 때 "굉장히 멋있다"고 해줘서 무척 보람 있었습니다.

Q. 고해상도카메라의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고해상도카메라는 스캐닝하는 카메라입니다. 디지털 카메라나 휴대전화 카메라처럼 그냥 카메라만 찰칵 해서 찍을 수는 없고, 위성 본체가 자세를 틀어줘야 합니다. 유기적으로 동작해야 하기 때문에 한번 촬영하려면 계획이 있어야 하고, 달과 지구, 다누리의 위치가 다 맞아야 해서 찍을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그 시점에 맞춰서 최대한 많은 사진을 찍었죠.

Q. 다누리가 달까지 가는 여정에서 촬영한 사진은 고해상도카메라의 과학 임무는 아니었습니다. 보이저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며 촬영한 '창백한 푸른 점'은 촬영 당시에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우주에서 인간의 존재를 일깨운 가장 유명한 천체 사진 중 하나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누리가 천체 사진을 촬영한 목적은 무엇이었나요?

A. 우리 달 탐사선이 가서 우리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메라를 개발한 저희 팀에서는 그 영상을 제공했을 때 국민들이 감동하지 않을까 그런 측면도 있고요. 다누리가 지금 비행하고 있지만, 고해상도카메라가 없다고 생각하면 어디에 있는지 잘 와닿지 않죠. 그래서 중간중간 자기가 있는 곳에서 다른 천체를 찍고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고해상도카메라의 가장 큰 임무는 달 표면의 지형 관측입니다. 달 착륙선 후보지를 직접 우리 눈으로 촬영하고 확인해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주요 목적이고요, 달 과학 연구자들은 운석이 떨어져서 새로 생긴 크레이터를 관측하는데도 관심이 많습니다. 달의 최신 지형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것이죠.

달 궤도에서 관측이 주 임무이기 때문에 고해상도카메라는 그 목적에 최적화된 설계를 했습니다. 달까지 가는 여정에서 천체를 촬영한 영상은 원래 임무와 조금 벗어난 임무다 보니, 개발자인 저희가 봤을 때는 좀 어둡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추가적인 임무였기 때문에 그 점은 감안하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Q. 달을 관측하는 카메라의 개발 과정은 처음이었는데요, 지구를 관측하는 인공위성 카메라 개발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요?

A. 저희가 개발하는 건 기본적으로 망원경입니다. 지구관측 카메라만 해도 5~600km 떨어진 피사체를 찍는 거라서, 기본적으로 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이 평행광입니다. 또, 빛의 세기가 굉장히 약하고요. 그 조건에서 선명한 영상을 뽑아내려면 초점의 위치를 고려하고 잡음에 민감하게 신호를 처리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또 지상에서 쓰는 카메라와 달리, 문제가 생기면 수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고장에 대한 고려를 많이 해야 합니다.

이에 더해, 달에서 동작하는 카메라는 태양 빛의 온도를 추가로 고려했습니다. 지구 관측 카메라는 일관성 있는 영상을 얻기 위해 태양과 카메라의 각도가 거의 일정할 때 촬영합니다. 반면 달 관측 카메라는 태양-달-카메라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빛의 세기와 열 에너지가 달라져요. 그래서 달 관측 카메라는 지구 관측 카메라보다 빛의 세기를 수용할 수 있는 폭을 세 배 정도 넓게 설계했습니다.

다누리 고해상도카메라가 8월 26일 우주에서 촬영한 지구의 보정 전후 사진. 124만 km 거리에서 촬영해 기하 보정의 필요 없이 복사 보정을 거쳐 공개됐다. 기본 성능이 좋아 보정 정도가 1~2%에 불과하고 맨눈으로 보정 여부를 구분하기 힘들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또, 다누리가 계속 움직이고 달과 지구도 자전하기 때문에, 장시간에 걸쳐 찍으면 영상에 뒤틀림이 생깁니다. 뒤틀림 없는 실제 영상을 보기 위해 원시 영상에서 기하 보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외부 잡음을 제거하는 복사 보정을 기본적으로 하면 훨씬 더 선명한 영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보정을 거쳐서 영상을 공개합니다.

아울러 카메라가 받는 열은 태양에서 직접 오는 것보다는 달 표면에 반사되는 복사에너지가 굉장히 큽니다. 카메라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냉각판과 열선 등 열 설계가 중요하게 고려됐습니다. 또 다른 변수는 달 표면을 구성하는 물질이 지구에 비해 균일하다는 점입니다. 달은 태양 빛이 표면에 도달하고 반사하는 특성이 지구와 많이 다릅니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영상으로 변환하는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Q. 고해상도카메라의 최대해상도는 2.5m로, 2009년 발사된 미국의 달 궤도선 LRO 카메라의 최대해상도가 0.5m인 점을 고려하면 아쉽습니다. 항우연은 지구 관측 카메라에서 이미 초고해상도 카메라를 개발했는데, 달 궤도선에선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카메라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 입장에선 최대해상도를 올리고 싶은데, 실제 달 탐사선은 탑재체가 여러 개 올라가고 연료도 많이 싣고 가야 해서 달 탐사선이 수용할 수 있는 무게 제한이 굉장히 컸습니다. 고해상도카메라에 무게를 더 주면 훨씬 더 좋은 성능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받은 무게가 12kg이었고 그 제한 안에서 최대한 고해상도, 고민감도를 이루도록 설계한 겁니다.

미국 달 탐사선이 높은 해상도의 더 큰 카메라를 실을 수 있었던 건 탐사선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죠. 탐사선 무게 문제가 해결되면 해상도를 더 높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도 해상도는 조금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영상 품질 측면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고 우수하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Q. 개발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달 탐사는 우리 기술로 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어요. 달 탐사 사업은 '국산화를 해야 한다'는 대명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해상도카메라를 개발하면서 국내 업체들을 최대한 많이 참여를 시키려고 했습니다.
고해상도 카메라에 들어가는 구성품들도 다 국내 업체들을 통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구성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우주에 대한 경험이 있는 건 아니었거든요.

저희가 국내 실력 있는 광학업체들을 방문해서 달 탐사 얘기를 꺼냈을 때 그분들이 되게 많이 놀랐습니다. 업체들은 처음에는 이게 미지의 세계니까 두려워하기도 했고요. 맨 처음 만든 모델이 잘 안 돼서 버리고 다시 만들기도 했고…업체들이 되게 어려워했습니다. 그래도 흥미롭게, 또 경제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는데도 최종 마무리까지 잘했습니다. 무척 보람도 있었고 그분들과 같이 일한 과정은 아주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실험동에 있는 고해상도카메라의 성능시험모델을 허 부장이 설명하는 모습. 다누리에 탑재된 것과 같은 고해상도카메라로, 비상 시 복구명령을 전송하기 전 지상에서 먼저 가동상태를 시험해볼 수 있다.
Q. 일각에선 선진국보다 늦게 시작한 달 탐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합니다. 국내 업체들을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A. 달 탐사선을 개발하는 데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기술들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일부는 가진 기술도 있고, 일부는 안 갖고 있는 부분도 있어요. 저는 달 탐사선을 한번 개발하고 달에 갔다 옴으로써 우리 국내 업체들, 국내 연구기관의 기술적인 진보가 엄청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기술을 개발해서 당장 경제적으로 뭐가 확보되냐는 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무조건 해놓고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주개발이나 기술은 효용성을 따지기 전에, 일단 그 기술을 확보해야 그 다음에 이걸 어떻게 쓸지, 또 얼마나 깊이 나갈지 생각할 수 있거든요. 일단은 그 기술 확보 자체가 정말 중요한 목표인 거죠.

Q. 다누리와 달 착륙선 이후 우리나라 우주개발 계획은 어떤 목표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같은 맥락으로, 저희가 해야 하는 것은 요소 기술의 확보라고 생각합니다. 다누리는 달 궤도선이어서 그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고, 달 착륙선에는 다른 기술이 필요하거든요. 착륙했다가 샘플을 채취해서 귀환하는 것은 또 다른 기술이고요.

그런 요소요소의 기술들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서 화성이나 다른 천체를 관측하는 것도, 특정한 목표보다는 그에 필요한 요소 기술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부분이고요.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우주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세상이 멀지 않아 구현될 겁니다. 그렇게 되려면 더 안전하고 비용이 싸게 갈 수 있는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누리와 함께 우주 탐사의 개척자가 된 과학자들에 관한 더 많은 기사는 KBS '다누리 MOON을 열다' 특집 사이트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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